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1화 (11/296)

00011  NCAA 개막  =========================================================================

7분여를 뛴 영재는 교체 사인과 함께 코트에서 물러났다. 전후반 20분, 총 40분 간의 긴 레이스와 같은 NCAA의 경기이다보니 NBA의 12분 4쿼터 보다 더욱 체력 보존에 힘써야 했고 더욱 길게 봐야 했기에 영재는 군말 없이 자신과 교체되는 체이스 타플리와 주먹을 맞대고는 벤치에 앉았다. 같이 들어온 카와이 레너드, 말콤 토마스, DJ 게이 역시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개운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좋은 플레이었다. 호흡을 고르고 체력 회복에 주력하도록."

코치들의 말에 영재는 말 수도 아낀 채 고개를 끄덕이곤 이온 음료를 마셨다. 스코어는 어느덧 20:12. 영재는 조던 라우리를 전담마크 하면서 내 준 한 번의 슈팅 성공을 생각하며 입맛이 썼지만, 언제나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재가 7분간 뛰며 올린 기록은 7득점 2어시스트, 1스틸.

영재가 마음만 먹으면 무리하게 골 밑을 파고들어 득점을 올리거나 어시스트를 쌓을 수 있었지만 영재는 그러지 않았다. 방금 전에도 영재가 생각했던 대로 NCAA는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경기였고, 자신의 기록 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단체 스포츠의 기본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영재의 슈팅 성공률도 나쁘지 않았다. 3점은 1개를 쏴서 1개가 쏙 들어갔고, 미드레인지 슈팅은 2개 중 1개, 마지막으로 골밑 돌파로 레이업 슛 1개. 총 4번의 슈팅 중 3개나 들어간 것이다.

'너무 슈팅이 잘 들어가는데... 실전에서도 이 정도라면 정말로 내 슈팅 감각이 좋아진 것 같네. 바디 밸런스나 반응속도도 예전에 비해 훨씬 빨라진 느낌이야.'

연습할 때나 자체 연습경기에서 이상할 정도로 슈팅 감이 좋았기에 실전에서도 잘 통할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었던 영재였지만, 타 대학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감이 이어지자 점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영재는 어느정도 체력이 돌아왔는지 벤치에서 일어나 수건을 손에 들었다. 농구란 것이 기세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은 팬이나 감독 뿐 만이 아니라 선수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영재는 쉬더라도 팀에게 도움이 되도록 쉬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코트를 누비며 힘겹게 땀을 흘린다. 쉬는 동안 벤치가 아니라 자리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을 한다. 그 것이 영재가 생각하는 선수들의 '예의' 이며, 팀을 위하는 휴식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이스 타플리, 다시 켈빈 데이비스에게.)

컷 인을 하다가 상대방의 수비에 돌파가 여의치 않자, 탑에서 자리잡고 있던 켈빈에게 공을 넘긴다. 켈빈은 슈팅 모션을 취하다가 곧바로 공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고, 켈빈을 전담수비 하던 제이크 타라빌다는 모션에 속아 하늘 높이 솟구쳤다.

(켈빈 데이비스의 환상적인 페이크 모션!)

(바로 치고 들어갑니다. 타라빌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헬핑이 들어오지만 알렉 윌리엄스의 기가 막힌 스크린에 막힙니다! 켈빈 데이비스 노마크에요!)

해설자의 샤우팅에도 켈빈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뛰어올랐다. 3년 간 쏴 왔던 3점슛. 그 것 만큼은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매끄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

휘익-

(아, 인앤 아웃!! 골대를 핥고 지나가 버리죠!!)

그 때, 골망을 훑고 튀어나온 공을 향해 솟구치는 한 선수. 우락부락한 근육질임에도 나름대로 유연하고 빠른 속도로 튀어오른 그 선수는 투박한 맛이 가득했지만, 림을 부셔버릴 듯 공을 두 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내리 꽂아 버렸다.

(슬램 덩크! 투 핸더 !!)

"와오!!!"

영재는 브라이언 카웰의 표효에 호응이라도 하듯, 수건을 뱅뱅 돌리면서 카웰이 듣도록 힘껏 소리쳤다.

"최고다! 최고!!"

"역시 카웰! 고릴라야!!"

그러자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D.J게이와 말콤 토마스 까지도 가세하면서 카웰에게 소리쳤다. 레너드는 아직 소리를 치고 하는 건 어색했는지, 머쓱한 표정으로 카웰이 볼 수 있도록 엄지를 척- 들어주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했다.

"누가 고릴라래!!"

백코트를 하며 씩씩대는 카웰. 하지만 카웰의 얼굴엔 뿌듯한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스티브 피셔 감독은 맨 먼저 일어나 수건을 뱅뱅 돌리고 기뻐하는 기색으로 선수들을 격려해 주는 영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의외로 팀 전술과 팀 케미스트리에 대해 이해도가 좋았다. 게다가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리더십을 지니고 있었다. 1학년만 아니라면 당장에 팀 내 주장으로 세워서 뛰게 하고 싶었지만 그건 영재로써도 원치 않을 것이라는 걸 피셔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가장 효율성 좋은 공격루트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 역시 좋은 농구라 할 수 있다. 이른바 탤런트 농구라고 하는 개개인의 능력에 집중하는 농구. 영재는 충분히 그런 탤런트 농구를 할 수 있는 기질이 보였다. 하지만 영재는 조금만 무리해서 공수 스텟을 쌓아올릴 수 있음에도 팀 플레이를 지향했다. 처음의 스틸이 조금 무리였다고 느꼈지만 그 이후에는 절대로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팀원들의 슈팅 감각, 수비력 등 전체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었다. 슈팅에 자신감이 떨어진 팀원에겐 노마크와 다를 바 없는 기회를 제공하는 패스를 뿌려주고, 가드임에도 스크린을 서 주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팀원 중 하나가 수비에 실수가 생기면 그 실수를 메우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헬핑을 하는 것 역시 영재가 도맡아서 했다. 피셔는 그렇기 때문에 영재를 7분만 뛰게 하고 다시 들어오게 한 것이다.

