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G급 던전의 찬탈자-262화 (262/293)

262화

-연결 (1)

[ S급 플레이어 ‘헌터’의 길드, ‘청탑’이 완성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 “청탑의 외형은 심미적으로 완벽하다”, 건축가 존 발스. ]

[ 속보, 천재 연금술사 제임스 밀러의 세계 최고 제작 회사 JM 그룹이 청탑에 합병되다! ]

[ 청탑, 수많은 요청에도 일괄적인 거부 의사 밝혀…. ]

“……완성으로 끝나는 줄 알았더니, 더 죽겠네요.”

다크서클이 내려온 유아영이 혀를 내둘렀다.

협회와 JM 그룹에서 빠르게 인원을 지원해 줘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전화기만 붙들고 있다가 하루가 끝날 뻔했다.

“…근데, 이해가 되긴 한단 말이에요. 이 소란이….”

유아영이 TV를 보았다.

뉴스고 인터넷이고 연신 청탑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가장 이슈가 된 건 다름 아닌 청탑의 외형이었다.

외벽에 수놓아진 푸른 선들.

기묘한 형태의 그것이 마법진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고.

그 푸른 선들이 모조리 전구가 아닌 마력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밝혀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란이 가중되었다.

지금껏 마법진이라는 건 막대한 금액의 마정석을 태워서 잠시 사용하는 용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아주 잠깐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그게 상시적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S급?

아니, S급의 마정석이 수백 개가 있어도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었고.

청탑이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쥐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국가가 가진 모든 마정석을 뛰어넘는 물건을 한 길드가 소지했다는 것에 대한 공방이 오갔으나.

“협회장님이 마무리해서 다행이에요. …저, 듣고 계세요, 한정우 씨?”

유지석 협회장이 예상 밖으로 강경하게 국회 의원들을 비난하면서 일단락이 되었다.

물론, 문제는 협회와 청탑의 유착 관계로 넘어갔지만.

어쨌든 청탑은 한 발 빼게 된 셈이었다.

유지석이 집중포화를 맞아 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개인이 특별한 기술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문제가 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만큼 청탑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그렇기에 되도 않는 승냥이들이 코를 벌름거리는 것이고.

한정우는 유아영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소파에 앉아 머리까지 젖힌 상태로 눈을 감고 있는 정우의 표정은 태연했지만.

“…무슨 걱정이 있어요?”

유아영은 그게 고민의 단면처럼 보였다.

정우는 소파에 머리를 기댄 채로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정우는 국회 의원들의 말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치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정우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었으니까.

신경이 쓰이는 건 하나다.

피에로.

그리고 마왕.

궁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세계수……. 무슨 생각인 거지?’

세계수였다.

* * *

모든 건 하나.

묘목은 곧 세계수였고, 세계수는 곧 묘목이었다.

별개의 존재처럼 보이지만 영향을 받는, 그런 관계.

하나의 힘이 다하면 다른 하나가 성장하여 세계수가 되는 방식으로, 세계수는 존속했다.

무한에 가까운 세월을.

그 특성을 가졌다면.

‘이곳에서도 같은 방식을 쓸 수 있다는 거야.’

지구에서도 그런 방식을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이 마왕과 피에로라면.

나무 인간의 진화된 형태가 그들이라면?

복잡해졌던 생각이 오히려 엉클어진다.

피에로가 가진 ‘역행’의 기원과.

인천에서 전투 도중에 빌런들이 내뱉던 광신도 같은 말들이 하나로 합쳐진다.

세계수는 역행을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수에게 그런 힘은 없었다.

큰 틀에서 마력은 마력일 뿐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마력은 자연력도 되고, 주술력도 되며, 오러도 되고, 정력력이나 신성력도 된다.

그리고 사기(死氣)나 ‘어둠의 마력’이 된다.

마력은 마력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나밖에 없었어.’

정우가 유일했다.

지식의 신은 또 모르겠다.

하지만 그조차 마력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는 게 정우의 판단이었다.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풍겼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정령력이라는 개념과 협약을 맺은 것이다.

만약 마력 자체의 근원과 본질을 지식의 신이 알았다면.

지식의 신에겐 ‘눈’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마력 자체가 눈이 될 테니까.

하지만 정우가 지식의 신이 ‘눈’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듯, 지식의 신 역시 마력의 본질을 몰랐다.

그렇기에 지식의 신은 전지의 신이 아닌 것이다.

역행은 그런 의미였다.

마력의 본질을 꿰뚫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이능.

시간의 축을 통해 얻는 부산물.

‘그걸 어떻게 세계수가 가지고 있는 거지?’

그렇기에 의문이 계속된다.

정우는 눈가를 좁혔다.

청탑이 완성된 지 나흘이 지났다.

그 나흘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대마법사는 마도사가 되기 위해 조언을 구했고, 성과를 얻어 돌아갔다.

청탑의 마법진은 인챈트나 연금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JM 그룹에서 진행하고 있던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청탑으로 넘어왔다.

완성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JM 그룹은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청탑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다음 날.

정우는 막힌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해결했다.

여러 연구원들이 기함한 것도 잠시.

차기 연구물이나 생각에 국한되었던 수많은 연구가 밀려들었다.

그중에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 몇 개를 처리한 정우는 청탑의 연구를 무시했다.

모든 연구를 다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자신의 연구가 더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이틀 동안, 정우 또한 청탑에 설치된 마법진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원하는 성과를 얻었으니까.

정우는 청탑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가만히 지상을 내려다보며 조금 답답한 숨을 내뱉었다.

청탑은 중계기와 증폭기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툭.

“……열쇠.”

[ 회랑 열쇠 ]

이것의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정확하게는 이 이유 때문에 정우는 청탑을 만들었다.

