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8화 (8/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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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NCAA

미국 ncaa 스포츠라 함은 프로의 세계가 아닌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에 기반한 젊은 학생들의 경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ncaa는 프로에 비한다면 투박해 보일 순 있지만 그들만의 열정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축제이기도 하다. 특히나 이번 09-10 ncaa division1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2K스포츠(nba,wwe 등의 스포츠 전문 게임제작회사)에서 후원하기에 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개막전은 11월 14일. Division1의 300개가 넘는 대학들이 몇십개의 지역, 컨퍼런스로 나뉘어 리그전을 벌이고 그 성적을 토대로 토너먼트를 치뤄 3월의 광란, march madness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은 마운틴 웨스트 컨퍼런스에 속해 있으며, 등급이 높진 않지만 나름 중간급 컨퍼런스인 미드 메이저 컨퍼런스에서 이름을 날리는 대학교였다.

그 중심에는 수비 전술로 단단히 림을 지키는 스티브 피셔의 농구철학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 피셔에게 드디어 날카로운 창 하나가 쥐어지게 되니 그 파괴력은 실로 대단했다.

공수의 밸런스. 팀의 밸런스란 측면에서 아주 이상적인 팀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셔 감독은 가드, 즉 볼 핸들러를 주축으로 다양한 조합을 시도했다. 그 주축이라 함은 당연히 d.j 게이와 영재였다. 둘을 양 팀으로 나누어 다양한 오펜스 전술을 실험해 보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주립대의 주요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이름(학년) 신장(피트-인치, cm)

가드

D.J 게이(3) 6-0(183)

윤영재(1)  6-3(191)

체이스 타플레이(1) 6-2(188)

켈빈 데이비스(4) 6-3(191)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1)  6-6(198)

말콤 토마스(3) 6-9(206)

빌리 화이트(3)  6-7(201)

알렉 윌리엄스(1)  6-6(198)

타이론 쉘리(2) 6-6(198)

센터

브라이언 카웰(3) 6-11(211)』

"DJ!"

포스트업 자세로 카웰을 등진 토마스가 손을 들며 패스를 요구했지만 게이는 패스를 뿌려줄 수 없었다.

"크으..."

굴욕이었다. 주전 포인트가드가 확정적이었던 3학년인 게이에게는 신입생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충격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본인과 비슷한 키였지만 이제는 키도 커졌다. 두 달 만에 6-2 에서 6-3가 넘어버리니 본인과 2인치 이상 차이나게 되고, 웨이트를 통해 근력도 붙어 포스트업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키와 힘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게이는 힘이 강한 편이 아니었고, 영재도 힘이 평균 이상은 되다보니 당연히 게이에게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스피드도 비슷하거나 느리고, 스텝 역시 영재가 압도적이었다.

게이의 치명적 단점이라 하면 턴오버가 많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자체가 턴오버 많기로 유명했지만, 그건 냉정하게 본다면 게임을 조립하고 볼을 운반하는 게이의 턴오버가 많고 리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포인트가드가 턴오버가 많다는 것은, 축구의 수비수가 실책이 많은 것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슉-

하지만 게이도 절망만 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영재를 이기고자 하는 열망에 그는 자신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전보다 코트를 넓게 보고, 경기를 많이 분석하기 시작했다. 정말 단순하지만 팀원 중 어느 포지션이 상대보다 강한지 파악하고 그 쪽으로 공을 몰아줘서 확실한 득점을 가져가도록 경기를 조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야와 패싱은 타고나는 것이라고는 하나, 분명히 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폭도 어느 정도 있다.

'오?'

영재는 지금도 살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전의 게이에겐 이런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재로썬 발전하고 있는 게이가 꽤나 괜찮게 보였기 때문이다. 패스와 슈팅만 괜찮던 이 전의 게이가 이런 변화를 이루어 냈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영재는 잘 알고 있었다.

'토마스는 카웰에 비해 힘은 우세하지만 신장이 열세다. 나머지 포지션은 고만고만. 그렇다면 남은 포지션은...'

파워포워드.

