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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13-61화 (61/296)

00061  외전 - 할로윈 데이  =========================================================================

본편의 시카고 불스전은 11월 19일입니다. 즉 본편보다 3주일 전의 시점입니다.

2010년 10월 31일.

LA 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102 대 81 로 깔끔하게 이긴 댈러스 매버릭스.

자칫 멤피스 전 이후 연패를 이어갈 수 있었던 상황을 잘 마무리한 댈러스는 이 후 벌어질 덴버와의 2연전을 좀 더 기분좋게 맞이할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영재는 12분 남짓 짧은 시간을 뛰며 8득점 3어시스트 3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하며 시간 대비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며 LA 클리퍼스의 벤치를 폭격했다.

LA 클리퍼스의 중고신인이자,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블레이크 그리핀과, 1픽이며 데릭 로즈와 비교되는 존 월, 이 두 명에게는 아직까지 비견되기 힘든 활약이었지만, 개막전인 샬럿 전부터 꾸준히 기용되며 언론과 팬, 그리고 NBA 관계자들의 시선은 조금씩 영재에게 쏠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위 두 명은 출전시간도 많고 플레이 스타일도 꽤나 화려한 편이었다.

가장 이른 시간에 시작한 경기였기에 끝나고도 시간이 많이 남은 편이었다. 낮 12시 30분 경기였기에 경기가 종료되었을 때의 시간은 3시가 채 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격렬했던 경기를 하며 흘린 땀을 말끔히 씻어낸 선수들은 간단히 몸을 씻고 구단이 주최한 할로윈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를 마무리하고, 다들 라커룸에 돌아와 수다를 떨며 짐을 챙기던 선수들은 주장 덕 노비츠키의 부름에 노비츠키의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피곤할텐데, 잠깐만 이야기 좀 들어줘."

선수들은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 거렸고, 노비츠키는 그런 선수들을 슬쩍 둘러보더니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경기로 많이 피곤할 거라 생각해. 하지만, 오늘은 10월 31일 할로윈 데이잖아?"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이 노비츠키의 이야기를 끊지 않았다.

"어린이들에게 뜻깊은 날이 할로윈 데이잖아?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맵스를 응원해 주는 아이들 중에서도 힘든 아이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 그래서, 피곤하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찾아가면서 조금이라도 이 날을 보람차게 보낼 사람 없을까? 물론 강요는 아니야."

이러한 이벤트는 주로 팀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댈러스의 주장 덕 노비츠키는 소문대로 멋진 사람이었다. 팀에서 굳이 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 이벤트이지만, 팬을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주최하는 그의 성품은 거짓이 아니었다.

(실제로 덕 노비츠키는 자선 활동으로 비시즌 기간동안 자선 축구대회나 지역사회에서 여러가지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 끝나고 이벤트 했잖아. 굳이 또 해야해?"

"내가 말했잖아. 절대 강요는 아냐. 오늘 경기로 다들 피곤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정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 뿐이야."

몇몇 선수들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휙 가 버렸다. 그리고 몇몇 선수들은 자신의 자녀들과 선약이 있어서 정말 미안하다며, 약소하게나마 이벤트 비용을 지원해 주고 갔다. 결국 남은 선수는 노비츠키를 포함해서 타이슨 챈들러, 숀 매리언, J.J 바레아, 마지막으로 영재였다.

"고맙다. 그럼 지금부터 어디로 갈지 정하자."

노비츠키의 주도 아래 다섯 명의 선수들은 각자 갈 곳을 정해 전화를 걸고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병원과 고아원, 그리고 빈민가를 집중적으로 들르기로 했고 영재는 그 중에서 경영이 어려운 소아병원에 가기로 정해졌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큐반과 감독 릭 칼라일, 코치 드웨인 케이시와 테리 스토츠 역시 달려와서 뜻 깊은 행사에 같이 참여하기로 하였다. 큐반 구단주는 기부금을 따로 조달하여 각 선수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감독과 코치들 역시 삼삼오오 모아서 기부금을 전달해 주었다.

