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68화 (68/296)

00068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그나저나, 노비츠키. 오늘 경기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챈들러는 언제나 그렇듯, 먼저 선수들에게 말을 걸며 이야기를 주도해 나갔고, 노비츠키는 그저 어깨를 들썩일 뿐 이었다.

"내 소견서는 이미 감독님도 다 확인을 한 부분이야. 그에 대한 심도있는 의논도 했고. 비록 오늘 감독님이 무릎 수술로 인해 원정에 참가를 못 했지만, 휴일동안 내 출전시간에 대해서는 이미 결정이 난 부분이야."

챈들러는 몸을 쭉쭉 늘리는 스트레칭을 하더니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무리하는 게 제일 안 좋은 거라고 우리한테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 이상하네."

"그러게요. 그러다가 부상이 심해지면 어떻게 해요?"

노비츠키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내가 그랬나?' 라고 무덤덤하게 이야기 했다.

"드웨인 케이시 어시스턴트 코치가 오늘 경기를 대신 맡기로 했으니, 판단은 그가 알아서 하겠지. 내가 뛰는 게 팀에 폐가 된다거나, 뛰는 게 불안해 보일 정도라면 내가 출전을 강행해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이야. 그 이전에 나도 그 정도면 알아서 물러나겠지만."

노비츠키는 말을 아낀 채 슬슬 몸을 풀었다. 천천히 걸어보고, 그러다가 괜찮으면 살짝 조깅하듯 뛰어보았다. 신경은 쓰였지만 못 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공을 조심스레 들고 자유투 라인에 섰다.

"쏴 봐요. 튕겨 나오면 리바운드나 잡게."

챈들러는 어느덧 센터의 자리에 서서 자세를 잡았고, 영재는 씨익 웃으면서 챈들러 옆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았다. 마치 커다란 어른 옆에 서 있는 10대 학생으로 보이는 영재의 모습에 챈들러는 '애송아~' 라고 놀렸고, 영재는 '어휴, 커서 좋겠어요?' 라며 능청스러 농을 주고받았다.

"간다."

훅-

노비츠키의 정확한 자유투는 오차 없이 림 안으로 쏙쏙 들어갔지만, 슛이 들어가더라도 챈들러는 이미지를 정확히 떠올리며 리바운드 경합을 했다. 상대가 가드 포지션인 영재이니까 설렁설렁 할 법도 했지만 챈들러는 연습에서 설렁설렁이란 없었다.

"어욱!"

영재는 최대한 비벼보려 노력했지만 챈들러의 엄청난 높이와 노련한 위치선정에 단 한 발자국도 챈들러의 안으로 파고들 수 없었다. 심지어 센터 자리에 영재가 서 보고, 그 바깥에 챈들러가 서 봤음에도 리바운드 경합은 그야말로 완패였다.

"어때? 이제 나랑 경합해보면서 조금 적응되었으니 경기 중엔 다른 선수들 힘이 그리 세게 느껴지지 않을꺼야. 애초에 나랑 키 차이를 생각하라고. 딱히 팔길이가 길거나 점프력이 어마어마한 것도 아니고."

챈들러의 요상한 이론에 영재는 실소가 흘러나왔으나,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 말도 대충 들어맞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서머리그에서도 자신과 사이즈가 다른 파워포워드인 선수들과 포스트업 훈련을 한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영재는 챈들러에게 틈틈이 이 훈련을 하자며 꼬드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노비츠키의 슈팅 감각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무리하지 않고 스팟업 위주로 몸을 푸는 노비츠키의 슈팅은 90%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진 노비츠키의 무릎 상태가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건 댈러스 매버릭스의 누구라도 아는 사실. 영재와 챈들러는 노비츠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은 단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노비츠키의 투입시간을 줄여서 경기를 이긴다. 그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안녕하십니까! ESPN에서 보내드리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를 보내 드립니다. 캐스터 마이크 브린, 해설에는 제프 벤 건디(48)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마이크! 쳬셔피크 에너지 아레나를 가득 채운 관중들에게서, 경기장 이름 처럼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제프 벤 건디. 뉴욕 닉스와 휴스턴 로케츠의 감독을 역임한 후 본격적으로 해설가로써 활동하고 있는 유명 해설가. 그는 전직 NBA감독으로, 해박한 지식과 함께 논리정연하고, 게다가 상황에 따라 털털하고 화통한 해설로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해설가를 하고 있다고 해서 감독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프 벤 건디는 감독으로써도 커다란 업적을 이루었다.

