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9화 (29/296)

00029  워크아웃(Work-out)  =========================================================================

댈러스 매버릭스 훈련장.

"윤?"

안내인의 뒤를 따라 걸어가던 영재는 직접 마중을 나와 있던 릭 칼라일 감독을 보며 깜짝 놀라 칼라일의 오른손을 양 손으로 덥썩 잡고는 절로 허리를 슬쩍 숙였다.

"긴장 푸시오. 오늘은 윤의 플레이를 보고자 하니 긴장을 하면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라오."

릭 칼라일. 몇 년 후에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으로 칭송받지만, 이 때의 칼라일은 아직 그 정도의 명성은 아니었다. 코치에서 부터 시작하여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감독을 거쳐 08년부터 댈러스 매버릭스의 감독을 역임중인 릭 칼라일. 인디애나와 디트로이트에서 부족한 스쿼드를 가지고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킬 정도로 수비전술에 능하며, 선수의 장점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의 선수 이력은 비록 짧았지만 버지니아 대학교 심리학 학사로써 선수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베테랑이 많고 로스터 변경이 심한 팀을 맡아 안정적으로 꾸준한 성적을 냈다. 루키를 거의 배제하고, 베테랑 위주의 선택을 한다곤 하지만, 그것은 올스타 출신 선수들이 많은 플레이오프 컨텐더 팀의 감독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영재도 잘 알고 있었다.

"윤의 NCAA 활약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우리 맵스(mavs : 댈러스를 부르는 호칭)의 기준에 윤이 부합한지, 맵스에서 윤이 충분한 가능성을 보일 수 있을지. 윤의 의심을 한 방에 날려주길 바라고 있소."

칼라일은 코트 뒤에 설치 된 간이 좌석에 앉은 마크 큐반 구단주와 도니 넬슨 사장 겸 단장을 굳이 소개시켜 주진 않은 채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마크 큐반과 도니 넬슨은 굳이 선수가 본인들을 의식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염려했기에 칼라일 감독에게 부탁한 것이지만, 전생을 포함해서 두 번째로 워크아웃을 참여하는 영재로써는 둘이 있음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전생에는 우르르 몰려와서 돗대기 시장마냥 테스트를 하고 말았지만 말이지.'

2라운드 하위픽에 뽑히거나, 드래프트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저 그런 선수. 2라운드 하위픽은 보통 도박성 지명을 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포텐도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을 적게는 5명, 많을 경우 10명 이상까지도 불러서 필요한 데이터만 딱 뽑아내고는 돌아가라고 한다. 하지만 1라운드 예상만 되더라도 대우는 확실하게 달라지고, 지금과 같이 1인 1워크아웃으로 확실하게 대우를 해 준다. 그만큼 잠재력이 높은 선수들이 있는 순번이고, 기대치가 높아 신중하게 지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릭 칼라일과 같이 감독, 코치들이 단 하나의 선수에 온 집중을 하고 정말 기대가 되거나, 두 명, 많아야 세 명 중에서 한 명을 고심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이 구단주와 팀 사장이 직접 참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은 단장 선에서 마무리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 - 정말 로터리 픽 이상이 아닌 경우 없다고 봐도 된다 - 이며 여지껏 참여했던 워크아웃에서 단 한 팀도 영재에게 이러한 관심을 보낸 팀이 없었다. 역시 괴짜라 불리는 마크 큐반이었다. 맵스에 대한 열정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영재만이 아니라 칼라일 감독도 바로 본격적으로 시작하길 원했는지 테스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드래프트 컴바인 (신체조건과 능력을 테스트하는 일종의 시험장) 에서 하는 기본적인 신체능력 측정에서 빠른 민첩성과 굉장한 유연성, 그에 비해서 조금 약하긴 하나 어느정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근력을 인정받은 영재는 탄력을 받아 가장 기본적인 드리블 부터 하나하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골밑!"

"핫!"

쾅!

시원한 원핸드 덩크. 그리고 쉼없이 미드레인지로 날아오는 공.

"스팟업!"

슉-

공을 흘리지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가는 스팟업 점퍼. 그 것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하이 포스트로 날아오는 공.

"풀업!"

애초에 스팟업으로 뛸 수 없게 빠르고 날카롭게 날아오는 패스. 영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를 능숙하게 받아내더니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달려온 방향대로 몇 발자국 더 뛰더니 그대로 슈팅을 쏘아올렸다.

슉-

"3점!"

마지막으로 3점. 탑에서 공을 쥔 영재는 흡!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으로 공을 힘껏, 그리고 아름답게 긁어냈다.

이렇게 네 종류의 슈팅을 끊임없이, 쉼 없이 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이번 테스트의 목적이었다.

