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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급 던전의 찬탈자-48화 (48/293)

48화

-예상 밖의 습격

사흘간의 검사가 끝났다.

“완치네요.”

중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처럼 완치 판정을 받자 어색한 미소가 감돌았다.

“일주일이나 걸렸네요.”

기절 4일, 검사 3일.

총 일주일이 걸린 본의 아닌 휴식기에 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전 잘 쉬었어요.”

반질반질한 유 대리의 얼굴을 본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요.”

입술을 삐죽 내미는 유 대리와의 관계가 꽤나 친근해 보였다.

“어떻게… 슬라임 던전을 더 알아봐 줘요?”

유 대리의 물음에 정우는 다시 메아리를 떠올렸다.

그녀와의 관계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영혼을 맡겼다.

악마와의 거래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설정처럼 들렸다.

엑스트라는 악마와의 거래에서 큰 손해를 보고 저당 잡힌 것 이상의 무언가를 더 빼앗겼고.

주인공은 절대라고 여겼던 거래조차 비틀어 버리며 끝내 자신의 이득으로 바꾸었다.

절대.

정우는 메아리를 떠올리며 그 단어가 모호한 단어처럼 여겨졌다.

과연 절대라는 단어는 존재하는 것인가.

오히려 절대라는 단어가 ‘상대적’인 게 아닌가.

“…무슨 생각 해요?”

“아뇨. 아니에요. 던전은 나중에 따로 요청할게요.”

“알았어요. 일단 집으로 갈 건가요?”

“가봐야죠. 이사도 끝났으니까.”

“마음에 드실 거예요.”

이사 가는 집을 본 적이 없는 이 상황이 웃겨 정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외부로만 떠돌다 보니 어머니와 동생의 집에 집들이를 가는 느낌이 들었다.

유 대리의 안내를 받아 집에 도착한 정우는 어머니의 환대를 받으며 집에 발을 들였다.

걱정 가득한 표정과 음성.

“왜 이렇게 집에 안 들어와? 플레이어…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몇 달 사이에 급변한 가정사를 보았음에도 어머니를 따라 걱정의 말을 건네는 훌쩍 큰 동생까지.

가족의 평온함을 느낄수록 정우의 마음에 간절함은 더욱 커졌다.

완성된 가족.

그것을 위해 정우는 마음을 다잡았다.

최근 들어 여러 일이 있었다.

각성.

이변.

성장.

빌런.

낙인.

하나씩만 언급해도 평생을 우려먹을 수 있는 사건들이 무더기로 펼쳐졌다.

건강하다 못해 관장들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던 자신이 요 몇 달간 기절만 몇 번이나 했는지.

아버지를 구하는 길이 왜 이렇게 험난한지.

정우는 조금 지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가족 간의 시간을 가진 후 그간의 일을 최대한 각색하여 ‘성공기’로 포장한 정우가 이승민과의 약속을 잡았다.

“승민이 좀 보고 올게요.”

경호원이 서 있는 출입구를 네 개나 지나서야 나오는 외부의 정경에 정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귀찮기는 해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안전할 수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밖으로 나온 정우를.

“야, 나왔다.”

관찰하던 이들이 서로를 보며 눈을 빛냈다.

* * *

‘…….’

B 섹터는 이전에 살던 집과는 차원이 달랐다.

좁고 어둑한 골목은 당연히 없고, 대로와 영구적으로 빛나는 전등이 틈새 없이 사방을 밝히고 있었다.

사각지대 없는 CCTV엔 약간의 방어 마법과 알람 마법이 각인되어 있었고.

블록마다 정장을 입은 D급 이상의 가드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천천히 주변을 감상하며 걷던 정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체 뭘 믿고… 미행을 하는 거지?’

자신을 노리는 이가 있다는 것은, 아파트 단지를 나서자마자 알아차렸다.

특유의 시선.

자신을 관찰하는 마력의 흐름이 눈에 잡혔다.

잠시 고민하던 정우의 마력이 역으로 타고 올라간다.

‘…되는군.’

스킬의 패턴이 잡히고, 마치 주파수를 도청하는 것처럼 놈의 위치가 훤하게 잡혔다.

‘100미터.’

상당히 거리가 가까웠다.

‘왜 주변의 경보 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는 거지?’

정우가 주변의 정경을 보는 척 주변을 살폈다.

현대의 CCTV는 마력감지능력을 탑재했다.

협회 주변이라 미감응 지대가 조금 넓은 A 섹터에서 굳이 B 섹터로 넘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각 길드의 본사가 근처에 위치해 있고 그들의 가족들이 집단으로 모여 살기에, 마력의 사용에 강박적인 관리를 진행했다.

