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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천재의 힐링생활백서-76화 (74/159)

76. 소년기(58) - #레이저 빔!

“뭐, 편법이긴 하지만 말이야.”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어쩐지 날이 갈수록 잔머리만 느는 것 같지만, 상관없겠지.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까짓 편법을 쓰는 게 대수는 아니니까.

일단 템페스트에 담은 마나를 자유롭게 제어하는 게 우선이겠지.

템페스트는 망치의 이름이었다.

평범한 망치도 아니거니와 앞으로 나와 평생을 함께할 도구다.

이름이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또 사람이라는 게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생물 아니던가.

나는 망치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다양한 이름이 떠올랐지만, 내가 처음 망치를 잡았던 날 벌어졌던 그 현상을 떠올리고 있노라니 폭풍이 떠올랐다.

그래서 무난하게 템페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양반다리로 앉아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조금은 딱딱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적당한 긴장감이 생기고, 집중력도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느껴진다.

나와 템페스트 사이에 이어져 있는, 아주 얇지만, 굉장히 단단한 느낌의 선이 내 감각에 잡혔다.

내가 템페스트를 처음으로 만졌던 날. 정확히는 템페스트가 내 마나를 흡수했던 그날 이후로 이 느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물며 그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든, 나는 템페스트가 어디에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의식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나의 선은 어딘가 이물감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지구에서 흔히 비문증, 다른 말로는 날파리증이 생긴 것 같다고 하면 적절하려나.

일생생활에 불편함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집중하면 보이는 비문증처럼 항상 내 시선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은 상태로 팔을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손은 정확하게 템페스트의 손잡이에 닿았다. 부드럽게 손잡이를 감싸쥐자, 나와 템페스트의 유대감이 한층 강해졌다.

“휴우.”

나는 천천히 힘을 풀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마나를 제어하는 방법도 편법에 가깝다.

아무렴.

나는 내 몸에 있는 마나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내 몸으로 과도하게 흡수되는 마나를 강제로 밀어내는 정도였다.

즉 내 체질을 억제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완전하지 않은 방법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템페스트의 힘이 더 강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내 나름 제어하고 있음에도 너무나도 쉽게 내 마나를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내 몸에 있던 마나의 반절이 빠져나갔다. 그럴수록 마나의 선도 한층 두꺼워지고, 유대감 또한 강해졌다.

나는 템페스트를 응시했다.

원래부터 푸른빛이 돌던 템페스트는 마나를 머금으며 눈이 시린 광채를 뿜어냈다.

저번에는 살펴볼 경황도 없어서 몰랐는데, 이 정도면 밤에 손전등 없이도 반경 100미터는 환해질 것 같은데.

템페스트의 광채를 유심히 살펴보던 중이었다.

“어? 이거······.”

광채 때문에 잘 안 보였는데, 인제 보니 템페스트 표면에서 무언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마치 아지랑이 같았다.

때마침 바람이 불며 내 앞으로 기다란 나뭇잎 내 눈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나뭇잎이 반으로 갈라졌다.

“헛!”

나는 허둥지둥 고개를 뒤로 뺐다.

“설마······.”

혹시나 싶었던 나는 서둘러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템페스트에 가져다 댔다.

아지랑이에 닿은 나뭇가지가 반으로 잘려 나갔다.

그 어떤 소리도, 저항도 없었으며 그 단면 또한 무척이나 매끄러웠다.

어딘가 파란 아지랑이처럼 예쁘게 생긴지라 호기심으로라도 만져볼까, 했었는데 자칫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네.

신기한 건 하나 더 있었다.

“이거 점점 가벼워지는구나.”

내 마나를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었다.

신기하네.

처음 템페스트를 들었을 땐 족히 100kg은 나감직했는데, 지금은 그 반 정도로 줄었다.

물론 체감상 그 정도라는 거지 실제로 100kg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헤파이토 씨나 나조차도 가볍게 붕붕, 휘두를 수 있는 무게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 이제 끝인가.”

