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4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유타의 초반 공격은 완전히 말리고 말았다. AK47로 불리던 안드레이 키릴렌코는 급격한 컨디션 저하로 인해 오늘 경기에서는 민폐덩어리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이미 턴오버를 2개나 저지르고 있었다. 그나마 기복 없이 꾸준한 플레이를 펼치는 폴 밀샙과, 영재의 영리한 수비에 고전하고 있는 데론 윌리엄스가 2:2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내고, 알 제퍼슨마저도 타이슨 챈들러를 단단한 수비에 막혀 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1쿼터 9분여에 교체되어 코트에 나선 댈러스 벤치 선수들도 컨디션이 괜찮았다. 특히 간혹가다가 보여주는 바레아의 위협적인 돌파가 연거푸 성공하고, 공을 오래 끌지만 않으면 스팟업으로 외곽에서 쏠쏠히 점수를 적립하는 제이슨 테리, 타이슨 챈들러에게 밀리긴 했지만 아직까진 주전 경쟁을 계속 펼치고 있는 브랜든 헤이우드 역시 수비에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2쿼터, 2쿼터 댈러스는 조금씩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쿼터 3분여가 지날 때 까지만 해도 14 대 29라는, 무려 15점 차이의 경기였으나 칼라일 감독이 주전과 후보를 적절히 섞어서 경기를 내보내자마자 삐걱대기 시작했다.
[아! 제이슨 테리와 드숀 스티븐슨의 턴오버가 너무 많습니다!]
[또 다시 키드의 패스를 흘리는 드숀 스티븐슨! 데론 윌리엄스가 스틸을 하고 속공을 펼칩니다, 드숀 스티븐슨 뒤늦게 따라가지만 데론 윌리엄스의 스피드가 만만치 않습니다!]
"디펜스!"
"뒤에 알 제퍼슨이 달려가고 있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던 챈들러와 영재는 갑자기 추격을 당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선수들이 경기 중에 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소리쳐 주었다. 칼라일 감독 역시 답답한 듯,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와이셔츠의 맨 윗 단추를 풀고는 목을 두르고 있는 넥타이를 슬쩍 풀었다.
하지만 2만 이상의 유타 팬이 들어찬 곳에서 그런 외침이 잘 들릴 리 없었고, 드숀 스티븐슨은 결국 뒤따라 오는 알 제퍼슨을 인식하지 못한 채 데론 윌리엄스를 따라 잡았다는 거에 온 정신이 팔려버렸다.
훅-
드디어 잡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데론 윌리엄스는 높이 공을 띄워 림으로 향하게 했고, 그 공은 허공으로 솟구친 알 제퍼슨이 괴물처럼 림으로 내리꽂아 버렸다.
우와아아아!!!
[데론 윌리엄스 to 알 제퍼슨!! 기가막힌 앨리웁 투 핸더 정확-!! 합니다!]
[아, 댈러스의 기세가 점점 유타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1분 24초 동안 무려 8-0 런
을 당하는 댈러스! 작전 타임을 부를 수 밖에 없죠!]
칼라일 감독은 2쿼터 초반의 점수와 지금의 점수를 보며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선수들의 슈팅감각이 좋았고, 수비로테이션도 잘 돌아가면서 원정경기임에도 14 대 29, 무려 15점 차이나 나던 점수가 5분여 만에 27 대 33, 단 6점 차이로 줄어버린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턴오버를 너무 많이 하고 있어! 이해를 할 수 없을 지경이야!"
칼라일은 최대한 욱한 감정을 숨기려 했지만 말투에 배어나오는 아쉬움과 답답함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5분 전의 제리 슬로언 유타 재즈 감독이 바로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었던 칼라일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스리더니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키드의 패스를 전혀 받질 못하고 있어! 테리! 일단은 좀 쉬는 게 좋겠어. 그리고 스티븐슨! 팀 플레이가 전혀 되질 않고 있고, 개인적인 드리블과 슈팅이 너무 많아! 브랜든 헤이우드, 자네도 마찬가지야! 처음 투입되었을 때만 해도 잘 막아주더니 왜 갑자기 허술한 수비를 하는거지!"
드숀 스티븐슨과 브랜든 헤이우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칼라일 감독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만 살짝 까딱이고는 계속 이온음료를 마셨다. 칼라일은 경기 중이기 때문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둘이 느끼고 있을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칼라일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머지않아 터질 것이다. 그것이 항명이든, 정중한 면담이든 어떤 형태로든 터질 것이 예견 될 일이었고, 그것이 바로 프로의 세계였다. 그리고 팀 내의 잡음을 없애고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 바로 감독의 일이고, 감독의 역량이라는 것을 칼라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윤, 그리고 버틀러! 자네 둘이 테리와 스티븐슨 대신 출전하는 거야! 그리고 챈들러! 헤이우드랑 교체로 나갈 준비를 하게! 작전은 초반과 동일하다! 꾸준히 빅맨과 가드가 한 명씩 짝지어서 2:2게임을 시도해! 그리고 계속 움직여서 공간을 만들어! 그리고 윤! 자네는 윙과 사이드를 왔다갔다하면서 틈을 잡아서 돌파하도록 해! 마일스와 헤이우드는 수비에 능한 선수가 아니야. 챈들러를 계속 불러서 스크린을 요청해서 공간을 만들어!"
