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6 NCAA 개막 =========================================================================
Viejas Arena at Aztec Bowl.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아즈텍스의 홈 이름이며 최대 5천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짐이었다. 그 안에는 어김없이 4500여명의 관중이 꽉꽉 들어차 NCAA Division 1의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즈텍스의 농구는 거친 수비 일변도의 플레이가 주를 이루어서 그런지 평균 관중이 4000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이번 시즌 아즈텍스의 평균 관중은 무려 4,721명. 작년에 비해 무려 1,000여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아즈텍스의 기세는 그야말로 기세등등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포모나-핏저의 경우 강호는 아니었어도 나름대로 도깨비 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양한 전술로 상대를 당혹케 했고, 스몰 라인업을 적용하여 빠른 농구를 해오던 팀이었다.
"속공! 속공!"
포모나-핏저의 팬들은 속공 (Fast Break) 챈트를 외치며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려 했지만, 포모나-핏저의 속공이 통한 것은 그야말로 손에 꼽힐 정도였다. 애초에 작고 빠른 농구를 해야 하는데 자신들보다 크고 빠른 선수가 공격의 흐름을 끊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팀 내에서 스코어러를 담당하는 아담 체이모위츠는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선수를 보며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주먹으로 한 대 힘껏 후려갈기고 싶을 정도로 상대방은 얄밉게 농구를 하고 있었다.
[아담 체이모위츠, 다시 공을 잡는데요.]
[후반전 5분이 지나가지만 아담 체이모위츠의 야투는 2/9 입니다. 참담한 수준이죠. 이래서는 점수차이가 더욱 벌어질 뿐이라고 생각되네요.]
전반 종료 스코어는 44대 25. 그야말로 압살을 당했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포모나-핏저는 허우적대고 있었다. 리바운드는 저스틴 섹톤과 션 스테판이 트윈 타워로 나서서 아즈텍스의 토마스, 혹은 카웰, 그리고 레너드를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골이 들어가질 않고 있다.
볼핸들러 겸 포인트가드인 데이비드 리스는 무슨 공격을 전개하려고 하면 1차적으로 게이가 막아서는 것 까지는 어느정도 뚫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팀 내의 스코어러인 체이모위츠에게 공을 배급하려고만 하면 공격이 되질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영재 때문이었다.
픽 플레이로 저스틴 섹톤을 타고 넘어가 게이를 제쳐버리면, 어느샌가 헬핑을 와서 자신의 앞을 막는다. 그리고 동시에 게이는 스위칭을 해서 체이모위츠의 앞을 막는다. 짜여진 프로그램 마냥 둘은 전혀 '갭 없는' 스위칭과 헬핑 디펜스로 픽 플레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1:1 아이솔레이션.
2:1 협력 패스.
백스텝 이후의 스텝백 점퍼.
스크린 이후 옆으로 달리다 풀업 점퍼.
무슨 짓을 하든 영재는 단 한번의 클린 샷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솔레이션을 시도하면, NBA리거 였던 영재가 NCAA, 그것도 TOP3 안에 드는 선수가 아닌 드리블에 속을 리 만무했다. 협력 패스를 하려고 하면 패스 길을 너무나 잘 읽어서 손을 뻗는다. 그렇다고 무리한 스틸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무리하게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스틸하면 차라리 괜찮겠는데,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딱 손만 뻗으면 뺏을 스틸만 해 대니 패스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백스텝과 스팟업, 풀업을 뛰어오른다고 해서 영재가 내버려 두는가? 철저하게 무리한 블록보다는 정상적인 슈팅이 힘들도록 강요한다. 수비를 달고 쏘는 터프샷 자체도 성공률이 낮은 편인데, 상대에게 강요당한 터프샷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리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높이가 되는 저스틴 섹톤에게 공을 건네주거나, 영재와 게이가 스위칭을 한 순간, 체이모위츠에게 '뺏기지 않고' 패스를 줘서 체이모위츠가 게이를 빠르게 제쳐버리는 공격 루트밖에 남질 않은 것이다.
"후-"
하지만 더더욱 무서운 것은, 바로 수비를 할 때 였다. 영재가 공을 잡으면 무슨 일이 나도 크게 일어난다는 걸 직감했지만, 도무지 막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지금도 탑 위치에 마주보고 서 있는 게이보다, 오른쪽 사이드 3점라인에서 서성이는 영재가 더욱 신경쓰일 정도니, 말 다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즈텍스의 공세가 참으로 매섭죠?]
[네, 그 중심에는 단연 영재 윤이 있는데, D.J 게이 와의 호흡이 기가 막힙니다. 자, 지금 보시면...]
오른쪽 사이드에서 곧바로 골 밑까지, 일직선으로 내달리는 영재.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재를 마크하던 체이모위츠도 빡빡한 골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살짝 뒤로 물러나 영재가 어디로 나올지 보고 따라붙으려고 해도 영재의 오프 더 볼 무브(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가 상당해서 예상보다 훨씬 밀집지역을 빠르게 빠져나와 버렸기 때문에 같이 움직이는 수 밖에 없었다.