댈러스의 경우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었다. 현재 수비에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가드진의 주전, 축으로 버티고 있는 제이슨 키드(37)와 제이슨 테리(33)의 경우 점차 노쇠화가 걱정 되는 나이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두 선수의 출전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었고, 이들의 뒤를 이을 재능을 가진 신인을 원했다. 그 역할을 도맡던 로드리고 보브아(20)는 작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와 백코트 파트너를 이뤄 키드와 테리의 뒤를 이어줄 신인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올 시즌부터 NBA에 적응해서 뛸 수 있는 수준의 신인이 필요했다.  댈러스는 루키가 바로 실전에 뛸 수 있는가? 를 알기 원했고, 그 때문에 전 날 워크아웃을 진행했던 도미닉 존스는 설마 이럴 거란 생각을 못했는지 기대보다는 낮은 기록을 보였다.

눈을 떼지 않고 테스트를 지켜보던 사장 겸 단장인 도니 넬슨이 입을 열었다.

"큐반. 어떻습니까?"

"....... 벌써 20분이 지난 겁니까?"

"예. 20분이 훌쩍 넘었죠. 그럼에도 슈팅 릴리즈에 전혀 흔들림이 없어요. 다양한 상황과 위치에서 모두 안정적인 슈팅이 가능하네요. 우리가 원하는 가드의 '슈팅능력' 만큼은 셋 중에서 윤이 가장 뛰어난 건 틀림없는 사실인 거 같아요."

도니 넬슨의 말에 큐반은 점차 생각이 바뀌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진 도미닉 존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못했는지 고개를 가로젓고는 나지막히 읊조렸다.

"하지만 신체능력에선 도미닉 존스가 더 좋은 결과를 냈죠. 우리가 필요한 건 돌파능력과 수비능력이잖소. 조금 더 지켜봐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그 이후로도 영재는 스킬 면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번뜩이는 재치로 칼라일 감독과 도니 넬슨, 심지어 도미닉 존스를 더 높게 쳐 주던 마크 큐반의 마음마저도 흔들리게 만들었다. 코치는 신이 난 모양인지 왠만해선 손에서 흐를만한 패스를 간간히 던져줌에도, 영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몸을 움직여 공을 받아내었다.

드리블도 안정적이었다. 결코 낮은 무게중심을 높게 올리지 않았으며, 지극히 정석적으로 자신의 몸 쪽으로 공을 끌어당기는 듯 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크로스오버, V드리블, 비트윈더레그, 헤지테이트 스텝 등 다양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코치들을 만족시켰다.

"...... 텍사스 레전드 멤버들을 부르죠."

텍사스 레전드. 댈러스 매버릭스 산하 D리그 (NBA의 바로 아랫단계지만 MLB의 마이너리그와는 좀 다르다.) 인 텍사스 레전드. 큐반은 어느덧 약간의 기대에 찬 눈빛으로 텍사스 레전드 멤버들을 불러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D리그 역시 NBA 처럼 드래프트 데이를 지정하여 진행한다. NBA 드래프트에서 선택되지 못한 이른바 '언드래프티' 선수들을 위해서 NBA 드래프트와 기간을 두고 10~11월 사이에 드래프트가 진행된다. 다만 NBA와는 달리 D리그는 총 18개의 산하 팀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라운드에 단 18명의 선수밖에 뽑히질 못한다.

그렇지만 NBA와는 다르게 2라운드에서 드래프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7~8라운드 까지 진행이 되기에 언드래프티 선수들이 차선책으로 신청하는 드래프트가 바로 D리그 드래프트, NBDL(Nba D-League Draft) 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언드래프티 선수들의 경우 D리그 드래프트인 NBDL 보다는 돈과 미래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해외리그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는 휴식기간이긴 하지만, D리거들의 경우 간절함이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 보다 훨씬 클 수 밖에 없고, 자신의 미래를 확실히 보장받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휴식기간이라도 훈련에 매진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다음 시즌 금전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마크 큐반과 도니 넬슨은 도미닉 존스, 제임스 앤더슨, 그리고 영재를 평가하기 위해 그 기간 동안 맵스의 산하 D리그 제휴 구단인 텍사스 레전드 선수들 중 일부와 NBDL를 대비하여 D리거로 뽑을 후보들을 불러모아 5:5 경기를 테스트 하기로 한 것이다.

제임스 앤더슨과 도미닉 존스는 이 훈련에서 별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NBA 드래프트를 위한 워크아웃이지만 또한 D리거들의 시험무대이기도 한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실력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려 하지만, 그건 언드래프티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 '간극' 을 좁히지 못하면 팀플레이는 커녕 1:1 능력 마저도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텍사스 레전드.'

