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79화 (79/296)

00079  2010-11 올스타전(All-Star Weekend)  =========================================================================

2011년 2월 18일.

스테이플스 센터(Staples Center),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캘리포니아 주( California)

NBA의 치열한 시즌 중 단 한 번뿐인 이벤트. 팀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모든 이들이 즐길수 있는 축제가 개막하는 날이 밝았다. 이번 루키 챌린지, 올스타 전야제를 포함하여 3일간 벌어지는 올스타전은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 센터(LA 레이커스, LA 클리퍼스의 홈)에서 진행되었다. 3일간 주말을 포함해 개최되기에 이 기간을 올스타 위캔드(All-star Weekend)라고도 한다.

영재 역시 오전부터 스테이플스 센터로 향하고 있었다. 일찍 도착해 있으면 기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 집중되지 않고 은근슬쩍 경기장으로 들어가 있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재는 블랙 계통의 슈트를 매만지면서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Y13이다!"

"역시 Y13!!!"

그렇게 조용한 시간을 즐기려던 영재 앞에 갑자기 몇몇 기자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윽?!"

"Y13! 컬쳐맵 댈러스의 리차드 포웰입니다!"

"댈러스 모닝뉴스 아이락 라이커 입니다!"

와글거리는 기자들 속에서도 유독 목소리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 우렁찬 두 사람이 앞으로 튀어나와 영재와 살가운 사이인 양 미소를 지으며 영재만 들리도록 살짝 속삭였다. 영재는 처음엔 부담스러운 나머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썩 괜찮은 제안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곤 두 기자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자, 이쪽으로 가시죠."

리차드 포웰과 아이락 라이커는 수 년을 넘게 일해 온 기자들답게 다른 기자들을 능숙하게 떨쳐내고는 일종의 샛길을 통해서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영재도 몰랐던 길로 너무나도 쉽게 들어오자 길을 외울까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냥 두 사람과 친해지는 게 마음 편하겠다고 생각해 버렸다.

샛길로 들어오는 길에 두 기자는 영재가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질문을 하고 받아적는 것을 반복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영재의 성격을 이미 파악했는지 영재에게 시끄럽게 굴거나 많은 질문을 속사포처럼 내 뱉기 보다는 포웰이 하나, 라이커가 하나 이런 식으로 영재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영재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아마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겠거니 싶었지만 그 정도는 모른척 하기로 했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있는 건가요?"

"그럼요. 욕심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요. 클리퍼스의 블레이크 그리핀이 워낙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저 역시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기회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핀과 당신의 가장 큰 차이는 출전시간입니다. 시즌 시작부터 주전보장을 받고 많은 포제션을 보장받은 그리핀에 비해 윤은 키드와 테리를 비롯한 기존의 베테랑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전시간이 적어요. 이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요?"

"저는 출전시간이 많은 탱킹팀보다는 출전시간이 적은 컨텐더팀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리핀에 비해 출전시간이 적은 것이지,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많은 시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제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영재의 말에 라이커는 오- 하면서 빠르게 받아 적었다. 포웰은 역시 능숙한 기자답게 영재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동안 아무런 말도 걸지 않다가, 물을 충분히 다 마셨다고 생각한 뒤에 질문을 슬쩍 던졌다.

"당신의 플레이를 보면 상대의 멘탈을 많이 흔드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경기 도중에 상대를 도발하는 세레모니를 하는 편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오늘 경기에서 껄끄럽거나 하는 감정이 있나요?"

"경기는 경기고, 오늘은 전부의 축제니까 그런 생각은 별로 없어요. 정규 시즌에선 서로가 적이고, 서로를 찍어 눌러야 위로 올라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좀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도 프로 선수니까 제게 악의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겁니다. 저는 거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트래쉬 토킹을 즐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외에도 몇 가지의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두 기자와의 짧은 인터뷰를 마친 영재는 아직까지는 텅 빈 경기장에 들어가 공을 퉁겼다. 전생에선 단 한 번도 서본적 없는 올스타 무대. 비록 루키챌린지라는 올스타 전야제의 성격이 강한 경기였지만, 그래도 영재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짜릿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위에 뽑힌 선수들보다도 한참 뒤에 뽑힌 25번 드래프티로써 다른 로터리 픽 선수들을 밀어내 버리고 10인의 스타팅 로스터 안에 들었다는 것에 뿌듯하기도 했던 것이다.