금세 내 몸 속에 있던 마나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러자 템페스트의 변화도 멈추는가 싶더니, 아지랑이도 광채도 점차 줄어들었다.

“에이, 모르겠다.”

기왕 하는 실험이다.

앞으로 평생을 써야 할 도구였으니 모르는 것보다는 명확하게 아는 게 좋을 터.

나는 늘 차던 로켓 펜던트를 과감하게 벗었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급류에 휩쓸린 듯, 마나가 요동치더니 거센 바람이 불었다. 더불어 약해져가던 템페스트 또한 다량의 마나를 흡수하며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광채를 뿜어냈다.

“자, 어디 한번 배 터질 때까지 먹어봐라.”

세상은 넓고 마나는 무한하다.

과연 녀석이 한계까지 마나를 머금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지.

나는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템페스트를 꽉 쥐었다.

녀석은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훨씬 더 빠르고 거세게 마나를 흡수했다.

변화는 즉각적이었다.

“오오오.”

아지랑이를 연상케 했던 실선들이 두꺼워지고, 하나로 합쳐졌다.

“이거 아무리 봐도······.”

검기라는 게 있다.

사골도 아니다. 무협지라면 열에 열은 등장하는 고유명사라고 볼 수 있었는데, 쉽게 말해서 내공으로 검을 감싸는 기술이었다.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들은 이 검기를 이용해서 바위를 가른다나.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검기보다 상위 단계인 검강부터, 자기 마음대로 검을 조종하는 이기어검까지.

나중에는 아예 맨손에서 검을 만들어내는 심검까지 나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생의 나는 무협지에 등장하는 것들이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한들 그게 진짜라고 믿을 정도로 순수하지도 않았고.

그저 재미있고 흥미로우니까 읽었지, 마음속 한편으로는 막연한 공상으로 치부하곤 했다.

그것도 옛일이다.

지금은 환생을 경험했고 이렇듯 마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능력을 직접 사용하고 있다.

내가 거짓으로 치부했던 것들이 곧 현실이었으며, 나는 그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검기라는 게 진짜로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내공이라는 것 또한 마나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생각이 잠시 삼천포로 빠진 사이에도 템페스트의 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심지어 무게 또한 엄청나게 줄어서 이제는 손가락 하나로도 들 수 있을 정도였다.

특이한 건 광채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거리던 마나 아지랑이는 아예 막처럼 변해 템페스트를 감싸고 있었다.

“이러니까 검기가 아니라 검강 같네.”

아니, 이건 망치니까 퇴강이라고 해야 하나.

왠지 어감이 조금 이상하네.

“오러.”

맞다.

무협지에 검기가 있다면 판타지에는 오러가 있었지.

오러라······.

“어울리네.”

발음이 서양 쪽이라 그런지 오러라고 부르는 쪽이 훨씬 더 착착 감긴다.

그래, 마나 아지랑이나 퇴강이라고 부르기도 뭣하니 앞으로는 오러라고 부르는 게 낫겠어.

그나저나, 대체 언제까지 마나를 흡수하는 거지?

빨아들이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거의 마나 스냇치 10개 분량은 머금은 것 같은데 말이야.

설마하니 한계가 없는 건가. 그럼 이 이상 마나를 흡수시켜봐야 의미는 없겠네.

나는 근처에 던져놨던 로켓 펜던트를 착용했다.

“휴우, 이제 남은 건 실전인가. 음······ 뭐가 좋을까.”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마법진은 화염이다.

근데 지금은 단순 실험이었으니,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거니와 혹여나 불이 번질 수도 있었으니 패스다.

“역시 그냥 가로등을 만들 때 썼던 거면 되겠지.”

빛이라면 주변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테니까.

바닥에 템페스트를 내려놓은 나는 내 손바닥보다 작은 원을 그리고 그 안에는 빛을 의미하는 룬어를 새겼다.

“좋아.”

완벽하다.

마법진에서 조금 거리를 둔 나는 템페스트를 쥐었다.

나는 마법진 위에 템페스트를 가져다 댔다.

반응은 없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갔다.

