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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천재의 힐링생활백서-21화 (21/159)

21. 소년기(2) - #상처엔 아이넬 연고!

“어······. 쉽게 말해서 상처를 깨끗하게 해주는 물이에요.”

그동안 나는 엄마와 데커드 할아버지에게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배운 게 바로 약초학이었다.

아무래도 아빠의 경우 상처가 생기는 일이 잦았는데, 아쉬운 점은 정교한 기술은커녕 이렇다 할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에 비하자면야 그 효과는 뛰어났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지구인이었던 내 입장에서 보자면 간단한 응급처치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상처를 치료한다고 한들 세균의 번식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도 사냥꾼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무시무시한 마수가 아니다.

부상 및 상처로 인한 후유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상처를 방치하면 위험하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나 해결책.

그러니까, 세균이나 감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아빠만 하더라도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으며, 대부분이 소독을 하지 않아 흉이 남았다.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이게 훈장 어쩌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없었기에 만든 핑계였고.

이 훈장이 단순한 찰과상 내지 흉터로 남는 정도라면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막상 은퇴한 사냥꾼들을 만나보면 전혀 아니다.

진짜 열에 아홉은 그냥 소독만 잘했더라면 금방 나을 상처인데, 이를 방치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거동조차 불편할 정도로 큰 병으로 이어져버린 경우가 태반이었던 것이다.

애당초 사냥을 업으로 삼는 이들의 숫자가 적은 이유이기도 했다.

나 또한 아빠의 상처가 덧나는 게 걱정이었던지라 다양한 약초들을 토대로 약을 제조하기에 이르렀고, 최근에서야 소독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내가 약을 만들어내기까지의 1등 공신은 따로 있었다.

호롱!

반디였다.

제아무리 약의 제조법을 안다고 한들, 정작 재료가 없으면 말짱도루묵이다.

다행스럽게도 반디는 내가 원하는 약초들을 바로바로 찾아줬고, 덕분에 숲을 헤매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진짜 반디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몰라.

“호오? 그런 것도 있었나?”

페드릭 아저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빈말로도 차마 선하다고는 못 할 외모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데커드 할아버지도 소독약을 보면서 비슷한 반응을 보였지.

나는 페드릭 아저씨에게 웃어주고는 파멜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 참고로 이거 꽤 아프다?”

“어?”

나는 파멜라의 반문으로 뒤로하고 냅다 소독약을 뿌렸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소독약이 닿은 상처에서 부글부글, 기포가 올라왔다.

“히익!”

느닷없는 통증에 파멜라가 헛숨을 들이키더니, 냅다 내 팔을 움켜잡았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내 팔을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럼에도 통증을 참을 수 없었는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꽉 다물었다.

“아프지?”

“으······. 아, 아아응대?”

파멜라가 힘겹게 눈을 뜨더니 무어라 말했다. 입술을 다물고 있어서 발음이 뭉개졌지만, 이를 이해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안 아프다고?”

내가 넌지시 묻자 파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애, 오으오 앙아아.”

“조금도 안 아프다고?”

“으애!”

아픔을 참을 수는 있었지만, 차마 흘러나오는 눈물까지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파멜라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뚜욱, 뚜욱, 흘리면서도 자신은 아프지 않다며 허세를 부렸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될 것을. 얘는 진짜 쓸데없는 곳에서 허세를 부린다니까.

보나마나 아프다고 이실직고하면 진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뭐, 아프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것보다는 편하니까,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금방 괜찮아지니까, 조금만 참아.”

나는 환자의 비명에도 무덤덤하게 치아를 깎는 의사처럼 금방 괜찮아질 거라는, 전혀 안심되지 않는 말을 던져놓고는 또 다른 케이스를 꺼냈다.

상자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짙은 녹색의 반고체가 들어있었다. 이 또한 내가 손수 만든 특제 외상약이었다. 생김새나 사용법은 고약에 가까웠다.

나는 내 손에 소독약을 뿌려 깨끗하게 만들고는, 파멜라의 다리에 치덕치덕 고약을 발랐다.

