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4화 (14/296)

00014  NCAA 개막  =========================================================================

"선생님, 어떤가요?"

크리스마스 이브. 영재는 더 이상 방심하지 않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주박처럼 자신을 붙잡고 좀먹던 발목의 끔직한 기억만큼은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영재는 과할 정도로 발목과 온 몸에 신경을 썼다. 물론 지금 대학생의 신분으로는 프로시절의 관리를 꿈꿀 수 없지만 자신이 가능한 수준의 관리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었다.

"아... 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가져오더니 영재에게 침대에 눕도록 했다. 그러더니 발목의 이곳 저곳을 누르며 설명을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피로가 쌓여서 무리가 온 듯 하지만 심한 수준은 아닙니다. 농구라는 운동이 무리한 회전이 들어간 동작을 자주 사용하거나 잘못된 착지 자세, 그 외 잘못된 버릇이 있는 선수일수록 부상을 잘 당하지만 저에게 보여준 자료들을 보았을 때는 문제되는 소견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보는 운동선수들 중 가장 부드럽고 유연하게 운동하신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영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운동한다. 그 말이 얼마나 기뻤는지 온 몸에 소름이 살짝 돋을 지경이었다.

"부상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특히 농구와 같이 거칠고 빠르게 전개되고 많은 활동량을 요하는 운동일 수록 발목과 무릎 등의 부상에 취약합니다. 원인으로 몇 가지를 예시로 들 수 있지만 가장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앞꿈치와 뒷꿈치 입니다."

의사는 발과 무릎 모형을 가지고 와서 영재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발목이나, 무릎부상은 대부분 착지를 잘못하거나 선수들과 심하게 부딪힐 경우 발생하게 됩니다. 착지를 할 때 발뒤꿈치부터 먼저 착지를 하면 다리에 심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특히 발뒤꿈치는 아킬레스건, 복숭아 뼈로 올라가 종아리를 거쳐 무릎 그리고 엉덩이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위에 충격을 한번 받으면 하반신 전체가 충격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보내주신 자료를 보면 윤이 플레이를 하는 동안 심대한 충격을 받거나, 뒤꿈치로 잘못 착지를 해 하반신 전체에 충격을 준 경우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죠. 다만, 가끔씩 발목이 흔들리는 경향은 무의식 중에 부드럽고 충격을 최대한 줄이려다보니 발목에 텐션이 가해지지 않아 발생합니다."

확실히, 의사의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보니 영재는 자신의 문제를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미세하지만 착지를 할 때 마다 전체적인 매커니즘은 부드러웠음에도 발목이 위태위태하게 흔들리거나 꺾이기 직전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드라이브 인, 컷 인 등 스텝과 속도를 이용하는 경우 특히 위태로웠다.

"텐션을 가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충격이 완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적당한 텐션은 충격이나 각종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목에 손상이 갈 경우, 단단히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바로 습관화하긴 어려우시겠지만 조금씩 의식하면서 플레이 하신다면 발목은 물론, 무릎 역시 잘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의사는 영재에게 발목에 압박 붕대 등을 이용하여 보조적인 텐션을 잡아주는 것을 권했다. 영재 역시 생각하고 있던 방법이었지만 자칫 잘못해서 경기 중 신경을 쓴다던가 하면 곤란했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보조적인 역할이니 차후에 텐션을 주는 것이 습관이 되면 떼셔도 됩니다."

의사의 추천에 의해 몇가지 상품을 본 영재는 병원에서 구매하진 않고 단지 '어떤 종류가 있다' 라는 것만 훑어보고 밖으로 나왔다. 현재로써는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조금 더 상품을 알아보고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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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임에도 아즈텍스는 홈으로 포모나-핏저(Pomona-Pitzer) 대학을 불러들여 경기를 치른다. 영재는 이전 29일 경기에선 20여분 동안 경기를 뛰었고 역시나 경기를 능숙하게 조립하며  65 - 53 으로 팀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다만 영재는 아직까지도 발목을 보호하고 지지해 줄 발목 보호대를 구입하지 못했다. 가격도 다양하고 종류도 다양. 영재는 차라리 압박 붕대를 구입하여 사용할 까도 생각해 보고, 밸런스 테이핑을 사 볼까도 생각했지만 밸런스 테이핑은 1회용이라 계속 구입을 해야 했고, 압박 붕대의 경우는 제대로 묶지 않으면 풀리기도 하고 역시나 갈아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경기 1시간 전, 영재는 발목에 아무것도 두르지 않고, 그저 허라취 2K5의 발목 밴드를 매만지면서 오늘도 발목과 무릎이 다치지 않길 바랬다. 매 경기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순간순간 아찔한 경우도 가끔 있었고, 그럴 때 마다 영재는 전생의 기억이 스치듯 떠 오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전생에 비해 신체능력이 매우 향상되었으나, 아직도 그 부상의 기억은 쉬이 잊을 수 없었다. 트라우마란 것이 잊어야 하는 것이지만, 쉬이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헤이-"

