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1 NCAA 전국 토너먼트 =========================================================================
전반전에 단 한번도 휴식을 취하지 않은 영재는 가빠지려 하는 숨을 간신히 조절하곤 게이의 움직임에 따라 오른쪽 사이드 45도 3점 라인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영재 뿐 만 아니라 아즈텍스의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 점수를 못 벌린다면 후반전이 만만치 않으리란 것을. 특히 영재는 더욱 확실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조직력으로 리드를 가져가고는 있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개개인의 능력은 메릴랜드에 비해 떨어졌다.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그 격차는 점점 커지게 되고, 힘이 떨어지면 따라잡히고 역전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었다. 결국 박빙 승부가 되면 그 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조직력보단 개개인의 능력이다.
그렇다면 영재는 선택해야 했다. 기세를 가져오기로 마음 먹었다면 무리한 플레이를 해야 하더라도 꼭 이번 슛은 메이드를 시켜야 했다.
'...'
게이 역시 그런 영재와 눈빛이 맞았고, 게이는 왼손으로 선수들을 지시하더니 영재에게 공을 뿌렸다. 지극히 올드스쿨한 1:1 아이솔레이션. 영재의 앞에는 또 다시 그라비스 바스케스가 붙었고, 언제라도 바스케스의 수비를 헬핑할 수 있도록 게이의 수비를 맡던 에릭 헤이즈 까지도 게이와 영재 사이에서 서성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큿!"
영재의 갑작스런 드라이브 인. 바스케스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고, 영재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어깨를 바스케스에게 들이밀었다.
'뭐?! 포스트업?!'
툭툭 미는 듯 하지만 영재의 벌크업은 생각보다 잘 되어 있었다. 비슷한 사이즈의 바스케스가 자리를 못 버티고 뒤로 밀려나자, 곧바로 헤이즈가 달려와 더블팀의 형태를 갖추려고 했다.
차마 스크린도 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찰나의 순간, 영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른손에서 왼 손으로 공을 옮기고는 포스트업에서 페이스업 (포스트 업 - 등을 지고 수비와 상대, 페이스 업 -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상대) 으로 전환하더니 손을 들었다.
"슈팅이냐!"
바스케스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손을 치켜들었다. 혹시라도 페이크에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바스케스의 생각대로 영재는 슈팅을 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영재는 왼손으로 공을 바운드 시켜 헤이즈와 바스케스 사이로 빠지게 하고 왼쪽 어깨를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공을 빼냈다.
[엄청난 플레이!! 영재 윤! 기가 막힌 무브입니다!]
[여지껏 부드러운 플레이만 하던 영재 윤에게서 이런 파워풀한 모습이 보이다니 대단한데요?!]
[돌파합니다, 랜던 밀본이 가로막습니다!]
영재는 곧바로 레이업을 쏠 자세로 오른손으로 공을 옮기더니 오른발로 땅을 박차고 손을 들어올렸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레이업 자세. 밀본 역시 한 치의 의심 없이 수비를 위해 위로 솟구쳤지만 공은 커녕 영재의 손도 보이지 않아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왼발!! 왼발을 떼지 않고 오른발로 레이업 페이크!!! 엄청납니다! 영재 윤!!]
[저 무브는 어느 누가 와도 속을 수 밖에 없죠! 다시 공을 회수하고 한 발 더 파고드는 영재 윤!!!]
"으아앗!!!"
남아있는 선수가 없다. 영재는 평상시에 잘 하지 않는 기합까지 내지르며 위로 솟구쳤다.
"?!!"
그러나 영재의 눈 앞을 확- 가로막는 거구. 조단 윌리엄스가 큰 키를 이용해 영재의 시야를 가로막고 공중에 뜬 영재를 위협적으로 밀어붙였다. 중심이 흔들릴 법 했지만 영재는 떠밀리는 와중에도 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레이업을 올리던 오른손을 순간적으로 회수하곤 왼 손으로 공을 옮겼다.
콰앙!!!
삐이-!!