“호오, 그건 또 뭐냐?”

이번에도 페드릭 아저씨가 질문을 던졌다.

이 아저씨도 은근히 호기심이 많은 타입이구나.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엄마한테 약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외상약이에요.”

“음? 외상약이면 네가 만들었다는 그 약 아니냐? 어째 아일라한테 받은 거랑 조금 다른데?”

아아.

사실 내가 엄마한테 줬던 약은 내가 막 약초를 배우기 시작할 때 만들었다. 달리 말해서 실험작에 가까웠다.

“그거 쓰실 때 어떠셨어요?”

내가 질문을 던지자 페드릭 아저씨가 턱을 매만졌다.

“음······ 상처는 꽤 금방 나았다만, 자꾸 흘러내리는 게 불편하더구나. 계속 덧바르다 보니 금세 없어지기도 했고.”

역시.

내 생각도 비슷하다. 재생효과만 놓고 보자면 다른 사람이 만든 것보다 훨씬 뛰어났으나 제형이 너무 묽었다. 상처에 흡수되어야 할 약이 자꾸만 흘러내리니 자꾸만 덧바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옷에도 묻어 영 찜찜했다.

“이건 흘러내리지 않게 만든 거예요.”

더불어 쓸데없이 낭비되는 게 아쉬워서 이번에는 반고체의 형태로 개량했다. 거기다 몇 가지 약초를 더 추가시켜 그 효능도 끌어올렸다.

“그렇단 말이지?”

페드릭 아저씨가 눈을 빛냈다. 딱 봐도 이 약을 탐내는 눈치였다.

“필요하시면 드릴까요?”

“음? 나야 고맙다만, 너무 부담가질 건 없다.”

“페드릭 아저씨가 수영할 정도로 많으니까 괜찮아요.”

아무래도 약초를 주 베이스로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성을 거쳐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게다가 필요할 때 없는 것만큼 난감한 게 없었으니 기왕 만드는 거 잔뜩 만들었다. 근데, 막상 만들고 보니 거의 드럼통을 꽉 채울 정도로 많더라.

처음 만들었던 약만 하더라도 그 양이 워낙 많아서 주변 사람들한테 나눠줬다.

페드릭 아저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약의 특성상 날짜가 오래되면 부득이하게 폐기처분을 해야 되거니와, 직접 사용해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개선점을 짚을 수 있었으니 나한테도 큰 이득이 되었다.

“으하하! 요놈 말하는 것 좀 보게. 시원시원하니 마음에 드는군!”

페드릭 아저씨는 내 대답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재차 내 어깨를 두들겼다.

아우, 페드릭 아저씨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긁히고 찢긴 상처가 아니라 맞아서 멍든 곳이 더 많겠다.

마침 도리아 아주머니가 근육통이나 관절염에 시달리는 것 같아서 이것저것 만드는 중인데, 페드릭 아저씨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필요하겠어.

“그래도 그냥 받기엔 미안하니, 뭔가 부탁할 게 있으면 언제든 날 찾아와라.”

“어, 진짜 그래도 돼요?”

“음? 물론이지! 이 페드릭, 한 입으로 두말하는 그런 놈 아니다.”

안 그래도 통나무가 필요하던 차였는데, 나중에 페드릭 아저씨한테 부탁해야겠네.

“우······ 냄새.”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파멜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야 한약도 곧잘 먹어서 이렇다 할 거부감은 없었지만, 파멜라에게는 이 냄새가 조금 독한 모양이다.

“원래, 쓰면 쓸수록 몸에 좋다고 했어. 냄새가 안 좋으면 그만큼 효과도 좋다는 거야.”

“으응?”

내가 한 말이 어려웠는지 파멜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 그런 게 있어.”

마지막으로 붕대 대용으로 쓰이는 나뭇잎으로 상처를 감싸고, 끈을 둘러 단단하게 묶었다. 파멜라는 한창 성장할 나이였으니, 길어도 이틀이면 흉터도 없이 싹 아무리라.

