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3화 (13/296)

00013  NCAA 개막  =========================================================================

영재는 면면이 화려한 선수들이 코트 위에 정렬하는 모습을 보며 온 몸이 쩌릿쩌릿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뉴저지 네츠에는 유망주 센터 브룩 로페즈와 올스타 가드 데빈 해리스가 주축으로 벤치 에이스인 코트니 리가 대표적인 선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동양인인 중국의 이지엔리엔이 뛰고 있기도 하다.

LA 레이커스는 데릭 피셔, 코비 브라이언트가 가드, 론 아테스트(메타 월드 피스->판다 프렌즈로 개명함)와 파우 가솔이 포워드, 앤드류 바이넘이 센터로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었다. 식스맨으로는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이자 식스맨상을 수상하게 되는 라마 오덤이 포진하고 있었다. 전 포지션에 걸쳐 구멍이 없고, 우승을 못하면 실패한 시즌이라고 할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영재는 코트를 벗어 무릎에 올려놓고는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NCAA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온몸으로 느끼는 영재였다. NCAA는 35초 안에 공격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NBA는 24초 내에 공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단순한 수치로 본다면 11초 차이가 그리 큰 차이일까 싶지만 11초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40분으로 따지면 35초를 모두 꽉 채워 공격을 하게 될 경우 대략 68.5 번의 포제션, 즉 공격 횟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24초일 경우에는 무려 100번의 포제션이 발생한다. 또한 NCAA와 다르게 NBA는 12분 4쿼터 48분의 경기이다. 더욱 많은 포제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NCAA보다 더 많이, 더 길게 뛰고 코트의 크기도 더 크며 3점슛 라인도 더 길다.

무엇 하나 NCAA보다 쉬운 게 없는 것이 바로 NBA. 영재는 다시 한 번 NBA의 대단함에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레이커스는 기본적으로 필 잭슨 감독(11회 우승-NBA최다 우승 감독)특유의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주축은 바이넘or오덤, 가솔, 코비로 이루어져 있으며 백코트의 리딩 플레이어가 핵심이 된다. 볼핸들러와 양 사이드와 골밑에서 한명씩까지 3명이 삼각형을 그리는 오펜스이다. 볼핸들러의 득점력이 높을 필요가 있으며, 선수들의 BQ(바스켓 아이큐=농구지능)이 높아야 가능한 전술이다.

'바이넘, 그리고 파우 가솔에게 공이 가겠지.'

영재의 짐작대로 바이넘은 뉴저지 네츠에서 가장 좋은 성장세를 보이는 브룩 로페즈를 등 지고 공을 받아 하이 포스트에 위치한 파우 가솔에게 공을 패스했다. 가솔은 슬쩍 슈팅하는 듯 한 모션을 취했고 마크를 하고 있던 트렌트 하셀은 너무나 자연스런 가솔의 슛 페이크 모션에 속아 그대로 솟구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와... 저 키에 저런 속도로...'

영재는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말도 안 되는 터프샷이나, 정확한 슈팅, 아이솔레이션에 의한 1:1 돌파, 픽앤롤 플레이야 워낙에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니 역시- 하는 정도였지만 파우 가솔의 스핀무브는 정말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체로 빅맨일 경우 드리블이나 스텝이 저런 식으로 간결하고 깔끔하게 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그런 경우라면 대부분 빅맨이라고 불리기 어려울 정도로 키만 크고 깡마른 선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파우 가솔의 경우 센터의 포지션에서도 충분히 수비가 가능하고, 힘 마저도 빅맨 축에서 밀리지 않기로 유명했다. 수비 능력이 좋진 않으나 20득점 10리바운드가 가능한 특급 빅맨이었다.

헤지테이트 스텝, 그리고는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돌파. 스핀 무브 이후 다시 몸을 역으로 틀어 제 자리로 돌아와 스탭 백 점퍼.

완벽한 무기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무기. 아무리 성장세인 브룩 로페즈가 헬핑 수비를 왔다고 하지만 경험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LA레이커스의 압도적인 우세로 전반이 마무리되었다. 당지 뉴저지 네츠는 손에 꼽히는 약팀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넋을 놓고 전반을 모두 본 영재는 그제서야 꽉 쥐고 있던 양손의 손바닥에서 땀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괴물만이 모여있는 NBA를 관중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영재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있었다.

어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저 코트 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면서도 두려웠다. 아무리 5년동안 NBA에서 뛴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저기서 지금의 내가 통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NBA에 뛸 정도의 실력은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이었다.

영재는 그렇게 모든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단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 것도 머뭇거렸다. 기교에 가까운 코비 브라이언트의 폭발력, 골 밑에서 안정감 있는 리바운드와 확실한 득점을 가능케 하는 앤드류 바이넘과 파우 가솔, 거침없는 허슬 플레이와 완벽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론 아테스트, 마지막으로 경기의 전체적인 조율을 담당하는 데릭 피셔의 움직임까지.

