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3화 (3/296)

00003  회귀(回歸)  =========================================================================

-아즈텍스-

윤영재(Youngjae-Yoon)

18세의 나이에 텍사스 고등학교를 졸업.

고교 때 주전 가드로 뛰었으며 돌파와 마무리가 좋고 이타적이다.

하지만 슈팅과 피지컬이 부족한 것이 단점. 공격적인 선택지가 한정된 선수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한계를 보인다.

2:2를 잘 하는 빅맨과 호흡을 맞출 경우라면 활용도가 높은 가드다.

"그랬었지."

1학년으로 합류한 영재는 두 번째로 마주하는 코치의 첫 눈빛을 읽어낼 수 있었다.

영재는 고작 1학년. 어차피 특급 유망주가 아니라면 1학년 때 주전급으로 뛰는 경우는드물다. 게다가 신체적으로 특출난 것도 아니다. 또한 고교 선수 랭킹에서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게다가 동양인이라는 것이 의외로 발목을 잡았었다.

"오늘은 첫 날이니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 보도록 하겠다."

고등학교 때의 기록을 전부 맹신하지 마라. 영재는 그 말에 항상 수긍하고 또 수긍했다. 자신이 1학년이라면 다른 대학선수들은 자신과 같거나 최대 3년을 더 뛴 선수들이다.

고등학교에서 날고 기었다는 선수들 중에서 NCAA의 Division 1에 진학할 수 있는 선수는 소수다. 그리고 그 NCAA에서 날고 기었다는 선수들 중에서도 NBA로 입성할 수 있는 선수는 더욱 소수.

그 중에서 정말 살아남는 건 극단적인 소수에 불과하다. 어디나 다 그렇지만, 스포츠 세계는 당연히 뾰족한 피라미드 형이다. 위로 갈수록 적은 수만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와 팬들은 그 소수에 열광한다.

'나도 입성을 위해 4년(대학3년, D리그 1년)을 죽도록 노력했지.'

영재가 9년의 경험치가 있다 하더라도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였다.

스티브 피셔 감독과 코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1학년만 추려내 기본적인 체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마치 프리 드래프트 캠프 (주로 2라운드를 통해 NBA에 입성하려는 선수들이 모여 기초 테스트를 받는 곳) 처럼 신체 사이즈 까지 일일이 체크하진 않았지만 3/4 코트 스프린트, 맥스 버티컬 점프 , 레인 어질리티 테스트 , 185파운드 벤치 프레스 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기 시작했다.

'아, 시간이 아쉽다.'

영재는 최선을 다 해서 테스트에 임했다. 이 전의 삶에서도 영재의 테스트 결과는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체력적인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영재는 결국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신, 장점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했다. 단점을 보완해도 한계가 있고, 그 시간에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다르다.'

영재는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 입학하기 까지 2주일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집 근처의 헬스장을 활용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여 최대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느라 애썼다. 개인 트레이너는 없었지만, 자신도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흠."

영재는 코치의 눈빛이 약간 신경쓰였다. 하지만 자신은 짧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 했고, 결과적으로는 이전보다 향상 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자세한 결과까지는 영재로써는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피셔 감독의 눈빛이라든가, 몇몇 서류를 빼 두는 곳에 자신의 서류가 들어 있다는 것을 보며 대충 눈치를 챈 영재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본 게임은 지금부터지.'

신입생들은 어떻게든 감독의 눈에 띄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쓴다. 물론 이 들은 각 고등학교에서 나름 에이스라고 한다면 에이스라 불리던 선수들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알아주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주 단위로 낮추어도 마찬가지였다.

NCAA는 결국 미국 대학교이고, 스타일은 조직적이고 세밀한 팀플레이보다는 개개인의 탤런트를 활용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팀 전술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프로에 비해 팀 플레이의 비중이 낮다는 것 뿐이다.

프로가 아닌, 프로가 되기 위해 거쳐가는 단계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가, 우수한 선수들은 원 앤 던(One and Done-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중퇴하여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졸업 이전에 적잖은 선수들은 드래프트 되거나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팀플레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개개인의 능력향상에 관심이 많았고, 코치들 역시 그 상황을 알기에 팀 전술을 향상시키기보단, 개개인의 능력을 향상시켜 팀성적의 상승을 노리는 편이다. 또한 어린 나이이기에 개인 능력 향상의 폭이 크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그렇기에 감독들도 개인능력이 우수한 선수들 위주로 선발진을 꾸리게 된다.

