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66화 (66/296)

00066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각종 물건을 파는 백화점을 둘러보면 자신의 취미로 할 만한 것을 찾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백화점을 둘러본 지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으아... 지겨워."

영재는 이래서 아이쇼핑을 오래하는 여자와 만나면 엄청 피곤하구나 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한 시간을 넘게 돌아다녔음에도 별다른 수확이 없자, 지겨워진 영재는 어쨌든 남은 곳을 둘러봐야한다고 마음먹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질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영재는 좋은 냄새에 이끌려 버렸다. 마침 밥을 먹을 시간이지 라고 빠르게 자기 합리화를 한 영재는 메뉴판을 받아 그리 비싸지 않은 야채가 곁들여진 목살구이와 파스타 세트를 주문했다.

"음!!"

영재는 지친 상태에서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입맛이 확 도는게 기운이 생기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음식을 먹던 중 영재는 퍼뜩 좋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요리 재미있지 않을까?"

바쁜 시즌 중에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가 많지 않지만, 비시즌 기간에는 혼자서 밥을 차려 먹어야 했다. 바쁜 시즌 중에도 집에서 밥 한번 차려먹기 어려워서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영재는 실용적인 취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랜 미국 생활로 입맛은 어느정도 서구화 되었지만 문득 생각나는 한국적인 맛이 떠오를 때면 참 곤란한 경우도 있었던 영재. 그런 영재에게 요리는 참 괜찮은 취미가 될 것 같았다.

"음. 좋아좋아."

영재는 음식을 다 먹자마자 의욕적으로 도구와 서적을 골랐다. 초보용으로 굳이 엄청나게 비싼 도구를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영재는 성격대로 심플한 T사의 주방용품 세트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요리에 문외한이었던 영재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셰프 제이미 올버린의 레시피 책을 구입했다. 잠시 카페에 앉아서 책을 보던 영재는 휴일동안 만들어 먹을 끼니 수에 맞게 레시피 재료 목록을 추리고는 양 손 가득 장을 봤다.

"요리 잘 하는 남자가 되 보겠어!"

영재는 SUV를 몰면서, 부푼 꿈에 가득찼다.

"우와, 깔끔해서 좋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도심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주택가는 꽤나 조용하고 한산했다. 멜리는 주택가에 있는 집 중에서 아담하고 깔끔해 보이는 집 앞에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여기가 윤의 집?"

"맞아."

멜리의 차에서 내린 데이비드는 휘둥그레한 눈동자로 영재의 집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우상이 사는 집이라고 하니 더욱 신기했고, 대단해 보인 것이다. 멜리는 데이비드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자~' 라고 말하며 총총걸음으로 영재의 집으로 들어갔다.

"자아, 신발 벗고~"

"응? 신발을 왜 벗어? 누나?"

"한국식이야. 한국에선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집에 들어가거든."

데이비드는 신기하다는 듯, 어색하게 신발을 벗고 맨 발로 영재의 집에 들어갔다. 멜리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우와~"

방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나무 탁자에 올려진 정갈한 음식들이었다. 중앙에 올려진 생크림 케이크를 시작으로 과일 소스로 맛을 낸 신선한 샐러드, 푸짐한 안심과 등심 스테이크, 그리고 4개의 접시에 담긴 파스타는 로제 소스가 담뿍 뿌려져 있었다.

"왔어요? 멜리."

둘이 음식에 감탄하고 있을 때, 뒤늦게 방으로 들어온 영재는 앞치마를 두른 채 두 사람을 맞이해 주었다.

"와, 와! 영재야! 이거 너가 다 한거야?"

"예, 그럼 제가 했죠. 이래뵈도 손재주 좋다니까요?"

실제로 영재는 손재주가 괜찮았다. 무리해서 위험한 칼질은 하지 않아서 약간 다소곳하게 요리를 하는 느낌이었지만 농구선수에게 손은 생명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에 특히 조심했다.

"근데, 못 본 사이에 좀 핼쑥해진 거 같은데... 어디 아파?"

"윤, 어디 아파요?!"

영재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사실 이들이 오기 전 3일간 영재는 엄청난 화장실 폭풍에 수분이 다 빨려나갈 지경이었다. 손재주야 좋았지만 애초에 간을 맞추고 요리를 하는건 또 다른 문제였고, 영재는 그런 의미에서 손재주는 좋았지만 요리는 영 꽝이었다. 글을 통해서 이해한 것과 직접 하는 것엔 차이가 컸고, 역시 제이미 올버린이 아닌 이상에는 그와 똑같은 요리를 만든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영재는 전략을 바꿨다. 자신이 구할 수 있는 제품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말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지지고 볶고는 본인이 다 하지만 소스 종류나 스톡 (재료를 우려내 만든 육수)은 친환경 제품으로 구매해서 쓰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렇게 방향을 바꾸니 더 이상 거추장스럽게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도 확 줄어들고 더 이상 이상한 맛 때문에 화장실을 가는 일도 없어졌다.

