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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천재의 힐링생활백서-131화 (129/159)

131. 소년기(113) - #올 테면 와보라지!

갑작스럽게 에프렐이 등장하는 바람에 다소 지체가 되긴 했지만, 여차저차 모두 돌릴 수 있었다.

“우물우물, 이걸로 초대장은 모두 돌린 건가요?”

내가 숨을 돌리고 있자 나르비 씨가 열심히 간식을 먹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코코나트의 과육을 건조시켜, 그 위에 코코나트 과즙을 졸인 시럽을 입힌 간식을 들고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씹다 보면 은은한 쓴맛이 올라와서 그런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간식 중 하나였다.

“네. 일단 오늘 돌려야 할 건 다 끝난 거 같아요. 고마워요, 덕분에 시간이 많이 단축됐네요. 엘리니아 씨도 고마워요.”

“아니요! 우물우물, 오히려 저희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당연히 도와야죠!”

엘리니아 씨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도 쿠키가 들려 있었다.

“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그녀는 쿠키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는지 아까부터 연신 맛있다는 말을 했다.

“그래요?”

내가 반문하자 엘리니아 씨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런 건 처음 먹어봐요!”

뭐, 쿠키의 레시피를 알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도 간식으로 배를 채우긴 좀 그렇고. 슬슬 밥을 먹긴 해야 하는데. 에프렐은 평소에 어떤 걸 먹어요?”

“저희는 주로 열매나 채소 같은 걸 먹어요.”

채소나 열매라.

“육식은 안 해요?”

나르비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에프렐은 육식을 즐기진 않아요.”

“즐기지 않는다는 건 먹지 못하는 건 아닌가 보네요.”

“네. 굳이 사냥을 하진 않고, 삶이 다한 것만 먹어요. 주로 먹는 채소나 열매도 마찬가지고요. 에프렐은 이걸 자연이 주는 것만 먹는다고들 표현하죠.”

“아하.”

자연이 주는 것만 먹는다라.

어렴풋이나마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았다.

음, 사냥과 채집, 농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과는 조금 다르구나.

역시 종족마다 특색이 있고 문화가 있단 말이지. 그리고 이런 걸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재미있기도 했고.

“어디 보자······.”

에프렐의 식성에 딱 맞는 음식이라면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럼, 이제 마을로 갈까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나르비 씨가 걱정스레 물었다.

“우리를 마을로 데려가면······. 자칫 에프렐들이 몰려올 수도 있어요.”

그거야 그렇지.

아까 니엘 씨의 태도만 보더라도 쉽사리 포기할 것 같진 않았으니까.

행여나 에프렐에게 마을의 위치가 들키기라도 했다가는 침입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게 나르비 씨의 생각일 터.

나도 같은 생각이었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네?”

“우리 마을이 여기서 꽤 멀거든요. 초대장이 없으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할걸요?”

“음······. 그럼 이렇게 초대장을 돌리는 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이 초대장이 있어야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초대장이 없어야 더 안전한 거 아닌가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땐, 나르비 씨의 말이 맞다.

어떻게 보면 이 초대장이야말로 우리 마을을 찾을 수 있는 확실한 단서.

아니, 아예 어떻게 가야 할지 알려주니 소위 네비게이션이나 다름이 없다.

근데,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나 그런 거지.

생각의 전환을 해본다면 오히려 이 초대장은 단순한 네비게이션이 아니다.

“경보기지.”

“네? 경보기요?”

아, 나도 모르게 또 지구의 단어가 튀어나왔네.

“음······. 쉽게 말해서 나와 떨어진 곳. 그러니까, 내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알려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돼요.”

“어, 그럼 이 초대장이······.”

“네.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거든요.”

일전에도 말했듯, 나는 사람들을 마을로 초대했다. 그리고 초대를 받은 이들에게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모두가 쉽게 익힐 수 있되, 확실한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그러한 기능들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초대장이었다.

