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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급 던전의 찬탈자-122화 (122/293)

122화

-일본 (2)

“유서린 플레이어!”

“왜 일본을 택했는지 대답해 주실 수 있습니까?”

“중국에서 아쉽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에서 공략 지원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받기로 하신 겁니까?”

“한국 3대 길드인 나이트 길드에서 참여하기로 하였는데, 정확한 인원은 어떻게 됩니까?”

“유서린 플레이어!”

연이어 터지는 플래시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유서린은 협회 건물을 나섰다.

뒤따르는 기자들을 직원들이 막아섰다.

유서린은 차에 올라탔다.

자신을 부르는 고함이 닫히는 문과 함께 멀어졌다.

소음 하나 없는 차가 출발했다.

“…후우.”

유서린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피곤하네.”

“수고하셨습니다. 기사 내용은 작성해서 넘겼습니다.”

차에 타고 있던 비서가 태블릿을 넘겼다.

“잘하셨어요.”

“예상한 대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일본은요?”

“긍정적인 반응이 68%, 부정적인 반응이 23%입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군요.”

“솔직히 부정적인 반응이 있는 게 신기한 거죠. 자기들 영토를 복구해 준다는데….”

“일본이잖아요. 우리나라의 반응도 나뉠 텐데요.”

“그렇죠.”

유서린이 창밖을 보았다.

빠르게 지나가지만 선명히 보이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물었다.

“한정우 플레이어 건은 어떻게 됐죠?”

“준비는 끝났습니다.”

“예정대로 출국시키세요.”

“알겠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유서린의 눈이 먼 하늘에 고정되었다.

한정우의 대역을 미국으로 보낸 사이, 일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었다.

“나이트 길드 협력 건은 잘 마무리해 주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이트 길드장님이 굉장히 협조적이라 술술 풀리고 있습니다.”

“제 자식을 참 아끼는 사람이니까요.”

유서린이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 길드의 수장, 김상훈의 편식은 유명했다.

나이트 길드에서도 밀어주는 사람은 자식으로 분류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진수는 그런 나이트 길드에서도 밀고 있던 차세대 재원이었다.

그런 이가 갑자기 길드를 탈퇴하고 협회로 이동한 것에 대해 여러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협회이기 때문에 믿고 맡기는 거다. 어차피 빌런을 없애고 나면 돌아올 곳이 아닌가. 그동안 맡겨 두지.’

김상훈의 묵직한 음성엔 한 줌의 의심도 없었다.

빌런 전담팀.

말 그대로 전담의 이유가 사라지면 언제고 자신에게 돌아올 거란 믿음이 있었다.

마치 이진수와의 계약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것처럼.

“세이렌의 영역 공략에 성공하면 나이트 길드에서도 얻을 게 많을 거예요.”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이진수가 협회에 몸담았고, 유서린의 직속 관련 기관에 소속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이트는 지원을 약속했다.

“좋군요.”

협회엔 S급이 두 명이나 존재했다.

유지석과 유서린.

그러나 A급은 네 명에 불과했고, B급 또한 스무 명이 조금 넘었다.

전 세계에서도 수위에 놓이는 강자가 두 명이나 존재함에도, 휘하의 강자는 부족한 상황.

때문에 협회는 상당히 많은 일들을 길드와 협력하여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공략 지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과 일본의 S급이 동원되면 좋겠지만, S급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일제히 모이는 건 불가능.

자연스럽게 A급 이하의 인원이 필요했는데, 이번엔 나이트 길드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을 지원해 주었다.

다시 돌아올 이진수를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김상훈은 엄연한 사업가였다.

무엇 하나 손해 보지 않은 계약.

얻을 건 많았다.

‘나이트 길드의 가치를 올리겠지.’

가장 기본적인 가치부터.

새로운 플레이어의 영입까지.

3대 길드 중에서 가장 좋은 분위기로 성장한 나이트 길드였다.

플레이어가 아니었더라도 자수성가했을 사람이었다.

그만큼 김상훈은 계산이 빨랐다.

