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4 2010-11 올스타전(All-Star Weekend) =========================================================================
톰 콜리코의 요리강연까지 모두 들은 후, 영재와 에밀리는 다시금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별다른 것을 하지 않은 채 주변의 모습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 정말 괜찮아요? 훈련을 더 안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셔도..."
"괜찮아요. 훈련은 계속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여유를 즐기는 건 평상시에 하기 힘든 일이잖아요. 올스타 브레이크는 선수들에게 휴식을 취하는 기간이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내일이 바로 3점 컨테스트잖아요."
올스타전은 축제의 의미가 강했고, 영재 역시도 올스타전의 기록은 많은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영재의 생각을 모르는 에밀리는 영재가 자신과 시간을 보내느라 3점 컨테스트 연습까지 빼먹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했던 것이다.
"그럼,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저도 한 번 보고 싶었어요."
에밀리는 싱긋 웃으면서 영재와 함께 잠시 호텔에 들러 다시금 옷을 편히 갈아입고 만났다. 농구코트에 도착한 영재는 가방 안에서 공 5개를 꺼내 옆에 놓았다.
"어?"
에밀리는 다섯 개의 공 중에 한 개가 하얀색과 빨간색이 섞인 알록달록한 공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3점 컨테스트에선 총 다섯 군데의 지점에서 다섯 개씩 슛을 쏘는 방법인데요, 각 지점마다 마지막 공은 이런 식으로 알록달록하고, 그 공으로 슛을 성공하면 2점을 줘요."
"아, 그렇구나."
영재는 에밀리를 림밑에서 두세 발자국 뒤로 물러나게 했다.
"제가 슛을 던지면 공을 모아주시면 돼요."
"더 할건 없어요?"
"제가 슈팅을 던지기 시작하면 타이머를 켜 주시면 되고, 제가 다섯 번 모두 슛을 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서 멈추면 그 공을 하나씩 던저주시면 돼요."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슉-
영재가 뛰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에밀리는 타이머를 켰다. 첫 번째 슈팅은 깔끔하게 들어가 에밀리의 앞으로 떨어졌다. 에밀리는 신기하게도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공이 튀는 것에 살짝 움찔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 왔던 것이 있어서 그런지 공을 능숙하게 받아냈다.
퉁!
첫번째로 빗나간 슈팅. 림을 팅- 맞고 떨어진 공은 성공한 슛에 비해 조금 멀리 튀긴 했지만 그것 역시 에밀리가 한두 발자국 걸어가면 받을 수 있는 위치로 떨어졌다.
마지막 알록달록한 2점 슛 역시 깔끔하게 들어가자 영재는 빠르게 달려 우측 윙으로 달려가 우뚝 멈춰섰다. 그렇게 나머지 20번의 슈팅도 모두 쏘아올린 영재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점수를 매겨 보았다.
"19점이네요."
"그렇게 많이 넣었는데... 마지막 공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희한하게도 첫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네 군데에서 2점을 하나도 넣지 못한 영재는 아쉽지만 어깨를 으쓱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번만 더 해 볼까요?"
오히려 에밀리가 아쉬웠는지 활기찬 목소리로 영재에게 말을 했고, 영재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금 25개의 슈팅을 모두 쏘아올린 영재는 오히려 아까보다 더 나오지 않은 점수에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엔 아예 2점이 안 들어가네요. 오늘 좀 별론가..."
에밀리는 그런 영재의 말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자신도 노래를 녹음하거나 배역을 맡아 연기할 때 처음부터 꼬여버리면 그게 두고두고 신경쓰이고, 그 날 하루 뿐만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슬럼프로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었다. 물론 자신도 그런 경험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잠깐만요. 그 공, 잠깐만 줘 볼래요?"
에밀리의 말에 영재는 순순히 알록달록한 공을 건네주었다. 에밀리는 언제 챙겨 왔는지 주머니 속에서 검은색과 빨간색 매직을 꺼내들었다.
"윤,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해 볼래요?"
에밀리는 받은 공을 힘껏 던져 주었고, 영재는 그 공을 받아들었다.
"풋!"
영재는 그 공을 보자마자 웃음이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공의 하얀 부분에 에밀리의 귀여운 사인과 함께 검은 테두리 속 빨간색을 채워넣은 조그만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검은 색 매직으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email protected]
영재는 마지막 훈련에서 무려 24점을 꽂아넣었다. 특이한 점은 각 지점마다 마지막으로 쏘는 2점짜리 알록달록한 공은 다섯 개가 모두 성공했다는 것이다.
