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0화 (20/296)

00020  NCAA 전국 토너먼트  =========================================================================

공을 잡은 그라비스 바스케스는 영재를 슬쩍 노려보더니 고개를 슬쩍 갸웃거렸다. 단 한 번의 플레이일 뿐이다. 어차피 2점 플레이였고 경기는 길었다.

훅-

그라비스 바스케스 - 션 모슬리 - 에릭 헤이즈로 계속 이어지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 제 아무리 수비 지표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아즈텍스라 하더라도 패스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다시 그라비스 바스케스. 악착같이 달라붙는 윤입니다!]

[패스가 잘 이어지고는 있습니다만 개리 윌리엄스 감독도 그렇고, 바스케스도 그렇고 정말 답답하겠습니다. 메릴랜드에서 가장 정확한 패싱과 강력한 득점력을 가진 게 그라비스 바스케스거든요? 어떻게든 바스케스에게 빈틈을 만들려 하는데 끈질기게 따라붙는 윤 때문에 다른 공격 루트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바스케스는 큭- 하는 소리를 내며 결국엔 다시금 안전한 패스를 탑에 서 있는 에릭 헤이즈에게 뿌려주었다. 패스를 돌리면서 공격적인 패스를 찔러주려 했지만 불안불안하게 영재의 손에 걸려 뺏길 뻔 하자, 바스케스도 함부로 공격적인 패스를 찔러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윙에서 션 모슬리가 공을 잡자, 무려 3인치가 큰 빌리 화이트가 살짝 거리를 내 준채 오른손을 들며 시야를 방해했다.

"흡!"

션 모슬리의 슈팅 모션에 빌리 화이트는 뛰고 싶은 마음에 발바닥이 근질거렸지만 최대한 인내하며 손을 조금 더 높게 들었다.

'칫.'

분명 빌리 화이트는 수비가 좋지 않은 포워드였다. 슈팅 페이크 모션에 금새 속아 넘어가는 선수였음에도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무리한 수비를 하지 않았다. 결국 모슬리는 픽을 타고 넘어가 조던 윌리엄스에게 공을 넘겨 줄 수 밖에 없었고, 카웰은 나름대로 잘 막았으나 윌리엄스의 베이비 훅에 2점을 내 줄 수 밖에 없었다.

경기는 접전이었다.

2대 2는 어느덧 엎치락 뒤치락 하며 11대 8이 되었고, 아즈텍스의 윤영재는 3점슛 1개를 포함하여 4분 동안 5득점 1어시스트, 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었다. 슈팅 감각은 여전히 날카로워서 3개 중에 2개를 메이드 시키며 공격의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공격시에 영재를 상대해야 하는 그라비스 바스케스의 경우 단 2개의 슈팅밖에 쏘지 못했고 그 마저도 단 한개가 메이드 되지 않았다.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긴 했으나 그것은 수비가 좋지 않은 빌리 화이트와 매치를 하던 션 모슬리에게 패스가 어찌저찌 이어져서 가능했던 것일 뿐, 되려 영재에게 1개의 스틸을 당하고 턴오버까지 저지르며 2턴오버를 기록했다.

개리 윌리엄스 감독은 종잡을 수 없는 영재의 플레이에 불만족스런 표정을 짓더니 20초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에게 따로 지시를 내렸다.

퍽!

삐익-

[아, 반칙! 에릭 헤이즈의 반칙입니다.]

[유독 영재 윤이 돌파를 하거나 슈팅을 하려고 할 때 반칙이 나오죠?]

[어떻게 본다면 영재 윤의 반칙 유도가 기가 막힐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메릴랜드의 수비가 작전타임 이후로 굉장히 거칠어 졌습니다. 특히 영재 윤에 대한 수비는 반칙으로 자유투를 주더라도 공세를 끊겠다는 것 같습니다. 부상을 조심해야겠죠?]

영재는 레이업을 올려놓으려다 자신의 가슴팍을 밀고 들어오는 에릭 헤이즈 때문에 우당탕- 뒤로 굴러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꽤나 위험한 반칙이었으나 그 간 영재가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인내해 왔던 훈련들 덕분인지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하여 부상을 모면하고 있었다.