영재는 자신에게 내려온 지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칼라일은 어느덧 영재를 사용하는 것에 능숙해 져 있었고, 영재도 칼라일의 지시가 내려오면 자연스럽게 소화를 해 낼 수 있었다. 칼라일은 영재를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키를 교체 타이밍과 매치업으로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영재는 코트 위 활동량이 팀내 1위일 정도로 공을 가진 상태는 물론이고,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도 엄청나게 움직여준다. 게다가 팀 사정상 상대 가드 에이스를 전담마크하면서 공격에서도 가장 많이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베테랑인 키드와 테리의 출전시간도 보장해 주어야했고, 다른 백업 선수들이 감을 잃지 않도록 적당한 출전시간을 주어야 했다.
게다가 상대 라인업에 맞추어 영재를 잘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칼라일은 철저하게 영재의 출전 시간과 교체 타이밍을 조절해 주었고, 영재는 그 배려에 보답하듯 코트 위에 나오면 높은 효율성으로 보답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박! 자네가 노비츠키 대신 들어가도록. 포스트에서 부비적대지 말고 외곽에서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도록 해. 리바운드나 수비적으로 버거울 수 있는 건 충분히 알고 있으니, 수비에서 모자란 부분을 공격에서 메꿔주면 되는거야! 자자,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경기 초반의 기세를 다시 가져오면 된다! 상대의 기를 살려주지 말고 실력으로 짓누르고 오는 거야!!"
선수들은 칼라일의 격려에 엇! 하는 기합을 내며 코트 위로 올라갔다.
[다시금 몇 명의 주전 멤버를 투입하는 릭 칼라일 감독입니다!]
[아무래도 점수 차이가 컸기 때문에 후보들을 대거 기용한 실험적인 라인업을 돌려보려 했죠. 이 라인업이 실패은 일단 실패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8-0 런을 포함해 리드를 다 따라잡힐 정도라면 다시금 주전을 투입해 상대방의 기세를 누그러트릴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슈팅 감각이 좋은 캐런 버틀러, 윤영재를 투입하고 여지껏 한 번도 못 쉰 노비츠키 대신 3점 전문 포워드 스티브 노박이 투입되었습니다, 타이슨 챈들러 역시 다시 들어왔네요!]
선수들은 키드를 중심으로 다시금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타이슨 챈들러를 제외하면 작정하고 외곽을 노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키드는 챈들러가 탑으로 슬쩍 나와 스크린을 서자마자 두어 스텝 앞으로 전진하고는 곧바로 옆으로 패스를 뿌렸다.
[타이슨 챈들러의 스크린에 제이슨 키드가 잠시 오픈 상태가 되었고 곧바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컷인하는 캐런 버틀러에게 패스가 갑니다! 확실히 오늘 버틀러의 상태가 좋네요. 테리와 스티븐슨이 뛸 때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맞습니다, 거기에다가 챈들러의 스크린처럼 키드를 쫒는 수비수를 제대로 잡아줘야 하는데 오늘 헤이우드의 경우 스크린의 타이밍이나, 위치가 너무 좋지 않았죠! 오늘 경기에서는 주전들의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이네요.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덕 노비츠키만 다시 들어오면 정말 무시무시한 경기력이 나올 것 같은데요?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안 스티브 노박이 뛰는 4번 포지션에서의 득실마진이 어떨지도 관건입니다!]
버틀러는 공을 잡고 돌파했지만, 여의치 않자 점프한 상태에서 맞은 편으로 공을 힘껏 뿌렸다. 공이 없을 때 부지런히 움직이던 영재가 기어코 고든 헤이우드를 떨쳐 내고는 사이드에서 한순간 노마크 찬스가 난 것이다.
[윤영재! 슈팅 찬스에요! 슈팅 올라갑니까?!]
영재는 공을 한 번 퉁기더니 슈팅을 쏠 듯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던 고든 헤이우드는 라자 벨에게 똑같은 페이크를 사용했던 영재를 떠올리더니 달려들지, 아니면 밀착만 해야 할지 한 순간 머뭇거렸다.
"정했으면, 뭐든 해야지."
영재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곧바로 3점 슈팅을 쏘아올리고 내려오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헤이우드가 들었을지 듣지 못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재에겐 별 상관이 없었다. 그저 혼잣말을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이니까.
슉-
[윤영재의 3점! 정확-! 합니다!]
고든 헤이우드는 분한 듯 이를 뿌득-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머뭇거린 것은 자신의 실책이었으니 그 다음부터라도 제대로 마크하고, 머뭇대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그래, 머뭇대지 마.'
