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35화 (35/296)

00035  서머리그(Summer League)  =========================================================================

보브아는 어이구- 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는 영재를 보며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자신보다 어린 선수로 알고 있는데 하는 짓은 베테랑 NBA 선수들이 하는 것 처럼 느긋하면서도 태연자약했다. 분명 영재가 자신보다 빠르지 않다는 건 맞상대 한 보브아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쉬이 제칠 수가 없다. 어디로 들어갈 지, 어떤 플레이를 할 지, 언제 공을 드리블 하는 손을 바꿀지, 언제 돌파를 하고 어느 방향으로 치고 들어갈지... 그 모든 것이 낱낱이 읽히는 기분에 보브아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것도 성공적으로 수비한 거 맞습니까?"

영재는 전혀 동요 없이 테리 스토츠에게 질문했다. 오펜스 파울을 이용한 수비도 이번 훈련의 수비 범주에 들어가는지 물어본 영재를 보며 스토츠 코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경기에서도 충분히 이용되는 수비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놀랍군요."

테리 스토츠는 말을 아꼈다. 마음 같아서는 칭찬을 늘어놓고 싶었지만 자신은 코치였다. 여기서 한 명만 건져내고 성장시켜도 충분했지만, 혹시나 모를 다른 선수들의 가능성을 놓치게 될까 우려한 것이다.

이윽고 공수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보브아가 영재를 막는 상황. 영재는 자신보다 작은 6-2(188cm) 정도의 보브아를 보며 조금씩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보브아를 얕잡아 보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훈련만을 하던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를 보브아를 상대하며 확인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서였다.

"?!"

완벽히 정석적인 포즈. 하지만 리듬이 완전한 엇박자였다. 일정한 리듬을 타는 드리블러의 경우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의 영재는 엄청 느긋하고 느리게 공을 퉁기고 있었다.

투웅- 투웅-

보브아는 언제 들어올 지 모르는 영재를 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퉁퉁!

갑자기 두 번을 빠르게 공을 퉁긴 영재는 곧바로 오른쪽으로 몸을 숙인 채 보브아의 몸 속으로 파고들었다.

"흡!!"

보브아는 영재의 움직임을 읽어냈다는 생각에 사이드 스텝을 왼쪽으로 밟고 영재의 진행방향으로 몸을 붙이려 했다.

휘익!

"헉!!"

이번에는 스토츠 역시 감탄을 참지 못하고는 헉!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상대는 로드리고 보브아다. 올 시즌에는 크게 일을 낼 것이라고 기대될 정도로 짧은 시간이지만 NBA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NBA리거.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비미국인 젊은 선수 1위에 뽑힌 슈퍼 루키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하긴 해도, 원체 스피드가 좋아 대인수비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선수가 이제 갓 NBA에 입성하는 루키에게 완전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사이즈의 우위를 앞세운 포스트업이 아닌 기술적으로 패배했다. 오른쪽으로 무게중심을 쏠리게 했던 영재는 특유의 민첩성과 유연함으로 오른다리에 힘을 주어 몸의 진행을 억지로 막고 그 힘을 역이용 해서 코트를 박찼다.

그야말로 상대방을 타고 흐르는 완벽한 역방향 스핀무브. 오른쪽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힘을 역이용해 반시계 방향으로 재빠르게 돌아나간다.

"헛-"

그리곤 기 빠지는 듯한 기합과 함께 가벼운 레이업.

"......"

보브아는 NBA에서나 느낄 법한 무기력함에 저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 있던 독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보브아는 약간 세다 싶을 정도로 영재에게 공을 던졌다. 하지만 영재는 개의치 않는 듯 오른손으로 탁 잡더니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보브아는 준비할 시간도 없이 짓쳐들어오는 영재를 보며 깜짝 놀라 당황했지만, 보브아는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NBA 전체에서도 특출나다고 평가받는 선수. 아무리 퀵니스에서 8점으로 평가받은 영재라 하더라도 가속도에 있어서는 보브아보다 당연히 느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보브아를 떨쳐낸다는 생각이 아니라, 오히려 보브아에게 따라 오라는 듯이 림으로 달려드는 영재. 보브아는 왠지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고는 바짝 몸을 밀착시키며 영재의 움직임을 최대한 제한했다.

"헛!"

이번에는 꽤나 우렁찬 기합. 보브아는 아까와는 달리 뭔가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바싹 긴장을 하며 영재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영재는 은근슬쩍 오른쪽 발을 들더니 뒤로 뺐다. 보브아는 영재가 다음 번에 할 동작을 단박에 예상할 수 있었다.

'스텝백(step back)으로 점퍼(점프 슈팅)를 노리는 건가!'

