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화 (2/296)

00002  회귀(回歸)  =========================================================================

18살로의 회귀.

"......"

멍-

영재는 머리가 하늘 높이 솟구친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영락없는 자신의 집이었다. 나만의 공간.

하루를 더 자고 일어났음에도 그대로였다. 지독한 악몽일거라는 일말의 불안감이 싹 사라지자 영재는 하늘 높이 팔을 치켜들고는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3일 전까지만 해도 '신이 있고, 만일 내 눈 앞에 있다면 지옥에 떨어져도 멱살을

잡겠다' 던 영재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신을 신봉하는 광신도마냥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난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영재는 마른 침을 삼키고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바라보았다.

[2009년 입학 통지서

San Diego State University]

"허허..."

고등학교의 생활이 끝나고, 꿈에 부풀던 NCAA 입성. 영재는 바로 그 시점에 다시금 돌아와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입학 통지서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훑어보던 영재는 이내 입으로 읽기 시작하더니 소리치듯 말하더니 으하하! 웃으며 집 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선수 생활을 좀먹던 발목의 통증도 없다. 발목 뼈가 으스러지고 난 후의 수술 후유증도, 그렇게나 오만방자했던 자만심도, 멋 모르고 높은 줄 알았다가 바닥으로 쳐 박혔던 것도 모두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었다.

"......"

전신거울 앞에 선 영재는 아직 아무것도 다듬어지지 않았던, 18살의 학생을 바라보았다. 또 다른 자신. 무엇을 배우던 스펀지 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젊음이 있는 모습.

"좋아."

영재는 방금 전 까지 미친 듯이 웃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훑어보기 시작했다.

"?!"

놀랄만한 일이었다. 정말로, 18살의 윤영재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대학교 1학년. 그 때가 마지막으로 키가 큰 시절이었다. 182cm(6피트는 약 183cm)에서 3cm가 커서 185cm는 겨우 면한 키. 영재는 190만 되길 간절히 바랬지만 더 이상의 성장은 없었고, 단 5cm 때문에 스타일은 바꿀 수 밖에 없었으며 포지션은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NBA에서 그는 애매한 듀얼가드일 뿐이었다. 포인트가드로써는 평범한 코트비젼과 패싱의 한계가 있었고, 슈팅가드로는 작은 키와 좋지 않은 점퍼의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체격. 영재는 기본적으로 프레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힘을 기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프레임이 그저 그랬던, 동양인 중에서 그나마 준수한 정도의 프레임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동양인은 백인보다는 힘이 약하고, 흑인보다는 유연성과 스피드가 떨어진다. 더군다나 동양인들은 평균적으로 팔 길이가 짧은 편이다. 농구에서 팔 길이는 매우 중요하다.

흔히들 윙스펜이라 부르는 이 팔길이는 스탠딩리치 등 다양한 수치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는 윙스펜이 짧은 선수를 이른바 '악어팔' 이라고 조롱하듯 부르기도 할 정도였다.

종목은 다르지만 추신수를 비롯한 아시아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바깥쪽 공에 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처럼 동양인의 신체조건은 각종 운동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하, 하하! 다시 돌아왔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시금 감당해야 하는 영재는, 이 전과 상황은 똑같음에도 행복해했다. 182CM의 마른 체형. 하지만 그 것 만으로도 영재는 이번 만큼은 자신의 약점과 한 판 제대로 붙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육체가 그대로라고는 하나, 예전보다는 훨씬 나은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높은 순위로 드래프트 된다면, 기회도 더 많이 주어질 것이다.

영재는 최소한 '제한적인 포인트가드 역할' 만큼은 스페셜리스트였다. 스크린을 받은 이후의 돌파와, 그리고 전술 이해도. 그는 1번인 포인트 가드로써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선수였다. 돌파 이후 골밑 마무리나 외곽으로의 킥아웃, 픽 앤 롤 이후 롤러인 빅맨에게의 어시스트 모두 준수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약점이 많았다. 몸싸움이 약해 단독 돌파는 힘들 뿐더러, 점퍼가 좋지 않아 돌파가 막히면 턴오버를 하거나 다른 선수에게 죽은 패스를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전술 이해도가 높아 2:2 스크린 수비는 잘 따라가는 편이었고, 헬핑 및 스틸 타이밍도 좋았으나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선수들을 막기 버거워했다.

또한 키와 점프력 모두 약세였기에 자신을 앞에 두고 점퍼를 쏘는 경우도 잦았다.약한 몸싸움은 스크린을 받고 넘어가서 돌파를 하는 식의 팀플레이에 적응했다. 몸싸움을 해야 할 경우 어떻게든 파울을 얻어내거나 유도한다. 그런 식으로 영재는 살아남았다. 다행히 그의 소속팀은 뛰어난 스크리너들이 많았고, 코트 위의 전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이었다.

아쉬운 면도 있었다. 결국 농구는 야구나 축구에 비해 육체적인 능력의 비중이 높았고, 선수들간의 재능 격차도 가장 큰 스포츠 중에 하나였다. 자신은 분명 아시아인으로써 nba에서 장수한 가드지만, 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었다.

무엇보다 육체적인 능력 면에서 nba의 괴물들 사이에선 버텨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타고난 센스를 갈고 닦아 점점 실력을 향상시키긴 했으나, 그 한계는 명확했다.

영재는 자신의 모습을 전신거울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익살스럽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모든 걸 극복해 볼 시간이 있어!'

자신은 이미 9년 치의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 상태다. 그리고 무려 5년을 NBA에서

부비던 그 때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그 누구보다 값진 재산을 가진 채 시

작하는 것이다.

"가자, 샌디에이고로!"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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