빌리 화이트라면 신입생 알렉 윌리엄스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라고 판단을 마친 게이는 하이포스트로 나온 빌리 화이트에게 공을 뿌렸다.

"막아!"

카웰이 다급히 소리쳤지만 빌리 화이트는 패스를 준 게이가 자신의 돌파 루트를 열어주기 위해 윌리엄스를 스크린으로 막은 것을 보곤 재빨리 반대의 오픈된 공간으로 움직였다. 빌리 화이트는 미드레인지가 가능한 포워드다. 카웰은 슛 디나이를 위해 림 밑에서 나오려 했지만 어느덧 토마스가 카웰의 움직임을 저지하니 화이트를 막을 길이 없었다.

그렇게 화이트가 슈팅을 하는 순간, 화이트는 서늘한 감각과 함께 손이 허전하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팡!

경쾌한 소리. 화이트는 경악스런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나이스 플레이, 하지만 너무 방심했어."

영재의 블락. 타이밍을 읽고 최대한 신중하게 슈팅 매커니즘을 가져가려 했던 화이트의 의중을 파악하고 타이밍을 파고들어 옆에서 블락을 내리찍어 버린 것이다. 블락으로 공을 뺏은 영재는 곧바로 속공을 이어나갔다. 아무도 없는 코트에서 손쉬운 레이업 득점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 다음 포제션. 실점을 한 후 영재는 템포가 빨라진 것을 우려해 천천히 공을 몰고 나갔다. 빠른 템포가 지속될 경우 체력적인 문제도 문제일 뿐더러 턴오버나 성급한 플레이가 나오기 쉽다. 그렇기에 영재는 탑으로 이동하면서 팀원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며 숨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후!"

쉘리의 스크린을 타고 넘어간다. 빠르게 돌파를 하던 영재는 스위치 플레이로 자신의 앞을 막는 레너드 때문에 멈칫 할 수 밖에 없었다. 피셔 감독은 그런 둘의 대결을 즐겁게, 그리고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같은 신입생의 입장. 각각 가드와 포워드로써 이번 시즌 코어(core)로 성장할 만한 재목들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

영재는 레너드의 긴 팔과 커다란 손을 보며 가볍게 뚫을 생각을 버렸다.여기서 개인돌파로 파고드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레너드의 수비 실력이라면 영재도 꽤나 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우선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기막히게도, 두 사람은 3점 라인을 중앙에 둔 채 마주보고 있다.

퉁-

한 번, 한 번. 의미없이 공이 튀었다. 분명 찰나같은 1초임에도 영재와 레너드는 수만가지의 생각을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 터였다.

투퉁!

먼저 움직인 건 영재. 페인트존으로 돌파하기 위해 무게중심을 왼쪽으로 주고 드리블을 하는 손 마저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바꾸었다. 레너드는 언제라도 방향전환을 할 수 있도록 발 끝에 힘을 주곤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영재가 뒤로 물러난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슈팅 자세를 취하는 영재를 보며 레너드는 읽어냈다는 기쁜 표정으로 영재에게 바싹 붙어 손을 치켜들었다.

"역시 그거였어!"

더 핸드.

레너드의 별명답게 그는 일반인보다 약 2배나 되는 손 크기로 상대를 블락해 내고 어려운 패스라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영재는 그 커다란 손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헛-"

특유의 기운빠지는 기합소리. 영재는 완벽한 슛 폼을 자신이 무너트리고는 3점 슈팅 대신 오버스로 패스를 시도했다. 레너드는 그제서야 코트가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영재의 느린 템포. 드라이브 인. 스텝백. 그 모든 것이 속임수였던 것이다.

"하앗!!!"

쾅!

