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5화 (15/296)

00015  NCAA 개막  =========================================================================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아즈텍스와 포모나-핏저 대학의 논컨퍼런스(non-conference) 경기입니다. 요새 아즈텍스의 경기력이 만만치 않죠?)

(그렇습니다. 아즈텍스가 그간 수비농구로 마운틴 웨스트 컨퍼런스의 강팀으로 군림했었다면 올해는 단단한 방패 뿐만이 아니라 날카로운 창까지 들고 있으니 엄청날 따름입니다. 날카로운 창이라고 하면 바로 영재 윤을 꼽을 수 있죠. 들으셨던 것 처럼 30분 남짓한 출전시간으로 평균 20점이 넘는 엄청난 득점력, 이번 09-10 시즌 기록을 본다면 윤의 야투율은 2점이 54퍼센트, 3점이 46퍼센트나 됩니다. 정말 엄청난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죠. 게다가 어시스트 또한 팀내 1위입니다.)

(그렇다면 다들 선패스 위주의 플레이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해설자는 흥분한 듯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리가요. 그의 플레이가 워낙 간결하고 깔끔해서 그렇게 오해받을 순 있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스코어링이 필요하면 스코어링을, 팀원들의 슛감을 끌어올리려면 어시스트를 해낼 수 있는 선수입니다.

자신보다 더 좋은 득점루트가 열린다면 슛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죠. 충분히 이기적인 농구를 해도 되지만 결국 농구는 5명이 한 팀이거든요? 혼자서만 잘 해서는 안 된다는걸 잘 아는 선수입니다.

팀원들의 자신감이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아주 능한 선수라는 거죠. 게다가 수비력도 뛰어나고 사이즈도 2번에서는 평균 이상일 정도로 좋습니다. 그래서 윤이 슈팅가드 임에도 D.J 게이가 빠지면 포인트가드, 수비력이 좋지 않은 빌리 화이트가 버겁게 느끼는 포인트포워드 스타일의 선수일 경우 스몰포워드 자리에서도 뛰면서 상대를 락다운 시킬 수 있는 거죠.)

(그렇군요. 과연 이 선수가 오늘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중계진의 열띤 해설이 들릴리 없는 선수들은 모두들 본인의 포지션으로 돌아가기 전, 서로 모여 어깨동무를 하며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헤이 윤. 하고 싶은 말 있음 해 봐."

주장인 D.J 게이가 영재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넘겼고, 영재는 그런 게이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내심 게이가 자신을 배려해준 것을 느끼고는 자신의 오른쪽과 왼쪽에 서 있는 레너드와 토마스의 어깨를 좀 더 세게 쥐며 말했다.

"우리는 광란의 3월로 가고 있어요."

광란의 3월로 가고 있다. NCAA 전국 토너먼트인 march madness를 언급한 영재.

"난, 여기 사람들과 끝까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지고 싶지 않아요. 물론 이 경기를 진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경기를 다 이길 순 없지만, 다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에요. 하지만 모두들 다치지 말고 뛰었으면 좋겠어요. 내 바램은, 이 코트 위에서의 내 바램은 이게 다에요."

영재의 말에 팀원들은 한층 더 좋아진 분위기를 온몸으로 표현하듯, 자신의 옆사람 어깨를 조금씩 더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아, 그리고 토마스가 얼른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토마스? 이번 경기에서 MOM되고 여자라도 꼬셔 봐!"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영재의 농담에 끅끅 거리면서도 '그래! MOM만 되면 교내에 너 뒤로 여자들이 줄을 설 거다!' 라고 맞받아치는 화이트나, '음- 가능성이 있겠어. 열심히 해 봐.' 라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레너드, 말 없이 눈빛을 보내며 오늘 만큼은 MOM을 만들어 주겠다는 게이의 강렬한 눈빛 등. 자칫 과열될 수 있는 분위기가 풀어졌다. 토마스는 왜 나냐는 듯한 억울한 표정으로 이익- 소리를 냈지만 뭐라 화를 내진 않았다.

