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82화 (82/296)

00082  2010-11 올스타전(All-Star Weekend)  =========================================================================

그 이후로도 루키팀과 소포모어팀은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커즌스가 하이포스트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스틸을 당해버리고 속공으로 드후안 블레어가 림을 향해 공을 훅 띄워주었다.

[더마 데로잔 솟구칩니다! 드후안 블레어의 앨리웁 패스!]

[아, 어설픈데요?! 드후안 블레어가 평상시에 앨리웁을 띄워 본 적이 있어야 말이죠!]

크리스 웨버의 말과 같이 앨리웁 패스는 영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애매한 높이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데로잔은 이 앨리웁 패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었고, 그 머뭇거림은 결국 스틸이 되어서 돌아왔다.

[존 월의 스틸! 데로잔과 함께 떠오르며 데로잔의 앞에서 끊어버리네요! 존 월, 전방으로 공을 냅다 집어던집니다! 누가 있습니까?!]

[아 영재 윤! 이미 하프라인을 넘어서 있었군요. 역시 재빠른 판단력입니다. 그대로 질주하며 림을 향해 뛰어오릅니다!]

"하아앗!!"

콰앙!

[BANG!! 영재 윤! ]

[장거리 패스였음에도 정확히 영재 윤의 앞쪽으로 떨어지는 공, 존 월의 멋진 패스입니다!!]

[영재 윤, 파워풀하진 않지만 유려하게 떠 올라서 원핸드 덩크를 찍어버리죠? 무언가가 우아하다는 느낌도 들 정도네요!]

영재는 림을 잡던 손을 놓고 내려오자마자 빠르게 백코트하여 존 월과 힘껏 하이파이브를 하곤, 영재가 췄던 어깨들썩춤을 같이 추었다. 역시나 춤에 일가견이 있는 존 월이었기 때문인지 딱딱 어깨가 들어맞는게 칼군무를 보는듯한 멋진 착각에 들 정도였다.

"......."

모두들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그 순간, 에밀리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겨보았다. 영재가 구해준 가장 보기 좋은 앞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인지 에밀리의 사진은 굉장히 역동적인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와..."

그 때, 에밀리는 사진을 넘기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한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줌을 당긴 후 연속 촬영으로 찍은 사진 중 가장 멋진 사진. 그것은 바로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채 빠른 속공 후 원 핸드 덩크를 내려찍기 바로 직전, 그 에너지와 유려함이 동시에 담긴 사진을 건진 것이다.

경기는 점점 짜임새 있는 플레이보다는 퍼포먼스 위주의 플레이로 진행되고 있었다. 부덴홀져 감독과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코치는 10명의 루키팀을 계속해서 교체하며 최대한 많은 선수들에게 축제의 기분을 만끽하게 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포모어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축제에서도 주인공은 항상 존재했고, 루키팀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재에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올 시즌 가장 예상 이상으로 활약중인 루키. 사실 여지껏 영재는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상대를 답답하게 만드는 끈질김, 기복없는 꾸준함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가슴 속 깊숙이 묻어놨던 폭발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오늘의 윤은 그간 보여줬던 안정적이고 꾸준한 루키의 모습이 아닙니다! 리그에서의 윤은 화려함보다는 실리적이고 기복없는 꾸준함이 제일인 선수였는데, 오늘의 퍼포먼스는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대단합니다!]

[자, 또다시 영재 윤! 오늘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눈을 즐겁게 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지금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영재는 블레이크 그리핀이 리바운드를 한 뒤, 건네준 공을 잡고는 그대로 림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드마커스 커즌스의 스크린을 빠르게 타고 넘어간 영재는 헬핑 수비를 온 스테픈 커리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퍽-

"?!!"

97~98KG 까지 벌크업을 함과 동시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병행해온 영재의 파워는 이제 슈팅가드의 수준에서 봤을 때도 평균정도는 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런 영재의 파워를 버텨낼 리 없는 커리는 몸을 붕- 띄우는 영재를 막기 위해 억지로 같이 뛰었지만, 그 다음 영재의 동작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후, 훅입니다! 훅! 자세 만큼은 정석적인 훅입니다!]

[상대를 힘으로 밀어붙인 후 훅이라뇨! 하하하! 영재 윤, 오늘은 센터들의 플레이도 따라하나요?!]

[BANG! 어찌되든 들어갔습니다! 센터인 줄 착각할 정도에요!]

이런 식으로 훅 슛으로 상대를 당황스럽게 한다거나,

[스테픈 커리 3점! 정확합니다!]