"어쨌든 앉아. 그런데 그 사촌형이라는 분은..."

"그러게, 우리보다 먼저 도착할 것 같다고 했는데?"

띵동-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멜리가 이야기를 하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세 사람은 현관으로 나가 누구세요? 라고 말을 했고, 약간 얇지만 쾌활한 목소리의 남자가 "나야!" 라고 대꾸했다.

"오빠!"

"멜리! 오랫만이다!"

170 중반의 키, 평범해 보이는 듯 했지만 멜리보다 많은 나이임에도 귀여운 티가 아직까지 여기저기 남아있는 남자가 유쾌하게 들어와 멜리와 가벼운 허그를 나누었다.

"오... Y13? 반가워요."

"하하, 반갑습니다. 영재 윤입니다."

"미안해요, 사실 그 때는 촬영이 좀 바빠서... 내 말 알죠?"

익살스럽게 웃는 남자를 보던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자 능글맞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요. 그런데 성함이..."

남자는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머쓱한 듯 볼을 슬쩍 긁었다.

"거 봐, 오빠 모를 거라니까?"

"내가 드라마에선 흙투성이니까 이런 맨 얼굴을 몰라볼 수 있지. 하하! 반갑습니다, 스티븐 연 입니다."

영재는 그제서야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느낀 이유를 깨달았다. 영재는 오!! 하는 감탄사를 내 뱉더니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워킹데드에 나오신 글렌?!"

"맞아요 맞아. 글렌이에요! 잘나가는 농구선수인 Y13이 알아봐주니 정말 좋네요!"

2010년 10월 31일 첫 방송되고 12월 5일까지 총 6부작으로 제작된 워킹데드 시즌1. 문명사회가 종결되고, 워커라 칭하는 좀비들의 세상에서 생존해야 하는 일행의 이야기였다. 이는 단순한 생존 뿐 만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도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욕망 등이 뒤엉켜 내면적인 갈등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일한 한국계 배우인 스티븐 연. 드라마 속에서도 글렌에게 '중국인이냐' 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I'm Korean.' 이라고 말하는 글렌은, 스티븐 연과 똑 닮은 캐릭터라며 점차적으로 두터운 팬층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었다.

"와, 이런 유명 배우가 멜리의 사촌 오빠이셨다니... 아! 일단 들어오시죠. 시장하실텐데."

영재는 셋을 방으로 들어오게 하고, 음식을 대접했다. 스티븐은 '와, 이거 다 만든 거에요?' 라면서 Y13의 요리를 먹게 되는 첫 번째 배우라며 즐거워했다. 삼삼한 듯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한 맛이 좋은 영재의 요리를 배불리 먹은 네 사람은 데이비드와 함께 놀아주었다. 데이비드는 '발목 보호대에요!' 라고 선물을 주었고, 영재는 보답으로 자신이 훈련할 때 쓰는 농구공에 사인을 해서 건네주었다. 배불리 먹은 데이비드가 잠에 들자, 셋은 디저트로 남은 케이크와 영재가 타 온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날 때 마다 경기를 챙겨보고 있어요. 정말 대단한 활약이잖아요?"

스티븐의 말에 영재는 머쓱하게 웃으며 쑥쓰러워했다.

"팀에 도움이 되려는 거죠."

"음음, 역시. 기사가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정말 겸손하시네요."

"스티븐은 어디 팬이에요?"

"LA, 캘리포니아 주에 살고 있어서, LA 레이커스의 팬이긴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초대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얻어 먹었는데 댈러스 매버릭스의 팬이 되야죠! 하하!"

"에이, 오빠 사실 NBA도 이제 막 보기 시작해서 그런 거잖아?"

"아, 아니야~ 난 윤영재 선수를 만난다고 했을 때 부터 맵스의 팬이 되려고 마음먹었다구. 내 진심을 그렇게 매도하지 말아주렴."

둘이 티격태격 하면서 이야기 하는 모습에 영재는 재미있는 시트콤을 한 편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용하기만 하던 집에서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소리가 있으니 심심하지가 않았다.

"멜리는 요즘 힘들지 않아요?"

"몇 달 지나니까 할 만 하던데? NBA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추격을 떨쳐내기 위해 눈에 불 나도록 열심히 일 하고 있다구!"

2006년 부터 NBA와 무려 11년 계약을 맺은 아디다스는 농구화 시장의 약 95% 를 차지하고 있는 나이키와 조던의 브랜드인 에어조던을 추격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나이키는 그런 아디다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나이키 판매량이 압도적이지만 미국 시장에 국한한다면 스포츠 의류 분야 1위는 단연 아디다스, 2위가 언더아머였기 때문에 나이키도 방심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오우, 나이키에서 팀장직을 역임하더니 뭔가, 포부가 커졌는데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점원일을 했을 때 멜리는 항상 전화로 '이러다가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면 어쩌지...' 라면서 울상이었는데 말이죠~"

스티븐의 익살스런 말투에 멜리는 얼굴까지 빨개져서는 그게 언제적 일인데 그러냐며 화를 냈다.

