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1 워크아웃(Work-out) =========================================================================
"큐반. 우리는 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칼라일 감독도 동석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 때, 맵스의 관계자가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넬슨과 큐반에게 인사를 건넸다.
"무슨 일이죠?"
"윤의 에이전트, 빌 더피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빌 더피의 방문을 전혀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은 한순간 벙찐 표정을 짓더니 이내 큰 소리로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윤은 생각보다 철두철미한 성격인가 봅니다."
도니 넬슨의 말에 큐반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워크아웃을 재빨리 종료하고는 영재와 빌 더피를 사무실로 정중하게 데려오도록 했다.
"반갑습니다, 윤. 댈러스 매버릭스 사장 겸 단장인 도니 넬슨 입니다."
"댈러스 매버릭스 회장(구단주) 마크 큐반입니다."
"아까 인사했었죠. 감독 릭 칼라일 입니다."
집무실에서 앉아 있던 세 사람은 간략하게 자신의 소개를 하곤 악수를 건넸다. 영재와 더피는 세 사람의 악수를 기분 좋게 받아주면서 자리에 편하게 앉았다.
"워크아웃 결과는 어떠신가요?"
대화를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빌 더피. 그는 의외로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맵스의 주요 3인을 향해 말문을 먼저 열었다.
"분석을 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스카우팅 리포트의 평가와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윤은 오늘 하루,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도니 넬슨. 맵스의 수뇌부 3인 중에서 가장 신중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이다보니, 빌 더피의 말에 차분하게 맞대응 하며 김이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렇군요. 하하, 정말 재미있습니다."
빌 더피는 가볍게 웃으면서 자신의 말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더 해 나가기 시작했다.
"윤의 성격은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의 정신력, 팀을 위하는 멘탈적인 부분을 말이죠. 윤은 경기 내적의 정신력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윤을 여기까지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 바로 그의 끈기와 노력이죠. 윤은 오늘 매버릭스의 워크아웃을 마지막으로, 윤을 초청해 준 전 구단에서 워크아웃을 마쳤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윤은 모든 워크아웃에서 단 한 번도 허투루 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구단은 넬슨 씨와 동일한 말을 했죠. 분석을 해야 하지만 긍정적이다... 라고."
더피는 살살 맵스의 3명을 초조하게 만들기 위해 말을 던졌다. 10구단을 모두 돌아다녔으며, 모두들 만족스러워 했다는 것 정도는 댈러스 매버릭스도 짐작이 가능했다.
결국 드래프트 데이 까지는 정보 싸움이 기본이다. 그리고 선수의 마음을 사는 것이 그 다음. 어찌되었든 드래프트 데이에서 신인의 의사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뽑히면 무조건 그 구단과 계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도 자신의 구단에 만족하고, 구단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픽을 버리지 않는 길이었기에 신인 선수들의 마음을 사는 것도 중요했다.
댈러스의 1라운드 25픽은 도박일 가능성이 높은 순위였으나,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맵스를 포함한 다른 9개 구단도 영재를 자신들의 픽 리스트에 킵해두고 있었다. 이 중에서 댈러스는 두 번째로 높은 순위의 픽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윤의 스킬은 완성되어 있고, 그만한 관심을 받을만한 선수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버릭스만큼 윤에게 심도있는 워크아웃을 진행한 구단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덕에, 맵스는 윤의 진면목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D-리그 팀인 텍사스 레전드가 상대였긴 했으나, 서로 처음 보는 선수들 사이에서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윤의 능력은 정말 열아홉 살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큐반이 적절하게 치고 들어와 영재를 띄워주며, 영재의 표정을 슬쩍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표정의 변화가 생길까 싶었지만 영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을 홀짝 마실 뿐이었다.
"그나저나, 댈러스는 어떠신지요."
텍사스 주에 속한 댈러스는 텍사스 주에서 3번째, 미국 전역을 통틀어 9번째로 큰 대도시이며, 특이하게도 금융과 목화산업이 중심으로 현재는 인터넷과 관련된 네트워크 산업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상업의 도시였다.
선수들의 경우 스몰 마켓으로 분류되는 도시들 보다는 이런 식으로 '빅 마켓' 이라 통용될 수 있는 대도시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을 바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은근히 '댈러스'에 대한 말로 어느정도 딱딱해질 분위기를 환기한 것이다.