[아, 루키팀! 커즌스가 곧바로 하프라인 넘어 질주하는 영재 윤에게 힘껏 아웃렛 패스를 찌릅니다! 영재 윤을 따라붙는 브랜든 제닝스!]

훅!

[오오옷!! 스텝 페이크! 제닝스 그대로 속아버립니다! 영재 윤, 3점!]

[BULLS EYE! 정확합니다! 스테픈 커리, 브랜든 제닝스, 아니 그 어떤 소포모어 팀의 선수가 3점을 쏘면 곧바로 3점으로 반격하는 영재 윤! 마치 소포모어 대 윤영재의 쇼다운인가요?!]

관중들은 이젠 Y13에 빠져 오롯이 그의 플레이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화려하디 화려한 퍼포먼스 사이에서 영재는 무려 2점슛 8/11, 3점슛 5/8, 총 야투 13/19 로 67% 라는 괴물같은 야투율을 뽐냈고, 자유투 역시 6/6으로 무려 38득점을 찍어버렸다. 게다가 어시스트는 10개, 리바운드 5개, 스틸 5개, 블락 2개. 그 와중에 턴오버는 3개. 그야말로 거짓말 같은 기록으로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받을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납니다! 152 대 136! 16점 차이로 루키팀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와우, 정말 눈과 귀가 호강하는 경기였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2011년 퍼포먼스 데이를 만들자면 바로 오늘! 2월 18일이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한 판 이었습니다!]

[MVP는 단연 영재 윤이 받을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기록을 찍어내지 않았습니까?!]

[물론 18득점 20어시스트의 존 월, 22득점 14리바운드의 블레이크 그리핀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야말로 영재 윤이 주인공이었죠! 38 득점 10 어시스트 5리바운드 5스틸! 그런데 턴오버는 단 세 개 입니다. 세 개!]

크리스 웨버와 마이크 브린의 예상대로 오늘의 MVP는 영재에게 돌아갔다. 상을 받은 뒤 관중들에게 상을 들어올린 영재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오우, 정말 대단합니다! 사실 제가 NBA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부터 영재 윤, 그리고 댈러스 매버릭스의 광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떻습니까?! 오늘의 경기에서 주연이 된 기분이!"

MVP!

MVP!

관중들은 쉴새없이 MVP 챈트를 외치며 영재에게 박수도 치고 함성을 보내고 있었다. 영재는 마이크를 잡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황홀합니다, 코난. 마치 코난이 코난쇼 1화를 시작할 때의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요?"

"와우, Y13이 코난쇼를 알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나중에 한 번 패널로 나와주신다면 정말 좋을 거 같네요!"

"초대만 해 주신다면 가죠! 못 갈거 없다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게 첫 올스타전이었고, 첫 루키챌린지에서 한바탕 제대로 놀았다는 것에 뿌듯합니다!"

코난은 크게 웃더니 엄지를 척 들어올리며 영재의 경기력이 대단했음을 칭찬해 주었다.

"20일에 열리는 Three-Point(3점) 컨테스트에도 참여하는데, 어떻습니까? 슈팅 감각은 좋나요?"

"물론입니다! 리그의 쟁쟁한 슈터들과 경쟁한다는 것 만으로도 몸이 짜릿짜릿할 정도에요. 그들과의 이런 번외 대결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기회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기회를 대충 즐긴다면 평생 아쉬울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그들과 경쟁을 할 것입니다."

"엄살 아닌가요? 하하! 올시즌 180클럽을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슈팅능력을 가지고 너무 겸손한 거 같은데요?"

코난의 질문에 영재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면서 대답을 해 주었다.

"대회와 리그는 다르죠. 겸손이라기 보단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는 것 뿐이에요. 코난."

코난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영재는 라커룸에 들어가서 머쓱하게 미소를 짓는 팀원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비록 오늘 하루뿐인 팀이었지만, 다시 리그가 시작되면 서로 적으로 맞붙을 선수들이었지만 적어도 지금 만큼은 기쁜 감정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음주연령 제한은 만 21세이다. 그러다보니 영재로써는 가끔씩 불쑥 솟아오르는 음주의 유혹을 견디기 위해 많은 인내를 해야만 했다. 전생의 영재는 꽤나 말술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었는지 모르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전생을 떠올리며 술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곤 했었다.

"크흐!"

