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2화 (22/296)

00022  NCAA 전국 토너먼트  =========================================================================

윤영재의 경기 스탯 수정이 있었습니다.

=====

켈빈 데이비스는 5분 만에 땀이 뻘뻘 흐르며 목이 아파오고 있었다. 바스케스의 슈팅을 최대한 방해해서 미들슛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벤치 쪽을 보니 이제 영재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는지 벤치에서 수건을 돌리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아마 이번 공격이 자신의 마지막 공격일 것이다. 적어도 이번 경기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될 터였다. 그렇다면 놓치면 안되는 것이었다.

체이스 타플리에게 패스를 뿌려준 데이비스는 쉘리에게 소리쳤고, 쉘리는 눈치를 챈 듯 고개를 끄덕이며 탑으로 튀어나와 굳게 스크린을 섰다.

"그렇지!"

타플리도 의도를 파악한 듯, 데이비스에게 정확히 패스를 건네주었다. 데이비스를 따라붙던 바스케스가 쉘리의 스크린에 가로막히자, 한 순간 노마크가 된 데이비스는 왼 쪽으로 한 스텝 이동하더니 그대로 땅을 박차 뛰어올랐다.

'발 끝 부터 손 끝까지. 자연스럽게.'

'끝 까지 림을 보며 이미지를 구상하고.'

슉!

기가 막히게 손 끝이 공에 긁혔다. 이번 시즌 중 가장 자신이 소름이 돋은 핑거롤이었다. 아름답게 솟구친 공은 무지개와 같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소리도 나지 않고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 정확! 합니다! 켈빈 데이비스!!!]

[작전 타임! 메릴랜드!!!]

우와아아아아!!!!

데이비스는 관중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치더니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벤치 앞에 일어나 있던 영재를 보는 순간, 데이비스는 기를 받았던 손을 펴서 영재와 아플 정도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2개 중 2개! 7분 여 만에 6득점 1어시스트 1리바운드. 켈빈 데이비스 역시나 핵심 식스맨입니다!]

[점수차는 다시 5점 차로 벌어집니다!]

데이비스의 최선을 다한 플레이에 아즈텍스의 전 멤버들은 한껏 고무가 된 상태로 다시금 코트 위에 올라섰다.

[자, 스티브 피셔 감독. 남은 13분여에 모든 걸 건 듯한 멤버 구성입니다. D.J 게이를 필두로 영재 윤, 카와이 레너드, 말콤 토마스, 마지막으로 브라이언 카웰이에요. 그간 출전시간을 적절히 분배했던 피셔 감독이지만, 오늘만큼은 주전들에게 많은 출전시간을 분배하고 있습니다.]

[공격력이 좋은 포워드 빌리 화이트의 득점력이 좋긴 하지만 오늘은 션 모슬리를 마킹하면서 공격이 좀 무뎌진 느낌이긴 했습니다. 그라비스 바스케스 - 에릭 헤이즈 - 션 모슬리 3가드 체제의 메릴랜드에 맞서서 아즈텍스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빅' 라인업을 꺼내들었습니다.]

피셔 감독의 아즈텍스는 원래 주전과 벤치의 조화, 전후반 40분을 길게 보는 경기 스타일을 추구했다. 그랬기에 켈빈 데이비스를 주축으로 하는 벤치멤버를 최소 10분에서 최대 15분까지 경기 중간중간에 주전들의 체력 안배와 벤치 멤버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교체 투입을 해왔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아즈텍스의 정규리그 기록에서 평균 출장시간이 30분이 넘는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농구는 5명만이 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체력 때문에라도 결국 교체를 포함해 최소 8명 이상은 뛰어야 한다. 또한 정규 시즌은 길고,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오늘 경기는 단판 토너먼트였다. 지면 끝인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들보다 몇 수 위인 팀이었다. 주전들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주전들을 33분 가까이 투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시점, 후반 마지막 10~15분 동안 역전당하지만 않고 어느 정도 버텨만 준다면 그때 부터는 아즈텍스가 꾸릴 수 있는 최선의 라인업으로 메릴랜드를 압박할 수 있을 거라 피셔 감독은 예상했다.

'이젠 리바운드에서 밀리지 않는다.'

피셔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코트를 진중하게 바라보았다. 조던 윌리엄스와 랜던 밀본에게 리바운드 싸움을 지더라도 브라이언 카웰과 말콤 토마스를 고집스레 로테이션으로 센터 자리를 맡게 한 이유. 메릴랜드의 가드 3인방에 비해 능력 차이가 확연히 날 수 밖에 없는 체이스 타플리, 알렉 윌리엄스를 무리하게 투입한 이유.

