소설리스트

Y13-85화 (85/296)

00085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어후!"

오랜만에 정규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영재는 경기 전 특유의 긴장감과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리그 중간의 휴식기가 꽤나 길어서 그런지 다시금 리그 경기를 한다는 것에 걱정을 하기도 했고,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전반기보다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도 있었다. 반대로 어떤 선수들은 그간 지쳤던 몸에 활기가 돌기도 했고, 피로누적이나 잔부상이 회복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오늘 상대인 워싱턴 위저즈도 별반 다를 리 없었다. 영재는 그것을 위안 삼으면서 한바탕 크게 기지개를 폈다.

슉-

경기 전 마지막 슈팅연습 시간. 영재는 자신의 옆에서 깔끔한 3점슛을 꽂아넣은 보브아를 보며 감탄을 했다.

"오늘 슛감 좋은데?"

"이 정도야 껌이지."

영재의 집에서 언쟁을 벌인 이후, 보브아는 자기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은 모양인지 더 이상 방황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보브아는 부상의 여파로 예전만큼의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특히 칼라일 감독과 키드와의 대화와 훈련을 통해 슈팅과 패스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는 댈러스 입장에서도, 보브아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었다.

슉-

"경기 때도 이렇게 잘 들어가면 좋은데 말이지."

영재는 오른쪽 손목을 까닥이면서 그 느낌을 계속 기억하려고 했다. 보브아는 그런 영재를 보곤, 헛웃음을 지으며 등을 가볍게 한 대 쳤다.

"리그에서 가장 슈팅이 좋다는 괴물이 그런 소리 하니까 한 대 때리고 싶은데?"

"윽! 이미 때려 놓고 때리고 싶다는 건 뭐야!"

그렇게 보브아와 같이 경기 전 긴장을 풀어냈다. 마지막 슈팅 연습도 끝나고, 선수들은 칼라일 감독 앞에서 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상대는 워싱턴 위저즈다. 15승밖에 거두지 못한 약체라곤 하지만 여기는 상대방의 집이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기도 하는 법이니 절대로 방심을 해선 안된다."

칼라일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토야코비치. 이제 8번째 경기이고, 무릎이 아직 좋은 상태가 아니라 힘들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통해 조금 휴식을 취했으니 좀 괜찮아졌을 테지."

"네. 휴식을 통해 좀 나아졌어요."

페쟈 스토야코비치는 댈러스 입단 후 7경기 동안 평균 12분 남짓 소화하면서 6.3득점, 1.9 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팀에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팀의 공격이 막히거나, 상대의 수비가 빡빡할 때 마다 확률 높은 중장거리 점퍼를 꽂아넣으며 숨통을 트게 해 주는 역할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스토야코비치는 7경기 동안 2점슛 46%, 3점슛 40%로 공격적으로는 버틀러가 뛸 때보다 좋아진 상태였다. 문제는 공격에서 얻는 이득 이상으로 수비에서 실점이 많아지며 많은 출전시간을 얻기는 힘든 상태였다.

"키드, 윤. 상대는 존 월과 닉 영이다. 존 월이 포인트가드지만 닉 영이 꽤나 포제션을 가져가는 편이다. 그리고 닉 영은 패스보다는 직접 마무리의 비중이 매우 높지. 그렇기에 키드가 존 월을 맡고, 닉 영을 윤이 맡는다. 닉 영이 교체아웃되면 윤이 존 월을 맡는다."

공격적인 측면은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키드와 영재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칼라일은 그 부분에는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노비츠키, 그리고 챈들러. 자네들이 상대할 선수는 라샤드 루이스와 자베일 맥기야. 라샤드의 경우 노비츠키 자네도 알겠지만 3점도 출중한 스트레치형 빅맨이지. 수비력도 단단하긴 하지만 공/수의 밸런스가 맞을 뿐, 두 가지 모두 특출나진 못하다. 그리고 자베일 맥기는 엄청난 피지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뿐이네. 턴오버가 많고 전술적 역량이 부족하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골밑을 지키면 된다."

칼라일 감독의 지시가 끝나자, 선수들은 경기에 뛸 준비가 되었는지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칼라일 감독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다른 선수들도 상대 선수들의 스타일과 기록을 꼼꼼히 봐두도록 한다. 언제든 투입될 수 있으니, 항상 마음을 가다듬고 경기에 집중하도록. 자, 약체라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선수들은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함께 코트 위로 올라갔다. 영재도 자신의 앞에 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존 월을 보면서 드디어 경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이젠 올스타전이 아니야.'