하지만 영재의 시원한 유리잔에는 부글부글 탄산이 끓어오르는, 그리고 이가 아리도록 시린 맥주가 들어가 있었다. 영재는 오히려 좋았다. 알코올이 0%인 무알콜 맥주를 마신다고 해서 맛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맛은 거의 흡사하면서 몸에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미국 음주법을 어기는 행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스타 전야제인 루키 챌린지를 포함해서 이번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겐 개별적으로 호텔 1인실이 제공되었다. 영재 역시 자신의 개인 방에서 오랫만에 맥주의 기분을 내며 스트레스도 풀고, 피로를 풀었다.

다음 날인 19일은 D리그 올스타전이 열리기 때문에 영재가 참가해야할 행사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0% 맥주를 홀짝이며 밤을 지새웠다.

"......"

그래도 혼자서 이러고 있는 건 영재로써도 썩 좋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에 딱히 후회도 없었다. 다시 살 수 있다면 농구에 미쳐보고 싶었고, 자신이 그간 잘못 걸어왔던 길을 고치고 싶었기 때문에 더욱 농구에만 매진하고 금욕적인 삶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 I wanna hold em' like they do in Texas Plays~

그렇게 혼자만의 상념에 잠겨있을 쯤, 영재는 스마트폰으로 걸려 온 전화를 무덤덤하게 받았다. 처음보는 전화번호였지만 왠만한 전화는 다 받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머뭇거림 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 Ah... Yoon?

"네, 윤입니다."

- 다행이네요. 혹시 아니면 어쩌나 했는데... 안녕하세요. 저 에밀리에요. -

갑작스런 에밀리의 전화. 그리고 에밀리의 말소리 뒤에서 들려오는 스티브의 익살스런 웃음소리. 영재는 그 웃음소리에 딱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상황을 이해 못할 리 없었다.

'떠밀려서 전화했네.'

아마 스티브와 로렌이 에밀리를 난감하게 만들며 영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를 하게 한 것 이라고 영재는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영재는 그런 에밀리의 어색한 말투가 귀엽다고 느껴졌다.

"네, 에밀리."

- 그게, 티켓도 받고 초대도 받았는데, 스티브랑 로렌, 그리고 제가 정작 해 드린 게 없는 것 같아서요. 스티브가 LA를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내일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LA의 명소들도 좀 알려드리고 싶어요. -

영재는 에밀리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마침 할 일도 없었고, 이런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만큼은 잠시 농구에게서 멀어져 자신의 삶을 즐기고 싶었다.

"좋죠. 그러면 내일 언제까지 가면 될까요?"

- 호텔 정문 건너편에 스타박스에서 8시까지 가능하세요? -

8시라. 영재는 괜찮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잠시 스티브 좀 바꿔줄 수 있어요?"

에밀리는 네- 하는 말과 함께 스티브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다.

- 오! 슈퍼스타! -

"스티브- 너무 짖궂잖아요. 등 떠밀어서 전화하게 하면 곤란해 하신다구요."

- 에이, 누가 등을 떠 밀어? 원해서 한 거라고, 원해서. -

영재는 그러면 그런거라고 합시다- 라며 스티브의 장단에 맞춰주고는 본론을 슬쩍 이야기했다.

"스티브, 잠깐 만나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어요?"

- 음... 그래. 그 방으로 가면 돼? -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자이안트님 원고료 쿠폰 감사합니다!!

@이제 6월이네요. 제대로 더워질텐데, 다들 몸 건강하시길. 저희도 건강 잘 챙겨서 일일연재에 지장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월 첫날부터 월요일이라니 ㅠ.ㅠ

@미국은 전국이 음주 제한이 만 21세이상입니다. 주별로 벌금액수가 다를 뿐, 나이제한은 똑같더군요.

Naye님/// ㅎㅎ 이제는 슬슬 나와야죠.

-DarkANGEL-님, 천상별리님, 쿤다라님, 오마리온님, 파이넨시아님, huhcafe님/// 항상 코멘 감사드립니다~~

그콴상님, misscherry님///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ㅋㅋ

BeyDun님, encoding님/// 후후 언젠간 확정되겠죠?

라피르and진트님/// 하든과 커리가 모두 이때 2년차였죠 ㅎㅎ. 둘 다 이정도로 클 줄은 당시엔 다들 몰랐을 겁니다. 커리는 알렌, 하든은 자말이나 테리 정도까지 클 거 같았는데 예상이상이네요.

야베스님/// 어빙이 회복한다면 클블 in 7을 예상합니다만 어빙이 제 컨디션이 아니라면 골스 in 6을 예상합니다.

까만둥하얀콩님/// 하핫... 이제 첫 만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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