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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급 던전의 찬탈자-36화 (36/293)

36화

-테러

“대체 무슨 일이야!”

“테러! 테러가 아닐까요?”

“라스베이거스에서 테러가 발생했다고 여기까지 테러라고?”

놀라기는 경호를 서던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사키는 우왕좌왕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조용히 뇌까렸다.

“자기 자리를 지켜라!”

그의 조용한 음성은 모두의 귓가에 울렸다.

소란을 뚫고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음성을 전달한 사사키가 지시를 내렸다.

“실내 인사들의 안전을 확보해라. 우선적으로, 안전이다. 방어막을 작동시켜.”

“네!”

“오니 길드의 대기 인원을 전부 투입해 외부를 지켜라.”

“알겠습니다.”

“우리는 보관소로 향한다.”

“네.”

얼핏 닌자를 닮은 검은 무복의 복장을 한 이들이 사사키의 뒤에 따라붙었다.

휘익!

바람이 불고, 창문이 깨어진다.

경보음이 울린 순간부터 이곳의 관리는 자신이 담당이었다.

창문이 깨진 것은 물어주면 그만.

1층까지 내려가는 것보다.

“낙하.”

바람을 가로지르며 뛰어내리는 것이 훨씬 빨랐다.

심지어 방향마저 보관소로, 일직선처럼 떨어져 내렸다.

이대로라면 몇 초 후에 납작해질 것 같았지만, 사사키는 물론, 뒤따르는 인원들의 표정은 무표정하기만 했다.

쩌적.

나선형으로 생겨나는 얼음의 미끄럼틀.

선두의 사사키가 자세를 잡아 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온다.

급격히 줄어드는 경사에 자연스럽게 속력이 줄고.

탁!

사사키는 가볍게 지면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저 빠른 걸음으로 걸을 뿐이다.

그런 그를 지나쳐 달려가는 플레이어들.

검은 복장의 닌자들 사이로 걷는 그의 모습은 꽤나 여유로워 보였지만.

감각만큼은 분주하기 짝이 없어, 사방을 읽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후유.”

“네!”

앞서 나간 인원들이 일제히 말한다.

“침입자다.”

그의 말에 모두의 모습이 사라진다.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들과는 달리 사사키는 천천히 보관소를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네가 사사키군.”

그러는 사사키를 향해 갑작스러운 음성이 말을 걸었다.

하지만 사사키는 이미 상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듯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양손에 단검을 꺼내어 들 뿐.

‘은신… 암살자군.’

“…….”

“내려오는 모습은 잘 봤다. 나도 한번 타보고 싶던데, 언제 개장하나?”

“언제든지.”

“오. 서비스 정신이 대단한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겠어.”

“너희 같은 놈들에겐 더욱 인기가 많지.”

“그런가?”

“그렇다. 버러지!”

사사키의 싸늘한 음성에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침묵이 짧았다.

돌연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양팔을 교차하며 튕겨 나가는 수하 둘을 본 사사키의 눈동자가 한 차례 일렁였다.

자신과 비슷한 형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예상대로 암살자 계열이었지만, 그 능력이 예상 밖이었다.

바람.

너무도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모노노케.’

일명, 유령.

자신과 마찬가지로 암살 계열이면서 과거를 계승한 한 일족의 일원.

움직이는 속도가 얼마나 은밀하고 빠른지, 바람과 같으며 유령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코드명.

“인기가 많은 건 맞아. 내가 올 정도였으니까.”

“…….”

“꽤… 고루한 설정이잖아? 한번 붙어보자고. 네가 센지, 내가 센지.”

“유령!”

“왜? 상대를 알아보고 나니 말문이 막혔나?”

“으로 만들어주지.”

“킥, 키킥!”

사사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노노케는 낄낄대며 웃었다.

날아가던 모습 그대로 사라진 후유 길드원들이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틈을 노리는 게 느껴졌다.

할짝.

피부가 저릿해지는 이 긴장감.

모노노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더 이상 말은 필요 없겠지. 그럼, 사사키는 내 거다.”

뜬금없는 말에 사사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윽고 시작되는 전투.

“……어딜 데려온 거냐.”

“궁금해? 키키킥! 궁금하면, 저승에서 물어봐라.”

사사키는 은신과 기습이라는 간단한 방법이 교차되는 전투를 힐끗 보고는.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상대의 기척을 막으며.

“난 회가 참 좋아. …넌, 몇 점이나 나오려나.”

침묵 마법이 걸린 단검.

단검이 교차하며 서로의 공격을 수차례 막아 냈음에도 소음은 없다.

