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G급 던전의 찬탈자-7화 (7/293)

7화

-마력

“…마력을 사용했어야 하는 거였구나.”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제야 관문의 순서가 이해가 되었다.

“마력을 습득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게 3관문의 목적이었어.”

정우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1관문은 마력의 습득.

2관문은 신체 능력의 테스트 겸 활성화.

3관문은 마력과 신체 능력을 합쳐서 헤쳐나가야 하는 관문임이 틀림이 없었다.

“그걸 육체적인 능력으로 밀어붙였으니…….”

어이가 없었다.

허탈한 웃음을 흘리던 정우가 고심했다.

“결국, 마력을 다뤄야 하겠어.”

3관문의 클리어는 우격다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얻은 상처가 많았고, 당장 움직이기 버거울 정도의 상처도 있었다.

훤히 드러나 있는 4관문을 공략하려면 마력을 다루는 건 필수 조건이었다.

“입장과 동시에 클리어가 되었다는 건, 나는 이미 마력을 체득하고 있다는 소리야.”

말이 되지 않는다.

일반인은 마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일반인인 것이다.

플레이어와 일반인의 차이는 마력으로 시작해서 마력으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했다.

정우는 일반인이었다.

마력이라고는 느껴본 적이 없는, 이제야 갓 튜토리얼에 진입한 일반인.

“……익숙함.”

하지만 정우는 기억했다.

이진수의 손에서 발현된 마력에서 느꼈던 익숙함을.

정우는 앉은 자세로 손을 뻗었다.

웅웅, 단번에 맺히는 마력.

“…이게, 마력.”

정우는 손안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에 놀라워했다.

마치 잊고 있던 버릇이 새삼스레 떠오르는 것처럼.

“익숙하다….”

[ 스탯 ‘마력’을 활성화하였습니다. ]

[ 스킬 ‘마력 감지’를 습득하였습니다. ]

[ 스킬 ‘잔존 마력’을 습득하였습니다. ]

[ 스킬 ‘매직 미사일’을 습득하였습니다. ]

“……!”

정우의 눈이 커졌다.

마력 스탯이 활성화되는 순간, 세 가지 스킬이 뒤따랐다.

메시지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 관문을 클리어하였습니다. ]

[ 등급은 SS ]

[ 보너스를 적립합니다. ]

뒤늦게 산정이 끝났다.

“SS…….”

역대 최고 등급.

정우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더불어.

[ 보상을 지급합니다. ]

[ 스킬(무작위)가 지급됩니다. ]

기대감에 메시지를 주시하자.

[ 스킬 ‘염동’을 얻었습니다. ]

“…염동!”

정우가 보상을 보고는 환호했다.

S급 플레이어 ‘초능력자’의 주능력이 바로 염동이었다.

정우가 생각하기로는.

“대박…이야.”

잿팟이 터졌다.

* * *

고민하던 정우는 유일한 회복 포션을 마셨다.

간질거림이 온몸을 타고 돌았다.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을 느끼며 정우는 보상을 확인했다.

[ 마력 감지 ]

등급 : D

마력에 예민해진다.

[ 잔존 마력 ]

등급 : S

마력이 잔존한다.

[ 매직 미사일 ]

등급 : F

기초 마법 중 하나.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날린다.

두 개의 패시브와 한 개의 액티브.

정우는 이를 보며 생각했다.

“내 직업은 마법사구나.”

G급 던전은 해당 인원에게 가장 적합한 재능으로 직업을 산정한다.

마법 계열.

몸 쓰는 게 익숙한 사람에게 마법이라니.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네.”

그렇게 중얼거린 정우가 다시 한번 스킬을 보았다.

“심지어 S급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놀랄 노 자였다.

SS급도 모자라 처음 얻은 스킬이 S등급이었다.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였다.

마력이 잔존한다는 무성의한 설명의 스킬 등급이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이것도 대박이야!”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이 무색하게.

마력 : 4

스탯은 처참할 정도로 낮았다.

“이런 스탯으로 마법 계열이라니.”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마력 스탯이 활성화되며 같이 드러난 신체 능력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했다.

근력 : 21

민첩 : 24

체력 : 22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의 차이였다.

오히려 근접 계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스탯.

게다가 수치도 이제 막 각성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 염동 ]

등급 : F

사고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에 반해 염동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스킬이었다.

시험해본 결과 아직은 근처에 있는 배낭을 자신에게 끌고 오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성장시키면 다르겠지.”

초능력자가 무너지는 건물을 염동력으로 일으켜 세운 건 유명한 일화였다.

“확실히… 이걸 먼저 배웠으면 더 수월했겠어.”

정우는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다.

이 또한 염동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사고를 바탕으로 목표가 조준되고 발사와 속도, 각도 따위가 조절된다.

몇 번의 시전 끝에 정우는 매직 미사일의 활용법을 파악했다.

염동이야 3관문의 클리어 보상이었으니 논외로 친다고 해도, 매직 미사일 하나만으로도 3관문의 난이도가 몇 배는 하락했을 터였다.

뒤늦게 아쉬움이 밀려들었지만, 덕분에 SS급을 받은 것 같아 포기했다.

“다시 도전할 수도, 그럴 이유도 없고….”

정우는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욱신거리던 부위가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아직은 격한 움직임은 무리였다.

협회에서 준비해준 포션은 매우 뛰어난 효능을 지닌 건 아니었지만, 정우가 입은 상처를 회복시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매직 미사일을 많이 사용했는데도 마력이 남은 느낌인데?”

