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DIY천재의 힐링생활백서-137화 (135/159)

137. 소년기(119) - #남는 건 사진이지!

떡튀순 세트만으로는 뭔가 아쉬웠던 나는 몇 가지 음식을 더 담았다.

양이 좀 많은 것 같기도 하네.

아니지.

혼자 먹을 거라면 모를까.

다 같이 모여서 먹을 예정이니 조금 넉넉한 편이 좋으리라. 거기다 먹을 거라면 환장하는 록시의 성격상 내가 가져온 것들에 눈독을 들일 게 뻔하기도 했고.

나는 묵직해진 식판을 든 채 일행과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아직 아무도 안 왔네.”

무전을 보내보니 아직도 음식들을 고르느라 바쁜 모양이다.

일단 자리부터 좀 깔아둘까.

나는 미리 준비해 온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밥상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일행 수에 맞춰 식기 도구까지 깔끔하게 세팅했다.

음, 먼저 먹기도 좀 그렇겠지.

나는 밥상 위에 식판을 둔 채 주변들 살펴봤다.

"이야, 이거 진짜 맛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도 다 데려올 걸 그랬군.“

"그러게 말이야. 이거 우리끼리만 먹는 게 너무 미안할 정도구만. 나중에 돌아갈 때 좀 받아갈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어.“

널따란 잔디밭에는 진작부터 자리를 깐 채 식사에 즐겁게 식사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뿐만 아니었다.

“호오, 오르크도 그런 게 있었소이까?”

“췩, 물론이다. 우리 오르크는 한 사람만 본다. 췩, 바람은 용납하지 않는다.”

“껄껄! 오르크는 순정으로 똘똘 뭉친 종족이었군!”

“췩, 순정? 그건 뭐지? 췩, 먹는 건가?”

“껄껄껄! 먹는 거라니, 거 재미있는 친굴세!”

개중에는 다른 종족임에도 거리낌 없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만남을 즐기고, 또 인연을 쌓아가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래, 이게 축제지.

내가 처음부터 바라왔던 축제는 단순히 먹고 즐기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같은 드라고스 산맥에 살지만, 막상 얼굴은 보기 힘들며 만나도 데면데면한 이들이 한곳에 모여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쉽게 말해서 교류의 장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모쪼록 마을의 축제가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2차 3차 축제로 열려 보다 친목을 다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차, 이럴 게 아니지.”

이 훈훈한 장면을 나만 보고 기억할 순 없는 노릇!

나는 카메라를 들고 주변 풍경을 하나, 둘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쉼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던 중이었다.

“췩, 이게 누구야. 아이넬 아닌가!”

날 부르는 낯익은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어, 젠트리 씨!”

어느샌가 내 뒤에는 젠트리 씨가 식판을 든 채 서 있었다. 역시 미식가와 대식가를 겸하는 젠트리 씨답게 식판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의 옆에는 다른 오르크도 함께 있었는데, 젠트리 씨와는 달리 한두 가지 음식이 가득 담겨있었다.

“오랜만이네요!”

사실 나는 젠트리 씨가 마을에 도착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몰랐을 테니 오랜만이라고 해도 되겠지.

“췩, 오랜만이군! 췩, 그동안 얼굴 보기가 힘들던데. 많이 바빴던 모양이군.”

“네. 이것저것 하느라 좀 바빴네요. 아, 숙소는 어때요?”

“췩, 숙소라면 호텔을 말하는 건가? 췩, 아주 만족스럽더군. 췩, 특히 욕조라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호오.

젠트리 씨도 목욕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왠지 오르크가 욕실에 앉아있는 걸 상상하자니 괜스레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목욕 좋죠! 저도 하루의 마무리는 목욕으로 끝내거든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젠트리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췩, 그건 그렇고. 손에 들고 있는 그건 뭔가?”

“아, 이거요? 카메라라는 건데······.”

나는 셀리오스 씨에게 보여줬던 것처럼 사진을 직접 보여줬다.

“췩, 이건······?”

젠트리 씨가 내 앞쪽과 사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췩, 풍경이 그대로 담겨있군!“

눈썰미가 좋으시네.