밀집한 지역을 헤집고 탑 부근으로 나오면, 게이와 레너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레너드가 탑에서 스크린을 서면 게이는 오른쪽, 영재는 왼쪽 탑 부근에서 다시금 골 밑으로 치고 들어간다. 레너드의 스크린에 한 순간 데이비드 리스와 션 스테판의 발이 묶이고, 영재에겐 체이모위츠가 붙지만 게이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
'......'
게이는 생각했다. 뒤따라 들어오는 레너드에게 공을 넘겨줄 것인가?
같이 파고들던 영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을 빼 줄까?
아니면 미드레인지에서 빈틈을 노리는 빌리 화이트에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직접 파고들어 슛을 노리거나, 자신의 슛을 막기 위해 센터가 헷지를 나오면 말콤 토마스에게 넘겨줄까?
'큭큭.'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게이는 행복한 고민을 잠시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었다.
휙-
패턴은 섞어주어야 하고, 예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은 포인트 가드. 경기를 조립하고 득점을 위해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를 짜야 하는 감독이다. 이것을 깨달으니 게이의 실력이 점점 좋아질 수 밖에. 볼 핸들러의 부담을 나눠주는 영재 덕분에 자신에 대한 수비도 느슨해지고, 그의 움직임은 자신에게 쉬운 패스길을 열어주었다.
[D.J 게이, 돌파합니다! 레너드의 스크린에 붙잡힌 데이비드 리스가 따라가질 못하죠?!]
[노마크 입니다, 센터 저스틴 섹톤이 앞을 가로막으러 움직입니다!]
[레너드, 뒤따라 들어가고 영재 윤, 3점라인 밖으로 움직입니다! 빌리 화이트 역시 미드레인지에서 꾸준히 움직이며 수비를 떨어트리고 말콤 토마스는 저스틴 섹톤 뒤에서 박스 아웃!]
게이는 스텝을 밟더니 헷지를 나온 저스틴 섹톤을 슬쩍 보고는 말콤 토마스에게 비하인드 백 패스를 건네주었다. 어설펐지만 그럴듯한 비하인드 백패스.
[비하인드 백 패스! 말콤 토마스 공을 잡습니다!]
[아, 아! 손에서 미끄러지나요?!]
토마스는 이 기가막힌 패스를 제대로 못 받은 게 한스러웠지만 그런 걸 따질 틈이 없었다. 이미 저스틴 섹톤은 공을 따라 자신에게로 몸을 돌린 상태. 높이 싸움에서 압도하지 못하면 무리해서 슛을 쏴서 성공률을 떨어트릴 필요가 없다. 자신이 오픈 찬스가 아니라면 공을 건네주면 알아서 확실하게 해결해줄 동료가 있으니까.
슉!!
[말콤 토마스, 주저 없이 영재 윤에게!]
[아, 영재 윤! 어느 틈에 3점 라인으로 간 거죠?! 아담 체이모위츠, 뒤늦게 따라가려 하지만 늦었죠!!]
체이모위츠의 실책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토마스가 영재에게 머뭇거림 없이 공을 빼 주리라고는 예상하기 힘드니까 말이다. 사실상 엄청난 패스를 받았고, 조금 버벅대긴 했지만 아직까진 슈팅을 감행해도 될 상황이었다. 반칙이라도 얻으면 땡큐고, 무엇보다 골이 들어가고 반칙을 얻으면 바스켓 카운트로 3점 플레이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보다 더욱 성공률이 좋은 공격루트를 모색해서 패스를 뿌린다? 솔직히 어느정도의 BQ가 없다면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또한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었다.
[영재 윤, 3점 시도합니다!]
촤앗!
[뱅!!! 불스 아이!]
다트에서 정 중앙을 맞추면 '불스 아이'라고 칭한다. 농구에서도 불스 아이는 슈팅이 정확하게 빨려 들어갈 때 종종 쓰이는 단어였고, 영재의 3점은 충분히 불스 아이라고 불릴 만큼 정확한 클린 샷이었다.
[아즈텍스! 마치 유기체처럼 팀워크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면 공격 전개에서 5명 중 어느 누구도 쉬지 않았죠? 5명 모두가 이 하나의 공격에 기여했습니다. 맨투맨 수비를 붕괴하고 최선의 공격 루트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스티브 피셔 감독, 정말 대단한 팀을 만들어 냈습니다!]
[게다가 영재 윤, 10여분이 남은 상황에서 벌써 23득점 입니다! 게다가 6어시스트에 5리바운드! 3스틸 1블락! 이 기록이 단 20분을 뛰어서 나온 기록입니다! 영재 윤! 워너비 퍼펙트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5분. 스티브 피셔 감독은 체이모위츠의 아이솔레이션 돌파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림을 타다가 흘러내리는 공을 잡아 디펜스 리바운드를 받은 영재를 보며 타임 아웃을 불렀다.
