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G급 던전의 찬탈자-67화 (67/293)

67화

-저주 해제 (2)

[ ???로 만든 지팡이 ]

???의 가지 일부로 만들어진 지팡이.

모종의 저주로 오염되었다가 정화되었다.

마력 회복 : +50

파괴력 : +150

마법 방어력 : +100

마력 전도율 : +80

모든 능력치 : +5

스킬(1) : 정화(淨化)

스킬(2) : 리플렉트(reflect)

정우의 눈이 커졌다.

“스킬?”

스킬이 있는 아티팩트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직업에 상관없이 해당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었다.

문제는 스킬이 내장된 아티팩트가 굉장히 드물다는 점이었다.

아티팩트에도 스킬처럼 등급이 있다면 S급 이상으로 놓일 정도로 희귀하고 뛰어난 물건이었다.

“이게…… D급 던전에서 나왔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정우는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능력치가…… 어마어마하다.”

상승하는 능력치가 엄청났다.

마력 회복부터 전도율까지.

딱히 규정된 적이 없던 수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더불어 능력치 향상까지.

정우는 무엇에 홀린 듯 능력치를 확인했다.

근력 : 44(+5)

민첩 : 46(+5)

체력 : 45(+5)

마력 : 9

“…마력은 그대로네.”

괜히 아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얻은 성과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지팡이를 만지는 정우의 손길이 절로 조심스러워졌다.

이거 하나면, 빚을 한 방에 갚는 것도 모자라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지팡이를 움켜쥐는 정우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 * *

생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왜 조급한지 아는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기 때문이지.”

정우는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했다.

삼 일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지팡이의 효능을 실험했고, 능력치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졌다.

특히나 여태껏 존재한다고 들은 적이 없는 ‘마력 회복’ 수치는 가뜩이나 마력이 부족한 정우에게 엄청난 무기가 되었다.

마력 전도율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직 미사일의 파괴력이 늘고, 흐름이 빨라졌다.

아직 모든 게 드러나지 않아 ???표시가 도드라진 아티팩트조차 이 정도의 효능을 보였다.

정우는 이전의 자신보다 족히 30% 이상 강해진 스스로를 느꼈다.

때문에 마정석이 완성되는 순간이 조급하게 기다려졌다.

“이건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궁금해졌다.

[ 완성까지 30s ]

30초.

정우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영혼에 대해서 알아야겠다던 자신의 계획과는 달리, 메아리의 부탁을 들어준 건 지극히 충동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

몸짓, 이모티콘이나마 전해지는 진심은.

닥터 브라운이 아닌 그녀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되는 마정석.

[ 미완성 마정석이 완성되었습니다. ]

환하게 웃으며 만세를 부르는 메아리의 모습에 미소를 띠며.

정우는 완성된 마정석을 보았다.

[ 마정석 ]

누군가의 지식으로 만든, 기초 그릇.

모든 성질을 포함하고 있는 투명 슬라임이 기초가 되어, 예상보다 안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다만 안정성이 높아진 대신, 효과가 하락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딱히 드러날 게 없는 효과 대신 한 단어가 정우의 시선을 강탈했다.

그릇.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단어가 의외의 순간에 등장했다.

“…그릇!”

-그릇. 마력 (≧∇≦)/

메아리가 허공에서 빙빙 돌았다.

정우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짝!

날 리 없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느껴졌다.

크고 작은 손을 마주친 둘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네 덕분이다!”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정우의 말에 환하게 웃은 메아리가 더욱 허공을 부산하게 날아다녔다.

정우는 마정석을 들었다.

투명 슬라임의 결정체였다가 마정석이 되었고, 여러 재료를 머금고 미완성인 상태에서 다시 완성된 기초 그릇.

정우는 그것을 손에 들고 마력을 주입했다.

사용법을 물어보지 않았다.

회랑에서 본 여러 지식이.

그리고 본능이.

‘마력 회로’를 통해 마정석의 마력 흐름을 ‘각인’한다.

마치 이때를 준비하여 주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킬이 녹아들고, 적용되며.

스스스스.

변형된다.

주먹만 한 크기가 줄어들고.