슉-

오늘은 슈팅 감각도 좋았다. 감상에 젖었다가 깨어나 던진 슈팅은 기막히게도 림 안으로 쏙쏙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3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던진 공은 8~90% 이상 모두 클린 샷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10% 중 절반은 림위를 몇 번 튀기다가 들어가고, 절반은 림을 맞고 튕겨져 나와 버렸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영재는 던진 공을 모두 정리하고는 경기장 내의 샤워룸으로 달려가서 깨끗하게 몸을 씻었다. 그렇게 몸을 씻고 어디론가 택시를 타고 간 영재는 한 카페에 차를 세우고는 슬쩍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스타박... 와! 영재 윤!"

카페 점원의 놀람과 함께 몇 없는 사람들의 이목은 영재에게 쏠렸다. 점원은 팬이라며 하얀 종이를 수줍게 내밀었고, 영재는 머쓱하게 웃으며 사인을 해 주었다. 그렇게 온 손님들에게도 나머지 사인과 사진을 찍어 준 영재는 진짜로 만날 사람들이 어디있는지 두리번거렸다.

"오~ 역시 인기스타야?"

"아, 스티브!"

그 사람은 다름아닌 스티브 연이었다. 같이 만나서 가는게 어떻겠냐는 스티브에게 영재가 그러자고 했고, 두 사람은 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영재는 스티브 연 옆에 서 있는 두 여성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까지 워킹데드 시즌2가 방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을 워킹데드 시즌 1에서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워킹데드 시즌 2에 출연하게 된 로렌 코헨이에요. 반가워요!"

시즌 2에서부터 '메기' 의 역할로 등장하여 스티브와 연인 관계를 구가하게 되는 캐릭터를 맡게 된 로렌 코헨. 검은 숏커트가 잘 어울리는 그녀의 활기찬 기운에 영재도 웃으면서 그녀와 악수를 했다.

"시즌 2부터 촬영하게 된 에밀리 키니에요.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영재는 에밀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디선가 들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들은 것 같았는데 정확한 생각이 나질 않자, 일단은 에밀리의 손을 잡으며 가볍게 악수를 했다. 금발머리에 하얀 피부가 전형적인 백인이었으나 머리를 묶어 위로 틀어올린 것 부터 해서 굉장히 청순하고 어려 보이는 매력에 영재는 '정말 예쁘네.'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스티브, 이런 엄청난 미모의 여성분들을 둘 이나 데려왔단 말이에요? 역시... 정말 카사노바 답네요."

영재는 살짝 질투심을 담아 말을 건넸고, 로렌과 에밀리는 역시 그렇구나 라는 표정으로 스티브를 슬쩍 흘겨보았다.

"어쩐지, 스티브는 촬영장에서 여러 여자들한테 말을 많이 건네긴 하죠."

"노먼하고도 굉장히 친하잖아요? 설마..."

"이, 이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쉿, 쉿!"

스티브는 황급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일행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스티브가 몰고온 준중형 세단에 세 사람을 밀어넣듯 태우고는 스테이플스 센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영재는 그제서야 무언가 떠올랐는지, 만족스런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세 사람은 무슨 일인가 싶어 영재를 바라보았다. 영재는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노래 하나를 틀기 시작했다.

"앗?!"

Of all the money that e'er i had-

"이거 에밀리가 부른 거 맞죠?"

우연한 기회로 듣게 된 The parting glass. 영재는 그제서야 에밀리의 목소리가 어디서 들을 수 있었는지 떠올랐다. 에밀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나머지 어버버거렸고, 영재는 슬쩍 어깨를 으쓱거리며 노래를 감상했다.

"이거... 이걸 어떻게..."

"제가 이용하는 음원 앱이 하나 있어요. 장르별로 노래를 골라서 들을 수 있는데 록 항목에 갑자기 포크송이 들려왔죠."

영재는 얼마 전 훈련할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앱이 잘못되었나 싶었는데 이 노래가 들리더라구요. 앱을 오래 사용해 봤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노래 목록이 재설정되니까, 좋은 노래구나 싶어서 아예 구입해 버린 거에요."

스티브는 '오, 이거 그냥 우연은 아닌 거 같은데?' 라면서 킥킥 웃었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코헨은 '똑바로 앞에 보고 운전해!' 라면서 스티브의 옆구리를 콱 꼬집었다.

"사실, 그 노래는 워킹데드 오디션 당시 부른 노래에요. 상업적인 용도로 배포되면 안되는 노래인데... 죄송해요."

