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30화 (30/296)

00030  워크아웃(Work-out)  =========================================================================

'전술적 효용성이 얼마나 되는가를 평가하고 싶은 거겠지.'

영재는 슈팅가드가 주 포지션이다. 하지만 지금 팀 구성은 영재를 '3번' 으로 뛰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영재가 3번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진 못했다. 경기는 단 24분, 1, 2쿼터 뿐이었지만 영재는 NCAA에서도 한 경기서 단 15분 이상 스몰포워드를 소화한 적이 없었다. 하물며 NBA에서 3번으로 뛴다는 것은 포워드로 뛴다기보다는 3가드 시스템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는 것은 영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몇 가지로 압축된다는 소리였다.

08-09시즌 댈러스는 3가드 시스템을 즐겨 쓴 바 있다. 바레아(보브아)-테리-키드의 3가드였는데, 영재는 이 넷보다 신체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3가드 시스템에 들어간다면 3번을 보게 될 것이었기에, 이에 대한 테스트라고 봐도 좋았다.

첫 번째, 묵묵히 3번으로 뛴다. 하지만 3번 포지션으로 뛰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워크 아웃을 보는 것은 슈팅가드로서의 윤영재다. 스몰포워드로서의 윤영재는 그다지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두 번째. 그저 개인 기량만을 생각하여 남은 2명의 가드 중 한 명에게 스몰포워드로서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것은 최악이다.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슈팅 가드의 롤을 하겠다고 통보해 버리면 경기력은 최악이 될 것이다. 누가 봐도 팀 구성상 3번을 볼 사람이 없었다.

세 번째. 지금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 생각하는 방법. 3번으로 뛰되, 슈팅가드로서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또 다른 자신의 장점인 리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어필하여 전반에 팀원들의 신뢰를 사는 방법 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후반에는 자신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슈팅가드로서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팀 조직력도 좋아질 것이다.

"후."

팀 전술이랄 것도 없다. 이들도 아직까지 단 한 경기도 같이 뛰어 본 적 없기 때문에. 그나마 가장 NBA 의 경력이 있고 (영재의 전생을 빼고) 연장자인 앤토니오 대니얼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실상 이게 가장 그럴듯하게 '첫 팀 케미스트리' 를 다질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 영재였기에 당황하는 대니얼스를 보며 공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 솔직히 다양한 전술을 지금 당장 설명한다고 해도 실현시킬 순 없어. 지극히 단순하고 모든 선수들이 알 법한 전술과 움직임을 할 수밖에 없지."

맞는 말이다. NBA의 부분 전술을 서로 이야기만 하고 바로 실현할 수 있다면 그건 NBA도 아니다. 그 만큼 NBA의 부분전술은 세세하다가도 과감하고, 단순하다가도 유기적으로 변한다.

"윤, 이라고 했나? 주 포지션이 슈팅가드였지?"

"예."

"오늘 온 모든 선수들 중에 정상적인 센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해. 가장 큰 두 사람이 브라이언 카디널하고 맷 로저스가 전부지. 일단 우리 팀은 가드가 셋이고, 파워 포워드로 스티브 노박, 센터로 맷 로저스가 뛸 수 있어. 그렇지?"

대니얼스의 말에 노박과 로저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스티브 노박이라 하면 3점 만큼은 NBA에서도 충분히 쓸만 하다고 말할 정도로 '원 툴 플레이어' 였다. 단 하나, 3점 만으로 NBA에서 버티고 살아남았을 정도라면 그의 3점 능력에는 토를 달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NBA에서 3점을 40%이상의 확률로 넣는다는 것은 충분히 필요가 있는 선수라는 뜻이었다.

맷 로저스의 경우 아직까진 텍사스 레전드의 팀원은 아니었으나, 이번 텍사스 레전드가 1라운드에서 뽑을 강력한 후보 중 하나였다. 6-11의 단단한 체구에 NCAA 디비전 2에서 올해의 선수를 땄을 정도로 D리그에선 충분히 통할 실력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윤, 알고 있기로는 1, 2, 3번을 모두 소화 가능하다고 했었지?"

"맞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들의 플레이가 맞아 떨어지기 전까지는 서로가 조금씩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부터가 먼저 팀을 위해 뛰려고 노력할 거구요. 서로서로 좋은 게 좋잖아요? 다 똑같은 상황이잖아요. 테스트를 받는 입장 말이죠. 학생 때 시험보는 것 같이 말이에요."

시험이란 말에 익살스럽게 양손 검지와 중지를 구부리며 강조하는 영재의 모습에 선수들은 그제서야 조금 웃음이 나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는데? 그래서, 우리 루키는 어쨌으면 좋겠어?"