이번에도 마법진이 발동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역시, 그냥 근처에 두는 것만으로는 마법이 발현되지 않는 거구나.”

그 후로도 나는 마법진 근처에서 휘두르거나, 손잡이로 쿡쿡 건드리는 등.

마법진이 발동하는 조건을 찾기 위해 열심히 템페스트를 만지작거렸다.

그 덕분에 마법진이 지워져 몇 번이고 새로 그려야만 했다.

하지만 정작 마법이 발현되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역시 마법을 발동시키려면 머리 부분을 이용해야 하는 건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나는 템페스트를 똑바로 잡고는 냅다 휘둘렀다.

쾅!

템페스트가 지상에 부딪히자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주변의 땅이 들썩였다.

“퉤퉤!”

순식간에 입으로 들어온 흙을 뱉었다.

방금 전 마법진을 그렸던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이래서는 굳이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실패였다.

“이럴 거 같더라니.”

예상했던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게, 마법진이라는 건 형태가 무너지는 즉시 그 효력을 잃는다.

즉 템페스트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마법진을 발동시킬 수 없다.

설령 힘을 뺀다고 한들 마찬가지다.

힘이 약하고 강하고를 떠나,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지는 건 동일했으니 마법이 발현되기도 전에 훼손되는 것이다.

“거기다 달랐단 말이지.”

저번에는 진짜 벼락이 떨어지는 것처럼 쩌렁쩌렁한 굉음에 귀가 다 얼얼했다. 게다가 모루가 아예 땅에 파묻힐 만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반면에 지금은 그냥 커다란 구멍만 뚫렸을 뿐, 당시와는 완전히 달랐다.

짐작 가는 거라면 있긴 했다.

“유대감이겠지.”

방금 내가 템페스트를 휘두를 땐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처음 휘둘렀을 때의 그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지라, 나도 모르게 힘을 빼버린 것이다.

달리 말해서 나와 템페스트 사이의 유대감도 그만큼 느슨해졌으리라.

“해보면 알겠지.”

나는 뻥 뚫린 구덩이를 메우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마법진을 그렸다.

힘은 빼되, 유대감은 강하게.

머릿속으로 같은 말을 되뇌며 템페스트를 휘둘렀다.

그러자 템페스트의 광채가 짙어졌다.

그것도 잠시였다.

번쩍!

템페스트보다 훨씬 더 강한 빛이 터져나오며, 순식간에 내 시야가 컴컴해졌다.

뿐만 아니었다.

“앗, 뜨거!”

어째선지 엄청난 열기가 내 전신을 덮치더니, 무언가가 타면서 나는 냄새가 콧구멍을 파고들었다.

“콜록!”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상태로 후다닥 물러나, 눈을 비볐다.

이내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햇빛?”

그런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햇빛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숲속이다.

방금 전 실험을 하던 공터에서 살짝 벗어난 탓에 내 위에는 울창한 나무로 가려져 있다. 즉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컥!”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는 크게 헛숨을 들이켰다.

내 머리 위에 자그마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일직선이었으며, 아예 나무마저 뚫고 지나갔다.

“레이저······?”

맞다.

내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었다.

“룬어! 빛이 그 빛이 아니었던 건가!”

레비아 선생님이 이르길, 현재 우리가 쓰는 룬어는 원본이 아니라고 했다.

즉 과거에 존재했던 룬어를 바탕으로 복원한 게 지금의 룬어라고 들었다.

만약 이 룬어가 의미하는 게 그저 밝기만 한 빛이 아니라면?

나아가 그 빛을 복원하는 데 쓰인 모티브가 햇빛이라면······.

“출력에 따라서는 엄청나게 뜨겁겠지.”

실제로도 내가 그린 마법진에는 마나 배터리처럼 출력을 조정하는 기능을 새기지도 않았다.

비록 룬어를 복원한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다고 하니 뭘 물어볼 순 없지만, 내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내 참, 이세게에서 레이저를 다 쏴보네.”

레이저라.

또 다르게 생각하면 꽤 쓰임새가 많을 것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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