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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급 던전의 찬탈자-10화 (10/293)

10화

-던전 공략

[ 제한시간 04:58 ]

5분의 제한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정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당초 마력의 패턴을 파악하는 건, 감정사나 연금술사 등의 고위 플레이어들이나 가능할 법한 뛰어난 능력이었다.

아무리 플레이어에 대해 아는 게 적은 정우라지만, 마력 패턴을 파악하고 해제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우는 생각을 달리했다.

“할 수 있으니까 퀘스트로 준 거겠지.”

무조건 해낸다, 정우는 그런 마음으로 쇠사슬을 만졌다.

우웅!

“…….”

굳은 표정의 정우는 쇠사슬에 흐르는 마력을 느꼈다.

그리고.

“……음?”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확신이 서질 않는지 손을 뗐던 정우가 다시 한번 쇠사슬을 만졌다.

그리고 느껴지는 마력.

정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했다.

“간단한데?”

* * *

쇠사슬에 흐르는 마력의 패턴은 난해했다.

하지만 난해라는 건 항상 상대적인 것이었다.

초등학생에게 이차방정식은 불가해의 영역이지만, 공학도에겐 덧셈의 수준일 뿐이다.

“덧셈은 아니지만 이차방정식쯤은 되려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풀어지는 쇠사슬을 보며, 정우는 입맛을 다셨다.

예상보다 너무 쉬워서.

그렇게 소악마를 감싸고 있던 모든 쇠사슬이 풀어지고.

-……윽.

“……!”

추락하는 소악마를 받아낸 정우의 눈이 커졌다.

“…너.”

외마디 침음에 불과했지만 들어본 음성.

“처음에 기다렸다고 한 음성이 너였어!”

입장하자마자 들린 음성과 똑같았다.

“이봐.”

정우는 품 안의 소악마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소악마는 침묵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파르르!

“……이런!”

품속에서 경련하는 소악마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

정우는 소악마를 바닥에 조심해 내려놓았다.

‘어떻게 하지?’

유일한 포션도 사용했다.

약이 있기는 하지만, 약의 효능은 일반적인 약국의 약보다 몇 배 뛰어날 뿐이다.

중상을 경상으로 만들어주는 건.

‘오직 포션뿐인데….’

정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뭐가 없을까, 두리번거리던 정우의 눈이 멈췄다.

어느새 반개한 소악마의 시선과 교차하며.

뻐끔.

아주 미약하게 입을 열었지만 정우는 입술이 만들어내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

정우의 손은 소악마의 배에 올라가 있었다.

‘방법은 없어.’

소악마를 살릴 방법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니.

‘시간을 주자.’

그런 생각으로 올린 손에서.

‘마력 부여.’

다시금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과 함께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통증으로 정우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는 마력 부여를 멈추지 않았다.

-…….

하지만 소악마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반개하던 눈조차 감은 채 정우의 마력을 음미하듯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릴 뿐이었다.

“…큭.”

통증에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은 정우를 향해 대답을 한 이는 소악마가 아니었다.

[ 최후의 ???종족이 당신에게 종속되었습니다. ]

[ ???종족의 기억은 소실되는 법이 없습니다. ]

[ ???종족은 ‘힘’에 따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총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

[ 당신의 성장은 ???종족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 성장하십시오. ]

기묘한 멘트였다.

정우는 아찔해진 정신을 붙잡으며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그사이.

소악마의 몸은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녹아 버린 것처럼 형체가 없어지고 남은 건 작고 희미한, 반딧불이 같은 발광체 하나.

그건 곧장 정우에게 스며들었다.

방비하고 거부할 여유도 없이 진행되어, 그것이 정우에게 녹아들었다.

그리고 무언가 생겨났다.

파직, 우우웅!

갑자기 생겨난 스파크와 함께 허공에 저적, 금이 갔다.

그리고 균열을 따라 진동하듯.

“……게이트.”

하나의 작은 입구가 형성됐다.

G급 던전의, 게이트가.

[ 모든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

[ 직업을 부여합니다. ]

[ 등급에 따른 보상을 부여합니다. ]

[ 적립된 보상을 부여합니다. ]

[ 당신의 앞길에 행운이 깃들기를…. ]

그 메시지를 끝으로 게이트에서 인력(引力)이 발생해 정우를 끌어당겼다.

막대한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감각에, 정우는 그 인력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우를 집어삼킨 게이트가 닫히고.