그 때, 기숙사 방 안으로 조용히 들어오는 카와이 레너드. 영재는 마치 기도하듯 침대에 걸터앉아 두 손을 맞잡고 있던 것이 쑥쓰러웠는지 머쓱하게 웃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미안,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레너드는 영재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경기를 하기 전, 항상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기숙사에서 일찍 나가주곤 했었다. 영재는 굳이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런 레너드에게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었다.

"아냐, 이제 슬슬 나가려고 했어. 무슨 일이야?"

레너드는 기분전환이라도 하라는 듯, 영재를 보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오른손에 들고 있던 조그만 상자를 영재에게 슥 내밀었다.

"부러운데? 벌써부터 팬의 선물을 받고."

"팬?"

영재는 팬의 선물이란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레너드에게 받은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하얀 포장지에 분홍 리본이 달린 포장을 뜯자 그 안에는 검은색 바탕에 붉은 테두리가 꽤나 멋스럽게 되어 있는 발목 보호대 한 쌍이 들어있었다.

"레너드. 이건 도대체..."

그러나 이미 레너드는 밖으로 나가버렸고, 영재는 침대에 털썩 앉아 포장 안에 들어있던 조그만 편지지를 펴서 읽어보았다.

[윤! 나 데이비드 에요. 오늘도 윤의 아즈텍스 경기를 보러 갈 거에요! 사실 윤한테 직접 주고 싶었는데... 어쨌든 고마웠어요! 티셔츠를 선물로 주니까 누나는 깜짝 놀라서 기뻐했는데 친척 형은 NCAA에 별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윤! 부디 NBA에 진출해서 바쁜 친척 형 좀 깜짝 놀래켜줘요! 아, 그리고 이건 우리 친척 누나가 직접 골라준 거에요. 잘 써 달래요.]

영재는 데이비드가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불꼬불 글씨를 쓰려고 끙끙거렸을 것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쨌든 이런 순수한 감정으로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은 오랫만이었다. NBA가 비즈니스의 끝이라고 불릴 정도로 살벌한 곳이라곤 하지만, 팬의 열정적인 응원과 순수한 애정 만큼은 비즈니스의 때가 묻지 않았다. 영재는 자칫 잊을 뻔한 이 감정을 다시금 되새기고는 신발을 벗어 보호대를 착용했다.

정강이까지 올라와 발목을 지탱해 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짐에 도착하자, 선수들은 갑자기 발목 보호대를 차고 온 영재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굳이 설명을 하기 보단 '선물이야,' 라고 간단하게 대꾸해 주었다. 스티브 피셔 감독은 혹여나 영재가 발목에 무리가 갔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영재는 다만 팬이 준 선물이며 의사와의 진단 시 발목 보호대가 발목의 텐션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아즈텍스의 선발 선수들이 등장합니다! 센터, 6피트 9인치, 평균 출전 시간 33.8분 - 9.3 득점 - 7.6 리바운드 - 1.6 어시스트 - 1.4 턴오버 - 0.7 스틸 - 1.6 블락, 말콤 토마스!!]

선발로 나오지 못한 아즈텍스의 선수들은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이 나와서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도록 벤치와 코트 사이에 양쪽으로 도열하여 길을 만들었다. 관중들은 제각기 엄청난 함성과 함께 말콤 토마스를 연호했다.

[최근, 실연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말콤 토마스 선수에게 큰 함성 부탁드립니다!]

소개하는 부분은 전문 해설위원이 아닌 교내 학생 해설위원이다보니 - 물론 방송은 전문 해설위원이 해설을 하며, 해설진들이 위치해 있는 곳이 따로 있다. - 이런저런 장난을 섞어가며 등장 이벤트를 진행했다. 팬들은 제각기 '힘을 내라!' 라던가 '오빠! 저요!!!' 라면서 토마스의 실연을 위로해 주었다.

"이익..."

말콤은 해설위원을 날카롭게 째려봤지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곤 코트에 서서 팬 들에게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포워드, 6피트 6인치, 평균 출전시간 32.7분 - 11.6 득점 - 9.6 리바운드 - 1.7 어시스트 - 2.3 턴오버 - 1.1 스틸 - 0.5 블락! 더블더블 머신! 카와이 레너드!!]

