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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천재의 힐링생활백서-60화 (59/159)

60. 소년기(42) - #마나 배터리!

내가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오늘 만들어야 할 물건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에 스테인 씨의 공방을 다녀왔다.

보아하니 스테인 씨도 적잖이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처음 만드는 도구였거니와 섬세함을 필요로 하기에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을 터.

그 증거로 공방의 바닥에는 온갖 폐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래도 냉장고에 들어갈 부자재 몇 가지는 완성해서 직접 확인해봤는데, 만듦새나 마감이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상황을 보면 냉장고의 골자를 완성하기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았다.

그게 벌써 6일 전이다.

즉 내일이면 스테인 씨와 약속했던 날이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6일 동안 냉장고에 새길 마법진을 연구하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사실 마법진을 그리는 거야 늘 해왔던 거라서 크게 걱정할 건 없었지만, 문제는 그 마법진을 발동시키기 위해 쓰이는 마나였다.

“마나환으로는 출력이 부족하단 말이지.”

지금까지 사용했던 마나환으로도 냉장고를 작동시키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수시로 마나환을 교체해야 하며 그 주기 또한 무척이나 짧았다.

더군다나 냉장고는 잠깐 껐다, 켜는 게 아니라 24시간 365일 내내 가동한다.

즉 기능도 기능이지만, 우리들의 편리함을 위해 존재해야 할 냉장고가 골칫덩어리가 될지도 모르는 셈이다.

마나환을 대체할 수 있는 물건.

거기서부터 내 고민은 시작됐다.

그리고 며칠 밤낮을 고민하던 나는 마침내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니, 찾았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하려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손만 뻗어도 닿을 거리 그것도 내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으니까.

그렇다.

마나환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마나 배터리의 재료는 다름 아닌 마나스냇치의 열매였다.

다만 어디까지나 실마리였지 마나스냇치로 마나환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확실하지 못했다.

“휴우, 이제부터 그걸 실험해보면 되는 건데.”

레비아 선생님은 이 마나스냇치를 일컬어 마법사의 절망이라 표현하셨다.

아무래도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기에 그런 별명이 붙은 건데, 이건 마법사에게만 치명적인 게 아니었다.

자칫 이 열매가 뿌리를 내리는 날에는 이 주변의 마나란 마나는 모조리 빨아들이며 주변 환경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각사각.

둥그런 모양에 내 손바닥보다 살짝 큰 나무판에 마법진을 새겼다.

“어우, 눈 빠지겠네.”

라이터를 만들 때 들어갔던 마법진이 3개인데 반해 이번에는 무려 9개를 넣어야만 했다.

그마저도 양면을 모두 이용했으니 면적 대비로 봤을 때 그 난이도는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었다.

공간의 제약을 떠나 양쪽에 새긴 마법진이 서로 맞닿게끔 새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의 양 끝에 새겨야 할 마법진이 각각 다르기도 했고.

“음······.”

나는 시큰거리는 눈을 비비고는 결과물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나는 이전에 낚싯대로 사용했던 뱀푸나무의 속을 파고 그 안에 마나스냇치의 열매를 넣었다.

뒤이어 방금 완성한 뚜껑을 끼운 뒤 돌렸다.

딸깍, 소리가 나며 뚜껑이 고정됐다.

마나 배터리를 가볍게 흔들어 유격이 없는지 확인했다.

“좋아.”

이제는 이 마나 배터리가 내 생각대로 작동하는지 실험해볼 차례였다.

나는 미리 그려둔 마법진 앞에 섰다. 종류는 두 가지였다.

그중에서 크기가 작은 마법진 위에 배터리를 올렸다.

“제발, 돼라.”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임시로 만들어 둔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우우우우웅!

마나 배터리가 진동하더니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으으!”

이에 내 체질이 반응하며 머리가 띵했다. 그나마 꾸준하게 적응 수련을 해온 덕분에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그나저나 진짜 엄청나다.

마나 배터리 안에 들어간 마나스냇치의 열매는 고작 하나다. 그럼에도 체감상 마나환 100개에 다다르는 양이었다.

만약 이 마나 배터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까짓 냉장고는 일도 아니다.

이윽고 엄청난 양의 마나로 인해 주변의 마나가 크게 요동쳤다.

나는 재빨리 뒤로 빠진 뒤 큼지막한 돌멩이를 주웠다. 만약 위험한 일이 발생하는 즉시 돌멩이를 던져 마법진을 파괴해야만 했다.

“돼라, 돼라, 돼라!”

내가 마법진의 변화에 집중하던 중이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돌연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아이넬?”

“아, 선생님 오셨어요?”

레비아 선생님이었다. 그는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나와 마법진을 쳐다봤다.

“선생님 오셨다니······. 잠깐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니, 그전에 지금 마나가 요동치는 건 네가 한 거야?”

“네! 제가 한······ 어어어!”

나는 말을 멈추고 재빨리 마법진으로 시선을 올렸다.

이윽고 마법진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눈이 시렸다.

나는 서둘러 양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그러면서도 살짝 벌린 손가락 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마법진에서 나오는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으며, 끝끝내 빛의 기둥처럼 하늘로 솟아올라 구름에 닿았다.

“우와!”

옛날에 텔레비전에서 생중계했던 조명 쇼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었다.

“대, 대체 이게 뭐야?”

이런 내 감탄과는 별개로 레비아 선생님은 이 상황이 이해되질 않았는지 당혹스러운 눈으로 마법진을 쳐다봤다.

이제 슬슬 변할 때가 됐는데.

이런 내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조금씩 마법진의 빛이 줄어들더니 허공에 뭉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빛이 둥그런 구체로 변했다.

