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DIY천재의 힐링생활백서-138화 (136/159)

138. 소년기(120) - #놀이공원

“휴우, 잘 먹었다.”

나는 빵빵해진 배를 문지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다들 잘 먹었어?”

내 말에 록시가 파닥파닥 고개를 끄덕였다.

“웅! 맛있다!”

그녀는 단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지만, 부족했던 것인지 식사가 끝났음에도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물론 루나도 라프린스 씨도, 지금은 공연을 위해 자리를 비운 셀리오스 씨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야.

“대장! 대장도!”

“응. 고마워.”

내가 흐뭇하게 웃고 있자, 록시가 퍼뜩 디저트를 내밀었다.

나는 록시가 건넨 디저트를 입으로 가져갔다.

차가우면서도 매끄러운 감촉이 혀를 자극하는가 싶더니, 이어서 코코나트 특유의 달달한 맛이 입안 전체로 퍼진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코코나트 탕후루라고 해야 하나.

만드는 방법은 엄청 간단하다.

각종 과일과 열매를 먹기 좋은 크기로 다듬은 뒤, 그 위에 코코나트의 시럽을 코팅한다.

그리고 이걸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시럽이 굳으면서 굳는다.

차갑게 식은 코코나트의 시럽은 마치 얼음처럼 차갑되, 얇게 코팅한 거라서 살짝만 깨물어도 아삭아삭 부서진다.

마찬가지로 살짝 얼은 속 재료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게 코코나트의 시럽과 어우러지면서 훨씬 더 달콤한 맛을 끌어올려 준다.

자칫 단맛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는지라, 비교적 단맛이 약한 열매나 과일들이 주로 사용된다.

개중에는 코코나트의 시럽의 단맛 덕분인지,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재료를 쓰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니까, 몸에는 좋은데 선뜻 먹기는 조금 싫은 것들 말이다.

맛도 맛이지만 먹는 방식의 재미 때문인지 유독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은 간식이었다.

금세 디저트 하나를 뚝딱 해치웠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응! 록시 노는 거 좋다! 빨리! 빨리!”

록시는 마냥 기분이 좋았는지, 내 손을 잡아끌었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자자,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가자고! 루나랑, 라프도 같이 가요.”

“응.”

“······네.”

저마다 다른 표정과 말투로 들뜬 감정을 드러내는 세 아이와 함께 푸드 코트를 가로질렀다.

* * *

호로록!

얼음과 과일을 갈아서 만든 스무디를 사이좋게 흡입하며 도착한 곳은 축제의 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장소.

이름하여 놀이공원이었다.

“대장! 대장! 나도, 저거!”

돌연 록시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응?”

“저거! 저거! 록시 저거 타고 싶다!”

잠깐만, 지금 록시가 말하는 건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록시가 손으로 가리킨 그것은 다름 아닌 바이킹이었다.

앞서 말했듯 이곳은 놀이공원이다.

즉 나는 지구의 놀이공원을 모티브로 뒀다.

물론 지구에서 흔히 갔던, 환상의 나라나 모험과 환상으로 가득한 놀이공원에 비교하자면 많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도 곳곳에는 지구의 것을 그대로 재연한 놀이기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금 록시가 가리킨 것은 놀이기구의 대표주자 중 하나이며, 나도 시험 삼아 탔다가 후회했던 그것.

“바이킹 타자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이킹에서 어마어마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아아!”

“사, 살려줘! 그만! 그만!”

“꺄아아아아!”

바이킹에 오른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보나 마나 저들도 호기심에 탔겠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놀이공원에 배치하기 전 시험 삼아 타봤다.

근데, 어우······.

진짜 오금이 저려서 못 타겠더라.

실제 바이킹과는 생김새가 좀 다를지언정, 탔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그대로 재연했으니까.

아니, 그대로 재연한 걸 넘어 더 무서워졌다고 하는 게 맞겠지.

그도 그럴 게, 지구의 바이킹은 안전의 문제 때문에 일정한 각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에 내가 제작한 바이킹은 각도는 기본이요.

속도까지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게 가능했다.

원한다면 가장 무서운 구간에서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게끔 변화를 주는 것도 할 수 있었다.

애당초 기계가 아닌 렐리크와 아티펙트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물론 내 성격상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두기에 적당하게 조절해놨지만, 그것만으로도 비명이 절로 나오더라.

“응! 저거! 록시 타고 싶다!”

“······음. 루나랑 라프는 어때요?”

내 질문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보고 싶긴 해.”

“······저도요.”

어쩔 수 없나.

그래, 다들 타고 싶다는데 바이킹의 무서움이 대수일까.

“자, 그럼 저것부터 타자.”

보무도 당당하게 바이킹으로 향했다.

지구였더라면 놀이기구 하나 타는데 최소 30분에서 길면 서너 시간은 족히 기다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아직 바이킹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금세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안전바가 내려오며, 몸을 단단하게 붙잡았다.

흔들거나 밀어도 보고, 당겨도 봤으나 안전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앗, 아이넬 님, 라프린스 님 안녕하세요! 록시랑, 루나도 안녕!”

우리가 바이킹에 오르자 주변을 돌아다니며 안전을 확인하던 요원이 우리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맞이했다.

“메릴르다! 안녕!”

록시도 메릴르 씨를 보며 팔락팔락, 손을 흔들었다.

“후후, 오늘도 기운이 넘치네! 아, 먼저 안전 확인부터 할게요!”

메릴르 씨는 내가 사전에 알려준 대로 꼼꼼하게 안전을 확인했다.

이내 모든 검수를 끝낸 메릴르 씨가 신호를 보냈다.