플레이어의 힘을 아는 길드들이었기에 집단으로 만든 거주지의 보안은 철저했다.

그렇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경보가 뜨고 가드들이 출동해야만 했다.

‘내 마력도 파악하지 못했어.’

뭔가 문제가 생겼다.

스르르.

팟!

놈들의 위치를 역으로 파악하던 마력이 끊어진다.

‘역탐지를 감지한 건가?’

너무 섣부른 행동이었는지 고민이 들었지만,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판단은 빨랐다.

‘경보 장치가 작동 안 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B 섹터도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겠어.’

곧장 방향을 바꾼다.

더불어 주변의 주소를 외웠다.

추후 이 상황에 대해 문의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

반응했다.

상대를 알기에 놈들의 움직임이 곧장 잡혔다.

정우의 눈과 마주친 놈들이 방향을 바꿔 달리기 시작했다.

정우 역시 놈들을 쫓았다.

“…야, 알아차렸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건가. 아니면 뭔가 우리가 모르는 스킬이 있는 건가?”

“몰라. 썅. 계획대로 진행하면 되는 거잖아.”

“그래. 납치해서 데리고 가는 것보다 낫지. 장치야 잠깐 먹통을 만들었다고 해도 시선이 있으니까.”

“곧장 간다.”

은밀히 스킬을 사용할 때와는 상황이 달랐기에 마력 사용을 배제한 놈들은 숨을 몰아쉬며 달려 나갔다.

문제는.

“……허, 허억. 저, 저 새끼 육상 선수야? 왜 이렇게 빨라?”

뒤를 힐끗 본 놈 하나가 정우를 보고 기함했다.

100여 미터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있었다.

“저 새끼 마력을 사용하는 거 아니야?”

“…아니. 안 느껴져.”

“근데 뭐가… 이렇게 빨라.”

“X발. 뒤돌아볼 시간에 달려. 이러다가 장소에 도착 못 해.”

‘장소?’

멍청한 놈들이었다.

달리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소리가 커졌고, 그 소리는 고스란히 자신의 귀에 들렸다.

정우는 놈들의 말을 들으며 속도를 줄였다.

‘날 잡아가려고 한 건데… 누굴까?’

잠깐 고민했던 정우는 순간적으로 유서린의 말이 떠올랐다.

‘…현상금. 그래. 빌런이구나.’

정우의 입가가 비틀렸다.

몇 번의 습격.

그리고 두려움에 떨다가 무기력하게 기절해 버린 낙인의 순간까지.

빌런에 대한 악감정은 정우도 만만치 않았다.

‘네 결정을 시험해볼 때군.’

-기대 ( *๑•̀д•́๑)」

‘맞아야 할 거야. 난 널 계속 시험할 생각이니까.’

메아리가 긴장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 * *

“…….”

한 건물을 앞에 두고 정우는 걸음을 멈추었다.

혹시 자신이 어려져 학생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순간적으로 착각할 정도의 건물이었다.

‘체육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체력증진센터가 놈들의 목적지였다.

B 섹터에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커다란 공장도, 폐공장도 없다.

정기 휴무.

‘…여길 잘 알든가 아니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는 소리인데?’

떡하니 붙어 있는 문구를 본 정우는 눈살을 구겼다.

오늘 집에 온 것과 집에서 나온 건 우연이었다.

특히나 답답한 마음에 이승민을 만나려는 결정은 즉흥적이었다.

그런 자신을 곧장 뒤따랐다는 말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협회에서부터 날 미행했든가.’

정우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가족을 감시했든가.’

도무지 용서가 되질 않았다.

체육관엔 스킬이 걸려 있었다.

‘기척 차단이라……. 바라던 바다.’

기습을 준비할 게 분명한 놈들.

하지만 정우는 차갑게 웃었다.

‘메아리. 염탐해.’

-경례 ( *๑•̀д•́๑)」

이모티콘에서 벗어나 나름의 육체를 가지게 된 메아리를 썩힐 생각이 없었다.

유령과 같은 형체라 장애물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데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협회의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았다.

오직 자신에게만 보이는 유령.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메아리는 체육관 안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당장의 수준은 정우의 평가대로 유령에 불과했다.

본래의 능력은 없고, 오직 형체와 단어만 회복한 상황.

그럼에도 의사 전달의 효율이 무지막지하게 향상되었다.

크게 혼이 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넘어갔다.