왼발을 재빨리 회수하며 한순간 뒤로 물러나 거리를 만드는 스텝. 하지만 보브아는 무언가가 불안했다. 화장실에서 일어났는데 휴지가 없는 것과 같은 찜찜함에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만큼 영재의 스텝백은 마치 보라는 듯 느릿느릿했다.

"골랐으면, 뭐든 선택해야지."

"?!"

영재는 스텝백으로 거리를 벌리더니 또 다시 빠른 스피드로 림을 향해 파고들었다. 이미 몸이 움찔거린 채 멈춰버린 보브아를 휙 지나가 버리는 영재에게, 보브아는 아무런 방해도 할 수 없었다.

콰앙!

끝내기로 원핸드 덩크. 보브아는 이를 뿌득 갈더니 공을 쥐고는 다시 한 번 영재에게 던졌다.

"......"

스토츠 코치는 두 사람이 훈련에 몰입한 것을 눈치채고는 테스트를 하던 나머지 선수들을 옆 코트로 이동하게 했다.

"저 두 사람. 면밀하게 관찰해서 보고서 부탁하네."

스토츠의 말에 옆에 있던 신입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토츠 코치. 저 두 사람 아직도 저 훈련을 하는 건가?"

드웨인 케이시 어시스턴트 코치는 가드 훈련을 담당했던 스토츠 어시스턴트 코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고, 스토츠 코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 직함은 둘 다 어시스턴트 코치지만, 감독 부재시 우선권을 받는 수석코치의 위치는 드웨인 케이시 코치입니다.)

"이제 곧 저녁 시간이지?"

"음 거의 다 됐네. 그렇다곤 해도, 저 두 사람이 식사를 거르거나 할 정도로 몸에 신경쓰지 않는 케이스는 아닐 걸세.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보브아도 그렇고 윤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 놓지 않는 느낌이네. 아무래도 이번 캠프에서 저 둘 외엔 수준이 다르다는 걸 느낀게 아닐까 싶네. 서로가 서로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것 같아."

체력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곤 하지만 영재의 입장에선 점차적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몇십분 동안이나 1:1로 쉼없이 서로를 상대한다는 것이 말이야 쉽지, 프로의 수준에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브아는 아직까지 할 만 하다고 시위라도 하는 듯, 영재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이 보브아의 패배였지만, 뒤로 갈수록 영재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보브아의 체력과 스피드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지칠수록 더욱 노련한 면모를 보여주며 케이시와 스토츠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두 사람 어떤 것 같은가?"

"보브아는, 예상대로 운동능력이 정말 탁월해. 이미 슈팅과 드리블은 완성 단계지. 수비력의 향상과 기복을 줄이기만 한다면 충분히 주전으로 뛰어도 될 정도의 강인한 체력과 유연성, 그리고 힘까지 겸비하고 있다고 보네."

"윤은?"

"윤은... 하하. 이미 스킬셋으로는 당장 NBA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 보네. 물론 지금 매치업 상대가 보브아라는 점에서 주전급 선수들과의 대결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지. 적어도 뛰어난 신체조건만으로 NBA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통한다는 걸 입증하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윤의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게다가, 신기한 점은 마치 몇 년은 NBA에서 뛴 것 같은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네. 탁월한 판단력과 모자라는 힘을 대신하는 민첩함과 유연함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의외성을 갖추고 있어서 전혀 상상치 못한 스킬로 보브아를 압도한 게 한 두번이 아닐세."

케이시는 또 다시 보브아의 돌파를 끊어버리는 영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보브아는 보브아대로 영재와 몇십 분을 1:1로 맞상대 하면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능력에 있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그렇게 발전할수록 영재는 더욱 노련하고 번뜩이는 플레이로 보브아를 계속 당황시키고, 보브아를 자극하고 있었다.

지금도 보브아가 무게중심을 이용한 페이크를 사용하자 한 번 속아주는 척 몸을 기울이다가 보브아가 짓쳐 들어오는 방향으로 확- 치고 들어오자 보브아가 당황하여 공을 버벅이게 되고, 그 순간에 영재의 오른손이 훅 들어와 공을 쳐 낸 것이다.

"대단하구만. 식당에는 두 사람이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해야겠군."

"이미 말해 두었네. 집중하고 있을 때 굳이 끊을 필요는 없지. 서로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테지."

두 사람이 계속 지켜보는지 알아채지 못한 영재와 보브아는 마지막 공수를 마치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보브아는 드러누울 정도는 아니었기에 주저앉았지만, 영재의 경우에는 다리와 팔이 후들거려도 절대로 드러눕진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이 달랐다. 어찌되었든 두 사람은 주저앉은 채 서로를 징그럽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지독하다."

"누가 할 소리. 이 체력 괴물아."

영재 입장에서는 지쳐서 말을 하기가 힘든 정도인데도, 보브아는 호흡이 조금 흐트러졌을 뿐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괴물이란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너, 도대체 뭐하던 놈이야?"