"자, 마지막으로 복장인가??"

잠시 밖에 나갔다 온다며 사라졌던 바레아는 익살스런 웃음을 짓더니 뒤편에 숨겨놨던 꾸러미를 풀어 바닥에 우르르 쏟아냈다. 잭 오 랜턴 가면부터 시작해서 동물 옷, 마녀 옷, 좀비 옷, 헐크 옷 등등... 우스꽝스러운 옷이란 옷은 잔뜩 깔아놓은 바레아는 그 중에서 재빨리 아이언 맨 슈트 복장을 집어들었다.

"그나마 제일 나은 거 집는 거 봐."

"에이, 내가 준비한 거니까 이 정도는 봐 달라고."

바레아는 혹시나 자기가 입겠다고 하는 사람이 생길까 봐 후다닥 슈트 복장을 입은 뒤 가면을 푹 눌러썼다.

"흐음."

노비츠키와 타이슨 챈들러는 워낙 큰 키 때문에 복장이 딱히 맞는 것이 없었다. 결국 드라큘라 이빨에 빨간 컬러렌즈를 눈에 끼고, 가지고 있는 양복 위에 검은 망토를 두른 뒤 잭 오 랜턴 가면을 눌러썼다.

숀 매리언은 매트릭스라는 별명답게 헐크 가면과 헐크 옷을 입고는 보디빌더 자세를 취해 보았다. 우오! 하는 소리까지 지르니 영락 없는 숀 헐크라며 낄낄 거리는 세 사람.

"음."

마지막으로 영재. 뭘 해야 하나 싶었던 영재는 무난하게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복장을 입을까 싶었지만, 눈에 띄는 옷이 있어 냉큼 집고는 후다닥 갈아입었다.

"오~ 그린 애로우!"

영재는 녹색과 검은색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가죽 베스트에 검은 가죽바지, 그리고 후드를 걸치고 녹색 활을 든 영락없는 DC 코믹스 그린 애로우로 변신했다.

"자, 모두들 가야 할 곳으로 가자고."

에티 랄스는 심심했다.

엄마도 아빠도 갑자기 어디론가 가 버리고, 티비도 재미가 없었다. 방금 전 까지 티비로 보고 있던 NBA 경기도 끝나 버리니 잠이나 자야 겠다고 침대에 풀썩 누워버렸다.

팟!

그 순간, 병실에 불이 모두 나가 버렸다. 에티 랄스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 했고, 서로 웃고 떠들던 아이들도 깜짝 놀라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팟!

다시 불이 켜 지자, 병실 가운데에는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만화책에서만 봤던 그린 애로우가 우두커니 서 있자 에티 랄스를 포함한 아이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가?"

어색한 말투였지만 아이들은 오늘이 할로윈 데이라는 걸 깨닫고는 와! 소리를 지르며 그린 애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졸지에 아이들에게 덮쳐진 그린 애로우는 버둥버둥 거리다가 아이들을 한 명씩 껴 안아주고는 비행기를 타듯 슈웅-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아이들은 정말로 비행기를 타는 듯, 꺄르르 웃으면서 침대에 도착하면 다시 그린 애로우에게 달려가서 또 다시 비행기를 타는 것을 반복했다.

"그린 애로우! 얼굴을 보고 싶어요!"

비행기를 탄 에티 랄스도 어느덧 또래의 아이들이 되어 그린 애로우에게 칭얼대듯 매달리다가 후드를 뒤로 휙- 젖혔다.

"우, 우, 우와... 우와!!! Y13 이다!!"

단 3경기지만 이미 댈러스 팬 들은 영재의 NCAA 별칭이었던 Y13을 익히 알고 있었다. 아이들도 방금 전 경기를 모두 본 이후라 그린 애로우가 영재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꺄!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자, 잠깐만 얘들아? 잠깐만..."

엄청난 환호와 허그에 정신을 못 차리던 영재는 병실 밖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의 보호자와 간호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아이들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오늘 할로윈 데이인데 못 논 친구들이 있대서 내가 왔어."