피셔 감독은 무의식중에 전광판을 슥 올려다 보았다. 5분이 남았음에도 85 대 44.
피셔 감독은 흐뭇한 웃음을 가릴 수 없어 입꼬리가 기분좋게 올라가고 있었다. 농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완벽한 승리였다.
피셔 감독은 5명을 모두 교체하며 다음 경기를 벌써부터 구상하고 있었다.
결국 경기는 90 대 50. 40점 차의 대승을 거두며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아즈텍스는 연승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아즈텍스의 팬 들은 오늘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의 인터뷰를 보며 MVP! 챈트를 외쳤다.
MVP!
MVP!
짐을 울리는 MVP챈트. 그리고 그 주인공은 NCAA의 캐스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CBS Sports 마이카 딜로트 입니다. 포모나-핏저 전에서 25분을 소화하며 26득점, 7어시스트, 6리바운드, 3스틸, 1블락을 기록한 영재 윤과 인터뷰를 가지겠습니다. 윤? 반갑습니다."
영재는 딜로트의 살가운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딜로트와 악수를 나누었다.
"아즈텍스의 13번, 윤 입니다."
영재는 능숙한 영어로 딜로트의 인삿말에 답례차원으로 이야기를 했고, 딜로트는 오늘 경기에 대해 영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도 여전히 뛰어난 활약입니다. 그런데 출전 시간이 보통의 에이스들에 비해 적어요. 개인플레이의 비중도 적고요. 이에 대해 별 생각은 없으신가요?"
"농구는 단체 스포츠고, 저는 팀의 일원입니다. 제가 출전시간이 적더라도 팀이 이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못 뛰는 것도 아니고, 조금 적을 뿐이지 충분한 출전 시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플레이를 적게 하는 이유는, 그게 더 확률높은 공격을 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효율 높은 공격과 수비를 하는 팀이 이기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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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윤은 왜 13번을 달고 뛰는지. 혹시 이유라도 있을까요?"
영재 역시 13번에 대해 처음에는 불만이 좀 있었다. 왜냐하면 처음 입학했을 당시, 즉 고교 시절 리쿠르팅을 받았을 때 13번을 배정받았었다. 자신이 동양인이긴 하지만, 보통 서양에서 13의 숫자는 좋은 인식을 가지지 못한다.
사실은 13번이라는 숫자를 바꾸고 싶었지만 영재는 경기를 뛰면서 13번이란 등번호에 점점 애착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13번의 의미를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13번이라는 것이 불길함을 의미하는 숫자로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NBA에서 뛰고 있는 제 롤모델 중 하나인 스티브 내쉬 선수는 13번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마음가짐을 더더욱 단단하게 하기 위해 13번을 달고 뛰며, 저 역시 항상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되새기기 위해 13번을 굳이 바꾸지 않았습니다."
딜로트는 굳이 영재의 말을 끊지 않았고, 영재는 이마를 슥- 닦더니 특유의 장난끼 있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13번을 보여주면서 '내가 너의 13번이다.' 라고 위협을 주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제 성이 윤, Y잖아요? 크리스 폴 선수가 CP3 라고 하듯, 저도 해 보니까 Y13 이더라구요. 발음만 따져 보면 why 13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까... 왜 13번이냐? 하필이면 저 놈이 내 매치업 상대냐 하고 생각하니 13번도 나쁘지 않았어요. 상대에게 재앙이라면 제겐 성공한 경기니까요."
"하하! 정말 그렇게 생각해 보니 상대 가드에겐 윤의 Y13이 재앙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 CBS의 마이카 딜로트 였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Y13."
영재는 다시 한 번 딜로트와 악수를 나누고는 팀원들에게 돌아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MVP챈트를 마음 껏 느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13번을 달고 뛰는 대표적인 선수는 스티브 내쉬와 폴 죠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승상이라고 불리우는 백투백 MVP(2년 연속) 내쉬. 얼마 전 아쉽게 은퇴했지만, 21세기에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킨 선수 중 하나죠.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스포츠의 명제에 도전한 런앤건(달려서 쏜다. 7초 이내에 공격완료)전술의 피닉스의 에이스였습니다. 이 선수를 보고 NBA에 입문한 팬들도 참 많습니다.
폴 죠지는 인디애나의 에이스로 올시즌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습니다만, 작년의 활약으로 르브론, 카멜로, 듀란트와 스포 4대장으로 불렸을 정도였죠. 수준급의 점퍼를 통한 20득점이 가능한 득점력과 안정적이며 끈끈하고, 침착한 수비력을 가졌습니다.
할라우님, 리니아스님, 리드벤님/// 감사합니다^^
선작.추천.코멘.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