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7 서머리그(Summer League) =========================================================================
무사 세크와 브라이언 버치의 점프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무려 7-4(223cm)의 키를 자랑하는 무사 세크가 가볍게 공을 따 냈다.
케이시 코치와 스토츠 코치는 각기 공/수에서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 선수들에게 설명을 간단하게 해주었고, 댈러스의 선수들은 두 코치의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볼을 소유하고 게임을 조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브아의 몫이었다. 영재가 맵스의 일원이 되기 전 까지만 해도 이번 오프시즌(off season) 댈러스 코칭스태프의 계획은 포인트 가드로써의 보브아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살짝 변화를 준 것은, 슈팅가드로 뽑은 영재가 수준급 리딩이 되기에, 보브아에게 리딩을 전담하다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영재에게 공격권을 넘기도록 해서 공격 전개의 연결고리로 이용하라고 말해 두었다.
보브아를 전담마크 하는 돈타예 드라퍼는 5-11의 단신임에도 보브아의 미친듯한 스피드에 버거워하고 있었다. 탑에서부터 림을 향해 빛처럼 내달리는 보브아를 간신히 뒤쫒아가니, 골밑을 지키고 있던 브라이언 버치가 어쩔 수 없이 보브아를 가로막기 위해 몸을 틀 수밖에 없었다.
보브아는 돌파루트가 막히자 잠시 머뭇거렸다. 찰나의 순간동안 보브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맹렬히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질 않았다. 상대가 너무 빠르게 반응한 탓이었다. 골밑에서 무사 세크가 비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눈 앞의 브라이언 버치 때문에 도무지 패스 길이 보이지 않았다.
"헤이!"
크진 않지만 보브아의 귀를 울리는 목소리. 관중이 많은 경기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방법이었지만, 섬머리그에는 그리 많은 관중이 있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목소리는 보브아에게 충분히 전해졌다. 보브아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어설프지만 괜찮은 패스를 뿌렸다.
어느샌가 골 밑으로 파고 든 영재가 보브아의 패스를 오른손 손바닥으로 턱- 받았다. 하지만 그 옆을 바싹 따라붙는 타이 로슨. 영재는 타이 로슨의 수비 실력과 의지가 신통치 않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오프 더 볼 무브(Off the ball move;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를 뒤늦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다.
쉬이익!!
"?!!"
오른손에 딱 떨어진 보브아의 패스를 단 한 번의 캐치도 없이, 영재는 받자마자 그대로 레이져처럼 공을 날려버렸다. 그 패스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게 골밑에 있던 무사 세크의 양 손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콰아앙!!!
7-4(223cm)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 골대가 휘청일 정도로 엄청난 투 핸드 슬램덩크를 작렬한 무사 세크는 우오오! 소리를 지르며 영재에게 주먹을 맞댔다.
"......"
타이 로슨은 자신이 뭘 봤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 찰나에, 보브아에게 두 명의 수비가 붙은 것을 역이용하여, 당황하는 보브아를 불러 공을 받고... 아니. 받은 것도 아니었다. 공을 건드림과 동시에 무사 세크에게 공을 밀어주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으아, 진짜 저 놈 괴물이네."
보브아는 자칫 턴오버가 될 뻔한 상황을 무마시켜 줄 뿐 아니라, 자신의 돌파 플레이가 더블팀을 유발한 것으로 만들어 준 영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자신보다 영리한 선수라는 걸 새삼 느꼈다.
"후."
영재는 멋진 플레이에도 절대로 경거망동하거나 백코트를 늦추면서 박수를 치고 짜릿한 기분을 만끽하지 않았다. 세크와 주먹을 맞댄 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아군의 코트로 복귀한 영재는 자신과 매치업될 로슨을 노려보며 상체를 낮추었다.
슈팅 감각이 떨어진다고 해도 기교를 섞은 돌파, 빠르고 예측하기 힘든 킬패스, 림 위로 높게 주는 앨리웁 패스, 돌파 후 외곽으로 빼 주는 킥아웃(Kick-Out)패스 등등... 로슨은 수 많은 방법 중 자신이 직접 파고들어 영재를 짓눌러야 겠다는 선택을 했다.
오만한 생각일 수 있지만 로슨은 당연하다 생각했다. 애초에 자신은 여기에서 급이 다른 선수니까. 아직 2년차 신인이라서 경기 감각을 다듬기 위해 섬머리그에 참여해야 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상대는 이번 해 드랩된 루키. 게다가 높은 픽의 재능덩어리도 아니었다.
불규칙한 리듬으로 상체 페이크를 쓴 로슨은 영재가 왼쪽으로 몸이 기울자마자 반대 방향으로 스핀무브를 펼쳤다. 로슨은 씨익 웃으면서 돌던 몸을 억지로 멈추고는 그 반동으로 다시금 반대로 몸을 틀어 돌아 나가려...