윌리엄스의 블락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와중에도 왼팔을 끝까지 뻗어 림에 공을 올려놓듯 왼손 끝까지 움직인 영재는 그대로 튕겨나가 코트에 내팽개쳐졌다.
"으으..."
등이 찢어지듯 아픈 와중에도, 치어리더 단 앞에서 그대로 떨어져 '어머, 어쩌면 좋아...' 라는 걱정스런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음에도 영재는 신음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켜 투명한 백보드 뒤에서 림 위에 아슬아슬 올려져 있는 공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슉-
[바스켓 카운트!!!! 영재 윤!!!]
우와아아아아!!!!
바닥에 쓰러졌음에도 슛이 들어가자 영재는 아픔이 스윽- 사라지는 착각과 함께, 일어나면서 절뚝임에도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아! 이 괴물 새끼!!"
D.J 게이, 그가 제일 먼저 달려와 영재를 부축하며 엄지를 치켜 들었고, 곧바로 카와이 레너드와 카웰, 화이트도 달려들어 영재가 제대로 걸을 수 있을 때 까지 부축을 해 주며 자유투 라인까지 함께 동행했다.
"이제 충분해."
"아직도 절뚝거리잖아. 고집 부리지 마."
"괜찮아. 갑자기 떨어져서 그래."
아직도 등이 저릿했지만 영재는 꾹 참아내야 했다. 적어도 자유투를 던질 때 만큼은 멀쩡하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반칙으로는 자신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을테니까.
"후..."
애써 아픔을 참고 영재는 허리를 숙이지 못한 채 뻣뻣한 자세로 자유투를 던졌다. 순전히 오른팔과 오른손의 핑거롤에 의지하여 자유투를 쏜 영재.
퉁퉁-
몇 번 림을 불안하게 퉁기던 공은 거짓말처럼 림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야, 전반전 끝났습니다. 35대 29! 샌디에이고 주립과 메릴랜드의 64강전에서 샌디에이고 주립이 앞서갑니다! 전반전의 지배자는 단연 영재 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그 환상적인 플레이는 정말 NCAA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돌파였는데요.]
[네, 바스케스를 슈팅 페이크로 속이고 에릭 헤이즈와 바스케스의 더블팀을 어깨를 밀어넣어 곧바로 파고들었죠? 그 이후 랜던 밀본에게 엄청난 레이업 페이크, 발을 떼지 않은 채 뛰는 듯한 페이크를 주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왼발 끝으로만 온 몸을 지탱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로 신체의 밸런스가 완벽하다는 겁니다. 마지막엔 정말 아찔할 정도로 위험한 반칙이 나왔음에도 끝까지 림을 추적하며 왼손으로 공을 우겨넣은 스킬과 근성, 정말 대단합니다. 생각보다 절뚝거리는 것 같은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하프타임 이후 후반전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영재는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 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 걸었지만 아무래도 등에 타박상을 입은 듯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등을 어루만졌다.
"수고했다. 메릴랜드라는 강호를 상대로 만족스런 경기력이었다. 수비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피셔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며 수비에서 그나마 미흡했던 골밑 수비에 대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 몸은 좀 괜찮나?"
"네... 충분합니다."
충분하다곤 했지만 충분하지 않은 건 피셔가 보기에도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적어도 후반 초반 만큼은 휴식을 취해야 했다. 전반전이 너무나 치열해서 20분 내내 영재를 빼지 못했던 피셔로써는 건강한 상태이더라도 쉬게 하려 했는데, 등으로 떨어진 상태인 영재를 적어도 10분 가까이는 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후반 초반은 무조건 쉰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 알겠습니다."
영재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영재도 자신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발목에 찬 발목 보호대를 다시금 쭉 끌어당겨 텐션을 유지시킨 뒤, 영재는 의료진에게 일시적이긴 하나 통증이 완화 될 만한 마사지와 테이핑, 아이싱을 받기로 했다.
"윤!"
선수들이 영재에게 '걱정 말라' 고 말하며 나가고, 마지막으로 영재 대신 투입할 켈빈 데이비스가 영재를 불렀다.
"아, 데이비스."