애당초 안전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초대장을 돌릴 게 아니라 그냥 장터 중앙에 큼지막한 지도 하나만 덜렁 그려놨어도 됐겠지.

“그래도······. 죄송스럽네요.”

내게 사과하는 나르비 씨와 덩달아 고개를 숙이는 엘리니아 씨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아티로스에 살고 있고, 이곳에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런 수고로움이 대수겠어요?”

지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나는 데모스를 아예 소멸시킬 생각이다. 이를 가능케 할 방법이라면 딱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과연 이 방법이 제대로 먹힐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나아가 과연 아티로스를 노리는 게 데모스뿐일까.

웰버른 씨의 목적은 데모스의 부활, 다케스티아와의 연결이다.

그렇다.

데모스를 소멸시킨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아직 미지의 세상인 다케스티아가 남아있는 이상 제2의 데모스, 제3의 데모스가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었다.

자고로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나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아티로스를 멋대로 휘저으려는 자들을 모두 물리칠 생각이다.

즉 내게는 이 첫 번째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 어떤 선례를 남기느냐가 중요했다.

그건 때가 되면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마을로 돌아가서 배부터 채우죠!”

“알겠어요! 근데, 마을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음? 혹시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아. 실은······. 제가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요. 혹시라도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찾으러 다닐 것 같아서······.”

아하!

나르비 씨는 요정의 공주라고 했다. 고로 나르비 씨를 따르는 요정들도 있다는 거겠지.

“그럴 게 아니라, 아예 다 데리고 가는 건 어때요?”

“네?”

내 제안이 의외였던 건지, 나르비 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 나르비 씨한테 듣기로는, 줄곧 숨어서 사셨던 것 같아서요.”

“으응. 그건 맞아요. 웰버른에 대한 걸 알게 된 후로는 아예 은신처에서 벗어나질 않으려고 했거든요.”

역시, 그럴 것 같더라니.

타의로 갇혀 있던 비스테르보다야 나은 상황일지언정, 그들도 갑갑하게 살아간다는 건 비슷했다.

“우리 마을은 꽤 안전한 편이거든요. 나르비 씨만 괜찮다면, 함께 가도 좋을 것 같아서요.”

“음······.”

나르비 씨가 잠시 고민했다.

그 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가 있었다.

셀리오스 씨였다.

그러고 보면 셀리오스 씨도 아브륄을 이끄는 지도자다.

어떻게 보면 다른 요정들을 책임지고 있는 나르비 씨와 상황이 비슷했다.

거기다 데모스라는 공통적인 적을 두고 있었고.

그래서일까.

셀리오스 씨는 나르비 씨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곧잘 고개를 끄덕이거나 호응하며 깊이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묵묵히 나르비 씨를 지켜보고 있던 셀리오스 씨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나르비 님. 저도 아이넬의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아이넬의 마을로 가는 게 조금은 두렵고, 걱정스러웠는데. 막상 가니까, 고민하던 제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정말로 좋은 곳이에요. 아이넬을 만나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나를 만나서 다행이라니.

저렇게 부끄러운 말을 잘도 한단 말이지.

셀리오스 씨의 말에 나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었다.

“알겠어요. 아이넬 님과 셀리오스 님이라면······ 믿을 수 있겠죠. 그럼,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내게 양해를 구한 나르비 씨가 부랴부랴 몸을 돌려 장터를 빠져나갔다.

“그나저나 그 정령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셀리오스 씨가 내 어깨에 앉은 이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반디도 내 머리 위를 참 좋아하던데.

정령이 원래 다 그런 것인지, 이그니도 내 어깨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곳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신기한 건 분명히 활활 타오르는 불꽃임에도 전혀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이그니를 톡톡 건드렸다.

화르륵!

내가 장난을 걸자 그게 재미있었던 것인지, 녀석이 불꽃으로 손 모양을 만들어 방어했다.

“제가 데리고 있으려고요. 아, 내가 아니라 반디가 데리고 있는 거라고 해야 되나.”