1996년 부터 2001년 까지 뉴욕 닉스를 맡으며 6번의 플레이오프 진출, 1번의 NBA파이널 진출을 이룩했으며 2003년 부터 2007년 까지 휴스턴 로케츠를 맡으면서 팀 프렌차이즈 역대 3번째 승률인 52.8%을 기록한 감독이었다. 그가 감독이었을 때, 트레이드 마크는 단연 '수비' 였고, 그 반증으로 뉴욕 닉스는 6년 간 팀 수비력이 5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경기당 평균 실점률은 89점으로 채 90점이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제프? 오늘의 경기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흠흠, 잘 들어. 오늘의 경기는... 하하! 역시 저는 해설가로써 이야기 하는 게 좀 더 편합니다. 이젠 감독이 아니니까요. 요새 기세가 상당한 댈러스 매버릭스는 현재까지 24승 4패로 서부 컨퍼런스 1위에 올라 있죠? 그에 반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도 21승 10패로 서부 컨퍼런스 6위에 올라 있습니다만 댈러스 매버릭스에 비하면 최근 기세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랜트 힐과 스티브 내쉬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피닉스 선즈에게 연승가도가 끊기고, 최근 5경기 3승 2패로 5할이 넘는 승률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만... 댈러스는 무려 4연승 중이거든요?]

마이크 브린은 댈러스의 약진에 대해 'Amazing' 이란 표현을 쓰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하지만 제프 벤 건디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댈러스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경기를 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댈러스가 쉽게 이길거란 보장도 없습니다. 팀의 주장인 덕 노비츠키거 무릎 부상을 안고 있기 때문에 출전시간을 조절하겠다고 릭 칼라일 감독이 인터뷰를 했죠. 인대에 염증과 더불어 손상 부위가 생겨서 장시간 출장은 힘들어 보입니다. 팀의 1옵션이 부상인 이런 때일수록 다른 팀원들이 더욱 끈끈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겠죠? 특히 코트의 사령관이며 트리플더블(Triple Double) 제조기인 제이슨 키드와 팀의 2,3옵션인 캐런 버틀러와 제이슨 테리의 활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경기당 50.8점을 합작중인 듀란트-웨스트브룩의 원투펀치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제프 벤 건디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선수들이 코트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이크 브린은 재빨리 오늘의 스타팅 멤버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스타팅 라인업입니다. 홈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포인트가드에 러셀 웨스트브룩, 슈팅가드에 타보 세폴로샤, 스몰포워드에 케빈 듀란트, 파워 포워드에 제프 그린, 마지막으로 센터에 네나드 크르스티치 입니다.]

[원정팀 댈러스 매버릭스, 포인트가드에 제이슨 키드, 슈팅가드에 영재 윤, 스몰포워드에 캐런 버틀러, 파워포워드에 덕 노비츠키, 센터 타이슨 챈들러 입니다.]

[자, 일단 선발로는 노비츠키가 나왔습니다. 노비츠키의 무릎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점수 차이에 따라 출전 시간이 조절뛸 것으로 예상되네요. 점프볼! 타이슨 챈들러가 공을 따 냅니다.]

