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67화 (67/296)

00067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영재가 그렇게 연휴를 의미있게 보내는 동안, 다른 선수들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고통을 묵묵히 견뎌내며 시즌보다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선수도 있었다.

"크으..."

무릎에 직접 인대 주사를 맞으며 고통을 참아내는 한 선수. 짧게 친 금발의 스포츠머리에 7풋이 넘는 거구. 바로 덕 노비츠키였다.

"노비츠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에요."

의사는 걱정스런 말투로 노비츠키를 만류했지만, 노비츠키는 이를 악물면서도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거칠진 않았지만,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는 그의 의지에 의사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노비츠키의 정확한 부상명은 장경인대염(Iliotibial Tract Infection)이었다. 무릎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발생하며, 격한 운동을 할 때 장경인대(Iiotibial Tract)가 뼈와 마찰이 발생해 통증이 유발되는 병이었다. 다행히도 노비츠키의 장경인대의 경우 파열이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수술 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병행하며 필요할 때 마다 정밀검진을 받기로 했다.

주사를 모두 맞은 노비츠키는 의사의 말에 따라 최대한 무릎을 쓰지 않기 위해 목발을 짚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치료해야 할 것 같아요?"

노비츠키의 말에 의사는 입술을 꾹 다물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존적 치료인 주사 치료와 요양을 지시했구요. 다만, 주사 치료의 목적은 인대의 재생입니다. 즉, 현재 환자분은 인대에 염증과 더불어 약간의 손상도 입은 상태라는 거죠. 마냥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의사는 살짝 한 숨을 내쉬더니 앞에 놓인 물컵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게다가 노비츠키, 당신은 1978년 생이에요. 게다가 7피트가 넘는 거구에요. 무엇보다 운동선수잖아요? 농구선수에게 조금이라도 무리가 가면 곧바로 증세가 나타나는 게 무릎과 발목이에요. 내가 보기엔 적어도 한 달은 쉬면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의사의 말에 노비츠키는 살짝 고심했다.

"노비츠키. 잘 들어요. 별 것 아닌 부상이, 무리하게 되면 선수 생명을 갉아먹을 수 있어요. 특히 당신처럼 거구라면 더더욱. 이건 절대로 허언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이 무슨 결정을 내리든, 나는 사실대로 릭 칼라일에게 소견서를 작성해서 보낼 거에요."

노비츠키는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이내 슬쩍 미소를 짓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어요. 닥터. 아무리 그렇게 말 하더라도 나는 최대한 빨리 뛰어야 해요."

"노비츠키!!"

의사는 벌떡 일어나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주치의로써 점차 노쇠화가 진행되는 팀의 주장을 붙들고 '쉬어라' 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는 의사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만큼은 뜯어말려야 했다.

"바로 다음 주에 경기가 있어요. 맵스는... 2010년과 2011년을 같이 공유하게 될 맵스는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에요. 그런 곳에 내가 빠질 순 없어요."

"빠지라는 게 아니에요! 단지 한 달, 아니 적어도 3주라도 쉬면 증세가!"

"아니요. 나는 칼라일 감독의 말이 있기 전까진 경기에 나설 거에요. 만일 그가 쉬라고 한다면 쉬어야죠. 하지만 쉬는 곳은 벤치일 겁니다."

노비츠키는 의사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의사는 깊은 한숨과 함께 노비츠키의 상태를 감독인 릭 칼라일에게 메일로 보내기 위해 타자기 위에 두 손을 올려놓았다.

노비츠키는 목발을 짚고 나와 자신과 함께 동행해 준 선수의 차에 올라타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별로래?"

"아냐. 그냥 그렇다고 하더라고. 한 2주쯤 쉬라고 했어."

옆에 앉아있던 선수는 다름아닌 스티브 내쉬. 23일 피닉스 홈에서 열린 경기가 끝나고 25일 까지 이틀 간의 짧은 휴식이었지만 내쉬는 노비츠키의 부상에 달려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이다.

얼핏 보면 영화배우 벤 스틸러(Ben Stiller)와 똑 닮은 듯 생겼지만, 농구선수의 기준으로 특출날 것 없는 평범한 몸으로 엄청난 패스, 드리블, 게다가 최고 수준의 슈팅까지 쏘아올리는 스티브 내쉬는 이미 피닉스의 전설적인 포인트가드였다. 04-05시즌과 05-06시즌에 2년연속 백투백 MVP를 포인트가드로써 따낸 바 있다.

오죽했으면 전생의 영재가 샌안토니오 소속 선수였을 당시 마크 큐반이 "내가 댈러스의 구단주로써 가장 큰 실수를 한 두번째는 스티브 내쉬를 잡지 않은 것이다." 라고 할 정도였다. 노비츠키와 내쉬는 4년의 나이차이를 초월한 친구로써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그럼 맛있는 거 먹고, 푹 쉬어야 겠네."

"음, 그렇지. 그래야 경기에 뛸 수 있으니."

