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G급 던전의 찬탈자-60화 (60/293)

60화

-메아리와 마정석 (2)

상당한 보수를 지급한 힐러가 방을 나섰다.

저주 해제로 광합성을 한 정우가 떠오른 메시지를 보곤 슬쩍 웃었다.

던전 브레이크를 해결한 이후.

몬스터를 끌어당긴다는 사실까지 고지했음에도, 길드들의 구애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C급에 준하는 D급 보스를 홀로 상대한 사실까지 퍼지자 정우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등급보다 강한 플레이어.

그런 이들은 구하기가 어려웠으니까.

전략팀에서 전략만 잘 짠다면, 몬스터가 몰려오는 것은 색다른 경험에 불과했다.

몇 번의 성과를 본 뒤로는 정우를 찾는 길드들이 많아졌다.

“매니저가 된 기분이에요.”

“바쁜 게 좋죠.”

던전의 공략은 상호 간에 이익이 되었다.

필요한 전력을 부르는 쪽은 전력이 강화되어 좋고.

부름을 받은 사람은 성장과 수익을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이번처럼 양쪽이 만족스러운 계약은 더더욱.

“근데 정말 이걸로 충분해요?”

“괜찮아요. 조건만 확실히 맞춰주라고 해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 정도 조건인데…. 더 줄일 비율도 없어요.”

정우의 조건을 들은 유 대리는 반대했었고, 해당 길드에서는 상당히 반겼다.

“나참. 정산 비율을 낮추겠다는 사람은 한정우 씨가 처음일 거예요.”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유 대리였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정우를 담당하고부터 지금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새해가 언제 지나갔는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한 살 더 먹었네. 싫다. 정말….’

“제임스 밀러가 연락 좀 달래요.”

“왜요?”

“자세히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뭔가 성과가 있는 모양이던데요? 와우, 쉣, 슈퍼 이런 단어가 마구 섞여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거군요.”

정우가 피식 웃으며 제임스 밀러를 떠올렸다.

믿었던 직원이 실은 빌런들의 첩자였다는 것부터.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덧씌우기가 사용되었다는 것까지.

내외로 자존심이 상했던 그가 좋아할 만한 일이라면.

“다행이네요.”

덧씌우기를 파악하는 단서를 발견한 게 분명했다.

그 역시 천재였으니까.

“이번 공략이 끝나면 통화를 해봐야겠군요.”

“준비는 끝났어요?”

“끝났어요.”

“다행이네요.”

테이블 위에서 소도로 뭔가를 조각하고 있던 정우의 말에 유 대리는 안도했다.

“가죠.”

철원의 던전 브레이크 이후 한 달.

정우는 벌써 다섯 번째 공략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 * *

“으라야!”

고함과 함께 몬스터를 들어 메다꽂은 사내가 씩씩거리며 몬스터를 결박했다.

“하다 하다 몬스터를 묶고 있을 줄은 몰랐네.”

“제대로 묶어 둬. 그거 죽이면 바로 보스전이라고.”

개의 머리를 단 몬스터가 이를 드러내며 발작하려고 했지만.

“이거, 강도가 대단하긴 하네. 놀이 근력이 약한 놈은 아닌데….”

“그 정도 되니까 주고 간 거겠지.”

“이것도 제임스 밀러 작품인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구속구까지 만들겠어? 회사 직원이 만들었겠지.”

“그런가?”

사내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후두둑!

공터에 나뭇가지들이 쌓였다.

“오, 이거 가끔 해볼까?”

화르르!

스킬을 사용하니 금세 나뭇가지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괜찮긴 하네.”

미리 준비해 둔 삼겹살과 각종 야채를 꺼내자, 뜬금없는 캠프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던전 안에서 이런 일이라니.

“놀들이 몰려들 때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았는데….”

“지치기도 했으니까. 이대로 휴식도 괜찮지.”

“수익도 늘고.”

“흐흐. 그렇게 따지니까 요놈이 아주 복덩이네.”

“키스까지 하겠다?”

사내가 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타닥, 타들어 가는 불꽃을 보던 궁수가 말했다.

“강하지?”

“…어. 강하더라. 매직 미사일이 그런 스킬인 줄 처음 알았다.”

“움직임은 어떻고. 창 쓰는 게 아주 귀신이야, 귀신.”

“그런 걸 보고 마검사라 부르는 건가?”