“조금 있으면 따갑고, 간지러울 거야. 그건 상처가 낫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긁거나 만지면 안 돼. 알았지?”

“으응.”

내가 진중한 어조로 말하자 파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속삭이듯 무어라 말했다.

그 목소리는 몹시도 작았지만, “고마워.”라는 한 마디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설마하니 파멜라의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올 줄이야.

내가 흐뭇하게 웃자, 잠자코 있던 파멜라가 입을 열었다.

“근데······.”

“응?”

“왜 도망갔어?”

“응? 나 도망친 적 없는데?”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도망을 치나?

모르겠다는 투로 말하자 파멜라가 새초롬한 얼굴로 날 흘겨봤다.

“거짓말. 맨날 바쁘다고 도망갔잖아.”

역시 파멜라는 파멜라다.

방금 전에는 그렇게 얌전하게 있더라니, 금세 툴툴거렸다.

근데, 오히려 이런 모습이야말로 파멜라를 파멜라답게 만들었다.

“응? 그건 진짜로 내가 할 게 있어서 그랬지. 그리구, 파멜라한테 바쁘다고 얘기한 건 딱 한 번밖에 없는데?”

“아무튼, 도망갔어.”

역시나 입씨름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파멜라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떼쓰기를 시전했다.

뭐, 그래도 나와 함께 놀고 싶었다는 아쉬움을 돌려말하는 걸 아는지라 파멜라의 투정이 마냥 귀엽기만 했다.

“거참, 저 말썽쟁이가 저렇게 얌전하다니. 아무리 봐도 파멜라랑 참 잘 어울리는데 말이야.”

우리가 투닥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페드릭 아저씨가 한마디 던졌다. 뒤이어 아빠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 그럴 땐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은 거란다.”

엄마도 파멜라의 투정이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솔직하게?”

“그럼! 같이 놀고 싶으면 놀고 싶다고 말하는 게 착한 아이야.”

이 또한 정론이었다. 나니까 파멜라의 말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거지, 평범한 아이였더라면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게 뻔했다.

곧잘 함께 노는 테트만 하더라도 혹여나 파멜라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하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엄마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파멜라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내 이름이 언급되는 것 같긴 한데, 너무 작아서 들리지가 않는다.

“아, 이왕이면 파멜라의 머리도 손질해주는 게 어떠니?”

엄마가 방실방실 웃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머리요?”

“응. 엄마처럼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까 파멜라도 엄마 머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더라고.”

평소 부스스했던 머리카락은 곱게 땋여있었다.

다름 아닌 댕기머리였다.

이전에 데커드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준 나는 머리카락도 직접 잘랐다.

사실 많이 잘라낸 것도 아니고 끝에만 살짝 다듬었을 뿐인데, 누가 내 엄마 아니랄까봐 내 변화를 단박에 눈치채더라.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는 그 자리에서 엄마의 머리카락을 땋아드렸다.

그게 벌써 한 달 전이다.

엄마는 댕기머리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수시로 내게 부탁을 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이곳에는 머리카락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자라면 자라는 대로 놔둔다.

그러다가 거슬리면 대충 모아서 끈으로 묶었다가, 그마저도 불편해지면 대충 칼로 잘라버린다.

염색이나 파마 같은 게 없는지라 엄마의 머릿결은 좋은 편에 속했지만, 대충 잘라버리다 보니 길이도 제각각에 숱도 너무 많아서 지저분해지기 십상이었다. 이는 엄마만이 아니었다. 마을사람들 대다수가 사자의 갈기처럼 덥수룩한 상태였다.

내 시선에 파멜라가 흠칫하더니 놀란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렸다.

“내 머리카락······ 이상해?”

응, 엄청 이상해.

나는 진심은 잠시 미뤄두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만 다듬으면 예쁠 것 같아서.”

“예, 에뻐?”

“응.”

내가 확신에 찬 어조로 답하자 파멜라가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할래.”

“좋아!”

* * *

모두가 잠든 시각이었다.

혹여 부모님이 깰까 조심스럽게 집을 나섰다.

"반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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