둘은 그렇게 무덤덤하게 이야기 하고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10여분을 운전만 하던 스티브 내쉬는 바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비츠키에게 슬쩍 운을 떼었다.

"좋나 봐?"

"음. 좋아."

노비츠키의 대꾸에 내쉬도 더 이상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한 것도 몇 년만인지."

같은 시각, 또 다른 댈러스의 멤버는 어떤 곳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너무하는 거 아닌가요?!"

릭 칼라일 감독의 집무실은 때 아닌 소란에 난리도 아니었다. 면담을 요청한 선수는 다름아닌 브랜든 헤이우드. 그는 현재 자신의 상황에 굉장한 불만이 있는 듯, 칼라일 감독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분명히 오프시즌에 재계약을 할 때 주전으로 기용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

"그래서 장기계약을 맺은 거 아닌가요?!"

칼라일은 침착했다.

"분명히 장기계약을 맺었지. 6년 동안 매년 평균 9m(900만달러=약 99억) 정도 자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네."

브랜든 헤이우드는 조목조목,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는 칼라일을 보며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프리시즌 인터뷰에서도 주전은 저라고 하셨죠?!"

"그때는 그랬지."

칼라일 감독은 자리에서 슥- 일어나더니 브랜든 헤이우드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여기는 프로야. 브랜든 헤이우드. 언제까지 자네를 감싸고 있을거라 생각했나?"

"무, 뭐라고!!"

"냉정하게 말해주지. 자네가 했던 플레이와 챈들러의 플레이를 비교해 보고, 감독으로써 판단을 해 봤지만 어떤 면에서도 자네가 뛰어난 부분은 없었어. 실력도, 인성도 모든 것이 말이지. 자네는 프리시즌에 몸상태도 엉망이었어. 오죽하면 팬들의 반응이 '이미 챈들러가 주전이네'라는 식이었지. 그래서 그걸 진화하기 위해 직접 자네가 주전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어. 그러나 프리시즌에서 자네는 내 기대를 처참히 저버렸지."

브랜든 헤이우드는 울그락 불그락 한 표정으로 이젠 씩씩 거리며 숨을 들이쉬다 내쉬다를 반복할 뿐이었다. 칼라일 감독도 답답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자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 생각하고, 자네의 부진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챈들러와 비슷한 시간을 자네에게 주었어. 20여분을 뛰면서 자네가 올린 성적이 어떻게 되는지 아나? 4.7득점에 5.4 리바운드, 스틸, 블락, 어시스트는 0.5도 되지 않으니 논외로 치고. 턴오버는 무려 1이 넘어.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알겠나? 자네는 경기에 투입되면 챈들러의 반 정도 밖에 안되는 경기를 보여준단 말이지. 자네보다 못한 주전 센터는 플옵권 팀에서 찾기 힘들거야. 감독으로써 자네를 주전으로 써야만 하는 건가?"

"당신은 약속도 지키지 않는 겁쟁이인가! 잠깐의 슬럼프라고, 조금만 감을 찾으면..."

칼라일은 냉소적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겁쟁일세. 나는 겁쟁이야. 이제 좀 속이 시원한가?"

"이익!!"

"잠깐의 슬럼프? 이미 28경기가 치뤄졌어. 그 간 자네는 무슨 노력을 했는가? 타이슨 챈들러처럼 동료들과 친해지고, 경기를 뛰어 지친 와중에도 팀원을 독려하고 사기를 올려주고. 심지어 나에게 직접 찾아와서 팀 전술을 한시라도 빨리 이해하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찾아와 배우려고 했어. 그 결과, 챈들러는 이제 막 이적했음에도 반년간 호흡을 맞춰본 자네보다 더 팀원들과 잘 맞고 있지. 헤이우드, 자네는 이런 노력을 했으면서 당당한 건가? 말 해 보게. 무슨 노력을 했는지. 어서?"

칼라일의 논리정연한 반박에 헤이우드는 부글부글 끓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심지어 칼라일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를 치는 헤이우드. 밖에 있던 사람들은 사단이 나겠구나 싶어 황급히 집무실로 들어왔지만, 칼라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손을 뻗어 사람들을 제지했다.

"자네야 말로 겁쟁이군. 나사가 풀리면 소리치고 주먹질을 하는 게 다인가?"

"크윽!"

헤이우드는 멱살을 잡은 두 손을 부르르 떨었지만 결국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한 채 손을 놔 버렸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던 것으로 알겠네.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단 하나야. 맵스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면 자네가 주장한 잠깐의 슬럼프를 빨리 벗어나도록 본인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거야."

"......"

칼라일은 구겨진 와이셔츠 카라를 탁- 잡아 당기며 빳빳하게 만들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헤이우드의 눈을 응시했다. 분노, 그리고 분노, 마지막으로도 분노. 그 속에는 일말의 깨우침도 없는 순수한 분노였다.

"나가 보게."

하지만 칼라일 감독은 더 이상 헤이우드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헤이우드도 프로라면 프로의 자세로 농구를 임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프로로써가 아닌, 그저 돈을 벌고 자신의 위치에서 안주한다면 칼라일에겐 더 이상 헤이우드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그를 계속 기용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괜찮은가요?"