-바이킹에 오르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출발하기 전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합니다!

이어진 방송이 끝나고, 마침내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인가.”

나는 내 허리춤을 꽉 붙은 안전바를 거의 끌어안듯 잡았다.

시작인가.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이킹의 속도가 빨라지며, 내 뺨을 훑는 바람도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내 시선이 점점 높아지는가 싶더니, 마침내 내 시야에는 푸른 하늘이 보였다.

* * *

“끄응······.”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10분이 지나고, 마침에 지상에 발을 디뎠다.

시험 삼아 타보긴 했지만, 역시나 바이킹을 탄 후에 밀려드는 멀미는 여전했다.

“휴우우.”

깊게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가슴과 오금을 진정시키고 있자니, 록시가 다시금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대장! 대장!”

“으응?”

“또! 또 탄다! 또!”

“그러니까, 지금 바이킹을 한 번 더 타고 싶다는 거야?”

“응응!”

그래, 까짓 한 번 더 타면 어떠하리.

고개를 끄덕인 나는 유독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재차 바이킹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대장! 한 번 더! 한 번 더!”

“또 탄다! 록시 바이킹 재미있다!”

록시는 질리지도 않는지, 몇 번을 더 타자고 졸라댔고 그게 벌써 4번을 넘어갔다.

솔직히 바이킹이 재미있는 건 맞다.

가끔은 아르젠 씨와 함께 곡예비행을 하며 그 나름의 스릴을 즐기기도 했고.

아무리 그래도 바이킹을 탈 때마다 오금이 저리는 감각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록시야, 미안하지만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란다.

하지만 차마 록시의 부탁을 대놓고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아!

“나는 사진을 좀 찍어야 할 거 같은데, 타고 싶은 사람은 더 타고 와.”

내가 카메라를 들며 말하자 록시가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록시 타고 온다! 루나! 간다! 라프도 같이 간다!”

록시가 루나와 라프린스 씨의 손을 냉큼 잡아끌었다.

보아하니 두 사람도 바이킹이 재미있었는지 순순히 록시를 따라갔다.

“휴우.”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세 사람이 바이킹을 타러 가고, 이렇게 홀로 남으니 유난히도 주변이 조용해진 감각이었다.

한편으로는 살짝 떨어져 북적북적한 놀이공원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해야 할까.

그냥 지금의 이 평화로운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차분하게 앉아 아직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던 중이었다.

“진짜 이 축제에 오길 잘한 것 같아.”

“그러게. 이렇게 즐거운 곳이라면, 쭉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아예 여기에 눌러살까? 아까 물어보니까, 놀이공원은 언제 어느 때라도 올 수 있다던데.”

호오.

벌써 입주 희망자가 생겨나는 건가.

뭐, 새삼스러울 건 없지.

축제가 열리면 우리 마을의 인구도 늘어나리라는 것쯤은 진작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

“그럴 줄 알고 나도 마을에서 살 수 있냐고 물어봤지.”

“호? 그래서 뭐라는데?”

“자세한 건 도리아라는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하더라고.”

“음? 도리아 씨라면 그 신전에서 봤던 그 사람 아니야?”

“맞아. 보니까, 도리아라는 사람이 촌장이랑 함께 마을의 대소사를 관장한다던데?”

“그래서?”

“뭐, 생각난 김에 바로 찾아가서 물어봤는데, 마을에서 사는 건 괜찮대.”

“진짜?”

“응. 대신 심사를 거쳐야 한다던데?”

“심사?”

“어어. 보니까, 나처럼 물어본 사람이 꽤 많았나 보더라고.”

그렇지.

마을의 인구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안 그래도 농사니 뭐니, 해야 할 일에 비해서 마을 사람의 숫자는 적기도 했고.

그렇다고 아무나 받아들인다는 건 어불성설.

적어도 우리 마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고 난 뒤에 입주를 허가하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담당하는 장소라고 해야 하나.

일종의 동사무소 같은 것도 따로 세울 예정이었다.

덕분에 해야 할 일도 늘어났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 나중에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들이니까.

그렇게 멀거니 사람들을 지켜보며,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던 중이었다.

-잠시,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

돌연 마을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 혹시 그건가?

-축제를 기념하여 아브륄에서 오신 초대가수인 셀리오스 님의 공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맞네!

아까 식사를 끝낸 뒤 부랴부랴 공연장으로 향했는데, 이제 준비를 끝마치고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공연장의 위치는 관광안내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굳이 공연장으로 오지 않아도 감상하실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띄울 예정이니, 모쪼록 모두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끝나자, 하늘에 커다란 스크린이 생겨났다. 아까 축제 개막식 때 대표자들을 비췄던 것과 같은 장비였다.

“오오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 비춘 것은 화려한 무대라는 것이다.

더불어 무대 위에는 적잖이 긴장한 듯한 셀리오스 씨의 모습이 잡혔다.

진행자의 사인이 떨어진 걸까.

셀리오스 씨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단하게나마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브륄에서 온 셀리오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마을의 축제에 초대받은 것도 모자라, 여러분께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네요!

누가 한 나라의 왕 아니랄까 봐.

몸짓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에 기품이 담겨있었다.

-부족하지만, 모쪼록 잘 들어주셨으면 해요!

인사를 끝낸 셀리오스 씨가 우아한 자태로 인사했다.

이어서 카메라가 공연장 주변을 비췄다.

이야, 저기도 사람이 꽤 많구나.

화면을 보면서 감탄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저런 것도 있었네.”

“공연이라.”

내 주변을 거닐던 사람들도 저마다 걸음을 멈춘 채 스크린을 올려다봤다.

-그럼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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