"뭘 뭐해. 여기저기 굴러먹고 정신 못 차리면서 놀다가, 다시 정신차리고 농구 하는거지."

보브아의 말에 영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전생의 마지막 몇 달간의 향락. 그 향락에 취해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죽을 때가 되서야 정신을 차리고, 과거로 돌아와서 다시 제대로 농구에 미쳐보기로 한 게 이제 2년째다.

"단순하게 정신만 차린 게 아닌 거 같은데?"

"아, 물론. 내가 하고 싶어서 농구를 하는 거긴 해. 재미도 있고."

영재는 점차 농구를 즐기게 되고 있었다.

"부럽네."

"뭐가, 지금까지 한 거 재미 없었어?"

"아니 그런건 아니야. 좋았지. 문제는 이렇게 재미만 있지는 않다는 거지."

영재는 보브아의 의미심장한 말에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영재가 전생에서 보브아를 NBA에서 만난 적이 있는가? 영재는 단언코 만난 적이 없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현 소속팀인 댈러스 매버릭스를 포함해서 샌안토니오를 제외한 29개 팀을 만나며 보브아는 단 한번도 마주할 수 없었다.

'이 정도인데. 왜?'

자신이 상대했던 괴물같은 슈퍼스타들 급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주로 매치업되었던 상대 벤치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딱히 떨어지는 레벨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보브아를 만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영재는 고심을 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단지 보브아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일이 맨날 재미있을 순 없잖아."

"그렇지."

"그래도, 이거 말고 다른 거 한다고 생각해 봐. 와이셔츠 입고 넥타이 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컴퓨터로 작업하는 걸 상상해 봐."

보브아는 능청스레 농담을 건네는 영재를 보며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러더니 살짝 생각하는 시늉을 하더니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어울릴 거 같은데? 나름 지적으로 생기지 않았어?"

"...... 밥이나 먹으러 갈란다."

"에헤- 왜 그래? 같이 가자고?"

어느덧 보브아는 영재의 목을 조르는 듯한 장난을 치며 식당으로 동행했고, 영재는 씨익-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백코트 파트너가 될 보브아와의 친분을 쌓아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장 이번 서머리그에서 자신과 그는 같이 많은 시간을 뛸 것이다.

============================ 작품 후기 ============================

★Rage_Wind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전편의 가정사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원래 의도는 재벌관련이나 막장코드 쪽은 아니었지만, 짧은 떡밥이었던지라 원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전편의 가정사 부분은 삭제하였습니다.

이 소설은 앞으로도 스포츠 관련에 대부분을 할애할 것입니다. 너무 스포츠만 나오면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상과 몇몇 에피소드가 들어가기는 할 겁니다.

@오늘 결국 싸우스웨스트 5팀이 모두 5할 이상의 승률로 플옵을 가는 진기록을 달성했네요. 더불어 대부분의 매치업이 정규시즌 마지막에서 결정날 정도로 피튀기는 시즌이었네요.

pen36님/// 올 시즌에는 나름 괜찮더군요. 여전히 단점은 개선하지 못했습니다만...휴스턴 때보단 훨씬 나아졌습니다.

flava님/// 칭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울트라10님/// ㅠ.ㅠ 연참을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huhcafe님, hikar님, 유리의쿠데타님, anwkdk님/// 그쪽으로는 갈 생각 없으니, 염려를 거둬주세요^^

땡중님/// 넵. 린이 그래도 올해 좀 나아지고는 있죠.

zigichacha님/// ㅎㅎ 감사합니다. 영재의 성장을 기대해주세요

KireiAutumn님///넵, 현실에서도 10년도 댈러스 캠프에 린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존 월과의 매치업에서 주목받아 골든스테이트와 계약을 하게 됩니다.

Leanforce님, 쿤다라님, -DarkANGEL님/// 감사합니다^^

조아!님, 라피르and진트님/// 항상 코멘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낙월희님/// ㅎㅎ... 의도치 않은 절단신공이 되어버렸네요.

『사랑이란.』님/// 가족사는 삭제하고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우유동자님/// 후후, 로스터에는 포함될 겁니다.

dio2n님/// 스티브 내쉬와 레이 알렌을 롤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도피칸님/// 아무래도 미국 귀화는 많은 분들이 반기지 않을 듯해 가족사는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dydqlsl님///고질적인 약점들이 잘 안 고쳐지네요...린의 한계인가 싶어 참 아쉽습니다.

강자일님///말씀대로 특히 초기 몇 년은 저 경험들이 무척 귀중한 자산이죠.

까만둥하얀콩님/// 가...감사합니다.☞☜

고기를먹자님///어휴, 징글징글한 동네입니다...

압사라스님/// 정주행 감사합니다. 성실연재를 약속드릴게요^^

샤프터스님/// 이번 기회에 NBA에 알아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니앞에꽃미남님///하핫...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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