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5화 (25/296)

00025  각자의 길로  =========================================================================

개인 훈련에 열중한지 한 달 반이 지났다. 무려 45일이나 지나는 동안 아즈텍스는 각자의 길에서 노력하였다. 영재는 거의 부상에서 회복되었지만, 마스크를 아직 쓴 채 개인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툭- 퉁퉁- 툭-툭-

불규칙하게 튕기는 농구공. 영재는 손끝을 집중하며 손에서 공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엄청난 집중을 하고 있었다. 매끄러운 코트나 시멘트 바닥이 아닌, 구태여 인근 산기슭까지 가서 우툴두툴한 자갈이 깔린 바닥에서 공을 튀기는 영재. 이 훈련법은 대한민국에서 '농구 대통령' 이라 불리는 허재 (2010년 기준 전주 KCC 감독) 가 드리블의 기본기를 갈고 닦기 위해 갈고 닦던 훈련법이라고 한다.

"어욱!"

불규칙적인 돌 모서리에 맞고 훅 튀어오른 공에 깜짝 놀란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억 소리를 내며 공을 두 손으로 잡아들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마스크를 강타하고 코를 쳤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대단하시네.'

이런 훈련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기본기를 갈고 닦았다는 허재 감독의 유년기를 떠올려 보면, 정말로 NBA에 입성했을 지도 몰랐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라고 느껴지는 영재였다. 벌크업을 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선 근력 운동도 필수였지만 코뼈가 완벽히 붙기 전까지는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했기 때문에 몸이 줄어들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기본기만큼은 더더욱 발전시켜야 했다. 매일매일 유산소 운동과 요가, 스트레칭과 같은 유연성과 민첩성을 기르는 위주의 훈련을 오전에 소화하면 항상 오후에는 1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걷다 뛰다 하며 산에 도착하는 것이다.

돌밭에서 드리블이 처음에는 단 10분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지만, 어느덧 공이 돌에 튀어 제멋대로 바운드가 되더라도 시선이 공에 따라가고, 생각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여 공을 손바닥 중앙에 정확히 가져다 대서 불규칙한 바운드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후."

V자 형태로 왼손, 오른손을 오고가는 가장 기본적인 드리블임에도 공이 너무나 튀어 집중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드리블 하나하나에도 집중을 하게 되니 저절로 장시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까지 되니 영재로써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가 질때까지 드리블에 몰두하던 영재는 황급히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 기숙사로 돌아왔다. 드래프트에서 선발되기 전까지는 학교 기숙사에서 머물 수 있도록 피셔 감독이 신경을 써 준 덕에 영재는 텅 빈 2인실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 기숙사에 도착해 후다닥 씻고 가벼운 운동복으로 대충 챙겨 입은 영재는 길쭉한 가방을 들쳐매더니 급히 학교 인근의 도심가로 뛰어나왔다.

"아, 하하. 안 늦었죠?"

"응. 안 늦었어."

영재가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멜리 연이 일하는 농구용품점. 메릴랜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멜리 연에게 두 가지 부탁을 받았던 영재는 첫 번째 부탁을 들어주고, 두 번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농구용품점을 들르고 있었다.

"일단 신어 볼래?"

영재는 멜리가 건네주는 신발을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명 브랜드의 농구화와 비교해서 별로 부족하지 않는 미적 디자인. 얼핏 보면 날카롭고 예쁘게 빠진 캐쥬얼 신발 같았지만, 영재는 신어보고 한번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인솔(깔창)을 맞춤형으로 만들고, 기능성 소재를 이용해서 발목 부분을 꽉 잡아 줄 수 있게 만들어 봤어."

축구 선수들에게 축구화란 경기력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고, 그건 농구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격렬하게 움직이고 48분 간을 코트 위에서 뛰고 구르는 선수들에겐 편안한 착용감과 더불어 부상 위험, 경기력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같은 부분은 꼼꼼히 따질 수 밖에 없었다.

'대단한데?'

예전 NBA에서 뛰던 시절 다양한 브랜드의 신발을 맞춰보고 신어봤던 영재로써는 지극히 나에게 딱 맞는 신발이란 생각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투박한 맛이 있지만 조금만 가다듬으면 상대방이 원하는 니즈에 알맞는 상품을 디자인을 고려하여 만들 수 있는 능력.