대낮임에도 마치 보름달이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밝았다.

“성공이다!”

일단 모양새는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졌다.

그 말은 마나 배터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제 남은 것은 안정성이다.

지금이야 제대로 작동할지언정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마나 배터리가 별다른 문제 없이 쭉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는 두고 볼 필요성이 있었다.

“대체 이건······. 설명을 듣고 싶은데?”

어느새 내게 다가온 레비아 선생님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나는 레비아 선생님을 보며 웃었다.

“마나 배터리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마나 배터리? 그건 또 뭐야?”

“음······. 전에 라이터 만들 때요. 그때 라이터에 마나환을 접목해서 마법을 발현시켰잖아요.”

“그랬지.”

“이번에 제가 만들어야 할 도구는 마나 소모량이 엄청 많거든요. 마나환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로요.”

“그건 이해했다만. 저 정도의 마나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나는 목에 걸린 로켓 펜던트를 톡톡 두드렸다.

“마나스냇치의 열매요.”

“뭐?”

“저는 하루에 한 번씩 마나스냇치의 열매를 바꾸잖아요.”

그것도 마을에 있을 때의 이야기지.

장터처럼 다양한 종족들이 오고 가는 장소에 방문할라치면 훨씬 더 많은 마나를 흡수하는지라 하루에 두 개 내지 세 개씩은 교환해야 했다.

“그, 그래서?”

“그냥 파기해서 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워서 하나, 둘 모으다 보니까, 양이 꽤 되더라고요. 때마침 마나환을 대체할 수 있는 걸 찾던 중이었는데, 마나스냇치의 열매라면 충분할 것 같아서 재료로 썼어요.”

“그럼 저 나무통에 들어있는 게 마나스냇치의 열매라는 거야?”

“네! 딱 하나만 넣었는데도 마나의 양이 엄청나네요.”

거기다 마나스냇치의 열매는 마나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달리 말해서 태양광 발전기처럼 자체적으로 충전하는 기능까지 탑재됐다.

혁신이라는 명칭이 아깝지 않은, 차세대 에코 배터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후우우······. 너는 사람을 놀래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

“헤헤, 많이 놀라셨어요?”

“놀라는 게 당연하잖아? 난 또 전설의 드라고스라도 나타난 줄 알았다.”

뒤늦게나마 안심했는지 레비아 선생님이 장난스레 말했다.

“그건 그렇고 대낮인데도 엄청 환하네.”

레비아 선생님이 마법진 위에 떠 오른 구체를 보며 말했다.

“그쵸? 저건 가로등이라는 건데, 밤에 어두울 때 세워두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지구에서 흔히 보던 가로등과는 달리 선도 없고, 비교적 배치가 자유로워서 미관상에도 꽤 좋을 것 같았다.

“좋기야 하겠다만, 저건 지나치게 밝은 것 같은데?”

“그건 걱정할 거 없어요.”

나는 마나 배터리에 달린 다이얼 스위치를 돌렸다. 그러자 둥근 구체에서 뿜어지던 빛이 약해졌다.

“이렇게 따로 출력을 조정할 수 있게끔 해놨거든요.”

더불어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하고자 절전모드는 물론, 타이머 기능까지 만들어뒀다 이 말이지.

설치만 해둔다면 알아서 켜지고 꺼지니, 따로 신경 써야 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마나 배터리에 탑재시킨 기능이라서 그 어떤 도구라도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만······. 그냥 참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뭘요.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언제든 들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요! 아, 그나저나 연습은 잘돼가요?”

“연습? 아아, 그거 말이야? 글쎄다. 네가 말해준 대본은 다 외웠다만, 잘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선생님이라면 잘하실 거예요. 데커드 할아버지는 어때요?”

“데커드도 대본은 다 외운 것 같던데? 그렇게 싫다고 싫다고 해도 네 말이라면 끔뻑 죽는 친구니까.”

잘 돼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왠지 무리한 부탁을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이 정도 가지고 뭘. 사실 네 계획을 들었을 땐 걱정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다 우리와 네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너무 마음 쓸 것 없어.”

“고맙습니다! 아, 아직 여유는 있으니까 천천히 하셔도 괜찮아요!”

“그래. 그래서 이건 이대로 둘 생각이야?”

“네. 혹시 모르니까, 하루 정도는 쭉 지켜보려고요.”

“그래, 그런 꼼꼼함은 마법사에게 중요한 덕목이지. 아무튼, 또 뭔가 만들거든 미리 귀띔이라도 해줘.”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록시랑 루나가 너 찾던데. 이곳에 있다고 알려줘도 괜찮지?”

“넵!”

“그래.”

이내 레비아 선생님이 몸을 돌려 데커드 할아버지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오늘은 캠핑이나 해볼까나.”

엄마한테는 오늘 데커드 할아버지의 오두막에서 자고 온다고 말씀드렸으니, 여유롭게 밤하늘이나 구경해야지.

나는 가방에서 텐트와 간이 테이블을 꺼내 야영지를 만들었다.

* * *

“후아아암!”

이른 새벽이었다. 새들의 지저귐에 깬 나는 어슬렁어슬렁 텐트를 나왔다.

가장 먼저 가로등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나는 픽 웃었다.

가로등 바로 옆에서 록시와 루나가 꼭 붙어서 자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네.”

어제 가로등을 보자마자 좋아하더라니, 아예 가로등을 취침등 삼아 자기로 한 모양이다.

나는 둘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마나 배터리를 살펴봤다.

밤새 가로등을 켜놨음에도 마나 배터리의 양은 크게 줄지 않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마나를 소모함과 동시에 충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리라.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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