다행히 긍정적인 면이 많은 기업인의 면모였고.

‘더 안 빼앗기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어.’

“아, 영국에서도 몇 명의 ‘저주’ 스킬을 지닌 플레이어가 지원했습니다.”

“영국에서요?”

“네. 그중에도 이 사람은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라… 인연을 만들어 두시면 나쁘진 않을 겁니다.”

“영국에서 유명한 저주 스킬 능력자라면….”

계획이 달라지며 정우는 유서린에게 세이렌의 공략법을 설명했다.

머맨 때문에 조금 복잡해졌을 뿐, 공략법은 단순했다.

문제는 저주.

저주술사는 생각보다 적었다.

“로건?”

“맞습니다. 무덤지기(Grave Keeper)라 불리는 A급 플레이어.”

“그가 지원을 했다고요?”

“네.”

로건.

영국에서 밀고 있는 A급 플레이어이자 S급 빌런 하데스의 뒤를 잇는 네크로맨서였다.

곧 S급으로 올라설 것이라 평가받는 인재.

“그가 왜….”

“아무래도 일본과 한국에 영향력을 만들어 놓을 생각이 아닐까요?”

“…미해결 지역의 공략에 참여해서 인지도를 높인다?”

“아무래도요.”

비서의 말에 유서린은 짧게 고민했다.

온전한 네크로맨서인 하데스와는 달리 무덤지기라 불리는 로건의 능력은 다양했다.

로건이 주로 사용하는 건 무덤지기란 이명과는 달리 불러낸 시체를 터트리는 ‘시체 폭발’과.

“망자의 속삭임.”

시체폭발로 만들어 내는 죽은 자들의 저주.

그게 로건의 주된 능력이었다.

“영국에서 우리 쪽에 관심을 가질 사안이라면….”

“하나밖에 없죠.”

“마력 분해 장치.”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요.”

“출발한다고 연락을 했으니… 이미 출발했을 거예요.”

“이렇게 막무가내로요?”

“그만큼 중요하게 판단한 거겠죠.”

“…….”

유서린은 입을 다물었다.

로건이 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금발의 귀공자.

로건의 방문은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마력 분해 장치는 대여가 아니라 판매였다.

가동 기간에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소유권이 이전되는 거였다.

가장 뛰어난 점유율의 일본과 비교한다면 반값도 채 되지 않을 정도.

다른 조건을 내걸 상황은 아니었다.

‘만나 봐야겠네.’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한정우 씨는 준비가 끝났을까? 곧 일본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어쩐지.

푸른 하늘 너머로 한정우의 눈동자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유서린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난리네요.”

“세이렌의 영역을 공략하는 게 그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는 거겠지.”

정우는 손을 털었다.

“준비는?”

“끝나가요. 지구 무기는 참 특이하네요.”

“단순한 강도만 놓고 보면 더 나으니까, 나쁠 건 없어.”

“그래서요. 그렇지 않아도 투척에 상당히 시간을 쏟았거든요.”

“잘했어.”

정우의 말에 레베카가 환하게 웃었다.

정우는 뉴스를 확인했다.

일본의 미해결 지역의 공략 선언.

특히나 한국에서 일본을 돕는다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일본은 혼란스러웠다.

무엇을 내준 것이냐, 왜 한국이냐, 한국의 플레이어는 뛰어나다.

긍정적인 내용과 부정적인 내용이 뒤엉켜 첨예하게 다투고 있었다.

“정우야. 준비됐냐?”

이진수가 다가왔다.

“너는?”

“나야 준비가 끝났지.”

“음. 난 이거만 마무리하면 될 것 같은데….”

“연구하는 거?”

“어.”

“그게 뭐라고 그랬지?”

“인챈트.”

“그거 효과 좋냐? 완성되면?”

이진수의 말에 정우가 피식 웃어 버렸다.

인챈트의 효과는 그가 예상하는 것 이상일 터였다.

아이템이라는 범주 내에 머무르고 있는 물건들의 아티팩트화.

“나도 패는 하나 들고 있어야지.”