그런 노련한 큐반의 의중을 알아챈 더피는 슬쩍 웃을 뿐, 말을 아꼈고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백하게 이야기를 해나갔다.
"물론 좋습니다. 오늘은 날씨도 쾌청하고, 분위기도 좋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도시의 분위기 보단 역시, 구단의 시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종 훈련 시설은 물론이고 코트의 상태부터 코칭스태프들의 분위기까지, 농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지는 거 같습니다."
영재는 단박에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 거부했다. 도시도 마음에 들지만 시설이 마음에 든다. 코치들과 뛰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더피 역시 그런 영재의 속내를 파악하고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루키답지 않게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아도 능구렁이 처럼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해서 원하는 대로 대화가 이끌리지 않게 하고 있다. 마치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 보았던 사람마냥 이야기하는 영재에게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본론으로 넘어가 보자면, 큐반 회장님을 포함해서 넬슨 사장님, 그리고 칼라일 감독님께서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윤을 지명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선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용히 있던 칼라일 감독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맵스의 공격력은 NBA에서도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얼리오펜스(early offense)가 있죠. 맵스의 경기를 봐서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루트가 빠른 패스로 인한 공간 창출입니다. 2점, 3점 가리지 않고 슈팅을 쏘아 올리는 팀이죠. 하지만 우리에겐 슬래셔(slasher;날카롭게 돌파하는 선수)가 부족합니다."
슬래셔. 주로 가드 중에서 드리블과 스피드가 좋아 돌파력이 출중한 선수들을 일컬어 슬래셔라 칭한다. 상대의 수비를 돌파로 찢을 능력이 있는 선수. 수비를 찢고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 돌파 후 득점이든 패스든 공격을 선택할 수 있는 선수. 맵스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하면 슬래셔의 부족을 손꼽을 수 있었다.
매버릭스의 팀내 슬래셔는 작년에 뽑은 신인 로드리고 보브아와 J.J 바레아뿐이다. 문제는 이 두 선수의 시야가 좁고 패스가 부정확하고, 수비에서도 약점을 보인다는 점이다.
"만일, 우리에게 윤과 같은 슬래셔가 있다면, 아니 윤의 경우는 슬래셔라 하기엔 강렬함이 부족할 지 모르더라도 꾸준하고 안정적인 슈팅과 더불어 간간히 상대를 긴장시키는 적절한 돌파력을 지닌 선수가 있다면 맵스의 공격 전술은 무궁무진하게 파생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윤은 맵스에서 탐내는 선수 중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죠."
윤을 지명할 생각은 있다. 하지만 윤을 뽑지 못하더라도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 칼라일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견제가 오고 갔는지 제 3자가 봤다면 숨이 막힐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밝힌 뒤, 맵스의 칼라일 감독은 솔직하게 윤의 활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맵스는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팀 내의 변화도 많은 것이고, 경쟁도 치열할 것입니다. 윤에게는 두 가지를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칼라일은 잠시 커피를 한 잔 마시더니 찬찬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첫 번째. 우리 맵스의 현재 주전 포인트 가드인 제이슨 키드(37)는 오랜 출전시간을 소화할 수 없는 나이입니다. 그리고 제이슨 테리(33)는 주전 슈팅가드로 뛰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우리는 그 둘의 백업을 위해 로드리고 보브아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제이슨 키드와 J.J 바레아를 밀어내기엔 보브아는 아직 덜 다듬어진 선수였기에 많은 시간을 부여하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브아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실력이 향상되었고, 올 시즌의 보브아는 맵스의 플랜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키드와 테리의 출전시간을 더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윤을 쓸 수 있습니다. 최소한 윤에게 경기당 평균 5분이상의 시간을 보장하겠습니다. 출전시간의 증가는 윤 본인의 몫입니다."