“네. 이건 이렇게 순간을 기록하는 물건이거든요. 괜찮으시면 찍어드릴까요?”

“췩, 우리를 담을 수도 있는 건가?”

“네!”

"췩, 그럼 부탁하지!“

젠트리 씨는 별 거리낌 없이 내 제안에 응했다.

좋아.

안 그래도 풍경만 찍기 심심했는데 말이야.

“그럼 이쪽에 좀 서주세요! 네, 거기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자세를 취해주시면 돼요!”

기왕 찍는 사진이다. 나는 커다란 나무를 배경으로 두고 자세를 요청했다.

“췩, 자세? 그건 어떻게 하면 좋은 거지?”

“음, 사진으로 남길 거니까, 젠트리 씨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좋지 않을까요?”

내 말에 젠트리 씨가 고민하더니 자세를 잡았다.

어딘가 어정쩡하면서도 낯이 익은 자세였다.

"췩, 아까 신전에서 봤던 신상이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더군.“

아하!

그러고 보니 마을의 신전도 완성했다.

지금은 그 누구든 방문할 수 있게끔 개방됐다.

나아가 그 누구라도 파메르의 신도가 될 수 있었다.

“췩, 거기서 이걸 받았지.”

“아하, 부채를 받으셨구나!”

“췩, 그렇다. 신도가 된 기념으로 받았지.”

젠트리 씨가 자랑스럽다는 듯 자신의 허리춤에 꽂은 물건을 들더니, 턱 밑에 뒀다.

부채에 비해 얼굴이 큰 나머지 턱살이 그대로 다 드러났지만, 나름 분위기가 살았다.

부채라.

나는 파메르의 신상을 만들 때 한 손에 부채를 쥐여줬다.

별다른 의미를 둔 건 아니고 그저 어울릴 것 같아서 추가한 건데, 도리아 아주머니는 부채가 꽤 마음에 드셨던 것 같다.

그래서 부채를 만들어서 하나 드렸다.

그러자 부채를 파메르의 신도들이 지니는 증표로 삼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물론, 파메르의 신도가 된 이들에게는 무료로 부채를 나눠주곤 했다.

안 그래도 여유가 되면 신전에 가볼 예정이었다.

"췩, 이렇게 하면 되나? 췩, 상당히 어색하군. 민망하기도 하고.“

"아하하. 그렇죠?“

아무렴.

태어나서 처음으로 찍히는 사진이다.

아예 사진에 대한 개념도 없는 만큼, 자세를 취해본 경험도 없을 터.

어색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겠지.

"자, 그럼 찍을게요!“

나는 어정쩡하게 선 젠트리 씨를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찰칵!

버튼을 누르자 금세 폴라로이드 필름이 쑤욱, 나왔다.

"자, 여기요!“

"췩, 오오오오! 정말로 내가 있군! 췩, 내가 이렇게 생겼단 말이지.“

젠트리 씨는 사진에 찍힌 자신의 모습이 마냥 신기했는지, 쉬이 눈을 떼지 못했다.

"췩, 혹시 나도 부탁해도 되겠나?“

"나도, 나도 좀 부탁하지!“

“이런 게 있었다니, 놀랍네. 괜찮으면 나도 부탁할 수 있을까?”

젠트리 씨와 함께 있던 오르크는 물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내게 사진을 부탁했다.

"물론이죠!“

어차피 일행이 오기까지 시간도 때워야했거니와 모델이 많으면 나도 즐거우니까.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독사진을 찍어주거나, 때때로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 이건 다 뭐예요?“

마치 사진작가가 된 기분으로 모델들을 찍던 중, 셀리오스 씨가 도착했다.

그녀는 평소 달콤한 걸 좋아하는 만큼 디저트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울러 이곳으로 오는 길에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그녀의 손에는 다량의 폴라로이드 필름이 들려있었다.

"잠깐 시간이 나서 사진 좀 찍고 있었어요. 저기, 우리 자리 있으니까 거기에서 먹으면 돼요!“

나는 아까 깔아둔 자리를 가리켰다.