영재는 헤이우드가 제발 그러길 바라고 있었다. 무언가 하나를 정하고 온다면 영재로써도 그 의중만 파악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3점 한 방으로 추격에 불을 붙이던 유타에게 찬물을 끼얹은 영재는 수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정확히 말하면 영재를 포함한 댈러스의 팀 디펜스가 기가 막히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C.J 마일스! 돌파가 여의치 않자 곧바로 고든 헤이우드에게 패스합니다! 외곽에서 공간을 창출하려던 고든 헤이우드, 하지만 윤영재를 뚫기에 헤이우드는 역부족이네요!]
유타 재즈의 에이스 데론 윌리엄스가 왜 영재에게 고전을 했는지 헤이우드는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자신과 같은 연도의 드래프트 출신이며, 자신보다 한참 아래라고 여겨졌던 루키에게 이렇게 막히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큿!"
헤이우드는 자신이 영재보다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비비고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영재는 능숙하게 힘으로 맞상대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헤이우드가 돌파하기 힘든 방향으로 밀려주었다. 그리고 그 근처는 더블팀이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위치였다.
[자아! 윤영재의 엄청난 대인마크 이후 제이슨 키드가 더블팀을 들어갑니다!]
[아아! 고립되었습니다! C.J 마일스가 재빨리 달려와 헤이우드의 공을 받으려 하지만 이미 늦었죠! 제이슨 키드의 기가막힌 스틸입니다!]
갑작스런 더블팀이 들어오자 헤이우드는 당황해서 허둥지둥 거렸고, 영재가 사이드스텝으로 C.J 마일스의 접근을 방해하는 틈을 타서 제이슨 키드의 노련한 스틸이 나왔다. 영재와 버틀러, 노박은 곧바로 림을 향해 뛰기 시작했고, 키드는 그 중에서 패스할 공간이 열려 있는 영재에게 힘껏 롱패스를 찔러 주었다. 영재는 그 패스를 받자마자 자신을 따라 달려온 C.J 마일스를 눈치채곤 좌측 윙에 도착한 노박에게 공을 받자마자 탭 패스(Tap Pass)를 뿌려주었다.
[윤영재의 엄청난 탭 패스!]
[지난 시카고 불스 전에서도 나온 윤영재의 엄청난 탭패스를 연상시킵니다! 키드의 롱패스를 오른손으로 잡자마자 그대로 뿌려버리는 경이로운 패스는 마치 레이져를 연상시킵니다! 스티브 노박, 노마크에요!]
슉-
[스티브 노박 정확-!! 합니다! 순식간에 6점을 다시 달아나는 댈러스 매버릭스!]
영재는 지난 워크아웃 이후 오랫만에 다시 맞추는 노박과의 호흡에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노박 역시 그랬는지 영재에게 '헤이- 루키! 나이스 패스!' 라며 손을 내밀었고, 영재는 그 손을 가볍게 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휴, 시험 준비로 정신이 없네요. 학교는 축제한다고 난리인데 ㅎㅎ;; 대학생 분들은 즐거운 축제기간 잘 즐기시길 바래요. 직장인 분들은 25일의 연휴를 생각하며 힘내시길.혹시나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휴재 아닙니다. 계속 일일연재갑니다!!!
@르브론과 하든이 펑 터지면서 클블과 휴스턴이 승리했네요. 시카고는 깁슨마저 저래가지고는 힘들어 보입니다. 휴스턴은 웬일로 괜찮은 경기력이네요.
※탭 패스(Tap Pass) : 공중에 있는 볼을 가볍게 쳐서 보내는 패스.
찬란한유산님/// 첫 코멘 감사합니다!!
난돠김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ㅎㅎ. 며칠간은 저희가 시험준비로 바쁩니다. 다음 주에 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커요커요님/// 워싱턴 로스터 구성상 존 월이 빠지면 폼이 떨어진 라몬 세션스 한명만이 리딩이 가능하죠. 주전인 빌, 피어스, 백업인 버틀러 포터 다들 리딩안되는 선수들... 빅맨과 2:2게임을 할 선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월 없는 워싱턴은 하든없는 휴스턴과 다를게 없다고 봐요
안티(anti)님, 쿤다라님, 천상별리님/// 코멘 감사합니다!!
러프99님/// ㅎㅎ 시즌 말까지 지켜봐주세요
라피르and진트님/// 당시 키드가 빠른 가드들한테 많이 고생했죠 ㅎㅎ. 드숀 스티븐슨이 잘 막아줘서 수비로도 최상위권이었지만, 출전시간 자체가 적어서;;;
동화와현실님/// ㅎㅎ 의견 감사합니다
misscherry님, -DarkANGEL-님, zigichacha님, 파이넨시아님/// 코멘 항상 감사합니다!!
야베스님/// 좀 유니크한 편이지요. 식스맨상 시절의 지노빌리, 포가볼때의 코비나 웨이드를 생각하시면 제일 비슷할 겁니다. 코비나 웨이드가 팀 로스터상 포가가 어시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선수들이 선패스 마인드로 경기 풀면 10어시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주인공은 어시스트가 많은거지, 리딩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오마리온님, huhcafe님/// 코멘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