레너드는 조용히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코트 위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레너드의 경우 묵묵한 사람이 취향인 여성 팬이나, 아니면 중년층의 남성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지금 역시 방금 전 까지 말콤 토마스에게 오빠~ 라고 하던 여성팬들이 어느덧 레너드에게 환호성을 보내며 [I LOVE K.L] 이란 플랜카드를 흔들었다.

"젠장, 나도 과묵하게 지내야 하나."

"어?"

"그래. 애초에 모르는 애 한테 질투해 봤자."

토마스는 입을 비죽 내밀며 레너드의 등을 팡- 두드려 주었다.

[다음 선수, 포워드, 6피트 7인치, 평균 출전시간 29.8분 - 11.3 득점 - 5.5 리바운드 -  1.1 어시스트 - 2.7 턴오버 - 1.1 스틸 - 0.5 어시스트! 턴오버만 줄이면 완소 포워드! 빌리 화이트!!]

빌리 화이트는 머쓱한 미소를 짓더니 하이파이브를 하며 코트 위로 빠르게 걸어나갔다. 사실 빌리 화이트의 경우 득점력이 준수했지만 리바운드나 수비 도움 시에는 그다지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 못했던 선수였기에 이 만큼까지 성장한 것으로도 어찌 보면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팬심이란 것이 그렇듯, 쏠쏠한 공격을 해 주면서도 턴오버가 조금만 줄어들면 좋겠다는 마음에 '오늘은 턴오버 1개만 하자~' 라던가, '화이트! 턴오버 기록을 0으로 해서 깨끗하게 해줘! 이름대로!' 라는 농을 던지며 화이트를 격려했다.

[가드, 6피트 0인치! 평균 출전시간 29.1분 - 11.4 득점 - 1.6 리바운드 - 3.5 어시스트 - 1.4 턴오버 - 1.2 스틸 - 0.1 블락! 그의 턴오버는 빌리 화이트로 넘어갔나요? D.J 게이!]

이번 시즌 턴 오버가 확 줄고 안정적인 볼 운반과 배급으로 팬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휘잡은 게이. 게이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관중들의 환호에 보답하듯, 박수를 치더니 살짝 골반을 퉁겨 리듬에 춤을 추는 듯한 동작으로 팬들의 환호성을 유도했다. 토마스는 '그게 뭐냐!' 라면서 몸을 흔들흔들 거리며 댄스를 추었고, 관중들은 저마다 깔깔 웃으면서 토마스의 몸부림 비슷한 댄스에 박수를 쳐 주었다.

[드디어 마지막 선수입니다. 아...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밖엔 할 수 없습니다. 가드, 6피트 4인치! 평균 출전시간 29.5분 - 24.8 득점 - 4.9리바운드 - 7.7 어시스트 - 1.4턴오버 - 2.4스틸 - 0.5블락!! 그의 다재다능은 어디까지인가요! 포인트 가드, 슈팅가드, 스몰 포워드까지!! 1,2,3 번 어디로 가도 완벽한 남자! 농구도 잘하는데 공부도 잘해, 젠장! 워너비 퍼펙트! 영재, 윤!]

마지막 젠장 소리에 영재는 큭- 하고 웃으며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코트 위로 걸어나왔다. 팬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고, 교내 학생들은 '오늘도 기대할께!' 라며 응원했고 여성 팬 들은 꺄악!! 소리를 내 질렀다.

NBA와는 다르지만 NCAA만의 순수한 열정. 영재는 경기장에서 느꼈던 것과 달리 어설펐지만 끓어오르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열정들에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우유동자님/// 예. 아무래도 신체조건상 많이 불리합니다. 제레미 린만 해도 기적인 수준이죠...

킹덤브라더스님///하핫... 갈 팀은 대략적으로 설정해 놓은 상황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조만간 드래프트 관련 스토리 나옵니다.

리드벤님/// 감사합니다

반포아찌님/// 르브론이나 코비같은 선수들 보면 어휴, 정말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죠.

하얀심장님/// 드래프트 스토리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hikar님/// 제레미 린과 동기인 셈입니다. 린이 10드랩에 참가했으나 지명당하지 못하고 언드래프티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계약하게 됩니다. 조만간 린도 등장합니다. 다만 린의 돌풍보다는 주인공이 먼저 성공할 테니, 린의 돌풍은 크게 이슈화되진 못할 듯 싶네요.

선.추.코.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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