[foot locker 3-point contest 최초 한국인 준우승자 윤영재]
2010-2011 NBA 올스타전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한 윤영재(20)가 올스타전의 축제 속에서도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1년차, 2년차들의 격돌인 루키챌린지에서 당당히 루키팀의 주전 슈팅가드로 나선 윤영재는 소포모어팀을 상대로 무려 38득점 10어시스트 5리바운드 5스틸 3턴오버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루키 챌린지 사상 최초 한국인 MVP로 선정되었다.
(중략)
foot locker 3-point contest, 이른바 3점 컨테스트에도 참여한 윤영재는 1라운드 예선에서 30점 만점에 25점이라는 엄청난 성공률로 2라운드 결선에 1위로 올랐지만 아쉽게도 2라운드에서 제임스 존스(마이애미 히트)의 21점을 넘지 못하고 20점으로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윤영재는 인터뷰에서 "이 곳에 참여한 것 자체가 내겐 커다란 의미가 되었다. 올스타전만큼은 축제처럼 즐긴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라고 말했다.
RE : ㅋㅋㅋ 진심 웃겼음. 윤영재 훅이랑 앨리웁 덩크 ㅋㅋㅋㅋ 경기 중에는 못 보는 거 아냐?
Re : 한국에서 NBA 루키 챌린지를 생방송으로 중계해 준 장본인! ske 스포츠 방송사에게도 고맙지만 윤영재 덕에 한국에서 NBA 잘 보고 지낸다!
Re : 2라운드에서 무슨 액운이 꼈나, 마지막 2점짜리는 모두 넣었는데 1점짜리가 정말 안 들어가더라. 아예 못 쏜 것도 아닌데...
Re : 그게 실력이지, ㅂㅅ. 나라면 다 넣겠네.
Re : 미친 새끼 ㅋㅋㅋ 다 넣는댄다.
3일간의 올스타 브레이크는 모두 끝이 났다. 영재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동안 정규시즌에서 받았던 피로를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었다. 성적에 연연하고 승리에 집착하던 마음을 살짝 벗어버리고 루키 챌린지와 3점 컨테스트를 즐겼다. 올스타전의 앞뒤 며칠간을 포함한 꿀같은 휴식은 덤이었다.
3점 컨테스트는 아쉽게도 2라운드 결선에서 1점 차이로 우승을 놓쳤지만, 그래도 영재는 만족스러웠다. 3점 컨테스트가 끝난 후, 영재는 자신이 초대했던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축제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그래도 짧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련없이 축제의 끝을 즐길 수 있었다.
올스타전은 각지의 기자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되었고, 이런저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각 분야의 스타들도 올스타전에 참석하여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올스타전에 참여하지 않는 선수들도 경기장을 찾아와 이벤트를 즐겼기 때문에 더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Y13, LA에서 열애를 즐기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슈팅가드 영재 윤(20)의 모습이 LA 스테이플스 센터 근처에서 포착되었다. 그는 루키 챌린지 경기가 끝난 다음 날, D-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2월 19일 미국의 유명한 셰프인 톰 콜리코의 요리 강연에 깜짝 등장했다. 마침 윤은 19일에는 출전하는 경기가 없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윤과 함께 나타난 인물이 에밀리 키니(26)였다는 것이다. 영재 윤은 자신의 첫 올스타전 참여를 계기로 주변의 지인들에게 올스타전 티켓을 주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영재 윤과 친한 사이인 스티브 연과 함께 워킹데드 시즌 2부터 출연하게 될 로렌 코헨(28)과 에밀리 키니 역시 영재 윤에게 초대받았다고 한다.
(중략)
에밀리 키니와의 요리 강연을 같이 들은 뒤, 두 사람은 도시를 거닐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에밀리 키니와 영재 윤은 '이번에 서로 처음 만났으며, 그런 감정이 아니다.' 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후략)
RE : 헐! 저 여자가 26이라고? 무슨 26살이 저래... ㅎㄷㄷ
RE : 베스다! ㅋㅋㅋ 왠지 모르지만 묘하게 워킹데드 출연진하고 잘 얽히네?
RE : 에이... 정말로 멜리 연인가? 그 사람하고는 이성 사람 친구였네.
RE : 존나 ㅋㅋㅋ 좀 성공하니까 이제 여자가 주변에 꼬이지. 저러다 훅 간다.