G급 던전엔 고요함이 찾아왔다.

암전과 함께.

* * *

대낮의 사무실은 분주함의 상징이다.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를 만지고 있지만 그들의 시간은 분과 초로 나뉘어 있다.

특히나 협회의 사무실은 전쟁터와 같았다.

“불새 길드 건 어떻게 됐어?”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정리 중입니다.”

“빨리 정리해. 보고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알겠습……. 어?”

“왜 그래?”

“아니… 음. 지금 불새 길드 쪽에서 통신을 보내왔는데….”

“근데? 왜 이렇게 뜸을 들여?”

“사람이 있었답니다.”

“엥? 그게 무슨 말이야?”

“던전을 공략하고 나오려던 찰나, 입구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답니다.”

“…사람? 진짜 사람이야? 인간형 몬스터가 아니고?”

“아뇨. 분명히 사람이랍니다.”

“길드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네.”

“그게 말이 돼? 이미 공략 중인 던전에 어떻게 사람이….”

“…그러게 말입니다.”

“일단은 보고서 작성하고, 그 사람, 직원들에게 말해서 데리고 오라고 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좋아. 잘하고 있군. 일단 무슨 일인지 오면 알게 되겠지.”

“…네. 오는 대로 상담실로 데려가겠습니다.”

“정신을 잃었다면 신원 파악이 안 된 건가?”

“…그건 아닙니다.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맨 마지막에 적혀 있어서 파악이 늦었습니다.”

“그래? 이름이 뭐라는데? 등록된 플레이어인가?”

“…음. 이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부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부하 직원이 띄운 화면을 보았다.

“…한정우? 어디서 들어본……. 한정우?”

“이거, 제가 생각하는 이름이 맞습니까?”

“…어. 맞는 것 같긴 한데. 음. 잠깐. 잠깐만 있어 봐. 비서실에 연락해 볼 테니까.”

부장은 직통 번호로 비서실과 연락했다.

그러고는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불새 길드에 연락해! 한정우 신병을 확보하되, 건드리지 말고 무조건 협회 직원에게 인도하라고.”

“……알겠습니다.”

고위급 자제라도 되는 건가?

부하 직원을 그렇게 생각하며 불새 길드와 통화했고, 부장에게 보고했다.

묘하게 초조한 낯빛으로 보고를 기다리던 부장은 그 말을 듣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비서실의 통화를 떠올리며.

-협회장님께서 직접 가실 겁니다. 불새 길드에 전달 바랍니다.

‘…특수 사례라서 그런가? 협회장님께서… 굉장히 오랜만에 협회를 벗어나시는군.’

거인의 출동.

부장은 묘한 표정으로 한정우라는 이름을 곱씹었다.

* * *

유지석은 간만에 흥분이 되었다.

“…통과, 했다 이거지?”

이중 던전은 그 존재조차 신비에 가까웠다.

던전(Dungeon).

유지석이 생각하기로 그 어떤 던전보다 가장 던전에 어울리는 의미를 지닌 게 이중 던전이라고 생각했다.

탈출하기 어려운….

중세 프랑스에서는 중앙탑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 사람을 가둬두고는 했는데, 때문에 성의 중앙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감옥.

“…그렇지. 그곳은 감옥이야.”

허공을 디디며, 유지석은 그곳을 떠올렸다.

어지간해서는 공략할 수 없는 장소.

쉽게 등장하진 않지만 등장하는 순간 대부분의 인간을 집어삼켜 버리는 장소.

유지석은 G-00을 떠올렸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이중 던전이라.”

묘한 표정으로 허공을 박찼다.

유지석은 한정우의 아버지가 있는 던전을 이중 던전이라고 판단했다.

5년 동안 공략에 실패하면서도 생존해 있다는 게, 이중 던전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협회에서 먼저 잡아야겠지.”

각국의 협회가 던전을 관리하게 되면서 플레이어의 사망률은 급감했다.

교육을 통해 G급 던전의 공략률을 높이고.

주기적인 관리를 통해 던전 브레이크를 줄인다.

전 세계적으로 플레이어의 수는 급증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플레이어조차 레드오션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플레이어 스스로가 붙인 평가이긴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6년 사이에 플레이어의 수익은 상당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F급 플레이어조차 어지간한 대기업 부장의 연봉 이상을 벌어갔지만, 과거 모든 부를 휩쓸던 때와 비교하자면 감소한 게 맞았다.