본인이 배포한 것도 아닌데 미안해하는 에밀리를 보며 영재는 괜찮다면서 슬쩍 눈을 감았다. 이 노래만 들으면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이 훈련에 집중도 잘 되었고, 그간 강렬한 음악에 심취했던 영재에겐 또 다른 자극이 되어서 좋았기 때문이다.

"그 배포자가 누구든 참 고맙네요. 이런 노래를 들으면서 훈련할 수 있게 해 줘서."

영재의 말에 에밀리는 살짝 미소를 짓곤 고개를 끄덕였다. 뒷 좌석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그렇게 별 말 없이, 영재의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심취하여 스테이플스 센터로 항하고 있었다.

"와우! 슈퍼스타!"

"아즈텍스의 워너비 퍼펙트 아냐!!"

마치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영재는 이 자리에 와 준 아즈텍스 멤버들과 신나게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영재는 몇 달 정도 못 본 것 뿐이지만, 마치 몇 년만에 만난 친구들처럼 요란을 떨며 하이파이브도 하고, 가볍게 어깨를 맞부딪히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카웰!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완전 가시잖아?"

카와이 레너드를 시작으로 체이스 타플리, 알렉 윌리엄스, 빌리 화이트는 이 전보다 더욱 탄탄한 근육질의 몸으로 변해 있었다. 영재와 게이, 데이비스, 토마스가 학교를 떠나면서 남은 선수들은 더욱 똘똘 뭉쳐 훈련에 매진한 결과였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다름아닌 브라이언 카웰이었는데, 일전의 어마무시한 근육덩어리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젠 근육이 뭉쳐서 붙어있는 모습이 아닌 잔 근육까지 확실하게 발달하여 균형이 잡힌 몸매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무릎이 썩 좋지 않아서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로 한 거야. 브로!"

카웰의 엄청난 근육과 파워는 NCAA Division 1 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하중이 무릎과 발목에 집중되고, 결과적으로 격한 스포츠인 농구를 하기엔 관절에 무리가 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카웰은 깊은 고민 끝에 체형을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카웰만큼 너도 많이 변했어. 이젠 그럴듯한 몸이야."

레너드의 칭찬에 영재는 그런가? 하면서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반응했지만 세상에 칭찬 싫어하는 사람 없듯 입꼬리 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너네들도 다 할 수 있어. 나 봐라, 안 그러냐?"

"하긴, 처음 입학했을 땐 완전 스켈레톤이었지. 키도 요만해 가지고~"

빌리 화이트는 지우개 한 개 정도 되는 길이를 엄지와 검지로 표현했고, 타플리도 그랬지 그랬어라며 낄낄 웃었다.

"그러니까, 개천에서 용 난거지. 얼른 와라, 아 심심해서 못 살겠다."

영재는 실없는 농담을 나누고 아즈텍스의 멤버들에게 잘 보고 나서 감상평을 써 내라는 말과 함께 인사를 했다. 그렇게 아즈텍스의 멤버들과 피셔 감독과도 인사를 끝마친 영재는 약간 떨어진 거리에 앉아있던 스티브와 로렌, 에밀리에게 찾아가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올스타전 기간은 휴식을 뜻하는 올스타 브레이크(All-star Break)로도 불립니다.

@골스 VS 클블의 파이널이 결정되었네요. 하든이 결국은 방전된듯 싶습니다. 정규시즌 2위에다가 플레이오프 2라운드까지 사실상 혼자 캐리했으니 방전안된게 이상할 정도죠. 휴스턴은 맥헤일을 교체하던가 무언가 빅딜을 해야 할듯합니다. 샐러리 유동성 지키다가 계속 플옵팀만 될듯.

@이제는 컨디션이 괜찮아졌습니다. 주말 중에 어제 못 올린 몫까지 연참하겠습니다^^ 항상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STNㅣFㅣ레한님/// 옙. 아무래도 정신연령도 높은 편이고, 자신이 겪어본 사람은 남들보다 이해심이 높은 편이죠 ㅎㅎ

여신유리찬양님, -DarkANGEL-님, 파이넨시아님, 쿤다라님, 오마리온님, huhcafe님/// ㅎㅎ 코멘 감사합니다~~

러프99님, dio2n님, 가한可汗님, 라피르and진트님, misscherry님, 아직흐린하늘님/// ㅎㅎ 보브아. 참 안타까운 유망주죠. 어디까지 살릴지는... 비밀입니다ㅋㅋ. 현실에서는 완전히 망해서 유럽 리턴해서도 제대로 못하고 있죠 ㅠㅠ

정근님/// ㅎㅎ 감사합니다. 정근님도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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