"106 대 87."

결국 경기는 LA레이커스의 무난한 승리로 끝이 났다. 과거는 변하지 않았다. 자신이 코트 내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영재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알던 과거는 변함이 없다고 느낀 영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라이징스타다 뭐다 하면서 내심 기쁜 마음에 자칫 해이해질 수 있었던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영재는 코트를 걸친 채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아니, 빠져 나오려 했다.

"윤!"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이 불린 영재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꽤나 귀여운 꼬마아이가 부모님으로 보이는 듯 한 남녀의 손을 잡은 채 신이 나서 소리쳤다.

"맞죠! 아즈텍스의 윤!"

"아, 응. 맞아."

영재는 NCAA에서 뛰고 있긴 하지만, 같은 학교의 학생이 아닌 경우 솔직히 유명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잘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영재는 꽤나 놀라고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하! 여기서 윤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희 아이가 실례라도 한 게 아닌지."

양복을 입었지만 목에는 LA 레이커스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동양인 남자가 호쾌하게 웃었고, 영재는 괜찮다며 손사래쳤다.

"윤! 윤! 우리 아빠랑 엄마도 아즈텍스 팬이에요, 우리 아빠도 아즈텍스를 졸업했어요!"

"그렇구나. 음... 이름이?"

"데이비드요. 데이비드 연이에요!"

동양인 아버지와 서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인지 정말 인형을 보는 것 처럼 귀여운 데이비드를 보며 영재는 절로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19살이지만 실제로 영재는 20대의 막바지에 죽을 뻔 했으니 저런 아들이 있었으면- 하는 아빠미소를 지은 것이다.

"나도 윤 처럼 아즈텍스의 농구 선수가 될 거에요!"

"그래. 꼭 그럴 수 있을꺼야."

"저- 윤이랑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의 간절한 부탁에 윤은 당연하지! 라며 고개를 끄덕이곤 데이비드를 번쩍 들어올렸다.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둘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추가로 셀카를 찍듯 손을 앞으로 쭉- 내밀더니 4명이 모두 나오는 사진을 하나 더 찍었다.

사진기는 즉석 인화가 되는 사진기였고, 윤은 그 사진 위에 어설프지만 사인을 슥슥 해 주었다.

"아! 윤! 미안하지만 여기에도 해 줄 수 있어요? 친척들한테 자랑하려구요!"

"그럼. 괜찮지."

영재는 데이비드가 내민 하얀 티셔츠 몇장에 자신의 사인을 새겨 넣었다. 가슴팍에 새겨 마치 브랜드 로고처럼 보일 수 있게, 그래서 입고 다닐 때 부담스럽지 않게 사인 한 영재는 데이비드와의 만남을 뒤로 한 채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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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광란으로 가기까진 마라톤마냥 엄청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학업에 집중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피로가 동반하여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이 것은 NBA나 프로 무대와는 또 다른 강행군이었고 영재에게도 점점 힘든 나날이 되어가고 있었다.

휴일이 있거나 하지 않는다면 거의 2~4일 마다 경기가 잡히고, 같은 컨퍼런스라 지역적으로 가깝다곤 하지만 미국이 원체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이다보니 그런 배려에도 피로는 누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09년 12월 22일까지 아즈텍스는 총 11경기를 치루었고 성적은 9승 2패로 호조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피셔 감독은 11년 동안 ncaa 감독을 해 왔고 선수들의 관리 역시 남달랐다. 주전급과 벤치급의 적절한 시간 조절, 특히 팀 내의 코어로 자리잡은 윤영재와 카와이 레너드, 그리고 짧은 기간이지만 턴오버 비중이 기막히게 낮아진 게이는 경기의 출전까지도 고려하며 관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관리받은 영재는 11경기 중 10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29.5분 출장 24.8 득점 4.9리바운드 7.7 어시스트 2.4스틸 0.5블락 1.4턴오버를 기록하고 있었다. 마운틴웨스트 컨퍼런스가 메이저 컨퍼런스는 아닌 미드 메이저 컨퍼런스라는걸 감안하더라도 영재의 기록은 높은 실링을 지닌 가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세인트 마리 전에서 전도유망한 가드인 델라베도바를 상대로 보여준 모습은 그 어떤 가드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전생에 비해 힘이 많이 강력해진 탓에 힘과 스피드 양쪽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덕에 수비는 많이 좋아졌고, 슈팅은 전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을 정도였다. 다재다능하며 폭발적이기까지한 그의 능력은 이제 nba진출은 무난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었다.

하지만 영재는 유럽계도 아닌 아시아계다. NBA 시장이 글로벌하긴 하지만 결국은 미국 사회의 한 축이다. 어쩔 수 없는 인종간의 벽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영재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dio2n님, 할라우님/// 감사합니다^^

주말이라 한 편 더 올려봐요.

자정 좀 넘어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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