뚝.

누군가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전부인 고요한 전장이 시작되었다.

‘내가 감지를 놓쳤다. …위험해.’

적어도 상대의 수준이 수하들보다 반수는 높았다.

그런 이들이 흔한 건 아닐 터.

빌런과 연이 있는 집단이라면.

하나뿐이었다.

‘하필….’

살인 청부를 업으로 삼는 자들.

직업에 국한하지 않고, 실제로 그것을 돈벌이로 쓰는 집단.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암살단.

“…하라구로.”

“판이 마음에 들더라고.”

모노노케의 공격은 바람과 같았다.

공격이 가볍기는 했지만 매우 빨라, 잠깐의 틈만 보여도 치명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배후가 있다. …모노노케 정도가 장기 말이란 말이냐.’

A급 플레이어, 사사키.

후유의 사사키라 불리며 그 이명을 딴 후유 길드를 창설.

겨울이라는 뜻처럼 냉기를 다루는 능력이 여느 마법사보다 뛰어난 플레이어.

그런 자신과 대척점에 있어 줄곧 언급되고는 하는 모노노케와 살인 청부업자 집단 하라구로의 합은 엄청난 이슈였다.

그런 이들이 시선 끌기라니.

팟!

“생각이 많아.”

수다스러운 말과 함께 팔뚝이 살짝 베인 사사키의 눈이 서늘해진다.

쩌적.

주변의 수분이 얼어붙어 아래로 떨어진다.

일견 아름다워 보이는 모습.

“휘유! 이게 그 유명한 ‘유키노하나’인가?”

휘날리는 눈꽃 사이로 한차례의 바람이 불었다.

하나하나가 다 마력을 머금어 어지간한 수준의 암기와 비슷할 정도의 위력을 지닌 눈송이들이 사방으로 휘날려 날아간다.

돌풍처럼 접근하는 모노노케를 막아서는 사사키의 공격이 돌풍을 가르며 모노노케와 부딪쳤다.

휘몰아치는 광풍.

그 사이로 휘날리는 얼음 조각들.

그 모습은 가히 마법 ‘블리자드’에 비견될 정도의 위력으로 서로의 목을 노렸다.

힐끗!

보관소로 접근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

“이미 예상했겠지만, 넌 여기 묶여 있으면 돼. 뭐, 죽지는 않을 거야. 나도 그 정도 무리를 할 형편은 아니니까.”

“…….”

“나와 붙어 있는 게 나을 거야. 저기 가면… 다음엔 어울려 보지 못할 테니까. 키킥.”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바람 소리와 함께 주변을 맴돌았다.

‘강하다. 놈, 말마따나 나보다 더….’

가면 죽는다.

그런 결론이 곧장 떠오를 정도로.

보관소의 사정은 심각했다.

* * *

“막아!”

막상 보관소로 향해야 할 후유 길드가 발이 묶이자, 상황은 매우 심각하게 돌아갔다.

일방적인 학살.

철벅.

딛는 것만으로도 섬뜩해질 정도의 발소리가 주변을 장악했다.

치이이익.

입에 문 시가의 붉은 점이 빠르게 타들어 간다.

“시시하군.”

툭 내뱉는 말.

덜덜 떨면서도 수하를 독려하며 소리치던 플레이어가 덜컥 멈춰 버렸다.

너무도 유명한 인물.

왜 이곳에 등장한 건지 도무지 가늠이 서지 않을 정도로 활동 영역이 반대에 있는 자.

“……레오나르도!”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일본인을 본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치직!

심지가 타오르는 듯한 소리.

그리고 터져 나오는 굉음.

콰아아앙!

생명 하나를 단숨에 앗아간 불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도, 도망…쳐!”

“사, 사, 살려…….”

“죽기 싫어!”

비명이 난무한다.

레오나르도는 본능적인 그들의 몸짓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이제야 조금 재미있나?”

어린아이가 개미를 짓이겨 죽이듯.

레오나르도는 일일이 도망치는 플레이어의 목숨을 앗아갔다.

“…….”

당장 보관소로 달려갈 것처럼 다급했던 정우의 발길이 얼어붙어 버렸다.

막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흉악한 마력이 주변을 장악하며 뻗어 나오고 있었다.

여태껏 보아온 모든 이들보다 더 강력한 마력.

덜덜.

정우는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수르트다.’

너무도 유명하여 일반인조차 알 정도의 인물.

수많은 플레이어들 위에 군림하는 소수의 존재들.

거대한 벽을 넘어 거대한 존재가 된 이.