“직업이 마도사라잖아. 마검사는 아니지.”

“그런가. 유서린 이후에 처음으로 듀얼 직업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도 신체 능력은 어지간한 근접 플레이어에 육박할걸?”

“맞아. 나도 덕분에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니까.”

정우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었을 때였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뭘 하는데 하루나 시간을 달라는 거지?”

“몰라. 그냥 넘겨.”

“이 사람도 그건가? 이계 연구?”

“음…. 뭔가를 찾는다고 했으니까 비슷할 수도 있겠네.”

“야, 일단 신경 끄고. 고기나 먹자고. 희수야. 타지 않게 잘 구워라. 우린 경계 서다가 돌아가면서 먹을게.”

“괜찮지 않을까요?”

“뭐가?”

“여기에 있는 몬스터는 다 잡은 거잖아요.”

“그래도 혹시 몰라.”

“남아 있다고 해도, 저놈처럼 우리가 아니라 그 사람을 노리지 않을까요?”

플레이어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결박당한 채로, 흉성을 터트리는 놀의 고개는 자신들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정우가 간 방향.

그쪽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는 놀을 보자 긴장감이 확 사라졌다.

“그렇긴 하겠네. 그렇다고 아예 경계를 늦추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대충 긴장하면서 먹자고.”

“그게 경계를 풀자는 거나 다름이 없지. 이 바보야.”

“그런가? 하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두 마리의 놀을 제외하곤 모두 죽인 상황에다가 남은 건 보스뿐인데, 보스는 행동 반경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항상 정비를 할 여유가 주어졌다.

이번 공략은 보스전.

보스만 공략을 늦추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사락.

수풀을 밀어내는 정우는 탐색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는 걸음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회랑의 기록 덕분이었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던전의 지형은 회랑의 기록과 일치했다.

회랑의 수많은 기록은 사실을 기반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의심에 불과했다.

사막 고블린 족장을 잡기 위해 여러 자료를 수집할 때엔 족장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막이라는 한정적인 지형 때문에 파고들기가 쉬웠다.

하지만 일반적인 몬스터들.

딱히 ‘지형’이 이름에 붙지 않은 놈들은 지형 자체가 의미가 없어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했었다.

그래서 파고들던 기록과.

“여긴… 셀레잉 늪지다.”

넓은 늪지대.

그리고 갑자기 시작되는 평야.

이계의 기록이 고스란히 적용되는 장소를 보자 정우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마녀 때 들었던 생각이 옳았어.”

던전은 이계와 연결이 되어 있다.

즉, 플레이어가 던전에 진입하는 건, 이계로 넘어가는 것과 같았다.

바로 차원 이동 말이다.

여러 확신에 찬 가설처럼.

“셀레잉 늪의 동쪽엔 평야 지대가 펼쳐지고, 평야 지대 중턱엔 요새가 하나 존재한다.”

갈 수는 없었다.

던전이란 건 어느 정도 반경이 제한되어 있었다.

“딱 평야가… 한계군.”

어느새 던전의 반경 끝까지 도달한 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앞선 네 번의 공략은 딱히 특징이 없는 지역에서 벌어졌었다.

동굴도 두 곳이나 되었고.

때문에 위치를 파악하는 게 어려웠지만.

늪지대는 아니었다.

“이건 잘만 사용하면 강력한 마비약인 앙케나 나무군.”

정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계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확실히…….”

얼마 전에 느꼈던 감각이 다시금 정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지식이 무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

“이젠 진짜다.”

어떻게 해야 무기로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알겠다.”

옛 선인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지식은 힘이다.

“운이 좋았다. 메아리.”

-동의. 동감 (,, ・∀・)ノ゛

확률을 높여주기 위해 찾아야 할 물건이 셀레잉 늪에 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두 가지 물건을 동시에 구하게 되었다.

그것도 제일 까다로웠던 물건을.

“시간이 부족하겠어.”

하나만 염두에 두다가 두 개를 구해야 하니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었다.

정우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네가 놈들을 찾아.”

-이행. 경례 (‘∀`)ゝ

메아리에게 지시를 내린 정우의 고개가 빠르게 움직였다.

늪지엔 자연스럽게 서식 생물의 종이 방대했다.

그중의 하나가 정우의 목표였다.

“어디에 있냐. 황금 원숭이.”