스티브 노박이 먼저 다가가 영재의 등을 팡- 두드려 주었고, 영재는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영재는 스몰포워드의 포지션에서 리딩을 하고 있었다. 매치업 상대는 애덤 헬루스카. 영재와 동일한 6-5의 가드였으나 상대방도 적절한 3번 자리가 없었는지 에덤 헬루스카가 3번 자리에서 뛰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재가 리딩을 한다기 보단, 콤보가드인 앤토니오 대니얼스가 볼을 쥐고 리딩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팀원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영재는 앤토니오 대니얼스의 니즈 를 파악할 수 있었다.

대니얼스 뿐만 아니라 지금 경기를 뛰고 있는 9명의 니즈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단 하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했다. 특히 자신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롤이 적을 경우에는, 그 롤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라샤드 맥칸츠는 득점력, 앤토니오 대니얼스는 리딩과 슈팅이 모두 됨을 자랑하고 싶었고, 스티브 노박은 스팟업 3점, 맷 로저스는 사이즈가 작긴 하지만 충분히 센터와 파워 포워드 롤을 소화할 수 있음을 내세우고 싶어했다.

그 모든것을 아우르고 생판 처음 본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영재가 해야 할 몫이었다. 루키의 테스트를 위한 경기였기에 당연히 루키를 중심으로 팀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헬루스카의 마크를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척 하며 가볍게 제친 영재는 탑에서 골밑으로 돌파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헛-"

예의 그 기운빠진 기합소리. 능글맞을 정도로 부드럽게 돌파하는 영재를 가로막던 션 윌리엄스(전 뉴저지 네츠. 07년 1라운드 17픽)는 자신이 움직임으로써 자리가 빈 노박을 신경쓰지 않았다. 영재 역시 드래프트에 참여하려는 루키, 그렇게 된 이상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싶어하지 양보를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영재는 슈팅가드였다. 슈팅가드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 한다면 바로 스코어링일 것이다. 골밑까지 파고들어 멋진 득점을 따 낼 기회를 신인 선수가 놓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전에 테스트를 치른 제임스 앤더슨과 도미닉 존스 역시 그렇게 플레이했고, 영재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쪽 팀은 팀이 아니게 될 것이다. 션 윌리엄스는 그렇게 짐작했다.

"나이스 패스!"

하지만 그건 윌리엄스의 큰 오산이었다. 이래서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다. 영재는 이번 생에서는 슈팅가드가 주 포지션이었지만 전생에선 포인트 가드가 주 포지션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난 9년여 간 포인트 가드로 뛰었던 경험을 토대로 충분히 포인트 가드의 마인드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지금도 션 윌리엄스가 헬핑 수비를 한 덕에 외곽에서 텅 비어버린 노박에게로 깔끔한 패스가 뿌려졌고, 노박은 단 한번의 머뭇거림 없이 공을 쥐고 박차올랐다.

슉-

"나이스!"

노박은 영재의 기가막힌 패스를 놓치지 않고 오픈 3점을 깔끔하게 집어넣었다. 그 이후로도 영재는 이전의 두 루키가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박의 3점 어시스트 부터 시작하여 영재는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를 오가며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샤드 맥칸츠가 특유의 폭발력을 이용해서 골밑을 돌파하면, 영재는 스크린을 서 주었다. 맷 로저스의 경우 골밑에서 브라이언 카디널과 자리싸움을 해야 했고, 파워포워드인 노박의 경우 스크린을 잘 못 서는 3점 스페셜리스트였기 때문에 가장 스크린에 적합한 것이 영재였다.

수비가 약점인 노박을 노리던 션 윌리엄스에게 더블팀을 붙어주고, 맥칸츠, 대니얼스가 헬핑 수비를 할 때마다 그 빈자리를 영리하게 막는 것은 다름아닌 영재였다. 단지 자리를 메우는 헬핑 수비라면 상대방도 그렇게 갑갑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텐데, 영재의 뛰어난 반사신경과 판단력을 동반한 무리 없는 스틸은 그야말로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돌파가 어설프거나 슈팅 매커니즘이 나쁜가? 이 팀에 맥칸츠를 제외한 거의 유일한 돌파 옵션이라고 손꼽으면 당연 영재였고, 타이트한 수비 시에 다양한 스킬로 꾸준한 득점을 쌓아가는 것도 바로 영재였다.

"흡!"