RE : 위에 개웃기네. 운동선수들 보통 일찍 결혼하는 거 모르냐? 모르면 입이라도 싸닥치고 있지.
영재도 에밀리도 예상하고 있던 기사가 터졌다. 아무래도 LA를 둘이서 돌아다니고 톰 콜리코의 요리 강연에 같이 참여한 걸 기자들이 놓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둘의 대처는 실로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영재와 에밀리는 서로 연락을 끊지 않았다. 서로가 주고받은 페이크북 주소를 통해 간간이 연락을 하는 두 사람은, 숨김 기능으로 서로만 볼 수 있는 글로는 개인적인 장난이나 근황 등을 이야기 했고, 대외적으로는 그냥저냥 스티브와 같이 연락하는 사이 정도로 보이려고 했다.
어찌되었든 영재는 그렇게 올스타 브레이크가 지나고 다시금 자신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댈러스는 23일 벌어진 유타전에서도 깔끔한 승리로 45승 11패, 엄청난 승률로 서부 컨퍼런스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흡! 흡!"
영재는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헬스장에서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을 염려한 남자들이 표정을 최대한 안 찡그리며 운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일반인이 하는 운동과 운동선수가 하는 운동은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재는 표정은 신경도 쓸 겨를이 없었다.
크런치를 하면서 솟아오르는 식스팩. 식스팩을 넘어서 A팩이라고 불릴 정도로 탄탄한 근육이 수줍게 솟아오르며 복근을 자극했고, 영재는 이를 꽉 물고는 자신이 해야 할 양을 끝까지 채웠다.
"흐아아..."
마지막 한 번을 모두 채우고 등을 땅에 기댈 때에도 최대한 천천히 등을 땅에 붙여서 끝까지 복근에 자극을 준 영재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퍼져 버리고 말았다. 농구라는 것이 체력이 정말 중요한 운동이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었다. 48분 동안 단 다섯 명이서 코트를 계속 뛰어다니기 위해선 정말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다.
"후우."
영재는 마무리 운동으로 런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0여분을 걷고 나면 요가와 필라테스 동작을 하며 자칫 잘못 뭉쳐버릴 수 있는 근육을 풀어주고 유연성을 길러 농구선수로써 필요한 능력을 개발했다.
쌀쌀했던 날씨가 점점 따듯해진다. 영재는 이제 1년차의 정규 시즌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댈러스는 무난하게 플레이오프에 나갈 것이고, 자신의 전생 기억대로라면 이번 시즌에 우승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내가 미래를 바꾸고 있지만. 그게 꼭 좋은 변화만이라곤 상상할 수 없으니까..."
영재의 개입으로 자신의 전생과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누구를 밀어내고 대신 루키 챌린지에 참여한 것, 또 다른 누구 대신에 자신이 댈러스 매버릭스에 입단하고, 어떤 사람 대신... 누구 대신... 수 많은 변화는 대부분 영재 개인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다른 이에겐 불행을 안겨다 준 꼴이었다.
특히 보브아는 영재가 부상의 위험을 알려서 전생보다는 부상의 회복이나 기량 회복이 빨랐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영재의 존재로 인해 백업 멤버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다는 것은 영재의 개입으로 댈러스가 지금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는 것일 수 도 있지만, 영재의 개입으로 2010-2011 NBA 파이널 우승이라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이틀 뒤, 2월 26일 워싱턴과의 일전. 영재는 그 경기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마음먹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파이널까지 기간이 남았다보니 요새 NBA커뮤니티들이 조용하네요. 드래프트 관련 뉴스 정도? 오프시즌은 아직 시작도 안한지라 웨이드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별 소식이 없습니다.
카넨님/// 넵. 일단은 그렇습니다
야베스님/// 에밀리는 실존 인물입니당
멋대가리없는영웅님/// 코비의 훈련량과 태도를 존경하는 겁니다. 플레이스타일은 다르지만 말이죠. 르브론도 플레이스타일은 코비와 다르지만 코비를 존경한다고 하죠.
캐바밤님/// 오글오글
룬블레이드님/// 예압. 그렇습니다~
넙띠뚱띠님/// ㅎㅎ 그게 옥의 티죠
의설님, 성령님/// 에밀리의 인기가 상당하군요.
마이다스님/// 영재도 때가 되었죠
파이넨시아님, 쿤다라님, 여신유리찬양님, -DarkANGEL-님, 오마리온님/// 감사합니다!!
misscherry님///이신전심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