하지만 영재만은 달랐다. 영재는 오히려 이 들의 심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루한 삶을 살지라도 NBA 에 한번 만이라도 발을 디뎌보겠다는 악과 깡 만으로 버티는 무대. 아마 이 들과 함께 섞여서 5:5 경기를 하게 된다면 같은 팀이건 다른 팀이건 자신에게 오는 시기와 질투의 눈빛,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간절함과 부담감에 제대로 된 경기가 되지 못할 것이다. 영재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윤. 마지막 테스트로 5:5 경기를 준비했소. 그간의 워크아웃에선 경험하지 못했을 수 있기에 당황스러울 순 있지만, 맵스에서는 꼭 확인을 해야 할 부분이기에 양해 바라겠소."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덤덤하니 팀원들과 예의있게 인사를 했다.

"영재 윤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영재의 예의바른 인사에, 선수들은 슬쩍 당황하는 듯 했지만 어쨌든 영재는 자신들과 다른 물에서 노는 사람이란 생각이 앞서서인지 아니꼬운 시선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예의바른 인사에 침 뱉을 수 없다고 영재와 같이 뛰게 된 팀원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소개를 간단하게 해 주었다.

1번. 라샤드 맥칸츠

작년까지만 해도 새크라멘토 킹스에서 가끔씩 백업 요원으로 코트에 나와서 득점 폭발력만큼은 인정받았으나, 6-4의 작은 사이즈로 2번을 봐야 하는 한계, 그리고 185 lb 벤치프레스 0개(근력이 매우 부족함을 뜻한다.)와 더불어 짧은 윙스펜 등의 한계를 보였다. 그래서 결국엔 D리그 까지 내려온 것이다.

들어보니 1번 플레이는 미숙해 보이는 듯 했기에 영재는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2번. 앤토니오 대니얼스.

75년 생의 노장 가드로써, 뉴올리언스 팰리컨스(2007년 부터 팰리컨스로 명칭 변경. 이 전 까지는 뉴올리언스 호네츠) 에서 61경기를 뛰며 평균 12분, 3.8점에 0.9 리바운드. 2.1 개의 도움을 기록한 6-4의 콤보가드이다. 영재는 이런 팀 구성을 생각하며 릭 칼라일 감독과 마크 큐반, 도니 넬슨의 의중을 어느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3번 자리는 공석이나 다름 없었다. 스몰 포워드의 롤을 소화할 수 있는 스티브 노박이 있으나, 팀의 구성상 스티브 노박은 4번으로 뛰어야 했다.

4번, 스티브 노박, 2006년 휴스턴 로케츠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D리그와 NBA를 전전하며 3점슈팅 단 하나로 버텨 온 원 툴 스페셜리스트이다. 작년에는 LA클리퍼스에서 54경기를 벤치에서 뛰었으나 그 기록이 썩 좋지 않고 부상을 입어 현재는 소속팀이 없는 상황이었다. 스티브 노박의 경우 공격농구를 지향하는 맵스에게 있어 꽤나 괜찮은 벤치 멤버가 될 것이란 예상으로 현재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편엔 약간의 픽션이 들어가 있습니다. 원래 D리그 팀은 매 시즌 후 계약이 만료되고, 새 시즌마다 새로 계약을 맺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는 계약이 만료된 시점이지만, 편의상 집어넣게 되었습니다.

Rage_Wind님, AdYang님, 쿤다라님/// 감사합니다!!

하얀심장님/// 당시 로스터와 뉴스기사를 뒤적거려서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진행속도다 좀 더딘게 아쉽네요.

나륵님/// 한방에 정주행하셨군요.

커요커요님/// 죄송합니다. 이제 곧 시험기간인데다가, 최대한 제대로 된 고증을 하려다보니 진척속도가 조금 느리네요.

큐티동님///우승 시즌 이후로 우승멤버를 해체시키게 되죠.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클리퍼스는 이 때 당시는....

무자비한해적님/// 몬타는 작년과 올시즌 전반기에 참 댈러스에서 잘해주었죠. 그러나 후반기에 멘탈이슈나 태업성 플레이를 하더군요. 소설상에서는 아직 미정입니다만, 원 역사와 똑같이 가지는 않을 겁니다.

dydqlsl님/// 이 때 당시 주인공이 갈만하면서 부각되기 좋은 최적의 팀이더군요.

고기를먹자님/// 하핫, 저도 봤습니다. 노비가 원체 손끝이 좋아 덩크를 잘 안하다보니...

우유동자님/// 넵. 말씀대로 모비스처럼 굴리는 팀도 있죠 ㄷㄷㄷ. 그래도 여긴 48분이라... 웬만해서는 최소 8인 로테이션은 돌립니다.

선작.추천.코멘.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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