"네! 혹시 제가 도울 건 없어요?“

"음······. 괜찮으면 여기 계신 분들 좀 찍어주실래요?“

이게 내 예상과는 달리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버렸다.

"네! 저한테 맡기세요!“

이대로 가기도 뭣했는데, 셀리오스 씨가 도움을 준다면야 금방 끝나겠지.

그렇게 마지막 남은 인원까지 찍었을 무렵이 되자, 약속했던 일행이 도착했다.

"사진이라는 거 되게 재미있네요.“

나는 손에 들린 폴라로이드 필름을 구경하는 셀리오스 씨를 보면서 웃었다.

그녀는 지치지도 않는지 이번에는 자리에 앉아 떡볶이를 먹는 록시를 향해 렌즈를 들이댔다.

하기야.

사진이라는 게 한번 재미가 붙으면 계속 찍게 되는 묘한 마력이 있으니까.

"우물우물. 그나저나, 다음 일정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셀리오스 씨는 다음 일정이 정해져 있었구나.

나는 바삭바삭한 새우튀김을 씹어 삼키고는 셀리오스 씨를 쳐다봤다.

"셀리는 곧 공연하러 가셔야 되죠?“

내 질문에 셀리오스 씨가 카메라를 내리더니 민망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네. 이거 제 생각보다 일이 커진 것 같아서 너무 부끄럽네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불러야 하니 적잖이 부담스럽겠지.

"에이, 부끄러워할 거 없어요! 셀리의 노래는 모두가 좋아할걸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그래도 저보다는 넬이 노래를 부르는 쪽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넬의 노래가 정말 좋은데.“

"저는 그런 걸 잘 못해서요.“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 며칠 동안 셀리오스 씨에게 다른 악기를 가르쳤다.

더불어 지구의 노래 중 축제에 어울릴 만한 곡을 추려서 가르쳤다.

매번 들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셀리오스 씨의 노래는 단연 일품이다.

거기다 그녀는 목소리에 감정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다.

만약에 지구에서 태어났더라면 진짜 세기의 디바가 되고도 남았으리라.

자고로 음악은 국경을 초월 아니, 차원조차도 초월하니 모두가 좋아할 게 분명했다.

음, 그럼 다음 일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록시랑 루나는 어때?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응응! 록시 있다! 대장이랑 하고 싶은 거 있다!“

"오? 뭔데?“

내가 묻자 록시가 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펑펑! 펑펑!“

"펑펑?"

"응응! 사람들 막, 던진다! 그러니까, 막 펑펑, 터진다!“

"아아아.“

록시가 말하는 건 지구의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트를 말하는 거겠지.

그 외에도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농구 게임이나 고리 던지기처럼 어릴 때 골목에서 많이 하던 놀이는 물론, 각종 스포츠나 힐링을 위한 공간도 다수 준비했다.

"그래? 루나는 어때?“

“응. 나도 다트가 재미있을 것 같아.”

루나도 축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루나는 이렇게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지.

일단 나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있었으나, 시간에 여유도 있거니와, 이렇게 함께 노는 것도 괜찮겠지.

"그럼 밥 먹고 다트부터 하러 가볼까? 그다음에 축구도 하고!“

"응! 간다! 대장이랑 같이 펑펑, 한다!“

"응. 좋아.“

"오케이! 이것으로 다음 일정은 정해졌나."

"으으으.“

셀리오스 씨가 부럽다는 듯 나와 두 비스테르를 바라봤다.

딱 봐도 록시와 놀 수 없다는 걸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셀리도 공연 끝나면 바로 합류하는 게 어때요? 그리고 괜찮으면 라프린스 씨도 같이 가요!”

“알겠어요! 그럼 공연 멋지게 끝내고, 바로 합류할게요! 그때까지 너무 빨리 놀면 안 돼요!”

이럴 때 보면 어린아이 같다니까.

뭐, 나만 하더라도 실상은 다 큰 어른이지만, 축제가 신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네.”

셀리오스 씨는 물론, 라프린스 씨까지 내 제안에 긍정을 표했다.

“자, 그럼 배부터 든든히 채우고 갑시다!”

그렇게 우리는 도란도란 잡담을 나누며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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