'이 정도 퀄리티라면 상품성이 충분해.'

하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멜리."

"응?"

"이거 얼마나 들었어요?"

"아. 역시. 그게 문제지."

기능성 소재라는 것이 생각보다 비싸다. 게다가 개인이 제작하는 것이다 보니 가격이 크게 오를 수 밖에 없었다.

"허라취 2K5보다 20% 정도 비싸."

"단가만으로죠?"

"응."

허라취 2K5의 판매가는 대충 100달러 (115,000원 정도) 였다. 단가 비용만 120달러 정도 들어갔다면 선수가 아닌 이상에는 대량 상품으로 만들기엔 무리가 있었다.

"인솔을 보급형으로 하고 기능성 소재를 정말 필요한 부분에만 넣으면 나쁘지 않을 꺼 같은데요?"

"그럴까?"

"네. 디자인도 좋고. 드래프트 전까지는 충분히 도움을 드릴 테니까, 생각해봤던 걸 최대한 시도해 봐요."

멜리 연. 그녀는 진심으로 디자인에 재능이 있고 열정이 있었다. 영재보다 한 살 터울 많은 만 20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고된 판매직을 감수하면서도 디자인의 꿈을 놓지 않은 이유. 그녀는 스포츠 웨어에 관심이 있었고 그러던 와중 영재를 만나 농구에 흠뻑 심취하여 농구 관련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저, 정말?"

"제가 보기엔 충분히 멜리가 나가고 싶어하는 프로젝트 런웨이 8에 나가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실용적인 스포츠 웨어. 미적감각과 기능성 모두 붙잡는 옷과 신발을 만들 수 있는데, 얼마나 참신해요?"

멜리는 정말 그럴까? 라며 수줍게 자신의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요즘은 신발뿐만이 아니라 져지, 유니폼, 트레이닝 복, 캐쥬얼 복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공부를 하는 멜리. 그런 멜리를 보며 영재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며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진심으로, 널 만난 건 커다란 행운이야. 한국 식으로 부르면 영재야, 라고 하는 게 맞겠지?"

둘만 있을 때 나오는 한국어. 영재는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동생처럼 여러 모로 챙겨줘서 고마워."

"그럼요. 멜리도 내게 친누나 같은 존재에요."

일년여 동안의 적잖은 만남. 영재도 멜리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둘은 친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젊은 남녀가 한 가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꿈을 공유하면서, 그 속에서 정분이 안 날 리 없지만 멜리도 그렇고 영재도 그렇고, 서로는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컸다. 첫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던 멜리는 '영재라면 내 꿈을 이룰 때 큰 힘이 되겠다.' 라고 생각했고, 영재 역시 '멜리와 친해지면 좋겠다. 값싸게 수선할 수 있기도 하고. 동향이기도 하고.' 라고 생각했었다.

간혹 꽁냥꽁냥한 분위기가 연출되더라도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너스레를 떨며 넘어가 버렸다. 멜리도 영재도 지금 당장은 누군가를 만날 여력이 안 된 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채 누구를 만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둘은 닮았고, 둘이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만일 상황이 조금 나은 상태에서 만났다면 어찌 될 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결과론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멋진 사업 파트너. 친근한 친구. 이런 식의 관계가 둘에겐 아주 좋은 상태였던 것이다.

"만약에 말인데, 내가 정말로 영재의 시그니쳐 슈즈를 만들게 되면 대단하지 않겠어?"

"에- 그러려면 제가 먼저 NBA의 슈퍼스타가 되야 하는데요."

"왜? 나도 누군가의 시그니쳐 슈즈를 만들려면 대단한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데. 아마 비슷하게 맞춰 가면 딱 떨어지지 않을까? 아니다, 너가 빠르려나?"

영재는 킥- 하고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되면 계약서 제대로 쓸 겁니다. 누나."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농구용품점을 나오니 어느덧 깜깜한 밤이었다. 영재는 어두움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기숙사 근처의 야외 농구장으로 슬슬 뛰어갔다.

슉-

슉-

림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영재는 가방을 내려놓더니 공을 꺼내 슈팅을 하기 시작했다. 코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중간중간 휴식은 철저하게 지켰지만 영재는 슛 하나 하나 허투루 쏘지 않았다.

"허억, 허억..."