“…마력 분해 장치로 들고 있는 거 아니었냐? 또 있어?”

“있어야지. 제임스를 봐도 제대로 된 연금술 하나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잖아.”

“그 정도의 물건이 있는 거지?”

“이게 그 정도의 물건이라니까?”

“인챈트?”

“어.”

이진수의 눈이 반짝였다.

백의 연금술사, 제임스 밀러의 회사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물건은 전 세계를 아우를 정도의 가치를 지녔고, 모든 플레이어의 선호를 받는 여러 물건으로 재탄생하여 무한한 가치를 양성 중이었다.

“그게 그 정도라고?”

정우가 놀라는 이진수의 표정을 보며 즐겁게 웃었다.

“아쉬울 수 있는 일이지만, 예전과는 달라졌으니까.”

“…아.”

이진수의 표정이 굳었다.

이계의 지식.

때때로 잊어버리는 그게 친구에게는 있었다.

“그건 무슨 표정이야?”

“…아니.”

“됐어. 1시간만 줘. 곧 마무리 지으니까.”

“알았어. 그럼 레베카 씨. 우리는 커피라도 한잔하고 있을까?”

“커피 좋아요.”

이진수가 전화를 걸었다.

“김미연 씨도 얼른 오세요. 정우만 남았으니까 커피 마시면서 잠시 기다리죠.”

모두가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고요해진 연구실에서 정우는 메아리와 눈을 마주쳤다.

“마지막 하나만 구하면 되는데….”

-시간이 부족해요. 던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재료를 구하는 게 어렵네요.

“음….”

재료 한 가지가 수급이 안 되고 있었다.

“그래서 대안을 만들긴 했는데, 아쉬워.”

그 재료를 위해 다른 재료 수십 종류를 공수해 하나의 대체품을 만들었다.

-제대로 작동만 하면 충분하죠.

“성능이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 이번 작전을 할 때까진 버텨 줄 거다.”

-흐흐흐. 역시 주인님은 천재예요.

“너무 악당 같은 웃음 아니야?”

정우가 피식 웃으며 대체품을 꺼냈다.

영롱한 빛을 뿌리는, 사파이어 같은 보석.

인위적으로 가공된 마지막 조각을 위해 들어간 비용만 60억에 달했다.

“일본의 일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엔 저걸 만져야 해.”

정우는 힐끗, 지팡이를 보았다.

물음표로 이루어진, 재질을 알 수 없는 지팡이.

깨어져 없어졌지만 마정석이 들어가 있었던 지팡이의 형태를 온전히 완성시킬 생각이었다.

-그것뿐이 아니잖아요.

메아리가 앓는 소리를 냈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더듬느라, 그녀 역시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잊어버리지 않는 존재.

마지막 서큐버스인 그녀가 더듬는 기억은 하나였다.

“부탁해. 내가 믿을 게 너밖에 없잖아.”

-알긴 하는데… 곤란하네요. 마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하필이면 주인님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존재가 없어요.

기록과 기억.

모든 것에서 다니엘은 벗어나 있었다.

5년 뒤의 감정을 잃었던 자신에서부터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그 사이의 내용이 매우 중요해졌다.

메아리에게 중요한 일은 바로 그것이었다.

다만 정우에게는 그 외에도 여러 일이 남아 있었다.

여러 일이 생겨서 미뤄 두었던 사막 고블린 던전의 지하 신전 확인과.

강원도 철원의 뱀파이어 확인.

그리고 G-00의 마력 패턴 파악.

‘게이트의 연결….’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로 가는 일본행이었다.

강세기란 사람이 걸리고.

‘세뇌의 아티팩트가 신경이 쓰여.’

-걱정 마요. 주인님은 언제나처럼 승리할 거니까요!

메아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승리라…….’

정우는 그 단어가 입안에 맴돌았다.

“…그래. 일단은 이것부터 처리하자.”

정우는 준비된 마정석을 꺼냈다.

가운데에 홈이 있는, 주먹만 한 크기의 마정석.

수많은 마법진이 빼곡하게 그려진 그것에, 보석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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