"아이고-"

영재는 노인네같은 신음소리를 내더니 레너드의 손을 잡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이런 것 역시 전술의 일부라는 걸 알기에 굳이 화를 낼 필요도 없었다. 공격 전개의 흐름을 끊는다곤 하지만 결국엔 반칙이 쌓이고, 슈팅 동작이었다면 자유투도 줘야 한다. 영재는 이럴 때일수록 태연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브라이언 카웰은 으르렁거리며 벼르듯 으름장을 놨지만, 영재는 괜찮다며 카웰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반칙 쌓는 게 바보같은 거지. 거기에 휘말리지 마. 카웰. 자유투만큼 편한 득점도 없다고."

"윤- 가끔 가다 화도 내 줘야 얕보지 않는다구."

"알아. 그래도 경기를 이긴다는 게 중요하니까. 반칙 많이 얻고 자유투 많이 얻으면 좋잖아? 자유투가 제일 확률높고 역습 위험이 적기도 하고, 내 자유투 알잖아?"

카웰은 그건 그렇지 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퉁-

자유투 라인에 서서 한번 공을 퉁기고 공을 잡아 살짝 스핀을 걸어 허공에 띄운다. 전생에서 NBA 무대를 누빌 때도 자유투를 던지기 전, 일종의 의식 마냥 하던 영재의 고유 동작이었다.

MVP!

슉-

MVP!

슉-

자유투를 던지기 직전, 짐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MVP 챈트. 영재는 그 챈트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고는 눈 깜짝할 새 2개를 던져 모두 집어넣었다.

NCAA의 경우 전 후반 20분의 경기이기 때문에 팀파울 제도가 NBA와는 다른 룰을 가지고 있었다. NBA의 경우 쿼터 당 5개 파울 까진 가능하나 6개 부터는 팀파울이 적용되어 무조건 2개의 자유투를 주게 된다. 하지만 NCAA의 경우 전후반 마다 6개 까지의 파울에는 팀파울이 아니며 7개 부터 9개 까지의 반칙은 원 앤드 원 (one and one) 이라고 하여, 1개의 자유투를 넣어야 2번째 자유투도 쏠 수 있는 독특한 룰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슈팅 파울로 인한 2개의 자유투였으나 팀파울에 걸리더라도 영재의 자유투 정확도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 앤드 원 룰이 적용되어도 별로 큰 변수는 아니었다.

[정확한 자유투입니다!]

[공격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 윤에게 밀착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파울이 나오는 거 같은데요. 이게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나, 윤의 경우 자유투 성공률이 무려 90%를 넘어섭니다. 게다가 자유투를 얻어내는 스킬이 상당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기세를 막긴 커녕 팀파울로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습니다. 조심해야죠!!]

해설대로 영재에게 밀착 마크와 거친 수비를 할 때 마다 반칙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자 개리 윌리엄스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에릭 헤이즈, 랜던 밀본, 그라비스 바스케스, 션 모슬리는 눈 깜짝할 새에 1개씩 반칙을 적립하고 말았다.

퍽!

삐비빅-!!

[아, 오펜스 파울! 완전히 말렸어요, 그라비스 바스케스!]

[기가 막히거든요? 잘 보시면 윤이 한 순간 사이드 스텝으로 돌파하는 바스케스 앞에서 미리 자리를 잡죠? 여기서 바스케스는 멈출 수 없으니 림으로 돌진하지만, 수비자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꼼짝 없이 오펜스 파울이거든요?]

[아, 영재 윤. 조심해야 겠는데요? 오펜스 파울 유도도 좋았지만 방금 전은 좀 위험했습니다. 바스케스의 팔꿈치가 목을 강타할 뻔 했어요.]

오늘따라 영재는 코트를 구르고 궂은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 기세를 계속해서 끌어올 수 있었고, 자신이 궂은 일을 해야 다른 팀원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만들어 질 수 있었기에 애써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여유있는 컨퍼런스 리그도 아니고, 상대는 자신들보다 몇 수 위인 메릴랜드기 때문이다.

"괜찮아?"

무뚝뚝한 레너드가 영재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며 넌지시 물어보았고, 영재는 가슴이 욱씬거리긴 했지만 바스케스를 봉쇄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7번째 반칙. 영재는 상대방 코트로 빠르게 걸어가 예의 그 동작을 펼쳤다. 살짝 떠서 스핀에 따라 도는 공을 탁 잡은 영재는 MVP 챈트와 동시에 자유투를 쏘았다.