한 시간쯤 지나니 영재도 숨이 가빠오는지, 허리를 숙이진 않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영재는 돌밭에서 드리블을 하는 시점부터 이 훈련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었다. 전설적인 슈팅가드인 레이 알렌(Ray Allen.전 마이애미 히트)은 이미지를 강렬하게 새겨놓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슈팅을 하는지 연습 때부터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슈팅만 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새기고 그 상황에 따라 드리블이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상황을 재현하여 슛을 쏘는 훈련. 그렇게 수 많은 훈련이 쌓이고, 이미지가 쌓이고,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생기면 실전에서도 흔들림 없는 동일한 슈팅 폼, 동일한 릴리즈, 동일한 세기로 자신이 원할 때 슈팅을 쏠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최고의 3점 슈터중 하나로 성장하게 될 클레이 탐슨이 하는 '어두운 곳에서 슈팅 쏘기' 훈련을 접목하여, 영재는 어두운 곳에서 이미지를 새기고 상황에 맞는 슈팅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다.

등을 진 채 공을 받으면 반 바퀴 돌아 림을 향한 채 페이드 어웨이.

탑에서 공을 받아 스크린이 서 지면 돌파 후 미드 레인지에서 풀업 점퍼.

3점 라인 뒤에서 공을 받자마자 솟구치는 스팟업 3점.

이런 무수한 상황들을 가정하여 슈팅 연습을 하니, 영재의 슈팅 릴리즈나 매커니즘이 점점 일정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어느 상황에서든 슛을 넣을 수 있도록 단련되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두어시간을 수백개의 슈팅으로 시간을 보낸 영재는 완전한 밤이 되어서야 기숙사에 들어왔다.

머지 않아 2010년 NBA드래프트가 열린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목드랩 예상 번호 근처의 픽을 가진 NBA구단들에서 워크 아웃 (일종의 구단 훈련 참여. 워크 아웃을 통해 구단은 드래프트 전 마지막 선수 점검을 한다. 공개일 경우도 있지만 비공개일 경우도 있다.) 에 자신을 초청하게 될 것이다.

"워크아웃이라..."

영재를 부를 팀들이 어느 팀일 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전생의 자신이 걸어간 길을 걷고 싶진 않았기에 샌안토니오 스퍼스만큼은 제쳐두기로 했다.

같은 시간, 집무실에서 퇴근을 준비하던 스티브 피셔 감독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네. 스티브 피셔 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이전트인 빌 더피라고 합니다. -

피셔 감독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빌 더피라니. 카멜로 앤써니, 스티브 내쉬 등 NBA의 슈퍼스타를 맡고 있는 유명 에이전트이다. 특히 중국 최고의 센터, 휴스턴 로케츠의 야오밍 역시 빌 더피가 에이전트 였다.

선수 시절 덴버 너게츠(Denver nuggets)에 지명되었을 정도로 농구 실력이 출중했던 빌 더피는 보는 눈이 정확했다. 그러면서도 선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저 고객과 선수 입장이 아닌 '인간관계' 를 중시하는 인간적인 에이전트 였다. 특히나 그는 특이하게도 자신은 흑인이지만 한국계 누나와 대만계 여동생이 있는 독특한 가정 환경 때문에 인종적인 차별이나 고정관념이 없고,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각국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여 다양한 언어를 소화하고 문화 또한 능통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의 회사인 BDA 에이전시는 다양한 국가 선수들이 주요 고객으로 에이전트와 선수 간의 인간관계도 돈독한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 늦은 시간이니 본론을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 저는 귀 학교의 슈팅가드 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자리를 마련해 주실 수 있을까요? -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개인훈련은 타 선수들의 훈련방법을 차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정리하는 편이네요.

AdYang님/// 헐... 오늘 출근은 잘 하셨는지요?

sosuHands님, 우유동자님, 백예님/// 후후 과연 어디로, 몇 번 픽에 뽑힐까요.

anwkdk님/// 멜로가 아직은 뉴욕으로 합류하기 전이죠. 시즌 중반...

고기를먹자님/// 마이애미라, 확실히 영재가 가면 더 강해지겠죠. 찰머스 대신 주전 포가든, 식스맨 슈가든.

퓨로타님/// 1라 하위~2라 상위까지는 구단들이 다 찔러볼 겁니다.

siroux님/// 감사합니다. 원맨팀이라...어떨까요 과연.

선작.추천.코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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