타이슨 챈들러는 공을 받자마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키드에게 공을 넘겨주었다. 노비츠키의 무릎 상태를 고려한다면 하프코트 오펜스를 위해 지공으로 천천히 경기를 전개하는 게 옳았지만, 릭 칼라일 감독 대신 오늘 경기를 지휘하는 드웨인 케이시는 댈러스 특유의 속공과, 트랜지션 오펜스를 버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비츠키의 출전시간은 철저하게 제한할 것이었고, 수비 이후의 빠른 공격을 위해 상대 코트로 달려가는 역할로 영재와 버틀러에게 최대한 속공을 노리라는 지시를 내린 드웨인 드웨인 케이시.

그리고 선수들은 드웨인 케이시의 작전대로 영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이슨 키드, 공을 받자마자 전방으로 깊게 찌르는 환상적인 패스!]

[러셀 웨스트브룩이 급히 손을 뻗지만 패스를 끊지 못합니다! 타보 세폴로샤와 영재 윤의 1:1!]

타보 세폴로샤. 슈팅가드로써 영재도 사이즈가 평균은 되었지만, 타보 세폴로샤는 6-7 (201cm) 의 장신의 키로 대인수비 뿐만 아니라 팀 디펜스 이해도도 높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웨스트브룩과 함께 둘이서 상대 가드진을 철저히 막아내는 수비수로써의 역량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공격력이 약하여 출전시간이 적은 편이었다. 따지자면 댈러스와도 비슷했다. 백업 슈팅가드인 제임스 하든이 30분 이상 출전하며 무늬만 식스맨인 오클라호마. 마찬가지로 백업 슈팅가드인 제이슨 테리도 30분 이상 출전하며 무늬만 식스맨인 댈러스. 하든과 테리 둘 다 수비가 좋지는 못하며, 볼 없는 상황에서 활약이 별로인 선수들. 영재가 역할이나 출전시간이 세폴로샤보다 더 많다는 것만 빼면 로스터 운영방법이 참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재는 몇 달간 수십 경기를 치르며 정상급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겪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실력은 한층 향상되었다. 타보 세폴로샤가 수준급 수비수라 하더라도, 영재는 자신이 있었다.

[자아! 타보 세폴로샤의 스피드가 대단합니다!]

[앞서서 달리던 영재 윤의 뒤를 잡았나요?!]

[영재 윤도 속도로 지지 않습니다! 타보 세폴로샤, 기어이 따라가 몸을 붙입니다!]

영재는 타보 세폴로샤의 탄력적이고 폭발력 있는 스피드에 감탄했지만 그건 나중에 감탄해도 충분했다. 가슴팍으로 영재의 어깨를 막아서고, 빠른 사이드 스텝으로 영재의 진로를 충분히 따라잡는 세폴로샤의 수비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영재는 그대로 어깨를 밀어붙이며 파고들었다. 세폴로샤는 기교파로 알고 있던 영재가 어깨를 들이밀자 살짝 놀랐지만 그뿐이었다. 충분히 막을 만한 파워였고, 스피드도 빠르긴 했으나 따라잡을 수 있었다.

"?!"

하지만 그 다음, 세폴로샤는 제자리에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영재에게 뚫려버리고 말았다.

[와, 와우!! 보셨습니까?! 믿기십니까?! 타보 세폴로샤를 저렇게 쉽게 무력화 시키다뇨!]

콰앙!

[Oh, MY GODNESS! Y13 ONE HAND SLAM!!! BANG!!]

[자, 자. 다시 보시죠! 타보 세폴로샤가 하이포스트에서 잘 막아내는 듯 보입니다만, 한 순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엄청난 크로스오버 드리블을 시도하는 영재 윤! 타보 세폴로샤가 영재 윤의 드리블을 읽었습니다만, 곧바로 스핀무브로 세폴로샤를 타고 넘고, 마지막으로 골밑을 지키고 있던 센터 크르스티치마저도 페이크로 완벽하게 속이고는 한 템포 늦게 솟구쳐 파워슬램을 꽂아버립니다!]

"예!!"

"나이스!"