댈러스 관계자들은 헤이우드가 씩씩대며 나가버리자, 칼라일 감독에게 다가와 괜찮은 지 살폈다. 칼라일은 아주 옅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사람들을 다독여 주었다.

"어제도 서로 고성이 오갔잖아요. 드숀 스티븐슨과 면담하던 중에..."

칼라일 감독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혈기왕성 해서 그런거야."

"하지만, 감독에게 그런 식으로 항명하는 건..."

"어쩔 수 없지. 본인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거야. 더욱 잘 할 수 있는데, 지금의 나도 충분히 잘 뛸 수 있는데. 단지 잠깐의 슬럼프일 뿐인데... 수 많은 가정과 변명으로 자신을 감싸고 있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거야. 조금만, 조금만 그 세계를 벗어나 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인데 말이지."

칼라일 감독의 속깊은 이야기에 관계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댈러스 매버릭스의 연휴는 각기 너무나 다르게 끝이 나고 있었다. 주전급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고, 에고가 강한 선수들이 많은 팀을 이끌다 보면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트러블들이었다.

쳬셔피크 에너지 아레나(Chesapeake Energy Arena). 오클라호마 주

일주일 남짓의 휴일이 끝나고 댈러스 매버릭스의 선수들은 오클라호마 시티에 위치한 쳬셔피크 에너지 아레나 인근의 호텔에 도착하여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오우~ 유명인!"

영재를 향해 가장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한 것은 역시나 타이슨 챈들러였다. 챈들러 역시 기사를 접한 모양인지 영재에게 '으어어억- 워커어-' 라며 좀비 흉내를 내며 영재에게 다가왔다.

"징그러워요- 챈들러. 그리고 워커는 으어억이 아니고 으커어얽- 이런 느낌이라고요."

"그게 그거지. 어떻게 하다가 알게 된 거야? 정말 신기하던데."

"기사 읽었다면서요? 그럼 다 알죠."

챈들러는 그래도 사람 일이 참 신기해서 그렇지. 라며 영재와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노비츠키도 '워킹데드 재미있나?' 라며 슬쩍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에이, 안 보는게 좋죠? 나이도 생각하셔야지."

능글맞게 농담을 하는 타이슨 챈들러를 보며 노비츠키는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표정을 짓다가 챈들러의 뒤통수를 스냅을 주어 탁! 하고 후려쳤다. 아프지는 않겠지만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자 영재와 노비츠키는 큭큭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오! 신입 앞에서 뒤통수는 너무하잖아!"

"젊은 사람한테 늙었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손이 미끄러졌어."

그렇게 세 사람은 벤치에 앉아 잠시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더니 자연스럽게 호텔 옆에 있는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정 경기든 홈 경기든 세 사람은 항상 습관처럼 서로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는 경기 전에 몸을 풀고 연습을 하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휴, 드디어 졸업시험 1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2차는 2학기니 좀 뒤의 일이고... 덕분에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젠 답안이 교수님의 마음에 들길 바랄 뿐이네요 ㅎㅎ

@휴스턴과 클리퍼스간에 역대급 경기가 있었더군요. 라이브로 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클리퍼스 팬분들께는 심심한 위로를, 휴스턴 팬분들께는 축하를 전합니다.

@실제로 브랜든 헤이우드는 릭 칼라일과 시즌 중에 크게 싸웠습니다. 챈들러에게 주전을 뺏긴 탓인데, 결국은 구단이 칼라일의 편을 들어주고, 헤이우드 입장에서도 명분이 약해 항복했습니다. 칼라일이 재계약시 주전보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챈들러와 실력차이가 심했죠. 드숀 스티븐슨은 애초에 계약 마지막해고, 전년도에도 비중이 적어서 헤이우드보다는 감정이 덜 격했죠. 애초에 영재가 아니었다면 드숀이 스타팅이었을테니, 다툼이 없었겠지만요. 이게 로스터 구성할 때 명성이 높은 선수들이 많으면 이런 문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소심찌질열등남님/// 1코 축하드립니다^^

찬란한유산님/// 후훗, 과연 어떨가요

huhcafe님, 여신유리찬양님, 라피르and진트님///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습니다 ㅎㅎ

파이넨시아님, misscherry님, 오마리온님, 쿤다라님///항상 코멘 감사합니다!!

야베스님, 무자비한해적님/// 조쉬가 터지는 날이 하필 그날이었네요.

천상별리님/// 쿠폰 감사합니다!! 항상 성원에 감사드려요

Ithilien님/// 비슷합니다만, 식스맨은 벤치 선수를 가리키므로 테리가 지노빌리의 역할과 더 비슷합니다. 돌파형 가드 수비, 키드가 없을 때 리딩. 이 두가지가 칼라일이 영재를 사용하는 '키' 입니다. 출전시간상으로는 영재가 식스맨 같지만 말이죠 ㅎㅎ

가한可汗님/// ㅎㅎ 전개는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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