"그래!!! 루시랑 다시 좀 사귀어 보게 MOM좀 시켜 줘라!!!"

"그래! 아즈텍스!"

"어이!!"

힘찬 기합과 함께 쏟아지는 팬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 영재를 포함한 5인의 아즈텍스 선발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에 맞게 정렬하였다.

휙-

우와아아아!!!

[자,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점프볼은 포모나-핏저의 저스틴 섹톤이 따 냅니다.]

[말콤 토마스의 경우 빅맨 치고 빠른 스피드와 유연성을 지니고 있지만 아무래도 6-9의 신장 때문에 높이 싸움에선 열세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파워 포워드와 센터를 모두 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정통 센터는 아니다 보니 점프볼은 상대방에게 내 주게 되었군요.]

[그렇습니다. 토마스의 점프력이 특출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즈텍스 팀내 리바운드 1위도 카와이 레너드의 몫이지요. 센터가 브라이언 카웰 한 명 뿐인데다가 주전급으로는 조금 부족한 선수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힘이 좋은 토마스가 센터를 자주 보지요. 포모나-핏저의 경우 아즈텍스가 처음으로 상대했던 UC San diego 대학과 똑같은 3가드 선발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네, 아무래도 포모나-핏저의 로스터 구성 상 포워드 중에 주전급 선수가 거의 없고 가드 자원이 많다보니 이러한 전술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만... 최근의 기록을 본다면 선수들의 슈팅 감각이 좋은가로 경기력이 결정 될 정도로 기복이 심한 전술입니다. 오늘은 과연 슈팅 감각이 좋을지 지켜봐야겠죠.]

[아즈텍스의 전술은 어떤가요?]

[아즈텍스는 전통적인 수비 강호입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영재 윤 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들어오면서 아즈텍스를 '공수가 모두 가능한 만능형 팀'으로 탈바꿈 했죠. 영재 윤의 가세로 아즈텍스는 뻑뻑했던 공격이 부드러워지고, 오픈 찬스를 훨씬 많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목하셔야 할 점은, 영재 윤이 입학한 이후로, 재학생들의 작년과 올해 성적이 천지차이라는 사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D.J 게이의 경우 아즈텍스의 1번을 맡고 있었지만 평균 턴오버가 3에 육박할 정도로 볼 핸들링이나 패스 등에 있어서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죠. 하지만 올 시즌의 D.J 게이의 성적을 보시면 턴오버가 단 1.4개 입니다.]

[그것만으로는 영재 윤의 효과라고 보긴 좀 힘들지 않을까요?]

[더욱 대단한 것은 그 다음 입니다. 벤치 멤버로 뛰는 켈빈 데이비스, 타이론 쉘리, 주전급인 빌리 화이트, 브라이언 카웰, 말콤 토마스. 이 선수들은 현재 3~4학년의 선수들인데 야투 성공율이 지난 시즌에 비해 적게는 3%, 많게는 7% 까지 상승하였거든요? 그런데 야투 성공률을 자세히 살펴 보시면, 평균 이상의 성공률을 찍을 땐 꼭, 영재 윤이 코트 위에 있습니다. 그의 코트마진(선수가 코트 위에 있을 때의 팀 득실마진)은 압도적으로 팀 내 1위입니다.

그가 공을 잡으면 더블팀을 유발함으로써 오픈 찬스는 늘어나며, 다른 선수들의 스코어링 부담이 줄어듬으로써 편하게 슛을 쏠 수 있게 되었죠. 다양한 스킬셋을 가지고 스피드까지 갖춘 그를 혼자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이 컨퍼런스엔 없다고 봅니다.

솔직히, 영재 윤을 보고 있자면 절대로 2번이 아닙니다. 단순히 스코어링에 능한 슈팅가드가 아니에요. 포인트 가드와 스몰 포워드의 롤 까지도 완벽히 소화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공격 뿐 만이 아니라 수비 역시...]

해설자가 영재에 대해 일장연설을 토해낼 때, 영재는 기막히게도 상대방의 슈팅 가드인 아담 체이모위츠의 공을 툭- 건드려 스틸을 해 냈다.