퍽!
삐비비빅-
"오펜스 파울! 타이 로슨!"
로슨은 벙찐 표정으로 뒤로 벌러덩 넘어진 영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영재가 왼쪽으로 몸을 기울인 것을 보고 반대로 돌았다. 돌면서 확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스핀무브를 하는 선수의 방향을 그대로 놓아주는 선수는 없다. 그 방향으로 속인 후, 다시 역방향으로 몸을 틀었는데 영재는 오른쪽으로 움직이지도 않은 듯, 그대로 로슨의 어깨를 가슴으로 받아내고는 쓰러진 것이다.
한 마디로 영재는 스핀무브에 속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오펜스 파울을 유도한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내가 애초에 어디로 갈 지 알고 있었다고?!'
영재는 착 가라앉은 차가운 눈빛으로 타이 로슨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너는 안 돼.' 라는 눈빛으로.
"어이구-"
보브아가 양 손을 잡고 일으켜 주자, 손을 잡고 너스레를 떨며 툭툭 털고 일어나는 영재. 보브아는 '노인네 처럼 어구구 거리고 있어?' 라며 농담을 하자 '그럼 어구구 하지 좋다고 일어나겠어? 아픈데.' 라며 툴툴 대는 듯 장난을 쳤다.
타이 로슨의 엄청난 기교 앞에서 영재도 깜빡하면 속아 넘어갈 뻔 했다. 사실 영재도 순간적으로는 당황스러울 만큼 로슨의 돌파는 날카로웠다. 그만큼 타이 로슨은 제대로였고, 실력파였다.
하지만 보브아의 무지막지한 스피드에 적응되어 버린 영재였기에 로슨의 의도를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었다. 게다가 실전을 거치면서 서서히 자신의 수많은 경험이 다시금 몸과 머리에 녹아들과 있었다.
스텝이 눈에 확 들어왔다. 움직이는 무게중심,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이 행동에서 자신의 의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로슨의 경우 완벽하게 스핀무브를 하는 듯 했지만, 보폭이 한 순간 줄어들었다. 특히 마지막 스텝의 경우 몸을 돌아서 상대방을 제치고, 림을 향해 치고 들어가야 하기에 넓고 빠르게 디뎌야 하지만, 로슨의 경우 잔스텝으로 밟아버렸다.
그렇다는 건 페이크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렇기에 영재는 스핀무브에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를 고수한 것이다. 그야말로, 톱클래스를 자랑하는 정도의 판단력과 동체시력, 순간반응속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수비였다.
그 이후로도 로슨은 영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며 영재를 이기기 위해 악을 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영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로슨은 기가 막힌 착각을 하고 있었다. 경기를 이기기 위한 것보다는, 자신이 매치업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라는 최면에 걸려버린 것이다.
'에이스 놀이라도 하려고?'
영재는 왠지 예전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듯 해서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영재는 또 다시 느끼고 있었다. 농구는 팀 플레이라는 것을 말이다. 벤치에서 출전해 한 경기 당 단 5분, 10분, 15분... 한정된 시간 속에서 전생의 영재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전술을 최대한 이해하고 해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슴 속에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주전이 되고 싶다.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건가.
내가 최고가 되고 싶어.
아마, 지금의 로슨도 전생의 영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이 지금 로슨의 플레이에 묻어나고 있는 것일 테다. 영재는 그런 로슨을 차갑게 노려보며 혀를 쯧- 찼다.
'다 헛소리야.'
처음에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했지만, 드래프트되지 못했다. 그리고 D-리그를 거쳐 간신히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정착하면서 자신은 깨달았었다. 농구는 팀 스포츠이며, 자신은 팀의 에이스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면서 마음가짐을 바꾸고,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다. 농구 역시 멘탈리티가 중요하며,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몇 단계 올라설 수 있다.
그러면서 영재는 급속도로 발전했었다. 에이스라고 해도 팀의 일원이며, 에이스가 될 수 없는 선수의 에이스 본능은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지름길이다. 하물며 그 선수가 포인트가드라면 그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생에서도 스티브 피셔 감독의 말을 철썩같이 따랐던 것이다. 자신이 대학생으로 돌아왔을 때, 당시의 자신이라면 충분히 개인플레이로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은 이미 팀 플레이로써 정점에 이른 팀에서 우승을 맛보았었다. 팀으로써 이겨보니 영재는 개인 플레이 보다 하나의 팀을 이끌고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진짜 농구라는 것을 느꼈었다. 에이스라고 해도 매일마다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컨디션이 좋은 동료를 믿고 밀어주는 것 또한 에이스가 할 일인 것이다.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발자국 더 뛴다. 뚫리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고, 작전에 최적화 될 수 있도록 팀원들을 받쳐주고, 팀원들에게 의지한다. 영재는 바로 그 방법을 온 몸으로 배웠고,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이었다.