영재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말 해 주며 선물을 전달해 주었다. 오는 길에 준비한 친필 편지와 싸인이 들어간 유니폼, 그리고 침대에다가 걸 수 있는 간이식 어린이용 농구대와 농구공을 선물한 영재는 한 명 한 명 손수 농구대를 설치해주며 슈팅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에티 랄스도 그렇게 슈팅을 배웠지만 왠지 침울했다. 눈 앞에서 영재를 만났는데도 뭔가가 신이 나질 않았다.

"윤."

"응?"

"슛을 해도... 어차피 난 못 뛰는 걸요."

영재는 갑작스런 랄스의 혼잣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근 무력증과 비슷한 증세를 겪고 있는 에티 랄스는 지금은 좀 호전이 되었지만 현재까진 특별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다른 곳은 그래도 진행이 더뎌 큰 문제가 없지만 다리 부분이 특히 진행속도가 빨라서 이 대로라면 성인이 되어도 걷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농구는 많이 뛰어야 해. 하지만, 난 믿어. 랄스가 여기서 슈팅 연습을 열심히 하면 나중에 커서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고. 그러니까 나랑 약속하자. 슈팅 연습 열심히 하고 운동 열심히 해서 걷게 되면,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같이 농구 하자."

영재는 약속이라며 랄스의 심장 부근을 쓰다듬어 주었고,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슈팅 연습을 열심히 하고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모두 같이 농구를 하자며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한 명 한 명 성심껏 격려해 주었다.

영재는 그렇게 병실을 돌며 아이들과 깊은 교감도 나누며 할로윈의 밤을 지냈다. 마지막 병실 까지 모두 돈 뒤, 영재는 병원장과 만나 감사의 인사를 받았고, 영재는 그런 인사를 받으려고 한 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이건,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에서 전달하는 기부금입니다."

영재는 기부금을 전달하였고 병원장은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간간히 와서 아이들을 봐달라며 부탁했다.

"걱정 마세요. 저도 아이들과 약속을 했으니까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있을 당시 영재는 구단 주최의 행사나 활동을 제외한 자체적인 봉사 활동이나 사회기여에 시간을 투자한 적이 없었다. 귀찮기나 하고 이런 거 할 시간에 조금 더 놀고, 조금 더 쉬고, 조금 더 공이나 튀기는 게 본인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금 인생을 치열하게 살다보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즐거워 하는 건 정말 오랫만에 보는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영재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 했고, 영재는 그런 보호자들에게 괜찮다며,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사실 수 많은 팬 앞에서 경기를 하고, 제 경기를 봐 주고, 제 플레이에 열광하는 모습도 분명 저에게 소중하지만, 제 경기를 티비로나마 보고, 절 봤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아이들이... 제 플레이를 보고 건강해진다면 그만큼 뿌듯한 일은 드물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아이들과 함께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나온 영재는 다시금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로 돌아왔고, 나머지 선수들도 돌아와서 입었던 옷을 벗었다.

"수고했어."

노비츠키는 같이 행사를 해 준 4명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하지만 4명의 선수들은 모두들 이 행사를 하길 잘 했다는 뿌듯함에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다들 가볍게 한잔하며 같이 식사하고 싶지만, 이제는 할로윈의 마지막은 같이 보낼 사람들이 있을테니 이만 하자고."

"그래. 좋은 하루였어. 다들 잘 들어가."

다섯은 웃는 얼굴로 각자 헤어졌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본편의 시카고 불스전은 11월 19일입니다. 즉 본편보다 3주일 전의 시점입니다.

@실제 2010년 10월 31일은 클리퍼스 원정입니다만, 이 에피소드를 위해 10월 31일 경기를 홈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후 클리퍼스 홈 경기 하나가 원정으로 바뀌겠지요. 그 경기가 서술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코멘 및 후기는 자정에 올리는 62화에 60화 코멘까지 합쳐서 하겠습니다.

@외전으로 표시는 해 놓았지만, 시기가 지난 본편의 일상 파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럼 자정 넘어에 뵈요!! 아마 12시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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