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NCAA =========================================================================
미국 NCAA(미국대학체육협회)의 구조는 한국의 학원스포츠와 다른 점이 매우 많았다.
미국의 NCAA는 한국의 스포츠와는 달리 운동선수로써의 성공이나 팀의 성공만을 위해 운동하지 않는다. 학생으로써의 권리와 운동선수로써의 권리. 이 두 가지를 모두 성취할 수 있도록 학생을 지도하고, 프로와는 달리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 즉 '아마추어리즘' 을 지키기 위해 NCAA 에선 학생 관리 뿐 만이 아니라 끊임없는 홍보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 재학 중에는 프로팀이나 에이전트로부터 어떠한 선물이나 후원도 받을 수 없으며, 계약을 맺을 수도 없다.
몇 몇 NBA리거들이 이를 위반한 것이 나중에 적발되어 벌금을 물고, 해당 학교에 징계가 내려진 바도 있다.
한국의 고등학교만 보더라도 학교 내 운동부가 높은 성적을 내기 위해 오전만 수업을 듣게 하고 오후에는 운동부에서 훈련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나마 오전도 자는 운동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대학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학생으로써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권리, 즉 스포츠뿐만이 아닌 학업 성취도나 사회 생활 등이 결여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재 역시 이런 미국의 NCAA 문화를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전의 삶에서는 '농구 선수가 농구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냐?' 라며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학점을 받는 데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재는 조금 달랐다. 책에 머리를 박다시피 집중을 해서 읽던 영재는 어느덧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이거 꽤 재미있는데?"
영재는 농구부 학생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과제와 복습을 하고 있었다. 학업성적이 부진하면 경기를 뛸 수 없는 구조 덕에 농구부에 속한 학생이더라도 최소한의 학점을 얻어 졸업을 하게 되고, 농구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NCAA가 경기 등록 및 출전 금지를 시키는 점수는 학업평점 2.0 미만이다. 보통 미국 대학의 평점이 4.0스케일이므로 평균 C0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대학의 C0는 한국 대학처럼 시험에서 백지만 안 내면 받는 점수가 아니다. 그렇기에 대학들은 뛰어난 선수라고 하더라도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경기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기에 아예 스카웃을 하지 않는다.
브라질 출신의 슈퍼 유망주였던 시라큐스 대학의 팝 멜로가 학점 미달로 인해 출전을 금지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이러한 학점 문제로 인해 학점 조작을 했다가 협회에 적발되어 해당 시즌의 기록 삭제 및 향후 전국대회 출전 제한을 받은 사례도 있다.
한국의 최진수는 평점 문제는 없었으나, 잦은 국가대표 차출로 인해 총 학점이 부족하여 훈련 대신 계절학기를 택해야 할 정도였다. 결국, 최진수는 학업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학년 도중 귀국하여 KBL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문대학에 진학했던 것을 아쉬워하여 이를 두고 최진수의 귀국 당시,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지금 영재가 있는 곳은 study hall(자습시간)시간이었다. 월~목요일까지 매일 팀 훈련 종료 후 2시간씩 팀원들을 모아놓고 공부시키는 것이었다. 영재의 고교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었던 데다, 1학년은 의무였기 때문에 매일 참가해야 했다. 물론, 이 것은 전생의 영재일 때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NCAA는 운동선수들의 단체 훈련은 주 2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날짜도 주 6일로 제한하고 있고, 대부분의 대학은 월~토요일에 매일 3~4시간을 훈련하고 일요일은 휴일로 지정하는 편이다. 물론, 개인 훈련은 자율에 맡긴다.
"에엑- 그게 재미 있다고?"
옆에서 영재가 흥미롭게 읽는 책을 본 말콤 토마스는 몸서리를 치며 책을 덮어버렸다. 영재는 1학년이기에 전공과목이 아닌 핵심 과목(기초과목)을 수강하고 있었고, 토마스는 3학년이기에 전공 과목 위주로 수강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1학년을 마치고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사실상 대학공부를 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 대학교의 교필과목으로 분류되는 과목들만을 듣고 프로로 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 뜬 구름 잡는 듯한 게 왜 재미있다는 건지."
어느덧 영재랑 어느정도 말을 트게 된 말콤 토마스는 꽤나 쾌활한 성격이었다. 같은 신입생임에도 전학생이라 그런지 2년 더 나이가 많았고, 아무래도 신입생들 보다는 좀 더 대학 생활을 해 본 티를 내고 있었다.
영재는 에세이를 모두 작성한 듯, 참고하고 있던 전공 서적을 턱- 덮고는 기지개를 폈다. 자체 연습게임이 끝난 후, 스티브 피셔 감독은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지만 팀 훈련을 할 때 마다 영재와 레너드에겐 조금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영재와 레너드는 서로 별 말을 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학업으로 인해 경기를 뛰지 못하는 불상사는 피하려 했고, 둘은 밤 마다 묵묵히 앉아서 공부를 하였고 그 성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다.
"갈께."
"크으... 또 먼저 가냐. 항상 나보다 과제 빨리 끝내는 거 같아?"
토마스는 한탄에 가까운 소리를 웅얼대더니 다시금 활기찬 토마스로 변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영재와 레너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이봐, 친구들. 이번 주일에 뭐 하는가?"
"별로. 그냥 평상시처럼 연습하고 휴식하려고."
"나도 그다지 특별한 계획은 없지."
영재와 레너드는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토마스는 엑- 소리를 내더니 입을 비죽 내밀며 웅얼거렸다.
"왜들 그래? 같이 친목도 다질 겸, 팀 케미스트리도 올릴 겸. 밥 한 끼 같이 먹고. 좋잖아?"
하지만 영재는 귀를 후비적 거리더니 토마스의 등을 토닥여 주며 강의실을 벗어났다.
"이미, 미팅 하는 거 소문 쫙 났으니 잘 하고 와."
레너드는 '아 그래?' 라면서 여자친구가 생기길 바란다는 무미건조한 응원을 해 주고는 영재의 뒤를 따라 강의실을 나갔다.
"...... 저것 들은 쉬는 날도 없나. 그래! 나 혼자서 쭉빵한 미녀들 만나고 오면 그만이지."
토마스는 투덜대더니 남은 에세이를 마무리 짓기 위해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영재와 레너드는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다.
2인 1실로 이루어진 방은 원룸 형태의 좁은 공간이었으나 원체 묵묵한 레너드,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나 필요에 의한 대화가 아니라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영재.
이렇게 두 사람이 같이 사니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서로 없는 듯 있는 듯 무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경쟁심' 이었다.
서로 포지션은 다르니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영재도 레너드도 주전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한 명이 개인훈련을 하면 다른 한 명도 같이 하고, 같이 마무리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자존심을 건 '경쟁'을 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고교 커리어는 레너드가 압도적이었으나, 레너드는 영재의 실력을 직접 보고 체감했기에 그를 인정하고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이름값에 안주하지 않고, 넘어설 상대를 찾게 된 셈이었다.
개인 훈련을 마무리하고 씻으러 가는 길이었다.
"윤."
"어?"
"고맙다."
레너드는 약간은 무덤덤 하지만, 확실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훌쩍 앞서 걸어가 버렸다. 아마 감정을 표현하는 게 쑥쓰러워서 저러는 거겠지-
레너드는 이 전에도 그랬으니까.
영재는 그렇게 생각하며 큭큭 웃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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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관련 스토리인지라, 독자분들을 위해 한 편 더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