S급 플레이어.

‘레오나르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파하-아!

웃음을 터트린 건지 레오나르도의 마력이 일순간 퍼졌다.

마력억제제와는 전혀 다른 마력 운용.

일부러 마력억제제와 같은 물건을 먹어 마력의 가용 범위를 줄이던 경호 인력과는 달리.

레오나르도의 마력은 자유자재로 범위를 넘나들었다.

타앗.

정우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레오나르도의 마력이 자신을 향해 뻗어 왔기 때문이다.

그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닿았……!’

다급히 피한다고 했지만 레오나르도의 마력이 옷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

정우의 눈이 자신을 향하는 레오나르도의 눈과 부딪쳤다.

거리를 넘어 닿는 그 싸늘한 시선에 정우는 구토감을 느꼈다.

죽는다!

고작해야 시선일 뿐이다.

그럼에도 정우는 죽음을 떠올렸다.

이제 새롭게 배워가는 마법도.

마녀의 비기라 불리는 통로도.

어떤 것 하나 상대의 앞에선 무력할 따름이었다.

으득!

새하얘지던 뇌리에 정우는 분노가 치밀었다.

저도 모르게 이를 갈고, 눈에 힘을 준다.

다가갈 수도 없고, 다가오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죽기 싫지만… 절대 죽을 수 없지만!’

인간 같지도 않은 너희에게 주눅 들지 않으리라.

정우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그런 의지로 시선을 피하지 않자.

히죽.

그 먼 거리에서도 보일 정도로 찢어진 입으로, 레오나르도가 웃었다.

‘이런 곳에서… 원석을 발견하다니. 예상 밖의 수확이군!’

자신의 능력 재능 감별을 통해서 본 정우의 능력이 그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어딘지 모르게 애매한 부분이 있었지만 레오나르도는 본인의 스킬에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다.

“재밌는 놈이군. 붐.”

한 인형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네. 보스.”

발작하며 떨어대는 플레이어의 머리를 짓이긴 레오나르도의 손이 화륵, 불탔다.

손에 묻어 있던 뇌수와 체액, 피와 살점 따위가 한순간에 증발한다.

“각인해.”

“네. 보스.”

저벅.

지시를 내린 레오나르도가 마지막까지 정우를 응시한 뒤, 보관소로 향했다.

보관소 안의 수많은 물건 중 하나를 강탈하는 게 목적이었다.

“쯧. 간이 작아. 훔칠 거면 다 훔쳐야지.”

레오나르도의 손가락이 교차하고.

쿠웅!

묵직한 굉음과 함께 보관소의 문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막아야…….”

자신을 응시하던 시선이 사라지자 정우는 제정신을 차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머릿속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막아야 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아니, 아무리 고민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장소였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저 기사로 접했을 사건.

까드득!

‘……분하다.’

손에 힘이 없다는 게 이토록 분할 줄 몰랐다.

아버지를 구한다는 목적.

그것만 완료하면 플레이어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을 정우에게, 작금의 상황은 새로운 동기가 되었다.

강해지고 싶다.

그래서 저놈들을.

“…쓸어버리고 싶다.”

“네겐 무리다.”

“……!”

갑자기 들리는 음성.

정우의 시선이 돌아갔다.

“고작해야 인식 방해에 당하는 수준이라니, 처참할 정도로군.”

물건을 품평하듯 위아래로 움직이는 시선이 굉장히 거북했다.

“영광으로 여겨라. 보스에게 선택받은 것을.”

정우의 턱이 도드라지게 불룩 솟았다.

앙다문 교근이 당장이라도 상대를 씹어 먹을 것처럼 요동쳤다.

영광?

선택?

‘빌런들의 기본사상이 선민사상이라고 하더니….’

얼마 전의 일까지 겹치니 역겹기만 했다.

“맹랑하지만 허무할 정도로 나약해.”

붐은 정우의 상태를 읽었다.

그의 능력, ‘마력 탐지’는 상대의 수준을 읽는 데 적합했다.

제 능력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붐의 능력에서 자유로운 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붐의 눈에 정우는 한없이 허약했다.

고작해야 개미.

천하를 누비는 보스가 눈길을 줄 정도로 대단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나마 눈빛이 쓸 만하지만.

‘언제 키워서 잡아먹으시려고….’

세월이 참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낙인만 찍으면 그만이겠지.’

보스의 발 앞에 엎드리기 전에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보스의 눈은 믿을 수 있지만.

아무리 해도 눈앞의 청년이 보스의 유흥을 달래줄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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