그녀는 안도와 함께 정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

비록 떨어질 수 있는 거리가 제한적이라 체육관 끝까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입구부터 중간까지의 상황이 단어의 조합으로 빠르게 정우에게 설명되고 있었다.

‘예전에 사막 고블린 던전에서도 느낀 거지만 메시지의 방향을 바꾸는 건 좀 획기적이군.’

단어와 이모티콘이 연신 떠오르며 놈들의 위치를 가리켰다.

화살표 대용인 그것이 참으로 만족스러웠던 정우는 메아리가 다시 나타나자 체육관 입구로 걸었다.

스윽.

손을 넣어 빼내는 삼단창.

그것을 휘두르는 정우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다.

보다 자연스러워진 움직임.

스스스.

창날에 맺히는 검기도 이전보다 뚜렷했다.

차이점은 하나밖에 없었다.

투명 슬라임의 핵.

말이 핵이지 마력의 점액질이나 다름이 없는 그것을, 창에 펴 발랐다.

마력전도율이 높아졌으며 효율이 극대화되었다.

튜토리얼에서 구한 무기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의 수준.

서걱!

“…커, 커억.”

입구 근처에 숨어 있던 놈의 상체가 길게 베어진다.

휘익!

회전한 창이 푸욱, 하고 반대편에 있는 놈의 복부를 관통한다.

망설임 없는 공격.

“…쳐!”

안쪽에서 들리는 명령에 달려드는 수는 많았다.

적어도 스물.

마법과 화살이 날아오고, 빈틈을 노린 암살자가 단검을 들이밀었다.

“죽어라!”

벼락처럼 소리치는 빌런과 눈을 마주친 정우가 미소 지었다.

“오늘은 나도 너흴 놔둘 생각이 없어.”

자료와는 다른 서늘한 미소에 빌런이 몸을 움찔거렸다.

* * *

“아악!”

비명이 끊이질 않는다.

달려드는 이들이 부나방처럼 쓰러진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변한 정우의 움직임은 F급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빨랐고 강력했다.

“…저게 무슨!”

C급 플레이어도 놀랐던 수준이다.

메아리가 성장의 순간을 빼앗아 가기는 했지만 정우의 현재 수준은 F급을 아득히 넘어섰다.

잘 나가는 플레이어조차 놀랄 정도의 실력인데.

현상금에 목이 말라 같은 플레이어를 습격하는 빌런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팔과 다리가 베이고.

어깨가 갈라진다.

정우의 걸음은 사신의 그것과 비슷했고, 연신 날아오는 마법과 화살을 쳐 내는 매직 미사일은 수호신의 손길과도 같았다.

뒤편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던 이들의 눈에 경악이 어린다.

“…이대로라면 놓칠 수도 있겠군.”

그렇게 판단한 셋이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전면으로 나섰다.

“생각보다 잘 치네?”

“…….”

가벼운 말투와는 달리 놈들의 마력은 중무장이다 다름이 없는 형태로 연신 꿈틀거렸다.

‘칼이 하나. 방패가 하나. 그리고 마법이라.’

정우를 상대하던 이들이 그제야 살았다는 표정으로 쓰러진 동료를 챙겨 뒤로 물러났다.

한 명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정우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고마움?

절대 아니었다.

‘목숨만 붙어 있으면 할 만하다 이건가?’

자신을 우습게 보는 모습.

정우는 그들의 눈빛을 뒤로 한 채.

“순순히 잡히면 목숨은 살려줄게.”

왼손을 빙글 회전시켰다.

헛소리를 내뱉는 놈들을 노려보며.

“……어?”

뒤편에서 자신의 손을 본 누군가가 경호성을 내뱉었다.

조용해진 체육관 안에서의 음성은 모두의 관심을 끌었지만.

‘늦었어.’

정우의 공격이 먼저였다.

가뜩이나 정우의 매직 미사일은 거리를 띄어 발동한다.

몸 근처에서 발사되는 보통의 마법과는 차이가 있었다.

모두에겐 그것이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고, 무의식중에 그런 공격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통로를 타고 곧장 통로를 타고 넘어 이동하는 매직 미사일은.

“……!”

어느 공격보다도 은밀했으며 강력했다.

퍼억.

“…컥!”

“어, …어?”

자신감을 가지고 진형을 갖췄던 셋 중 하나가 허물어진다.

마법사.

당황한 음성으로 고개를 돌리는 탱커를 본 정우가 조소를 흘렸다.

얼마 전에 본 이진수와 너무도 대조되어 보여서.

타앗!

정우가 창을 빙글 회전시키며 앞으로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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