"그나저나, 이런 대접을 받았으면 저도 대접을 한 번 해 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데이비드랑 멜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보답을 해 주고 싶었거든요, 정말 신경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스티븐은 그래도 그건 예의가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자신의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아마 시즌 2가 내년 상반기 부터 촬영을 시작할 거에요. NBA의 시즌이 모두 종료된 후에, 한 번 촬영장으로 찾아와 주세요. 보여드리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윤영재 선수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선사해 주고 싶어요."

"저야, 감사하죠. 정말로 기대되네요. 연락 주시면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짧았지만 즐거웠던 세 사람과의 만남은 끝이 났다. 영재는 잠 든 데이비드를 직접 업어서 차에 데려다 주었고, 멜리와 스티븐과 함께 사진을 찍고, 티셔츠와 모자에 사인을 해서 선물을 주었다.

"다음에 또 봐~"

"그래! 다음에 보자고!"

"그럼요. 다음에 또 뵈요!"

어느덧 말을 놓은 세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고, 다음 날 각종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다.

[워킹데드의 글렌과 댈러스의 Y13, 훈훈한 사진 인증!]

한국계 배우로, 워킹데드 시즌 1에서 '글렌' 의 배역을 맡은 스티븐 연이 본인의 SNS에 한 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그 사진에는 스티븐 연을 포함해 프로젝트 런웨이 시즌8에서 파이널 3에 등극, 현재 나이키 스포츠웨어 디자이너 팀장으로 일 하고 있는 멜리 연과 함께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는 윤영재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스티븐 연은 SNS에 '새로이 만난 인연, Y13' 이란 글과 함께 여러가지 음식 사진을 게시했다. 실제로 그 음식들은 스티븐 연과 멜리 연을 초대한 윤영재가 직접 만들어 준 음식이라고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농구 실력 뿐 만 아니라 요리 실력까지 입증된 윤영재는 현재 크리스마스 전후로 짧은 휴식기를 취하고 있다.

그는 댈러스 매버릭스가 치른 28경기에 모두 참가하여 올 시즌 루키들 중에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지만 같은 신인인 블레이크 그리핀의 괴물같은 성적에 신인왕 경쟁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중략)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시그니처의 동생 입니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1주일 가량의 휴식기를 묘사하고 싶었는데, 재미있으시다면 좋겠습니다.

@멜리의 사촌 오빠는 스티븐 연... 네. 맞습니다 크흑. 날카롭게 예측을 하시니 가끔씩 움찔거릴 때도 있네요.

@실제로 아디다스는 11년의 장기계약 후 더 이상 NBA 와 계약을 맺지 않습니다. 이유는 나이키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64편 코멘트-

magara님 / 어머, 집중하면서 보신다면 팀 시그니쳐는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마리온, -DarkANGL-, 여신유리찬양, 파이넨시ㅏ쿤다라, 찬란한유산, 지안 님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계셔 주다니 든든합니다!

dydqlsl님 / 하지만 이 시즌은 만장일치 신인왕 블레이크 그리핀이 있다는 게;; 정말 공부하면 할 수록 NBA는 괴물들만 모여있는 천외천인 것 같습니다.

야베스님 / 결국 클블에게 무릎을 꿇었죠. 파우 가솔의 부상이 크리티컬이었던 것 같습니다;

misscherry님 / 저도 쓸 때 들썩거리며 씁니다. 그래야 흥도 나고 현실감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라피르and진트님 / 농구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죠! ㅋㅋ

천상별리님 / 누군가의 활약보단 유타 재즈의 제리 슬로언 감독과의 불화설이 조명되었습니다 ㅠ

안티(anti), 시크병장님 / 아닙니다! 시그니쳐는 1일 1연재 원칙을 최대한 준수합니다!

65편 코멘트-

퓨로타 님 / 유타의 엄청난 빅맨진인 고베어와 페이버스, 그리고 스코어링 머신 고든 헤이우드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하지만 그에 비해 엑섬과 후드는 조금 더 발전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엑섬, 후드만 좀 더 큰다면 정말 무서운 젊은 팀이 될 것 같아요.

론즈하트팀 / 크리스 폴의 부상부터 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저도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면 항상 지더라구요. 응원팀을 위해 경기를 안 봅니다! ㅋㅋ

여신유리찬양, 천상별리, 파이넨시아, 라피르and진트, 쿤다라, 오마리온,abcd가나다라, 찬란한유산 님 /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 글을 읽으시는 동안은 스트레스도 푸시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whomi님 /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연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부족한 첫 글임에도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해 주시니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ㅠㅠ 완결까지 쭉 달리면서 읽으시는 분들께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러프99님 / 보브아 ㅠㅠ 보브아아아아!!! 설마 그렇게 될 운명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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