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9화 (9/296)

00009  NCAA  =========================================================================

"유후~"

10월의 끝자락임에도 샌디에이고는 아직까지도 따스한 기운이 남아있어서 대부분이 옷을 얇게 입고 다녔다. 시내로 나온 토마스는 오랫만에 느끼는 도심의 정취와,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성들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에 만족해했다.

"나쁘지 않네. 가끔씩은 머리도 식힐 겸 오면 좋겠어."

레너드 역시 기분이 썩 괜찮았던 모양인지 싱긋 웃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영재도 이런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영재에겐 그다지 많은 감흥을 주진 못하고 있었다. 도심이라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고, 샌디에이고는 특히 날씨도 쾌청해서 마음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적어도 영재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7시쯤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구. 굳이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고 각자 알아서. 오케이?"

토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후다닥 달려가 버렸다. 안 봐도 샌디에이고 항만과 그 근처에 있는 해변가로 가려는 모양이었다. 그런 토마스를 보며 레너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영재에게 '이따 보자.' 라며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가 볼까."

영재는 정처없이 걸었다. 도심의 분위기를 한껏 만끽해보고, 과거에 느낄 수 없었던 여유라는 것을 느껴보기 위해 애썼다. 입학 이후 오랜만에 누려보는 느긋함이었다. 걸으면서 전생에서는 이 시점에 내가 뭘 했는가 곰곰히 생각하던 영재는 가물가물한 기억에 애써 떠올리려 노력하지 않았다.

'별로 좋은 태도는 아니었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고 하기 보단 하고 싶은 걸 더욱 향상시키려 했고, 학점과 훈련에 지쳐 어떻게든 쉬고 싶은 마음에 아등바등 했었을 것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에 영재는 '너도 참 한심하게 살았구나' 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영재는 한두시간 정도, 느긋하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원래 목적이었던 농구용품을 구경하기 위해 스윽-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영재는 점원의 인사에 절로 허리를 숙이고는 신발을 슬슬 둘러보기 시작했다. 영재는 특히 발목 부분을 주요하게 살펴 보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다. 발목 만큼은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일념에, 영재는 생활비를 쪼개 모으며 농구화를 살 돈을 충분히 들고 온 것이다.

"농구 하시나봐요."

"아, 네."

영재는 머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개의 농구화 앞에서 머뭇거렸다. 수수하지만 귀엽게 생긴 여자 점원은, 영재가 자신과 같은 동양인이라는 것에 조금 동질감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영재가 고민하는 농구화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허라취 2K5 농구화에요. 빨간 나이키 문양에 발목을 감는 밴드가 매력적이란 말이 많아요. 두 번째는 케빈 가넷 시그니쳐 프로모델 시리즈에요. 아디다스에서 나온 농구화 중 몇 안되는 호평을 듣곤 있지만, 가볍다는 장점과 반대로 발목 그립이 느슨하다고 해요. 마지막은 샥스 리쎌이에요. 가볍고 충격 흡수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 그렇군요."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을 했다. 물론 영재가 농구화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영재도 눈 앞의 농구화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자신은 이전에 값비싼 돈을 들여가며 멋있고 기능성이 좋은 농구화를 신었지만 지금만큼은 실용적인 신발을 사고 싶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신발을 말이다.

"고민이시라면, 한 번 신어 보세요."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착용감이 제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잖아요."

영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점원이 꺼내주는 4켤레의 신발을 받아들었다. 왠지는 몰라도 영재는 그 호의에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음..."

영재는 최대한 집중하며 착용감을 느껴 보았다. 특히, 발목을 잘 붙잡아 주는가, 그리고 가벼움과 충격 흡수를 중점적으로 느껴 보았다.

"좀 더 움직여 보셔도 되요."

옆에서 영재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바라보던 점원의 말에, 영재는 반색하며 꾸벅 인사를 하곤 스텝을 밟아보았다.

농구화 하나하나 걸린 시간은 무려 30분. 총 2시간 동안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필요하다 싶으면 조언을 해 주고 도움을 주는 점원 덕에 영재는 정말 마음 편히 농구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거, 이거로 할께요."

영재는 결국 나이키 허라취 2K5 를 손에 든 채 점원에게 건네 주었다.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편하게 농구화를 고를 줄은 몰랐어요. 다 진열품일텐데 스텝을 밟게도 해 주시고..."

영재는 정말로 고마운 마음에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게다가 같은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조금 더 마음이 쓰이고 편한 감정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니에요.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인데 당연한 거죠."

