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7화 (7/296)

00007  NCAA  =========================================================================

NCAA의 경우 디비전1(남녀 각각 7개 이상의 운동부 보유해야함. 미국 전체 대학 중 약 330여개의 학교가 해당됨)은 여자농구부와 남자농구부를 둘 다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렇기에 코트를 사용하는 데 아무래도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NCAA는 학기별로 여자부와 남자부의 시간을 번갈아가며 할당해 주는데, 예를들면 봄학기에는 남자부가 오후 1시 부터 4시, 여자부가 오후 4시부터 7시라면 가을학기에는 그 반대가 되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도 위와 같은 싸이클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재는 아무것도 할당되지 않은 오전 시간의 '코트 사용' 을 위해서 최대한 오전 강의를 비워놓았다. 여자부가 코트에 뛸 시간에 강의를 최대한 듣기 위함이었다.

디비전1의 대학들은 보통 운동선수들을 배려하여, 운동선수들에게 수강신청의 우선권을 주었다. 팀 훈련 시간은 해당 부서 팀원들이 다 같이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영재는 전생에 노력을 많이 하긴 했지만, 효율적이질 못했다.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정해놓고는 어려운 길을 회피하려 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호된 부상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영재가 꺼내든 종이의 맨 위에는 '666 ROUTINE 을 내 몸에 맞추어' 라고 쓰여 있었다.

666 ROUTINE.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지만 NBA의 슈퍼 스타임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훈련법이었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의 개인 트레이너 조 카본 (JOE CARBONE) 이 고안한 훈련법으로 일주일에 6일, 하루에 6시간, 비시즌 기간인 6개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하여 666 ROUTINE 이라 붙여진 훈련법이었다.

[DAY 1 & 4 : 벤치 프레스, 크런치, 밀리터리 프레스, 렛 풀 다운, 인클린 프레스, 복근 운동 (Abdominal)...

DAY 2 & 5 : 레터럴 덤벨 레이스, 바 딥스, 트리셉 프레스 다운, 도미널 크런치...

DAY 3 & 6 : 백 스쿼트 / 프런트 스쿼트, 레그 컬, 레그 익스텐션, 복근 크런치... ]

영재는 아직까지도 이 훈련표를 보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말이야 많고, 평도 제각각이었지만 그를 보며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 단어.

바로 '연습에 미친' 선수였다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2시간 런닝 위주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팀 훈련, 그 이후에 이 일정을 모두 소화하면 6시간은커녕 8시간을 매진해도 다 못 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강도의 트레이닝이다. 이는 '코비 브라이언트' 정도 되는 선수여야 가능한 스케쥴인 것이다. 미국 국가대표 동료들이 코비의 훈련에 혀를 내두르고 존경을 표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게다가 영재의 몸은 아직도 성장중이다. 조금씩 야금야금 키가 크고 프레임이 커 진다는 것이 그를 반증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어쩌면 독이 될 지도 모르는 일. 보통 무리한 벌크업은 무릎과 발목에 무리를 가져오기 때문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 영재는 666 ROUTINE 훈련을 가다듬어 자신만의 훈련법으로 바꾸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어디 보자."

영재의 훈련은 기본적으로 2612 였다.

하루에 2시간, 일주일에 6일, 12개월 내내 몸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법. 영재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같은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6개월 고강도 훈련을 하고 6개월을 쉬면 코비 브라이언트 만큼의 성과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지속적인 운동과 훈련 만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영재는 대학교 때 부터 이런 식으로 계획표를 철저히 이행하면 프로가 되어서는 시간을 늘리고 더 늘려서 궁극적으로는 4612 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사실 하루에 2시간이라면 굉장히 작아 보일 수 있겠지만, 영재는 프로가 아닌 대학생이었다. 우선, 팀 소유의 전용 코트가 아니다보니 쓸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영재가 돈 사정이 여유롭냐고 묻는다면 그 것도 아니었다.

가족의 지원은 받긴 커녕 가족과 얼굴을 안 본지 꽤 된, 소위 내 논 아들이었기 때문에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지원해 주는 장학금과 기숙사, 그리고 생활비로만 생활하기도 빠듯하다. 그러다보니 헬스장 한 달 끊기 위해서 돈을 아껴야 했다. 또한 NCAA의 경기를 뛰기 위해선 일정 학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영재가 아무리 BQ가 뛰어나고 꽤나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 것 과는 별개로 운동부라고 봐 주지 않는 에세이와 과제,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만 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체력, 정신력이 소모된다. 게다가 6일 내내 3시간씩(월.목은 4시간) 팀 훈련이 잡혀 있으며 대학 강의도 들어야 한다.

말 그대로 2시간이라는 개인 훈련 만으로도 엄청난 인내와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겨우 가능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프로 선수들 역시 비시즌이 아니라면 팀훈련에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하고, 시즌 중에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훈련량을 줄이는 편이다.