맷 로저스는 어느샌가 영재에게 픽을 서 주면서 몸으로 굳게 버텨 주었고, 영재는 하이포스트에서 로포스트로, 맷 로저스가 무리해서 서준 픽을 타고 골밑을 깊숙히 파고 들었다.

무게중심이 좌우로 흔들리듯 파고드는 영재를 제어하기 위해 따라붙던 헬루스카는 이미 맷 로저스의 스크린에 턱- 가로막힌 상황. 영재는 골 밑을 단단히 지키던 브라이언 카디널을 슬쩍 노려보더니 이내 카디널 앞에서 몸을 급히 멈추고는 뒤로 휙- 뛰어올랐다.

슉-

아름다운 핑거롤. 터프샷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브라이언 카디널은 최선의 디나이를 하며 손을 뻗어 올렸지만, 영재의 손 끝을 떠난 공은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2쿼터에 접어드니 상황은 더욱 가관이었다. 영재의 플레이에 어느덧 영재가 속한 팀원들은 일체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상대 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팀원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능력. 노박에게는 오픈 3점 기회를 창출해주고, 맥칸츠에게는 돌파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스크린을 서 주고, 대니얼스의 어시스트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며 좋은 패스를 받으면 마무리를 지어주고. 카디널과 박스아웃을 하는 맷 로저스를 위해 디펜시브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칼같은 골밑 패스로 로저스의 득점력을 올려준다.

관중석의 두 사람의 눈에는 이채가 어렸다.

"큐반. 아직도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까?"

"오, 넬슨. 저 선수는 내가 직접 본 그 어떤 신인 선수들보다... 완벽합니다. 도대체 저 정도의 선수가 여지껏 이 정도의 평가밖에 받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에요. 이미 그는 NBA에서 뛸 준비가 완벽히 되어있군요."

넬슨 역시 감탄하는 듯한 표정으로 영재를 바라보았다.

"저도 어디서 저런 선수가 튀어나왔는지 알고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그를 높이 평가했지만, 예상 이상이네요. 그는 완벽한 조각이 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맵스의 일원이 되어 벤치, 주전을 가리지 않고 말이죠."

넬슨은 슬쩍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 아래에서는 양손을 꽉 쥐고 있는 칼라일과 코치진들이 겉으로는 덤덤해 보이지만,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영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지껏 맵스는 공격 농구를 지향했지만, 슬래셔의 부재와 주전들의 노쇠화로 인해 점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었죠. 만일 윤이 맵스의 일원이 되어... 돌파라는 하나의 공격 옵션만을 추가해 주더라도, 칼라일 감독의 전술변화폭은 무궁무진해 집니다. 게다가, 윤에게는 돌파만이 있는 게 아니죠."

24분 동안 무려 3점슛 2개를 포함해 14점 7어시스트, 3스틸에 5리바운드. 그리고 단 한 개의 턴오버 만을 기록한 영재는 또 다시 3점슛을 깔끔히 꽂아넣는 노박과 함께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백코트했다.

윤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허언이 아니었다. 팀 케미스트리라는 부분만큼은 이번 해의 드래프트 참가자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다. 신체적 조건이 부족하나 스킬셋은 완벽하다. 그 말이 결고 거짓이 아님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30회를 찍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요.

매치업 : 공격과 수비에서 서로 맞붙는 상대

루키를 테스트하기 위한 경기이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이 루키의 플레이에 맞춰 주는 경기입니다. 상대팀은 전력을 다해서 막고 공격하겠구요. 물론 실전처럼 격렬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보통 1라운드 하위픽 선수쯤 되면 디리그 선수들보다는 좀 더 클래스가 높습니다.

3가드 시스템이란 보통 가드는 2명을 뛰게 하는데 3명의 가드와 2명의 포워드or 1포워드,1센터를 돌리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키가 작으므로 스피드와 공격에서 장점을 갖지만, 높이와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냅니다. 자연스럽게 긴 시간, 자주 돌릴 라인업은 안되죠. 이 당시 댈러스는 칼라일 감독이 3가드 시스템을 즐겨 썼었습니다. 그 탓에 엄청난 비판을 받고 팬들이 그를 해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습니다.

AdYang님, dydqlsl님 ///하핫, 감사합니다. 셤기간에도 휴식없이 올릴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퓨리대왕님, 쿤다라님 /// 감사합니다!!

수설화님(3편)///예압. 그렇습니다. 모비스 팬들에게는 참 아쉬운 이름 토마스...

추신: 팀 시그니쳐의 동생인 제가 모비스 팬입니다 ㅋㅋ

노을사랑님(22편)/// 어쩔 수 없는 부상...

선작.추천.코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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