[1구 성공.]

[이러면 2구도 시도할 수 있게 되죠?]

[네, 7번째 파울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라비스 바스케스 교체되네요. 전반전이 아직 10분여나 남아 있음에도 벌써 2반칙이네요. 3번만 더 반칙을 하게 되면 퇴장이니 개리 윌리엄스 감독도 교체를 지시한 것 같습니다.]

영재는 1구를 성공하고 팀원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슉-

2구도 깔끔하게 들어간 자유투. 어느덧 스코어는 15대 8. 영재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곧바로 백코트로 돌아갔다.

바스케스가 빠진 가드진은 그야말로 단팥 없는 찐빵 처럼 단순하고 밋밋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는 가드진을 거치지 않고 골 밑을 집요하게 파 내는 플레이를 하기 시작한 메릴랜드.

극단적으로 가드진의 볼 소유가 줄어들고 확실한 골밑 패스로 조던 윌리엄스와 랜던 밀본에게 공을 몰아주었다. 브라이언 카웰이 터프한 정통 수비형 센터라곤 하지만 랜던 밀본의 경우 메릴랜드의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의 선수.

파워포워드 위치의 선수인 카와이 레너드나 타이론 쉘리가 수비에 버거움을 느끼면 어쩔 수 없이 랜던 밀본에게 센터 포지션인 브라이언 카웰, 말콤 토마스가 헬핑 수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비어있는 조단 윌리엄스, 혹은 빠른 림어택이 가능한 션 모슬리에게 공이 가게 되어 미스 매치가 발생하고 결국 실점을 하게 되었다.

영재의 경우 피셔 감독의 지시에 따라 바스케스가 빠지자 에릭 헤이즈와 션 모슬리를 번갈아 가며 집요하게 마크하고, 공격을 했기 때문에 골 밑 까지는 헬핑을 들어가기 어려웠다.

15대 8에서 또 다시 엎치락 뒤치락. 그러다 보니 어느덧 스코어는 늘고 늘어나 전반 마지막 30초를 남겨두고 32대 29. 아즈텍스가 근소하게 리드를 하는 상황은 변함 없었으나 1점씩 야금야금 따라오는 메릴랜드의 저력에 선수들도 바짝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슬슬 코트 위치 용어가 자주 나오는 시점이라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농구를 즐겨보신분들은 아실 듯하고, 혹시나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것이니, 아는 분들은 스킵하시면 됩니다. 혹여 잘 모르시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도록 서술할 겁니다.

탑 : 골대와 정면인 3점 라인 바깥 위치. 보통 포인트가드가 전술 지시를 하는 위치입니다.

윙 : 골대와 45도의 3점 라인 바깥 위치. 2:2전술의 대표격인 픽 앤 롤과 픽 앤 팝을 가장 많이 시도하는 위치입니다.

하이포스트 : 자유투를 쏘는 곳 근처. 동그란 원이 있는 부분입니다. 주로 패싱이나 중거리 슈팅이 좋은 빅맨들이 서는 위치입니다.

로포스트 : 골밑을 의미합니다. 리바운드 싸움이 매우 치열한 곳이죠.

엘보우 : 골대와 45도 위치의 자유투 라인 근처를 말합니다. 픽 앤 팝 후 빅맨이 중거리 슈팅을 많이 쏘는 위치입니다.

사이드라인 : 코트의 좌우 라인입니다. 양 팀의 벤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죠. 3점 슈팅까지 거리가 가장 짧은 곳이기도 합니다.

베이스라인 : 골대 아래의 라인입니다. 사이드에서 골밑으로 돌파할 때 베이스라인을 탄다 라고 하죠.

하얀심장님, dio2n님/// 감사합니다^^

퓨로타님/// 과연 어느 스타일로 성장하게 될지... 기대해주세요. 드래프트 에피소드도 조만간 나옵니다. 10년도 드래프트에서 샌안토니오는 20번 픽이었죠. 과연?

sosuHands님///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 완료했습니다.

AdYang님/// 감사합니다^^. 분량 약점은 저희도 아쉽지만, 집필시간이 많질 않아서.

ㅠ.ㅠ

스타터님/// 칭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선작을 해주셨네요. 관심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퀄리티의 글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작.추천.코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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