오전 강의 사이에 남는 시간은 딱 50분. 영재는 비어있는 코트가 있는지 확인해 봤지만 여자부 소속 선수들이 한 코트, 그리고 낯익은 팀 동료들이 공을 퉁기며 반대쪽 코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

일상다반사다. 코트가 비어있지 않는 경우는. 정규 사이즈의 코트가 아닌 옆구리에 매달리듯 달려있는 농구 골대 하나가 더 있긴 했으니 영재는 그 것 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

영재의 길쭉한 가방 안에는 5개의 농구공이 들어있다. 영재는 가방 지퍼를 끝까지 연 뒤, 시계를 슬쩍 보더니 재빨리 공을 하나 꺼내 들었다.

"흡!"

발 끝에서 부터 힘이 전달되어 손 끝 까지. 공의 스핀을 좌우하는 핑거롤 까지. 영재의 슛 매커니즘은 흔들림이 없었다.

퉁퉁- 림 위를 기묘하게 튀던 공은 누군가가 우겨 넣듯 그물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영재는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보지도 않은 채 바로 다음 공을 꺼내 쉼 없이 슈팅을 쏘았다.

퉁퉁- 거리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더니 마지막 2개의 슈팅은 그야말로 그물 스치는 소리만 슥- 들리며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영재는 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재빨리 달려가 중구난방으로 튄 공을 허겁지겁 가방 쪽으로 던졌다. 슬슬 걷지도 않고, 최고 속도를 내며 공을 주우러 뛰어다닌 영재는 우측 코너 3점라인 부터 45도 3점슛 라인, 그리고 정면 3점. 다시 좌측 45도 3점슛 라인, 좌측 코너 3점까지 15번씩 총 75개의 3점슛을 던졌다.

"후..."

영재는 코트가 그려진 종이 하나를 꺼내더니 그 위에 무언가를 슥슥 적어넣기 시작했다.

[우측 코너 3점 - 10/15

우측 45도 - 11/15

정면 3점 - 14/15

좌측 45도 - 10/15

좌측 코너 3점 - 8/15]

"좌측 코너... 이익!"

영재는 전생에도 좌측 코너가 약했다. 지금이야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슈팅을 쏜 거니까 이렇게 잘 들어가는 것이지, NBA, 아니 적어도 NCAA만 가더라도 이런 기록이 나올 수 있을 리 없었다. 선수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체 연습게임에서야 영재의 스타일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당한 거지, 이제부터 상대할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를 받고 코치들의 분석을 받아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적군이다.

자신의 전생이 NBA 리거였더라도 절대로 방심해선 안되는 것이다.

"후!"

이번에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똑같이 75개의 슈팅을 던진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슈팅을 쏘아올리고 우측 코너 3점까지 도달한 영재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또 다시 기록지에 기록을 슥슥 적어낸다. 그렇게 무려 40분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NCAA는 40분, NBA는 총 48분 간 코트 위를 누벼야 한다.

물론 농구 만큼 교체가 잦은 스포츠도 많지 않지만 NBA 에서 '체력이 모자란다'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영재였기에 공을 주울 때는 무조건 전력질주, 그리고 쉼 없이 자리를 움직이며 슈팅을 쏘는 것으로 체력도 덩달아 기르고, 체력이 모자랄 때 슈팅 정확도를 최대한 올리는 훈련을 동시에 한 것이다. NCAA의 특급 유망주들도 NBA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체력이다. NCAA보다 많이 뛰어야 하고, 더 거친 몸싸움을 해야 하며, 더 많은 경기를 뛰기 때문이다.

"하아, 하아..."

가방 안에서 수건을 꺼내 아무렇게나 땀을 닦아 낸 영재는 슬슬 드리블을 치더니 남은 10분 간은 봉인해 두었던 드리블과 미들 레인지 슈팅, 그리고 돌파 후 골밑 마무리 훈련을 했다. 마치 한을 푸는 사람 처럼 미친듯이 골대로 달려들고 골밑에서 마무리. 백보드에 공을 힘껏 던지고 퉁겨져 나오는 공을 향해 뛰어가 공을 잡은 뒤 그대로 스팟업 점퍼.

그렇게 마지막 한 공 까지도 훈련을 끝마친 영재는 후다닥 짐을 챙기고는 짐을 그대로 달려나갔다. 씻고 강의에 들어가려면 기껏해야 15분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와, 정말 매일 오네."

"그러게. 끈기 있다."

"동양인인데 키도 괜찮고 근육도 적당히... 애매하지만 잘 생기기도 하고. 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어머, 얘는. 농구 잘 하는 건 왜 빼고?"

남아있던 여자 농구부 선수들은 영재가 가고 나자 마치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이야기 하듯 왁자지껄하게 영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훈련편입니다. NCAA에서의 학업과 훈련에 대해 서술하였습니다.

리드벤님///감사합니다^^

사마린님/// 저희도 농구를 좋아하는데, 소설이 너무 없어서 직접 쓰게 되었네요.

커요커요님/// 감사합니다^^. 최대한 많이 써보도록 노력할게요~

card1님/// 헛헛, 연독률 높은 소설을 위해 노력할게요

반포아찌님///코멘 감사합니다. 우선 5편 본문에 적힌 대로 주인공의 키는 계속 성장중입니다. 전생에서는 18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미 188이고 향후 계속 성장할 예정입니다.

선.추.코.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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