바로 지금부터를 위해서였던 것이다. 체력적 우위를 점하고 골밑도, 외곽도 압박할 수 있도록. 최선의 라인업을 후반에 준비한 것이다.

[이제 후반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D.J 게이. 공을 몰고 하프라인을 넘습니다.]

게이는 코트를 넓게 보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까진 눈빛이 살아 움직이는 메릴랜드의 선수들. 하지만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허리가 꺾여 무릎을 짚고 쉬는 선수들도 많아진다.

휙!

그렇다면 지친 상대를 냅둬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림을 정면에 두는 탑 위치의 DJ게이를 중심으로 우측 45도 3점라인에는 윤영재, 그 반대편 미드 레인지에는 카와이 레너드. 포스트에서 호시탐탐 림을 노리는 말콤 토마스와 브라이언 카웰.

게이의 패스를 시작으로 게이 - 영재 - 토마스 로 이어지는 빠른 패스. 메릴랜드의 수비진들은 공을 추적하고 선수를 마크하기 위해 계속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패스가 돌고 도는 와중에 약간씩 자리 이동이 일어나자 메릴랜드 선수들에겐 엄청난 체력적 압박과 더불어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었다. 우측에 치우쳐 있는 게이 - 영재 - 토마스는 자신이 소화하는 포지션에 비하면 굉장히 긴 슈팅 레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파워 포워드인 말콤 토마스가 미드 레인지 까지 슬슬 나가버리면 림 프로텍터인 랜던 밀본 마저도 혹시 모를 토마스의 미들 슛을 막기 위해 나와야 했다.

5분여를 쉬고 나온 게이와 영재는 계속해서 뛰고 있는 모슬리와 헤이즈에 비하면 확실히 움직임이 가벼웠고, 그라비스 바스케스는 포인트 가드 임에도 수비 시에는 메릴랜드의 신장 열세 때문에 포워드인 카와이 레너드를 강제로 막을 수 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메릴랜드의 개리 윌리엄스 감독은 뿌득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신의 잘못이었으니까. 애초에 어렵지 않게 충분히 경기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개리 윌리엄스. 수비밖에 할 줄 모르는 팀이다. 아즈텍스는 기존의 전술과 선수활용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이번 시즌에 꽤나 알짜배기 신입생을 데려 왔다고는 했지만 그래 봤자 미드 메이저 레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약간의 방심이 쌓이고 쌓여 이런 패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설마설마, 1라운드에 뽑힐 것이라 예상이 될 정도로 실력이 성장하고, 4학년이라 노련한 그라비스 바스케스를 윤영재가 락다운을 시킬 거란 예상만큼은 그 어떤 전문가도 하기 힘들었을 만큼 개리 윌리엄스 감독은 차라리 악몽이길 바라고 있었다.

'Y... Why 13.'

윤영재는 완벽했다. 애초에 종잡을 수 없었다. 저 정도의 스킬셋과 멘탈을 1학년이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고교 시절엔 별 볼일 없는 가드였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라비스 바스케스, 에릭 헤이즈, 랜던 밀본, 조단 윌리엄스. 무려 4명을 바보로 만들고 올려 넣은 전반 버져비터는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크맨이 누군지도 알 수가 없었다. 수비 시 만큼은 그라비스 바스케스를 전문적으로 막는 듯 했지만 필요에 따라 넓은 활동량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공격 할 때는 상대가 누구든 신경쓰지 않으며 자신의 플레이를 한다. 게다가 내,외곽. 코너, 탑... 위치를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린다. 자칫 조용조용한 액션과 간결한 슈팅 때문에 폭발력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윤영재는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60%를 상회하는 성공률로 어느 때이건 점수를 쌓아주고 있었다.

기복 없는 스코어러. 기본기와 스킬이 완벽한 가드. 에이스를 락다운 시키는 디펜더. 수비를 찢고 파고드는 슬래셔...

'도대체 저 놈은!'

이미 점수는 64대 55. 남은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친 메릴랜드 선수들은 남은 시간 대비 점수 차이에 의욕을 상실했다.