여 점원의 말에 영재는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그러던 중, 점원이 잠시 영재를 부르더니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했다.

"농구 선수이신가요?"

"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선수에요."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여 점원의 인사를 받으며 가게를 나온 영재는 품 안에 들고 있는 허라취 2K5를 뿌듯하게 품고, 토마스와의 약속장소로 기분좋게 갈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san diego state). 그 들의 별칭은 아즈텍스(Aztecs)이며 마운틴 웨스트 컨퍼런스(Mountain West Conference) 에 속해있다. NCAA 디비전1(Division 1) 에 속한 330여개의 학교 중에서 공격력은 평균 수준이며, 작년까지만 해도 믿을 만한  득점원이 없어 공격에 애를 먹는 스타일이었다. 아무래도 개인능력이 출중한 선수를 리쿠르팅(recruiting)하기에 힘든 컨퍼런스였기 때문이다. 스티브 피셔 감독은 이를 전술과 수비로 해결하고자 다년간의 실험을 거듭하여 아즈텍스(Aztecs)에 최적화 된 수비농구를 완성하였다.

NCAA는 NBA와 달리 지역방어가 완전 허용되어 있다. NBA는 일리걸 디펜스의 폐지로 인해 제한적이고 변칙적인 지역방어가 가능하다. 90년대 이전까지는 지역방어가 완전히 금지되어 맨투맨 디펜스만 가능했다.

아즈텍스는 기본적으로 맨투맨 수비. 하지만 상대방이 픽을 활용한 플레이를 통해 맨투맨 수비에 균열을 내려 한다면 곧바로 스위치 플레이를 통해 맨투맨의 균열을 최소화 시킨다. 그리고 강력한 빅맨을 지닌 팀에게는 포스트업을 하는 빅맨에게 헬핑 수비, 즉 더블팀을 통해 골밑 수비를 강화한다. 그것이 바로 아즈텍스의 수비농구였다. 그 탓인지 아즈텍스는 파울 갯수가 매우 많은 편이다.

공격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아무리 볼핸들러의 턴오버가 많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하여 결국에는 이기는 농구를 해 오던 것이 바로 아즈텍스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그리고 피셔 감독은 '달라진 농구'를 위해 팀 훈련간 많은 변화를 주었고, 자체 청백전을 주기적으로 진행하여 선수들의 숙련도를 갈고 닦았다. 특히나 가장 많은 신경을 쓴 것은 다름아닌 윤영재와 카와이 레너드였다.

카와이 레너드야 고교 시절부터 유망했던 포워드 재목으로 리바운드와 볼핸들링이 나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준수한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수비' 에서 높게 평가받던 선수였기에 피셔의 계획대로 훈련을 지시하고 가다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영재는 전혀 예상치 못한 히든카드였다. 그저 준수한 포인트가드 정도로 커 주면 다행이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을 할 정도였다. 볼핸들링과 드리블, 패스가 수준급이었다. 그저 그것 뿐이라면 말을 안하겠지만, '수준급' 이라는 것이 이미 다른 선수들과는 급을 달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기를 전체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고, 경기를 자신이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BQ를 지니고 있었다. 지극히 적은 턴오버, 안정적인 볼 운반, 적재적소에 볼을 뿌려줄 수 있는 패싱 능력. 그 모든 것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바로 '득점력' 이었다.

슛 레인지가 길다. 스팟업, 풀업을 어디서 뛰든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슈팅 성공률이 좋다. 실전 경기에선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자체 청백전에서 보여 주었던 그 간의 모습은 '리딩이 되는 슈팅가드'로써 손색이 없었다. 아니, 듀얼가드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은 표현일 것이다. 붙으면 드리블, 떨어지면 슛, 비면 패스라는 간단한 명제를 영리하게 하는 선수였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미국대학농구는 디비젼1, 디비전2, 디비전 3으로 나뉘어 구성됩니다. 프로가 되어 NBA나 해외 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디비전1 출신으로, 수준 차이가 극명합니다. 디비전1 에서도 고교 랭킹 상위권의 선수들은 죄다 메이저 컨퍼런스에 진학하기에 주인공의 소속 컨퍼런스와 메이저 컨퍼런스간의 실력차이도 상당합니다. 총 32개 컨퍼런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이저 컨퍼런스(6개), 미드 메이저(12개), 마이너 컨퍼런스(14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학선수를 평가할 때 약한 컨퍼런스의 기록이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들기도 할 정도입니다.

백예님, 리드벤님/// 감사합니다^^

선.추.코.평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