영재를 D-리그에 내려보내지 않고 첫 시즌부터 로스터에 포함시키고, 가드진의 5번째 선수로 쓰겠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선수의 적응과 발전에 따라 출전시간을 늘려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두 번째. 우리는 윤의 실력을 더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수비 시스템을 도맡고 있는 수석코치 드웨인 케이시(현 토론토 랩터스 감독)와 공격 시스템에 능한 어시스턴트 코치 테리 스토츠(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감독)를 중심으로 리그 최고 수준의 코치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매버릭스 구단은 최고의 훈련 시설과 트레이너를 보유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윤이 성장하기 위해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구단들 역시 달콤한 말과 구두 약속으로 영재의 마음을 잡으려 했으나, 이처럼 정확한 플랜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구단은 한 곳도 없었다. 게다가 이 모든 말이 허언이 아니라, 댈러스가 충분히 영재에게 해줄 수 있는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될 쯤,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크 큐반 구단주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저는 제 안목을 대체적으로 믿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많은 경기를 제 눈으로 직접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선수들을 관찰하며 많은 것을 노트에 메모하죠. 그래서 이번 시즌, 저는 도미닉 존스 라는 선수가 활약하는 경기를 보며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죠."
영재는 솔직한 속내를 밝히는 큐반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경청해 주었다.
"그렇게 제가 직접 확인한 도미닉 존스와 함께, 맵스에서 성실히 일해온 스카우트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총 세 명의 후보로 압축되었습니다. 사실, 오늘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윤은 제 마음속에서 세번째 후보였죠. 하지만 지금은 의심의 여지 없이 윤을 맵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물론 구단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익이 된다면 대화를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끌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만, 적어도 나는 윤을 데려오는 것이 '구단에 가장 큰 이익' 이 될 거라 의심치 않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괴짜가 어울리는 남자. 농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 만큼은 최고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남자, 마크 큐반다운 솔직한 발언이었다. 영재도, 더피도 이번만큼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 애매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영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허리를 숙였다.
"저에 대한 정확한 플랜을 제시해 주심과 동시에, 가감없이 솔직한 말씀을 들려 주신 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과분한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말로 제가 맵스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드래프트 데이에서 저를 뽑아주십시오."
"......"
큐반 역시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편 영재를 응시하더니 오른손을 내밀었고, 영재는 그 손을 꽉 맞잡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abcd가나다라님, 라피르and진트님, LightSaber님, AdYang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선작.추천.코멘.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맵스는 매버릭스의 준말이고, 이 팀은 위 3인을 중심으로 해서 운영됩니다. 댈러스는 광역권도 넓어 빅마켓 LA,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편입니다.
@구단주 마크 큐반은 타 구단주와 다르게 직접 선수들을 관찰하고 스카우팅하며, 거의 모든 홈경기를 직접 관전합니다. 이길 때는 선수들과 같이 코트에서 껴안기도 하지요. 거의 대부분의 NBA선수들이 호감을 가지는 구단주입니다.
까만둥하얀콩님/// 추천받고 오셨는데 재밌다니 다행입니다^^
flava님/// 칭찬 감사합니다!!
incrudu님, simomssoul님, 나륵님 /// 가능한한 쉽게 풀고 있는데, 혹여 어렵다고 느끼거나 모르시는 단어가 있다면 코멘이나 쪽지 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mars37님/// 그 중에 이 소설이 들어있다니 감사합니다.
CaCan님, 이카무스메님, 쿤다라님 /// 감사합니다!!
dydqlsl님/// 말씀대로 D리그와 NBA는 수준이 다르고, 벤치와 주전의 격차도 수비죠. 이를 겪어내야 올스타 급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겠네요.
잿빛그림자님// 한번에 쭉 읽으셨군요^^
강자일님///음 댓글이 많으셔서... 종합해서 리코멘할게요^^ 오타지적은 수정했습니다. 많은 코멘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부상으로 고생하는 선수들이 많죠...ㅠ.ㅠ 일베드립은 주모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재미상 넣어보았습니다.
dark기사님(1편) ///1편만 보시고 댈러스를 기대하셨군요 ㄷㄷ.
huhcafe님, 광환마룡님 /// 1회분 약을 가져왔습니다.
라피르and진트님///쿠폰 감사합니다!! 키드에게 많이 배워야겠죠^^ 바레아와 보브아와는 또 다른 스타일로 경쟁하겠네요. 당시 주인공 성향의 선수가 꼭 필요한 팀이 댈러스였죠.
프리맨님(4편)/// 자료조사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라 쭉쭉 못 써나가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abcd가나다라님, 프리맨님 /// 감사합니다.
휘몰님/// 제목의 뜻이 나온 편을 보셨군요^^
베지밀군님/// 계약 조건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과연 어찌될까요^^ 주인공은 돈과 명예 둘 다 충분하게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