단 한번의 속공으로 초반부터 기세를 움켜쥔 댈러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재의 환상적인 무브먼트와 원핸드 슬램이 있었다. 좋은 패스를 해준 제이슨 키드와 마주보며 힘껏 소리치고 버틀러와 하이파이브로 기쁨을 나눈 영재는 한순간 싸- 해진 체셔피크 에너지 아레나를 둘러보더니 상대 선수들을 향해 등을 돌리곤 오른손 엄지로 자신의 등번호를 가리켰다.

[한번 해 보자는 선전포고! 영재 윤! 과연 자신의 포부대로 상대방을 저주로 몰아넣는 13일의 금요일이 될 수 있을까요?!]

[패기가 있습니다, 영재 윤! Y13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별 것 아니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합니다.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당했다고 해도 경기는 이제 0:2거든요! 고작 2점입니다.]

제프 밴 건디의 말에 따라 오클라호마시티는 케빈 듀란트를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슈퍼에이스라고 한다면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이었고, 그 중에서도 주임은 듀란트였다. 베테랑이 부족한 오클라호마였기에 기세를 빼앗겨서는 곤란했다. 젊은 팀의 강점은 기세를 타면 폭발적으로 몰아칠 수 있지만, 반대로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괜히 르브론 제임스의 대항마라고 불리게 되는 선수가 아니겠지.'

2년 연속 MVP를 받은 르브론 제임스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슈퍼스타로 꼽히는 케빈 듀란트. 그리고 아직 어리지만 듀란트와 함께 원투 펀치로써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열정적인 포인트가드 러셀 웨스트브룩까지.

영재는 웨스트브룩의 앞에 서자, 온 몸이 짜릿짜릿 떨리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씨익- 섬뜩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막아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를 이겨 댈러스를 승리로 이끄는 쾌감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당시 릭 칼라일 감독이 무릎 수술을 하게 되어 드웨인 케이시 어시스턴트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습니다. 그 다음 경기에는 칼라일이 복귀해서 지휘하죠.

@그나저나 조아라가 요새 자정만 넘으면 맨날 맛이 가네요. 오늘도 몇 번이나 다시 올립니다. 거 서버비 확충이나 서버점검좀 제대로 하면 좋겠습니다. 뒤로가기 누르면 내용이 살아있는 게 망정이지, 날라가면 멘붕왔을 듯합니다.

※트리플더블(Triple Double) :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락 5가지 스탯 중에 3개를 두 자릿수 기록하는 것.

encoding님/// 크아. 내쉬와 피닉스 경기로 입문하신 분들이라면 참 부럽습니다. 그 스릴넘치는 런앤건!!

까만둥하얀콩님/// 죄송합니다. 소문자를 대문자로 수정하다가 두 글자를 지운것 같아요. 지적 감사합니다!!

야베스님/// 어... 벌써 치명적이고 완벽하면, 조만간 완결이겠죠? 저희 아직 70회도 안됐습니다 ㅠ.ㅠ

자이안트님, 여신유리찬양님, 쿤다라님/// 코멘 감사합니다!!

misscherry님/// 실제로도 저 시즌에 헤이우드가 항명했다가 잘 수습되었습니다.

반포아찌님/// ㅎㅎ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잘 달려왔으니 슬슬 시련이...??ㅎㅎ

라피르and진트님/// 참 오죽했으면 한국 팬들이 이봐나무라고...에휴.

-DarkANGEL-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감사합니다~~

천상별리님/// ㅎㅎ 하필 다음경기가 바로 감독이 부재중인 경기네요. 칼라일 감독이 좀 꼰대끼가 있고, 카리스마가 있는 감독이죠.

러프99님/// 미국스포츠가 선수의 파워가 감독보다 센 경우가 많긴 하지만, 칼라일은 구단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었고, 헤이우드도 슈퍼스타가 아니었기에 칼라일이 이기죠 ㅎㅎ. 물론 미국도 저런식으로 하면 선수가치는 말씀처럼 쭉쭉 떨어집니다. 프로답게 실력으로 증명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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