월과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올스타전에서 꽤나 많은 플레이를 같이 하면서 친밀감을 어느정도 쌓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에서 그 친밀감을 가질 일은 없었다. 코트 바깥에선 친구, 코트 안에서는 라이벌일 뿐이었다.

그것은 내년, 카와이 레너드가 NBA에서 상대팀으로 만나더라도 똑같을 것이었다.

훅!

[안녕하십니까, ESPN에서 보내드리는 워싱턴 위자즈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 보내드립니다. 캐스터에 브라이언 던톤스, 해설에는 제프 벤 건디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브라이언. 점프볼은 자베일 맥기가 따내면서 워싱턴 위자즈의 공격으로 시작되는군요.]

[베리즌 센터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군요! 워싱턴 위저즈의 성적이 썩 좋진 않지만 홈팬들의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존 월이라는 특급 유망주가 있기 때문이죠. 슈팅 정확도가 좀 낮다는 약점과, 공간이 생기지 않으면 패스밖에 할 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의 잠재력은 데릭 로즈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나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렇습니다, 그런 존 월이 공을 잡습니다. 제이슨 키드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하프라인으로 공을 몰고 온 월은 키드가 자신을 마크하고, 영재가 닉 영을 마크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살짝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자신과 닉 영은 적절히 포제션을 나누는 편이었다.

'영에게 공을 주면...'

닉 영은 전형적인 볼호그 플레이어다. 공을 많이 소유해야 득점을 내고, 드리블로 수비를 찢어낼 수 있었다. 그에게 돌파 후 킥아웃 패스나 2:2플레이를 바라는 건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에 서 있는 영재가 자꾸 신경쓰였다. 닉 영의 공격력으로는 영재를 뚫어낼 거라는 예상이 쉽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의 빅맨인 루이스와 맥기는 스크린이 좋지 않은 편이었고, 워싱턴의 팀 오펜스도 단조로운 편이었다.

"흡!"

월은 결국 자신이 키드를 뚫어내는 것을 선택했다. 그나마 라샤드 루이스와는 2:2 플레이가 어느정도 되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공격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자, 존 월 특유의 엄청난 드라이브 인! 라샤드 루이스가 탑으로 나와 스크린을 서고 그 스크린을 넘어가는 존 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닉 영의 스타일은 윤의 수비를 뚫어내긴 무리라고 판단한 것 같고, 실제로도 윤의 수비력은 수위급이라 뚫어내기 쉽지 않죠! 게다가 닉 영의 점퍼 기복은 매우 심합니다!]

키드는 라샤드 루이스의 스크린에 걸려버렸고, 곧바로 월은 골밑으로 파고들며 레이업을 올라가려고 했다.

[자아! 타이슨 챈들러! 한순간 자베일 맥기 대신에 존 월 쪽으로 몸을 틉니다! 존 월, 타이슨 챈들러의 수비에 당황한 것 같은데요!!]

[자베일 맥기, 이럴 때 스크린을 서서 도와주거나 존 월의 패스를 받을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합니다. 정말 운동능력을 잘 살리질 못하네요!]

결국 존 월은 무리해서 타이슨 챈들러에게 몸을 날리며 공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리그에서 손꼽히는 장신 수비형 센터를 밀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골밑 마무리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아! 존 월의 레이업이 실패로 돌아갑니다! 공은 떨어져서 덕 노비츠키가 잡아내는군요.]

[댈러스, 재빠르게 속공으로 진행합니다! 워싱턴, 빨리 백코트를 해야죠!]

노비츠키의 공을 받은 키드는 워싱턴의 선수들이 공수 전환이 느리다는 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전방에 긴 패스를 뿌렸다. 앞으로 쏘아지는 공을 허둥지둥 커트하기 위해 선수들은 힘껏 점프를 뛰며 손을 뻗었지만 그런 임기응변식 수비로는 제이슨 키드의 계산된 패스를 막을 턱이 없었다.

[제이슨 키드의 기가 막힌 아웃렛 패스! 최전방에 달려간 영재 윤이 능숙하게 받아냅니다!]

[존 월, 뒤늦게 쫒아갑니다만 영재 윤이 더 빠른 거 같죠!!!]