각인된 마정석의 흐름이 정우의 몸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정우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청량함.

마정석의 흐름이 몸속을 파고들 때마다 느껴지는 기이한 청량함이 정우의 전신을 누비고 다녔다.

뿌득!

뼈마디가 뒤틀리는 통증을, 청량한 감각이 뒤덮어 버렸다.

혈관을 헤집는 것처럼 점차 전신을 향해 뻗어 나가는 통증이.

지하수라도 끌어 혈관에 들이붓는 것처럼, 시원한 감각에 밀려 억눌렸다.

정우의 표정은 편안하기 짝이 없었고.

통증이 끝날 무렵, 정우의 고개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양손을 들어 본다.

변한 건 없었다.

하지만 느껴진다.

한 줄의 가느다란, 마력의 길이.

[ 스킬 ‘그릇’을 습득하였습니다. ]

[ 그릇(기초) ]

등급 : S

마력을 저장한다.

정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콰직!

핵을 반으로 가르자 마력이 밀려든다.

이전에는 없던, 생경한 흐름.

던전 자체의 마력이 정우의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중의 지극히 일부가.

마력 : 9(+1)

새로운 길에 남았다.

‘됐다!’

검증은 성공적이었다.

던전의 공략.

그로 인해 마력 수치가 상승하는 것은, 일반적인 플레이어들과 동일했다.

‘아니. 확실히 효율은 떨어지는 것 같아.’

그럼에도 가시적인 성과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나가세요.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같이 공략을 끝낸 플레이어들이 정우와 인사 후 던전을 나섰다.

두 번째 던전 공략으로 상승한 마력 수치.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었다.

‘좋아…!’

좋은 이변에 반색하던 정우의 고개가 갑자기 위로 솟구쳤다.

자신을 휩쓸고 지나간 마력의 흐름.

첫 번째 공략에선 자신의 변화에만 온 정신을 쏟아 미처 보지 못했던 던전의 마력 흐름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마치 거대한 청소기가 마력이라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끌려간다?’

던전 안에 남아 있는 마력이 이동했다.

남는 건, 오로지 결정화된 마력뿐이다.

마정석.

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걸… 아무도 못 느꼈던 건가?”

마력을 보는 눈.

마력을 느끼는 감각.

플레이어 중에서도 예민한 이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관점의 차이인가 아니면 능력의 차이인가.’

플레이어에 대해 교육을 받으면서도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 자꾸만 보였다.

모든 마력이 사라진 이후.

던전의 표면에 균열이 생겼다.

‘막이다!’

던전의 경계를 유지하는 투명한 막.

그것이 계란 껍데기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정우는 그것을 보았다.

던전의 새로운 면모.

그것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양분을 빼앗긴 토양처럼 삭막하게 변해 가는 던전을 살펴보던 정우는.

우웅.

자신의 퇴장을 재촉하듯 묘한 공명음을 내뱉는 게이트로 들어갔다.

삭막하던 느낌이 변한다.

차분한 공기.

매캐하지만 익숙한 공기가 삭막한 기운을 씻은 듯이 날렸다.

정우는 관리자에게 인사를 한 후, 몸을 돌려 걸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띠리링.

가벼운 수신음.

“또 무슨 일이지?”

대뜸 본론부터 묻는 제임스 밀러의 말에 헛웃음을 흘린 정우 역시 본론을 꺼냈다.

“D급까지.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어떻게 됩니까?”

“…갑자기 불이 붙었네? 실험할 거라도 있어?”

“실험. …뭐 비슷하죠.”

“오우! 그럼 지원해 줘야지.”

핸드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구매가 끝나는 대로 미스 유에게 서류를 보내지. 그나저나 한국에서의 내 영향력은 형편이 없다고. 미국으로 다시 넘어와. 확인해 볼 것도 있으니까.”

“조만간 넘어갈게요. 던전 공략은 어떻게 되어 가나요?”

“준비는 잘되고 있어.”

“다행이네요.”

“그럼 나중에 보자고.”

유쾌한 웃음과 함께 전화를 끊은 제임스 밀러의 태도에 정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제임스도 그렇고 협회장님도 그렇고. 날 지원해 주는 정도가 너무 과해.’