가장 아쉬운 체력적인 부분이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입학 당시에 비하면 비교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영재에게서 굳이 단점을 지적하라면 체력이었기 때문이다. 영재가 꾸준한 체력훈련을 해오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코트에서 활동량을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대학 선수들보다는 넓은 시야와 빠른 판단력,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벤치 멤버들이 점수차이를 유지해주자 피셔는 다시금 주전 멤버를 투입했다. 전반전 남은 시간은 6분여, 영재는 4개의 슈팅 중 2개를 성공시킨 타플리의 등을 토닥여 주고는 다시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말콤, 레너드, 타플리, 켈빈...'

영재는 나가기 직전 피셔 감독에게 스몰포워드로써의 롤을 부여받았다. 아무래도 포워드 자원이 부족한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이다 보니, 가드 중 가장 수비력이 좋고 사이즈가 나쁘지 않은 영재에게 스몰포워드의 롤을 부여한 것이다. 시즌 첫 경기였기 때문에 피셔 감독이 다양한 라인업과 전술을 시험해보는 것이다.

"흠."

영재는 피셔 감독의 작전에 따라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스몰포워드이면서 볼 핸들러의 역할도 맡는, 이른바 포인트 포워드. 따지자면 NBA의 킹이라 불리는 킹 르브론, 르브론 제임스와 비슷한 역할을 맡은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 역시 스몰포워드지만, 리딩을 도맡아 하는 편이다.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한 플레이지만... 해 봐야지.'

영재는 자신에게 찰싹 들러붙는 앤드류 브로우닝을 힐끗 바라보았다. 주전은 아닌 듯 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경우 3가드 체제가 주요 전술이었기 때문에 브로우닝은 확실히 주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통 포워드 답게 키가 영재보다 크고 프레임이 좋아 힘으로 상대하기엔 껄끄러운 상대였다.

탑에 도착한 영재는 곁눈질 만으로 코트를 전부 파악했다. 넓은 시야와 빠른 판단력이 있어야 가능한 플레이. 상대방에게 코트를 읽고 있다는 것을 최대한 들키지 않고 코트를 모두 훑어봐야 공격의 성공률이 올라간다. 포인트 가드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었다.

앞선 전반에서 호되게 당한 게 적에게는 독기를 품게 만든 계기가 되었는지, 철썩같이 맨투맨 마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패스를 돌리면서 빈틈을 만들거나, 개인 능력으로 뚫어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D.J게이가 없다. 볼 핸들링이 좋은 게이가 있다면 번갈아 가며 2:1 패스 플레이 등을 통해 빈틈을 만들겠지만 지금으로썬 패스 만으론 공격이 뻑뻑해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스몰 포워드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 상대방을 정신없게 휘젓고, 정확한 미드레인지 슈팅이나 골밑돌파로 득점을 쌓아올린다. 영재는 이 방법을 택하자 망설임이 없었다.

퉁, 투퉁!

변칙적인 리듬으로 헤지테이트 스텝을 밟던 영재는 브로우닝 앞에서 왼쪽으로 슬쩍 몸을 기울였다. 그러다가 곧바로 반대 방향으로 스핀 무브. 눈 깜짝 할 새에 한 바퀴를 돌아 브로우닝을 가볍게 제쳐버린 영재는 막힘없이 페인트존으로 파고들었다.

(윤의 환상적인 스핀무브! 브로우닝의 수비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돌파입니다!)

(아, 정말 양파와도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영재 윤... 정말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모습이 나오고 있어요!)

영재는 브로우닝이 제쳐지자마자 곧바로 햇지를 나오는 저스틴 브루의 디펜스에 살짝 감탄했으나, 그뿐이었다.

탓-

그대로 스텝백. 그리고 점프.

이른바 스텝백 점퍼.

영재의 빠르고 간결한, 군더더기 없는 슈팅에 저스틴 브루는 그저 의미없이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철렁-

(완벽합니다, 퍼펙트 슈팅!!)

(일방적입니다. 윤의 경기 조립 능력, 그리고 개인 능력 모두 뛰어나다는 것을 이 한 경기 만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학생들도 저마다 신이 나서 '윤!' 을 외쳤고,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 갔다.

"와... 정말 잘 하는 손님이었구나."

그리고 영재가 신고 있는 허라취를 보며 감탄하는 한 여자.

그 여자는 바로 신발가게의 점원이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우유동자님,dio2n님/// 감사합니다^^

하얀심장님/// 저도 그게 참 아쉽네요...

선.추.코 항상 감사합니다!!

쿠폰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