이 점은 한국 학원 스포츠와의 극명한 대비점이다. 한국 학원 스포츠는 성적지상주의로 인한 철저한 조직력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팀플레이를 벗어나는 이레귤러한 플레이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공을 잡고 농구에 필요한 '개인기량'을 다듬는 시간보다 운동장을 뜀박질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웃지 못할 사실이 떠도는 것이 바로 한국의 학원 스포츠다.

반면, 미국 학원 스포츠는 개개인의 실력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학교의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례로 NCAA전국 토너먼트 우승 대학에서 NBA드래프트의 1라운드에서 한 명도 지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전국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학교에서 로터리 순위(1라운드 1~14위)로 지명되는 경우도 많았고 말이다.

"자체 연습경기를 한다."

스티브 피셔 감독은 신입생들로 구성된 팀에 별 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

"맨투맨 수비다. 본인의 상대를 끝까지 마크하도록. 자신이 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면 된다."

영재는 피셔 감독의 말에 무서운 뼈가 들어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전에 들었을 때는 눈에 띄어라로 간단하게 해석해 버렸으나, 지금의 영재는 알 수 있었다.

'가능성을 보여라.'

가능성은 여러가지다. 개인의 능력이 특출난 케이스. 개인 능력이 특출나진 않지만

팀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케이스 등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경기의 결과에 팀플레이를 해치는 자기중심적인 플레이는 지양할 것을 말하는 것이다. 더불어 공격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받는 수비 부분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뛰어나도, 경기에서 에이스가 되더라도 결과가 나쁘다면 감독은 가차없이 그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 일명, 팀 케미스트리라고도 하는 부분. 팀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선수는 최악의 선수인 것이다.

"10분 후에 경기를 시작하겠다. 거의 초면일테니 한번 이야기도 나눠보고, 어떻게 플레이를 할 지 의논해 보도록."

스티브 피셔 감독은 그렇게 신입생들을 남겨놓은 채, 2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 기존 주전이었던 2팀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영재는 2번째로 만나는 1팀, 즉 신입생으로 이루어진 멤버들을 보며 속으로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안녕? 우리 구면이지?' 라면서 장난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영재를 제외한 4명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기 때문에 장난끼는 꾹- 억누른 채 영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무 긴장해 있는 거 아냐?"

"......"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눈초리로 영재를 노려보는 넷. 그도 그럴 것이 자체 게임을 앞두고 말한 피셔 감독의 '가능성을 보여라' 라는 말 때문에 한껏 부담감이 가중된 상태다.

신입생은 당연히 몸이 굳고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전학으로 온 3학년 말콤 토마스는 여기서 못 하면 끝장이란 압박감에 더더욱 굳어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속에서도 주연과 조연은 나뉘기 마련이다. 어찌보면 1팀 선수들도 모두 적이고 경쟁상대이기 때문에 굳이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고, 각자 알아서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두 번째로 겪는 영재는 달랐다.

"우리가 경쟁상대라는 생각은 나도 마찬가지인데. 잘 생각해 봐. 우리 다섯의 경기력이 2팀과 견주어 봤을 때, 밀리지 않으면 우리 다섯이 하나의 전술로 사용 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꿈 같은 소리야."

과묵하게 듣고 있던 한 신입생이 침묵을 깨고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는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저 들은 몇 년이고 손발을 맞춘 주전들이야. 그에 반해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나 팀 플레이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감독님이 내려 주신 전술은 각자의 포지션이 전부야."

"그래. 그 말이 맞을 수 있어. 아니, 어쩌면 레너드. 너의 말이 정답일 수 있어."

영재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카와이 레너드를 정면에서 응시했다.

"그러면 이 기회를 넌 그냥 날려버릴꺼야?"

웃던 영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냉소적인 듯, 날카롭고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로 카와이 레너드를 응시하는 영재.

카와이 레너드는 그런 영재를 보며 속으로 꽤나 놀라고 있었다. 그저 가벼운 말이나 할 줄 아는 동양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앞선 행동들은 '윤영재' 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날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저 막연하게 말 하는 것 역시 싫을 뿐이지. 영재 라고 했나? 너는 무슨 방법이라도 있다는 듯 말하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그 '방법' 을 들을 수 있을까?"

카와이는 양 손의 검지와 중지를 구부리며 '방법' 을 강조했고, 영재는 다시금 가벼운 미소를 입에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팀의 분위기는 영재가 잡아나가고 있었다.

피셔 감독은 2팀에게도 말을 마친 후 눈빛을 빛내며 1팀을 바라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회귀 시점상 초반부는 NCAA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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