아까 나르비 씨는 맹약이 깨질 경우 아티로스에서 추방을 당한다고 했다.

근데, 알고 보니 그게 본래는 추방이 아니라 역소환이었다고 한다.

거기다 역소환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정령이 아티로스로 오기 위해서는 절차에 따라 소환을 하고, 또 여기에 응해야지만 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과거에나 통용되던 법칙이다.

현재 아티로스와 페아로스를 연결하던 문이 사라졌다.

즉 맹약이 깨졌을 때 받는 페널티인 역소환을 당할 경우, 정작 가야 할 장소로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랬기에 맹약이 깨진 정령은 그저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으로 내던져지게 된다.

그랬기에 역소환이 아닌 추방이라는 말로 바뀌었다고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아티로스에 살아가는 정령들은 과거, 문이 닫히기 전에 소환이 된 이들이다.

문제는 정령의 특성이다.

소환이 된 정령들은 마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운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다.

본래 맹약이 지녔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요.

지금 아티로스에 남은 정령들은 그저 추방을 당하지 않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명령이라도 강제로 따라야 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맹약이 깨질 경우 소환사가 받는 페널티도 있다고 한다.

맹약을 깼다는 흔적이 남는다나. 달리 말해서 기록이 남는다는 건데. 이렇게 될 경우 다른 정령과 맹약을 맺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이 외에도 몇 가지 페널티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맹약을 맺을 정령이 있을 때나 통하는 거지.

지금은 있으나 마나한 페널티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속사정을 알고 나니 이그니가 안쓰러워 보이더라.

진짜 반디가 있었기에망정이지······.

만약 반디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이그니는 어둠 속을 떠도는 방랑자 신세를 면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니까, 네가 고생 좀 해줘.”

나는 머리에 앉아 뒹굴고 있는 반디를 쓰다듬었다

호롱!

반디가 자신만 믿어달라는 듯, 내 머리 위에서 통통 튀었다.

귀여운 녀석.

내가 웃으며 반디와 장난을 치자, 이를 지켜보던 셀리오스 씨가 작게 웃었다.

“지금 반디가 머리 위에 있는 건가 봐요?”

“네. 맞아요.”

셀리오스 씨는 반디를 볼 수 없다.

“으으음, 역시 저한테는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이그니는 보이는데······.”

“그러게요. 저도 그게 조금 이상하긴 하네요.”

근데 또 웃긴 건 이그니는 보인다는 거다.

아마 반디 스스로가 모습을 감추고 있거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셀리오스 씨에게는 보이질 않건만, 자꾸 반디라는 존재가 언급되니 적잖이 답답해하는 것 같아서 대략적으로나마 설명을 해줬다.

“으으음.”

셀리오스 씨가 괜스레 눈을 부릅뜨며, 내 머리 위를 쳐다봤다.

그래 봐야 정작 눈에 보이질 않으니 갑갑할 노릇이겠지.

때마침 나르비 씨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졸졸졸 따라오는 요정 무리를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오와 열을 딱딱 맞추며 날아오는 게 마치 교관과 그를 따르는 병사처럼 보였다.

이내 선두에 서서 날아오던 나르비 씨가 날갯짓을 멈추더니 처억, 손을 들었다.

“자, 다들 제자리에 서!”

나르비 씨의 지시에 따라 모든 요정이 제자리에서 멈췄다.

“인사!”

나르비 씨의 힘찬 구호에 따라 모든 요정이 꾸벅,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머! 너, 너무 귀엽다!”

셀리오스 씨가 요정들의 일사불란한 인사를 보며 눈을 빛냈다.

동감이다.

저렇게 작은 요정들이 오와 열을 맞춰 인사를 하니,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더불어 내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세이비오르.

영웅 중의 영웅이었던 이로나스 씨.

그래.

해보자.

데모스든 다케스티아든.

올 테면 와보라지!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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