[자, 스틸입니다! 영재 윤의 환상적인 스틸!]

[보시면 1:1 대치 상황에서 상대방의 드리블에 단 한번도 현혹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다음 동작으로 무엇을 할지 아는 듯한 모습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임을 포착해 내고, 체이모위츠가 당황하는 틈을 노려서 공을 빼내지 않습니까? 무리한 스틸을 하진 않지만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죠. 그리고 위험한 수비는 최대한 자제하며 팀 디펜스를 견고하게 해주는 일등 공신이 바로 영재 윤 입니다!]

영재는 해설자의 극찬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환상적인 풋워크로 재빨리 속공을 이끌어나갔다. 영재가 신체능력이 괴물은 아니지만, 스피드만큼은 NBA에서도 수준급이었을 정도로 날렵한 선수였다. 물론 NCAA 선수들이 더욱 젊고 신체조건이 아직도 커나가는 선수들이긴 하지만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보통 드리블치면서 달리는 속도가 그냥 달리는 속도보다는 느리다. 그러나 드리블을 치면서 전진하는 속도 만큼은 NBA에서도 준수했었던 영재다. 아무리 쫒아온다 한들, 이미 벌어진 격차를 줄이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으하앗!"

특유의 기운빠진 기합이 아니라, 일갈을 내 뱉듯 시원하게 내지른 기합!

콰아앙!!!

[스플래쉬! 영재 윤!!!]

[원 핸더!! 기가 막힌 원 핸드 덩크입니다!]

자유투라인을 지나 로 포스트에서 오른발로 힘껏 박차고 뛰어오른 영재. 원래라면 무리한 덩크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농구 역시 기세싸움이다. NBA 선수들이 괜히 덩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레이업슛 보다도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 덩크이고, 화려하기만 한 2점이란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선수들은 덩크를 경기 내에서 꽤나 자주 한다.

그 것은 바로 기세를 우리에게 가져오기 위해서다. 물론 센터의 덩크는 기세보다는 안정성을 위해서였다. 센터들 중 적잖은 수는 레이업이 덩크보다 불안하고 성공률이 낮다. 손끝 감각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드의 경우는 기세싸움이나 쇼맨쉽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그것이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해 버린다면 상대방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영재는 기세 싸움에서 전혀 밀리고 싶지 않았으며, 초반부터 상대를 찍어 누를 기회가 왔음에도 흘려버릴 만큼 착한 성격이 아니었다.

운동능력이 괴물인 선수들처럼 360도를 돌거나, 비트윈더레그 덩크를 찍진 못한다. 그건 할 수가 없는 기술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선수들도 자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중에 몸을 날려 한 손으로 공을 든 채 림에 정확히 내리 꽂는 정석적인 원 핸드 덩크는 영재도 가능하다. 6-4, 193cm의 키와 더불어 전생의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벌크업을 하며 신체능력을 키워 온 영재이기에 가능한 파워 슬램이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림에 매달려, 정복자가 된 듯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함성. 그리고 당황한 듯 바라보는 상대편의 표정. 웬만해선 덩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팀원들의 놀란 표정까지. 이 모든 것을 정복자의 위치에서 한 시간과 같은 잠깐동안 누리고 땅에 착지한다.

우와아아아아!!!!!

그리고 기세는 넘어왔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우유동자님/// 예, 아무래도 동적인 스포츠이며 육체적 충돌이 많은 농구나 축구는 부상 위험이 매우 높죠. 배구나 테니스 역시 자신의 신체 한계까지 쥐어짜내다보니...ㅠ.ㅠ 최근의 프로스포츠들은 부상이 주요 화두가 되고, 선수 평가에 내구성이 가장 중요해지고 있네요.

비에르노님, 리드벤님/// 감사합니다^^

dio2n님/// 칭찬 감사합니다. 성장기도 열심히 지켜봐주세요^^ 향후 멋지게 커나갈 겁니다.

선.추.코.평 감사합니다!!

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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