리딩을 담당하는 보브아는 아직 시야가 좁고, 낮은 BQ(Basketball IQ;농구지능) 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영재는 보브아에게 목소리로 신호를 주거나, 보브아가 자신을 잘 볼 수 있는 시야 내에서 움직였다. 물론 그럴수록 오프 더 볼 무브 상황에서 로슨이나 돈타예 드라퍼가 쫒아오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이 보브아보다 더 나은 리딩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자신과 보브아의 역할을 코치진에서는 따로 주문했었고, 그에 맞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자신은 여기서 아직 루키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상황은 아니다.
"헛!"
킬패스가 아니어도 좋았다. 자신이 슈팅을 쏘아올리지 않아도 좋았다.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등... 자신이 스탯(개인기록)을 쌓지 않아도 좋았다. 그로 인해 폄하당하더라도 상관 없었다.
결국 팀의 승리가 중요하고, 그래야 자신도 승리하는 것이다. 자신이 코트에 있는 동안 팀을 이기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금도 드숀 심스에게 기가 막힌 패스를 뿌려주는 영재를 보며 케이시 코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어시스트를 쌓고 싶었다면 곧바로 무사 세크에게 패스를 몰아줘도 되었지만 영재는 굳이 드숀 심스에게 패스를 뿌렸다.
영재가 몸을 바치듯 현란하게 림어택을 하다가, 브라이언 버치와 타이 로슨이 자신에게 타이트하게 붙으면 그제서야 드숀 심스에게 공을 건넨다. 그렇게 되면 드숀 심스와 무사 세크를 모두 맡아야 하는 상대방의 파워 포워드, 오델로 헌터는 울며 겨자먹기로 공을 가지고 있는 드숀 심스에게 들러붙을 수 밖에 없다.
심스에게 붙으면 심스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무사 세크에게 공을 찔러주면 그만이었다. 스틸만 당하지 않고 정확한 패스만 주더라도 세크의 득점은 그야말로 따 놓은 당상이었다.
이런 식의 플레이가 영재의 손에서 시작되니 득점을 하고, 어시스트를 한 선수들이 죄다 영재에게 와서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주먹을 맞대고, 같이 점프를 하며 등을 맞대고 좋아하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슬슬 영재가 서머리그를 씹어먹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 때 댈러스의 서머리그 팀이 원체 수준이 낮은지라;;; 보브아와 린 외에는....
니앞에꽃미남님, 찬란한유산님 /// 감사합니다!!
낙월희님/// ㅎㅎ 최대한 쉽게 풀어갈게요.
악마의숫자님/// 칭찬 감사합니다^^.
우유동자님/// 맞습니다. 농구가 단체 구기종목에선 가장 피지컬이 중요하죠. 아무래도 신체접촉이 가장 많은 스포츠다보니 어쩔 수 없죠.
dkcnwiicw님/// 저희 설명으로 이해되셨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anwkdk님/// 자세한 것은 스포가 될테니.ㅠ.ㅠ 그리고 편수를 줄이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스포츠 부분은 플룻이 거의 짜여 있고, 그대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dydqlsl님/// 비즐리는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시즌 중간에야 마이매미 히트에 합류했네요. 작년에 비해 올해는 나름 쏠쏠합니다. 그래도 2픽의 기대치엔 못 미치지만요.
마지막 경기에서는 팀내 최다득점인 32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라피르and진트님, 쿤다라님, -DarkANGEL-님///항상 코멘 감사드립니다.
킹덤브라더스님///으음, 미국 국대라. 흥미로운 의견이군요. 감사합니다.
퓨로타님/// 자세한 사항은 스포가 될까봐.ㅎㅎ 군대 문제로 커리어에 지장은 안 가게 할 생각입니다.
AdYang님/// 코멘 감사합니다. 만족스러우셨다니 다행이네요.
...(-1)...님/// ㅎㅎ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기대해주세요.
huhcafe 님///잘 될까요...? 잘되어야겠죠.
얏홍이다님///쿠폰 감사합니다. 저희도 독자님들을 사 사...아니, 좋아합니다ㅋㅋ. 연참은 아쉽게도 저희가 시험기간이네요.ㅠ.ㅠ
그눈건님/// 코멘 감사합니다. 우선 조아라 시스템은 후기 칸과 내용 칸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후기는 아무리 길게 써도 용량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독자 분들의 스크롤이나 우측 하단 페이지에는 포함이 되니 조금 아쉽게 느껴지실 수 있겠네요. 그래도 최대한 일일연재, 14kb 이상의 본편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