이번 시즌 초, 4학년인 켈빈 데이비스는 영재에게 자리를 빼앗겨 영재에게 내심 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재와 같이 벤치 멤버로 코트 위에 올라왔을 때 자신이 지난 3년 간 쌓아올린 기록 보다 훨씬 좋은 3점 성공률과 야투율로 인해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었다. 뛰는 시간은 1/3 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영재의 덕을 톡톡히 본 데이비스는 어느덧 라이벌리를 형성하던 게이와 같이 영재에게 툴툴대긴 했어도 이젠 영재를 진심으로 아즈텍스의 일원이며 중심이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장직을 바라거나, 자기 중심의 이기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않고 D.J 게이의 주장을 그대로 유지하길 바라며 팀 케미스트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영재를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었다.
"2009년 마지막 경기 때 한 말 기억나냐?"
"으... 물론이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 보고 싶다고."
데이비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재에게 손을 뻗었다.
"기 좀 나눠 줘."
"왜 그래. 3점 슈팅 성공률은 나 보다도 좋잖아."
"연습 때지. 실전에선 아직 너보다 3% 낮아. 그러니까 3% 만 줘봐. 쪼잔하게 그러지 말고."
영재는 툴툴대는 데이비스를 물끄러미 보더니 이내 킥- 하고 웃으며 손바닥을 맞대 주었다.
"좋아."
데이비스는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 영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빠르고 강하게 붙어!"
수비에 서툰 데이비스 임에도 철썩같이 바스케스에게 들러붙으며 아즈텍스의 벤치 멤버들을 독려했다. 바스케스를 맞상대 하면서 데이비스는 이런 괴물같은 선수를 락다운 시킨 영재를 다시 한 번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타플리! 공간 나잖아! 붙어!"
"버텨! 밀리지 마!"
"시간 충분히 이용해!"
"우리 아직 반칙 하나도 없어! 반칙 이용해!"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팀을 이끄는 켈빈 데이비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상대하는 그라비스 바스케스는 너무나도 현란한 드리블과 정확한 슈팅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마저도 영재가 락다운을 시켜 손이 식어버린 거라고 생각하면 전반전엔 어땠을지 끔찍할 정도였다.
삐이-
그래도 데이비스는 어느덧 4학년. 노련함만큼은 데이비스도 밀리지 않았다. 슈팅 파울은 절대로 주지 않고, 스틸을 노리면서 스틸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바스케스의 손을 건드려 반칙으로 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벤치 멤버들인 체이스 타플리, 알렉 윌리엄스는 1학년이었다. 타이론 쉘리와 말콤 토마스가 도와준다곤 하지만 수준의 격차가 많이 났고 경험이 부족했다.
[후반전 5분여가 지났습니다. 6점 차이의 경기가 어느덧 40대 38. 원 포제션 차이입니다.]
[5분 간 단 5점밖에 넣지 못한 것이 뼈아프지만, 피셔 감독도 알고 있는 거죠? 마지막에서 사활을 걸기 위해 주전들의 체력을 최대한 비축하겠다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메릴랜드의 개리 윌리엄스는 이 기회에 리드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것이 보이네요. 25분 동안 바스케스, 밀본, 헤이즈가 무려 평균 23분을 뛰었고 션 모슬리가 21분, 조단 윌리엄스도 벌써 20분이 넘었습니다.]
[이 것이 바로 벤치 멤버가 해 줘야 할 몫이죠. 아즈텍스의 경우 점수차이가 좁혀지곤 있지만 고무적인 것은 4학년인 켈빈 데이비스 때문입니다. 5점에 모두 관여했거든요? 말콤 토마스의 밖으로 빼 주는 패스를 받자마자 스팟업 3점이 들어가고, 체이스 타플리가 슈팅 파울을 당할 때 어시스트 파울을 찔러 준 게 켈빈 데이비스죠. 게다가 파울을 노련하게 이용해서 흐름을 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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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하얀심장님///연중은 없습니다. 걱정 마세요^^
조창현님, 리드벤님, SosuHands님///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