늪지에만 사는 원숭이 종류로 털 색이 황금색에 가까워 붙은 이름이었다.

높고 빼곡한 나무 사이를 오가는 놈들이었기에 잡는 건 매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놈들의 서식지를 찾는 거였다.

최대한 위로 날아올라 나무 사이를 탐색하는 메아리가 있었으니.

‘다행히 목이 아플 일은 없겠어.’

촤아악!

날름, 혀를 내밀며 달려드는 점박이 뱀을 창으로 찔러 죽이며.

찰박.

정우의 눈이 나뭇잎으로 향했다.

‘확실히….’

빠르게 달리던 정우의 발길이 멎었다.

사람 얼굴만 한 나뭇잎이 반짝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본 정우가 고개를 위로 올렸다.

씨익.

-발견. 발견 =͟͟͞͞(๑•̀ㅁ•́ฅ✧.

윙윙 날아다니며 화살표처럼 메시지가 수직으로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찾았다.”

생각보다 빠른 발견이 만족스러웠다.

하늘을 가릴 듯 높게 자란 나무는 그리 굵지 않았다.

“로윙 나무. 가구 자재로는 이만한 게 없는데….”

지식이 주는 유용함도 잠시.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발목을 푼 정우가 물기 가득한 지면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 판단과 동시에 정우의 무릎이 한껏 굽혀졌다.

도약을 준비하는 다리에 차분히 마력이 깃든다.

심장에서 시작한 마력이 복부와 허벅지를 지나 종아리와 발끝에 맺히는 순간.

파앙!

지면의 흙이 밀려날 정도의 위력으로 뛰어오른 정우가 손을 뻗어 나무를 붙잡았다.

[ 각력 강화를 각인하였습니다. ]

[ 악력 강화를 각인하였습니다. ]

연이어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겨를도 없이.

끼긱, 기기기끽!

요란한 소음이 머리 위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공격. 위험 (((( ;°Д°))))

메아리의 경고.

정우는 나무를 밀어내며 반대편 나무를 붙잡았다.

그 모습이 마치 원숭이 같았다.

끼기긱! 캬아!

자신의 투척 공격을 피한 게 얄미운지 황금 원숭이가 이를 드러내며 날카롭게 경고했다.

“사납기는….”

몬스터에게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여러 동물들도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야자 열매처럼 생긴 두껍고 커다란 열매를 투척하는 것이 황금 원숭이의 공격 방법.

‘딱히 어렵지는 않아.’

황금 원숭이가 가득하면 모를까.

‘여섯 마리.’

고작해야 여섯 마리의 황금 원숭이의 투척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끼익!

흡!

정우의 신형이 위로 올라올수록 놈들의 투척도 거세졌다.

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던져대는 열매에.

‘튜토리얼이 떠오르는군.’

옛 생각마저 날 정도였다.

‘매직 미사일로 놈들을 날려 버리면 쉽겠지만….’

그랬다가는 원하는 물건도 얻지 못한다.

팡, 파팟, 끼이익, 후욱!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황금 원숭이들의 기세가 날카로웠다.

근력을 수치로 나타내면 대략 30 정도.

E급 플레이어조차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의 능력치를 지닌 것들.

정우의 시선이 한 놈에게 향했다.

‘저놈이….’

우두머리였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얇은 나무가 정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상당히 휘어졌다.

‘지금.’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기다리던 순간.

다시 한번 도약하는 정우의 움직임에 황금 원숭이가 열매를 던졌지만.

턱, 콰직!

“미안. 이건 부수면 그만이거든.”

무섭게 날아온 열매를 잡아 그 두꺼운 껍질을 가볍게 부순 정우가.

끼- 잉?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리둥절해하는 황금 원숭이의 목을 쥐었다.

뒤늦게 발악하는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툭.

뒤통수를 치자 순간적으로 기절해 버렸다.

놈들의 약점.

그리고 볼록한 배에 손을 대자 느껴지는 감촉.

모든 것이 기록대로였다.

자신들의 대장을 놓아주라는 듯 갈팡질팡하면서도 이를 드러내며 끽끽대는 황금 원숭이를 본 정우가.

우두머리의 배에 있는 주머니에서 큼지막한 씨앗 몇 개를 꺼냈다.

“다시 모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목숨값이라고 생각해라.”

우두머리 황금 원숭이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정우가 씨익 웃으며.

부웅!

아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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