유아영은 청탑의 완성과 동시에 자신이 마정석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움직였는지 토로하며 허탈할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반만 맞았다.

일반적인 시멘트는 마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무리 정교하게 홈을 만들어 놨다고 해도 마력이 흐르는 길이 될 수가 없었다.

청탑엔 마정석이 존재했다.

S급도 아니고.

A급도 아닌.

보잘것없는 E급 마정석이 대부분이었다.

시멘트 안에 마정석을 넣어서 아예 청탑 자체에 녹여 낸 게 바로 정우가 택한 공법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인위적으로 마정석을 만들어 낼 정도의 능력이 정우에겐 있었고, 그것을 고정할 방법 또한 존재했으니까.

각 층마다 인위적으로 고리를 형성해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외부의 마력을 상당히 끌어당기겠지만, 이로써 마정석의 교체가 필요 없는 무한 동력이 완성된 것이다.

자신처럼.

그리고 그것으로 만들 건, 하나뿐이었다.

바로 열쇠의 증폭.

그게 바로 정우가 원하는 청탑의 용도였다.

회랑을 거치지 않고.

“……놈의 터전에 침입하기 위해서.”

정우는 열쇠를 홈에 꽂았다.

탑 전체에 퍼져 있는 마력이 한곳으로 몰려든다.

‘…상당하군.’

마력의 양이 예상보다 상당했다.

몇 번이나 돌렸던 열쇠의 흐름을 흉내 낸다.

‘조금 더 세밀하게….’

정신을 집중해서 조정을 거듭했다.

그 결과는 곧장 나타났다.

[ 회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

출입을 허락하는 문구.

그걸 보며 정우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젠 열쇠가 필요가 없어졌다.

연구의 성과가 증명된 순간.

그럼에도 정우는 열쇠를 놓지 않았다.

한 가지가 더 남았기 때문이다.

회랑 너머의 세계.

비밀 공간이자, 회랑의 근원이 되는 장소.

순백의 문.

열쇠의 용도는 바로 그것이었다.

‘열쇠란 건 잠긴 걸 여는 용도야.’

회랑과 지식의 신이 있는 방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자격이 있는 자에게만 회랑 너머의 공간이 드러나지만, 자신은 이미 그 존재를 각인했다.

남은 건 문을 여는 것.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지식의 신에 의해 초청을 받은 손님이 아니었다.

‘침입자지.’

엄연한 침입자의 입장이었다.

정우의 목적은 간단했다.

지식의 신의 처소에 침입하여, 놈의 권능을 찬탈하는 것.

‘시스템을 찬탈하는 것. 그게 우선이야.’

그렇기에.

정우는 심호흡을 했다.

일거에 모든 걸 터트려야 할 수도 있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 이후로 지식의 신을 찾은 적은 없었으니까.

애당초 놈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기이한 부분이, 마왕이라는 존재에 의해서 확신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끼릭.

반쯤 열쇠를 돌린다.

상념을 접어 두고 생각을 집중한다.

조금의 틈도 허락되지 않는,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공간.

회랑을 넘어 ‘대도서관’에 침입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됐다.

‘회랑의 마력은 이미 익숙해. 중요한 건 그보다 더 안쪽의… 근원.’

흐트러지는 마력 사이로 한 줄기의 본질을 잡아당긴다.

단 한 번의 입장에 불과했지만, 정우는 회랑과 대도서관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별하고 있었다.

마녀는 지식의 신의 눈이며 사도이다.

그렇기에 연결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에서.

“……찾았다!”

정우는 기어이 지식의 신이 머문 공간의 흔적을 발견했다.

[ 치, 치직-! ]

기묘한 노이즈와 함께.

[ 회랑 열쇠 ]

[ 대도서관 출입 열쇠(임시) ]

열쇠의 용도가 바뀐다.

전혀 다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끼리릭!

정우는 열쇠를 마저 돌렸다.

웅웅!

진동과 함께 허공이 갈라진다.

검고 탁한 구멍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을 닫으려는 반발력이 느껴졌다.

구멍이 생김과 동시에 정우는 망설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세상이 바뀐다.

순백의 공간.

[ 이건… ‘허락’한 적이 없는……. ]

당혹의 음성과 함께 까칠한 적의까지.

자신의 체계를 넘어선 정우에 대한 적의가 공간을 장악했다.

구체가 잘게 떨린다.

정우의 접근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거대한 압박감이 몰려들었다.

그 존재를 읽고 흐트러트리며, 정우는 입을 열었다.

“내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 이게 무슨 짓입니까! ]

“너. 정령을 대신해서 시스템을 ‘눈’으로 삼은 거지?”

[ ……! ]

구체의 주변이 검게 점멸했다.

기억 속의 지식의 신은 정령을 눈으로 삼았다.

정령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정령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삼았다.

마녀들처럼 수기가 아닌, 컴퓨터와 같은 막대한 정보 체계로.

하지만 이곳엔 정령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식의 신과 계약한 세계수가 없었다.

이곳의 정령은.

“모방된 거지. 네 기억으로 만든, 정령의 흔적.”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이상했거든. 기억의 일부를 되찾고 던전을 보았을 때, 그곳에서 고향의 흔적을 느꼈지. 아니, 고향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늪지에서 숨겨진 물건을 찾을 수가 있었다.

평행 세계.

지형의 복사.

여러 가정 중에서 가장 적합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너…….”

정우의 전신으로부터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쩌정!

공간에 금이 간다.

마치 던전의 마력이 게이트로 빨려 들어갈 때처럼.

“어둠의 영역과 무슨 관계지?”

정우의 두 눈이 푸르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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