슉-

[영재 윤!! 카붐! (Kaboom : boom의 강조형)]

[66대 55! 남은 시간은 42초! 이로써 아즈텍스의 32강 진출이 거의 확실시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영재 윤... 오늘 32분 간 누비면서 무려 23득점, 6어시스트, 7리바운드, 3스틸, 1턴오버 입니다.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한 가드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점 성공률이 무려 4 / 6, 67%의 성공률이죠?! 2점 슈팅은 2 / 4, 자유투는 7 / 7 100% 입니다. 게다가 득점을 성공시킨 시간을 확인해 보면 더욱 소름이 돋죠? 리듬을 타는 스코어러들과 달리 마치 기계처럼 꾸준하게, 몰아서 스코어를 쌓지 않습니다. 경기 내내 꾸준한 스코어를 쌓아 팀에 보탬이 되는 영재 윤의 플레이는 정말 상대방에겐 Y13 이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아 제한시간이 몇 초밖에 남았을 때 아즈텍스는 윤에게 공을 주죠. 윤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 메릴랜드의 공격. 바스케스는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음에도 이를 악 물고 공을 리드했다. 이젠 오기였다. 자신의 앞을 지독하게 틀어막았던 윤영재에게 제대로 된 공격 한 번은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스크린!!"

들어도 상관 없다는 듯 소리를 지른 바스케스. 1학년 센터 조단 윌리엄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탑으로 나와 스크린을 섰다.

"?!"

스크린에 걸리지 않는 저 특유의 빠른 사이드스텝. 스무스하게 스크린을 타고 넘는다는 느낌으로 자신을 따라붙으려는 영재를 보며 기겁하던 바스케스는 갑자기 뒤로 꺼덩 넘어지는 영재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드리블을 멈추고 말았다.

조단 윌리엄스. 또 다시 스크린이 무용지물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하면서 영재에게 의도적으로 스크린을 움직이며 상체를 숙였다. 길목을 막는 스크린이 아니라, 반칙을 각오하고 어깨를 영재에게 부딪혀 버린 윌리엄스.

콰직-

안 좋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영재는 비명을 지르곤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영재 윤. 코트 위에 쓰러져 일어나질 못합니다!]

[방금 전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죠... 아! 조단 윌리엄스! 악의적인 스크린 파울입니다! 저건 스크린이 아니라 어깨를 영재 윤의 얼굴로 들이 밀었죠! 뼈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들것! 들것 가져 와. 당장!!!"

워낙에 빠르고 유연한 사이드스텝 때문에 조단 윌리엄스는 설마 이 정도로 영재가 부상을 당할 줄 몰랐다. 어차피 이긴 경기에 마지막 수비를 뭐가 좋아서 그렇게 철썩같이 들러붙어 막으려 했는지 의아했다.

"이런 개새끼가!!"

"게이, 게이! 참아!"

"참으라고? 참으라고! 이 개새끼가!! 아까부터 윤에게 악의적인 파울을 해 대던 놈들한테 참아?!"

팀의 주장인 게이 부터 이 상황을 참지 못했다. 그나마 윗 학년인 켈빈 데이비스가 게이를 막기 위해 양 팔을 붙잡았지만 게이는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인지 씩씩거리며 계속해서 욕을 내뱉고 있었다. 절친이었던 토마스와 레너드는 피가 낭자한 영재의 얼굴을 보며 좌절할 수 밖에 없었고, 나머지 선수들도 메릴랜드에게 승리한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마치 최후의 전사가 처절하게 싸우고 쓰러진 것 마냥 기절한 영재를 보며 슬픔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으으..."

"윤, 윤! 정신 들어? 윤!"

영재는 갑자기 기절을 했다는 것을 자신의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이 뚝- 끊긴 것 처럼 부딪힌 이후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영재는 그제서야 밀려오는 엄청난 통증에 허- 하는 짧은 한숨 밖에 낼 수 없었다.

얼굴에 뭔가 묻은 것 같아 닦아 보니 피다. 코가 너무 아파왔다. 영재는 직감적으로 코뼈가 부러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부딪친 충격 때문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 어깨에 부딪혀서 코가 부러졌구나...'

아프다. 그런데 그것보다 너무나 허탈했다. 이제 32강인데. 또 한 경기를 치르고 승리하면 16강으로, 8강으로... 아즈텍스와 함께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까지구나."

"윤..."

"여기 까지야..."

영재는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웅얼 거리더니 이내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퓨로타님///안타깝게도, 영재의 3월의 광란은 여기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저도 한국선수가 NBA에서 뛰는 것 참 보고 싶습니다만 한국에서 성장해서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언어 문제, 문화 문제는 물론이고 중-고교-대학의 농구 가르치는 방식부터가 글러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진수 선수처럼 최소한 고교부터는 미국에 진학해서 대학까지 가서 드랩참가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NBA전문기자님의 칼럼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태루군님, 우짜스까잉님, 소시빠아닙니다님///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