영재는 존 월의 스피드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스피드와 민첩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벌써 뒤를 잡은 존 월의 스피드는 그야말로 최상급의 스피드였다. 존 월은 슈팅을 쏘아올리려는 영재를 보고는 혹시나 페이크가 아닐까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틈이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이 속더라도, 한 번 뛰어오른 것으로 영재의 슈팅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늦춘다면 뒤따라 오는 선수가 커버해줄수도 있는 일이었다.

"헛-"

역시나 능숙한 슈팅 페이크. 듣기 싫을 정도로 얄미운 기운빠진 기합. 하지만 존 월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 슈팅 페이크에 속았더라도...

"?!"

하지만 영재는 존 월이 뛰어오른 것과는 전혀 상관 없이 반대편 윙 쪽으로 킥아웃 패스를 찔러주었다. 존 월은 착지하자마자 당황한 표정으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페쟈, 페쟈 스토야코비치!! 와이드 오픈 3점!!!]

[BANG!!]

페쟈는 3점슛을 깔끔하게 성공시키자, 자신의 가슴팍에 그려진 망아지를 팡팡 치면서 내가 댈러스의 일원이라는 것을 관중에게 각인시켰다. 영재는 페쟈에게 달려들었고, 페쟈는 영재와 마주보며 절도있게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노마크 찬스에선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코트를 넓게 보고 노마크인 페쟈를 찾아 킥아웃 패스를 찔러주어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낸다... 이건 일반적인 루키 선수들은 할 수 없는 플레이입니다. 이래서 영재 윤이 유니크한 선수라는 거죠!]

제프 벤 건디의 극찬을 들은 모양인지 그 이후로도 영재는 공수 전방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워싱턴은 존 월을 팀의 중심으로 팀을 리빌딩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길버트 아레나스를 비롯한 고연봉자들의 부상과 불화로 인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팀워크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수차례 보이고 있었다.

[닉 영, 공을 너무 끌고 있습니다! 영재 윤의 수비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요!]

닉 영은 이를 갈면서 자신의 앞을 막아버리는 영재를 노려보았다. 적어도 자신이 팀 내의 1옵션 득점자원이라는 생각에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 점은 좋았다. 하지만 극복하는 방법이 '내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라는 생각을 한 점에서 이미 닉 영은 팀플레이를 뒷전에 둔 볼호그 플레이어일 뿐이었다.

[크로스오버 드리블! 하지만 영재 윤, 속지 않습니다! 다시금 스핀무브를 하지만 또 다시 영재 윤에게 막힙니다!]

[너무 눈에 보이죠! 아무리 화려한 드리블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계속 똑같은 패턴을 고수하고, 똑같은 기술을 어설프게 섞어버린다고 해서 속는 영재 윤이 아닙니다!]

공을 받고 무려 15초 남짓을 영재 윤과의 1:1로 허비한 닉 영은 시간에 쫒긴 나머지 어정쩡한 페이드 어웨이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그 마저도 영재가 손을 쭉 뻗어버리니 림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결국에는 에어볼로 공격권을 허망하게 날려버리고 말았다.

"Shit..."

닉 영은 영재에게 욕을 읊조리며 돌아섰지만, 영재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절망하고, 욕을 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닉 영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그에 비해 댈러스의 공격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오늘따라 감각이 좋은 페쟈가 외곽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노비츠키가 적극적인 스크린으로 2:2 공격에 가담하니 내외곽으로 워싱턴은 휘청거릴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전자랜드의 김지완 선수가 필리핀 데뷔전을 치뤘네요. 가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오면 좋겠습니다.

@2010-2011 후반기 시작입니다. 오늘은 조금 늦었네요;;

※볼호그 플레이어 : 팀플레이 대신 자기 혼자 플레이하려는 선수를 뜻합니다. 난사끼가 다분한 선수들이기도 하죠.

Naye님/// 옙. 6살 차이입니다. 영재에게는 연상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서요

찬란한유산님, encoding님, 라피르and진트님, 천상별리님, CountOfDark님/// 코멘 감사합니당!!

여신유리찬양님/// 엌ㅋㅋ 영재도 나름 동안입니다

skkt0113님/// 멜리와 친남매같다는 멘트는 리얼이었...

비켜봐님/// ㅎㅎ 어떠신가요

가한可汗님/// 조커ㄷㄷㄷ 뭔가 소름이...

쿤다라님, -DarkANGEL-님, 파이넨시아님, misscherry님, 오마리온님/// 감사합니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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