빠르게 림 근처로 날아온 공은 어느덧 엘리웁 패스가 되었다. 토마스의 경우 언더사이즈여서 카웰과 맞붙으면 높이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속도 싸움. 카웰은 토마스 보다 느리다. 로포스트에서의 림 어택 속도는 단연 토마스가 압도적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게이나 화이트, 데이비스가 달려와도 그들의 높이나 힘 정도는 토마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짐슴마냥 달려들어 림을 잡아먹을 듯 양 손으로 힘껏 내려찍은 토마스는 짜릿한 쾌감에 림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레너드는 분한 듯, 흥분한 듯 림에 매달려 있는 토마스의 뒷 모습을 보곤 자신이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몸이 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청백전이 마무리되자 피셔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랜만에 자유시간을 배정해 주었다. 선수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피셔 감독은 덤덤하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간 학업과 농구를 동시에 관리하느라 심적으로도 많이 지쳤을거라 생각한다. 오늘 청백전을 포함해서 그간의 훈련과 학업성취에 만족스런 결과를 내준 것에 대한 포상이라 생각해 주기 바란다."

피셔 감독의 말에 몇몇 선수들은 신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요새들어 농구에 눈을 뜨고 있는 말콤 토마스, 서로의 실력에 감탄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윤영재와 카와이 레너드, 선배로써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실력을 다듬는 게이 까지. 넷은 자유란 말에도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자유시간 때 어떻게 하면 훈련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눈빛이었다.

"참고로 이번 휴식은 내년 1월에 개막하는 ncaa 컨퍼런스 정규리그 개막 이전에 진행되는 Non-Conference (컨퍼런스 리그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으나 추후 전국 대회인 '3월의 광란 (march madness)' 출전에 반영되는 친선경기 개념. 11월 초에 시작한다. 자기의 소속 컨퍼런스 이외의 팀과 붙는다.) 를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경기가 단 2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번 만큼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 휴식도 엄연한 훈련의 일부라는 걸 알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팀훈련이 없다. 개인적인 수업만 끝나면 각자 미뤄놨던 일들을 해보기 바란다. 리그가 시작하면 정말로 쉴 수 없을테니."

피셔 감독의 말이 끝나고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엇을 할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휙- 가버렸고, 결국 남은 건 영재와 레너드, 그리고 토마스였다.

"헤이~ 휴가 때 뭐 할 꺼야?"

아까 휴식이 주어졌을 때 무덤했던 말콤은 어디로 가고, 학기 초 미팅을 하자마 익살스레 웃던 말콤으로 돌아와 영재와 레너드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음."

"그냥, 감독님이 쉬라니까 개인 훈련외엔 푹 쉬려고 했는데?"

역시나 별 반응 없는 두 사람. 토마스는 특유의 엑- 소리를 내며 둘을 괴물 바라보듯 바라보았다.

"나이에 안 맞게 너무 성실한 거 아냐? 솔직히 학기 시작하고 어디 놀러다닌 적도 없지?"

토마스의 말에 두 사람은 그게 뭐? 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까운 마트에서 구입하면 그만이었다. 식사는 학생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 몇 분 이면 원하는 것 쯤이야 금방 살 수 있었다. 전형적인 농구에 미친 학생의 표본들이었다.

"그러지 말고, 좀 나가자. 응? 샌디에이고라고! 캘리포니아! 사시사철 쾌적하고 따듯한 기후에 샌디에이고 만~ 아름다운 항구와 해안가, 그리고 해변! 아름다운 여인들!"

"그래서 루시랑은 잘 안 된 거구나?"

영재는 키득거리며 토마스의 옆구리를 찔렀고, 레너드는 아- 그랬구나 하며 딱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갑자기 루시 이야기는 왜... 험험. 어쨌든! 정 그러면 딱 반나절만 나가보자고. 응? 매력적인 멕시칸 걸, 스페니시 걸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영재와 레너드는 윽- 하는 소리를 내며 거부하려 했으나 하도 끈덕지게 달라붙는 토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에휴. 여자는 무슨.'

레너드도 별반 다른 생각이 아닐거라 생각한 영재는 그저 농구 용품이나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토마스를 떼어내 버렸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미드레인지 : 통상 9~16피트를 말하며, 3점 라인과 자유투 라인 사이 공간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주로 신장을 피트-인치로 표기합니다. 1피트=12인치 입니다.

할라우님, 리드벤님, 백예님// 그리고 수줍게 글을 읽으러 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둘 이니 두번 감사합니다.

선.추.코.평 감사합니다!!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사족 : 다음 편 부터는 후기에 형님 말고 동생인 저도 간간히 등장해 볼까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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