때문에 이런 이들이 생겨났다.

과거의 영광으로의 회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대의 흐름의 역류.

전선에서 세계의 유치를 위해 싸워 승리한 자들에 대한 응당한 대우.

“…마왕.”

유지석은 한때 동료였지만 이제는 적이 되어 버린 자를 떠올렸다.

이제는 변질되어 버려 지구의 ‘왕정 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집단의 수장인 그자를 떠올리며 유지석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왕, 뇌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두 명의 플레이어들도 그곳을 거쳤다.

“이중 던전. 한정우…. 그 어렸던 아이는 무엇을 얻었나.”

기대되는 한편, 우려되기도 했다.

힘은.

“…변질되지 않으면 좋겠군.”

사람을 변질시키니까.

유지석 역시 가끔, 자신을 향해 속삭이는 악마의 음성을 듣기 때문에.

“속도를 높여야겠군.”

하늘을 유영하듯 유지석의 속력이 빨라졌다.

* * *

불새 길드의 임시 처소.

D급 던전 공략에 성공한 그들은 길드로 복귀하지 못하고 임시처소에 머물렀다.

“…저 사람이 뭔데?”

“몰라. 난 지금 내가 본 것도 믿기지 않는데….”

“아직도? 하긴. 나도 그래. X발. 게이트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을 줄은 누가 알았냐.”

“…야. 그거 아냐?”

“뭘?”

“이 자식은 매번 말을 이렇게 시작하더라.”

“인정.”

“헛소리 그만하고. 궁금해? 안 궁금해?”

“관심 종자 자식. 얼른 말해. 궁금하니까.”

“지금 누가 오고 있는 줄 알아?”

“…질문의 답이 질문인 건 열 받는 거야.”

“분량 잡아먹는다고 욕먹는다?”

“내가?”

“아니. 다른 사람이.”

“…넌 가끔 미친 것 같아.”

“아, X발! 그래서 누가 오는데?”

“바람술사.”

“…응?”

“이놈 미쳤냐?”

“미친 건 너고! 바람술사가 온다고. 협회 직원들이 말하는 걸 내가 들었다니까?”

“……그니까. 저놈들이 얼타고 있는 게 바람술사 때문이라고?”

“그래!”

“야, 말이 되냐. 협회장이 여길 왜 와? 그 사람이 그렇게 한가한 것 같아?”

“몰라. 그것까진 내가 어떻게 알아?”

“에이. 그냥 저들도 갑자기 위에서 높은 분이 온다니까 혹시 협회장님 오시는 거 아니야? 하고 잡담이나 했겠지. 그걸 들은 거 아니냐?”

“아니라니까.”

“그래. 좀 있다가 보면 알겠…….”

“응?”

시큰둥하게 대답하던 남자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말을 멈췄다.

옆의 동료가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왜 그래? 하고 물었지만 남자는 살짝 벌어진 입을 다물 기색이 없다.

그렇다고 설명할 정신도 아니었다.

바람엔, 엄청난 양의 마력이 실려 있었으니까.

우당탕!

예민한 플레이어 몇이 마력의 근원지를 보고는 경악했다.

바람술사, 유지석.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S급 플레이어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인물.

현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이자, 드레이크 슬레이어란 별칭까지 따로 쥔 거물.

뒤늦게 연락을 받았는지 헐레벌떡 뛰어오는 자신들의 팀장이 보였다.

마력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허우적대는 꼴이 가관이었다.

“…나 팀장 꽤 존경했었는데, 오늘부로 탈덕이다.”

“워. 협회장님. 진짜… 멋지네. 봤냐? 하늘에서 내려온 거? 같은 플레이언데 능력이 차원이 달라.”

“같은 플레이어는 개뿔. S급이랑 D급이랑 같냐?”

“그 사람 때문에 온 거겠지?”

“당연하겠지.”

“정체가 뭘까?”

“그걸 알면… 내가 여기 있겠냐?”

“여기가 어딘데? 불새 길드? 이 새끼. 배신자로세?”

“미친놈. 전략실 말하는 거야. 멍청아!”

불새 길드의 길드원이 그렇게 화제를 옮겨가고 있을 때.

“잠시, 들어가겠네.”

인기척을 낸 유지석이 한정우가 있는 임시 처소의 천막을 손으로 밀어냈다.

유지석의 눈이 위아래로 살짝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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