여러 종류의 의심이 생긴다.

혼자서만 따로 겪은 튜토리얼.

그리고 G-00.

협회장은 분명히 그것들을 언급하며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개인에게 해주기엔 너무 과한 지원이야.’

제임스 밀러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모든 던전의 관리가 협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체계가, 기업 총수라고는 하지만 외국인에 의해 무너질 리가 없었다.

그가 구매한다는 던전은 ‘협약’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최고치일 것이다.

각 국의 던전의 일부를 외국에 개방한다.

단, 우선권은 자국에 있다.

마정석과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물질은 자원이자 큰돈이었다.

때문에 각국은 던전을 조건으로 외교를 벌였고, 그것은 빠르게 적응하여 이제는 전 세계에 통용되는 하나의 법이 되었다.

던전 입장권을 판매하며,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하지만 그 방법은 딱히 한국에는 통용되지 않았다.

영토가 작고, 플레이어의 수준이 뛰어나다 보니 외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던전의 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걸 얻어준다면… 상당히 많은 걸 포기해야 할 텐데. 왜지?”

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거인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

“날 도와주고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언제 한번 물어봐야겠군.’

고민하고 있는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

“몇 개나 구매가 됐는데요?”

정우의 눈이 커졌다.

“…아홉 개요?”

놀라운 정보를 건네준 유 대리가 한숨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F급에서부터 D급까지 전부 세 개씩 구매가 끝났다.

이 정도 숫자면 제임스가 구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던전을 구매한 셈이다.

그것도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러고 보면 둘이 친해 보이던데….’

####“지원할게요.”

####“하게.”

자신에게 지원하겠다던 제임스의 전화 한마디에 곧장 승낙해 버린 협회장의 대답이 떠올랐다.

‘물어보면 답해줄 것 같긴 한데….’

정우는 언제 한번 시간을 내어 협회장을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우현승 씨와 진수에게 연락해 봐야겠군.”

제임스가 구매한 던전이다.

어떻게 팀을 꾸리든 상관이 없을 터.

정우는 나이트 길드의 인원들을 떠올렸다.

“김기태 팀장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이진수의 칭찬을 염두에 둔 정우가 팀을 구상했다.

“나쁘지 않네.”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기도 하고, 각자 재능도 넘쳤다.

생각보다 많은 던전이 자신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우는 전화를 걸었다.

“아, 유 대리님. 나이트 길드에 던전 지원 요청 좀 보내주세요. 협회에도요.”

입을 삐죽 내미는 유 대리의 얼굴이 그려져 정우 역시 피식 웃었다.

정우는 간만에 걸었다.

‘현상금이 벌써 떨어진 건가?’

이리 집단 이후로 전무한 습격이 오히려 기다려졌다.

정우는 일전의 사태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수르트.

그가 자신을 먹이로 여기는 이상, 자신이 죽을 일은 없다는 것을.

‘여차하면 날 죽이겠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이야.’

살인보다 어려운 게 제압이라고 했다.

‘그에 반해 나는…… 놈들을 죽일 생각이야.’

제물의 인을 떠올렸다.

성장을 가속화시킨다는 그것의 효과가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이용해 줘야지.”

정우는 회랑을 통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협회부터 간다.’

최근 들어 뜸하게 진행되는 테스트를 받을 생각이었다.

과연 마력 수치를 제대로 짚어내는지.

‘아니면 그릇의 수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지.’

조심스럽게 파악해 볼 생각이었다.

아홉 개의 던전을 클리어하여 마력 수치가 더 높아지기 전에.

‘최대한 우습게 보일 필요가 있어.’

빌런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침투해 있을지 몰랐다.

덧씌우기조차 이번에 알려진 사안이었다.

천재 제임스 밀러의 역량을 뛰어넘은 연금술.

마력억제제와 회복제를 만든 것은 그에게나 정우에게나 충격이었다.

‘여차하면 S급도 B급 정도의 플레이어로 잠입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져.’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화는.

“…갈게요. 지금 당장.”

정우의 일정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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