마력이라는 건 사람마다 달랐다.

효율, 회복력 등.

단순히 수치화되지 않은 여러 수치들이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었다.

신체 능력은 수치에 따라 사람마다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똑같았다면.

마력만큼은 모두가 달랐다.

같은 1의 마력도, 어느 누군가는 1을 0.1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0.3으로밖에 나눌 수 없었다.

효율의 문제.

이는 꽤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게 바로 회복력이었다.

신체의 상처나 피로는 포션이나 치유력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마력만큼은 달랐다.

특별한 약재를 섭취하거나.

보통은 자연적인 회복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마력회복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는, 남들보다 지속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는 실제로 마력을 사용해 봐야 아는 문제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회복력 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정우는 자신의 효율이 익히 알려져 있는 플레이어의 그것보다 뛰어나다고 느꼈다.

이제 갓 각성한 플레이어.

즉 F급 1레벨 플레이어의 경우, 평균적인 마력 수치가 10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그것의 반도 채 되지 않았다.

“협회에서 들었던 것보다 더 여유가 있어. 효율이 훨씬 좋다는 거겠지.”

그것에 정우는 안도했다.

효율성과 회복력은, 일종의 재능이었다.

여러 아티팩트나 아이템으로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치중하면 다른 능력을 등한시하는 게 되어 버린다.

때문에 선택을 해야 했다.

효율과 회복력이 좋다는 건, 아티팩트의 분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좋아.”

만족스러웠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탯과는 달리, 체력이나 마력은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저 심장 어름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고 마력이 고갈 직전이라고 판단할 따름.

나중에야 스스로의 마력을 대충 알게 되어 적절한 분할이 가능해지지만, 초기에는 마력탈수증상으로 쓰러지는 이들도 왕왕 발생했다.

정우는 아직도 여유가 있는 마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고.

“이 정도면 괜찮겠어.”

상처가 수복되고 마력이 회복되었다고 느낄 무렵.

정우는 배낭을 메고 4관문 앞에 섰다.

[ 도전하시겠습니까? ]

긴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그래.”

* * *

정우가 4관문을 앞에 두고 있을 때.

그때가 바로 김 중사를 비롯한 8인의 인원이 G급 던전을 공략한 순간이었다.

“…일단 보고부터.”

“밖의 기자는 어떻게 할까요?”

“차부터 안쪽으로 보내. 다 태워서 이동한다. 인터뷰는…….”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그래.”

박 주임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능숙하게 지시를 내렸다.

‘분명히 입장했다. 하지만 김 중사는 입장하지 않았다고 그랬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정우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입장하고 1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기까지 했다고 일괄적으로 진술했다.

‘죽음을 숨긴 건지. 아니면 정말로 입장이 안 된 건지….’

혼란스럽지만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부아앙!

그렇게 김 중사를 비롯한 신입 플레이어를 태운 차가 협회로 떠났다.

남은 기자가 화를 냈지만, 그녀로서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터덜터덜 협회로 이동해 취재할 뿐.

“이대로 숙소에서 대기하고, 저희 협회의 진행에 따라주시면 됩니다.”

박 주임의 말에 신입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 주임은 곧장 비서실로 향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협회장님께 보고드릴 게 있어요.”

“약속은…….”

비서가 규정에 따라 질문하려고 할 때, 집무실에서 음성이 들렸다.

“들어오게.”

박 주임은 그 말에 의복을 점검하고는 노크했다.

문을 열자 단출한 집무실 내부가 보였다.

수많은 책이 꽂힌 책장.

벽걸이 TV.

그리고 큼지막한 태블릿이 모니터처럼 놓인 책상.

꽤 많은 양의 서류.

박 주임은 종이로 된 서류를 보며 쓴웃음을 참았다.

“박 주임. 무슨 일인가?”

뻔한 소파조차 없었다.

극도로 효율을 중요시하는 협회장은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내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G급 던전 공략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박 주임은 차분히 보고서를 읊듯 말했다.

모든 보고를 다 들었을 때야 협회장은 서류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음?’

박 주임은 수년을 본 협회장의 눈빛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한순간뿐이었지만.

“입장은 했는데, 같이 입장한 사람들은 한정우란 사람이 던전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고?”

“맞습니다.”

협회장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잠깐 생각하던 협회장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거구만.”

“그거…라니요? 협회장님께서는 아는 게 있으십니까?”

“그런 게 있네. 일단은 걱정하지 말고 있게.”

박 주임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이름이 묘하게 익숙하군.”

“아! G-00의 대상자가 부친입니다.”

“……아!”

박 주임의 첨언에 협회장은 묘한 탄성을 내뱉었다.

G-00.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공략되지 않고 있는 G급 던전이며, 세계 유일의 사례를 가진 던전.

-제발! 저희 아빠 좀 구해주세요! 아저씨! 아저씨가 여기서 가장 높은 분 맞죠? 제발… 제발 좀 구해주세요!

소년의 간절한 음성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미안하다고 그랬지. 방법을 찾겠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협회장은 소년 시절의 한정우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 눈을 읽은 건지.

아니면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못 구해요? 그럼…… 제가 구할 거예요. 아빠는!

당돌하기까지 하던 꼬마였다.

‘이제는 청년인가.’

모든 플레이어들의 존경을 받던 협회장이었다.

협회장 유지석.

혼란의 시대를 거쳐 영웅의 반열에 오른, 위대한 인물.

그런 유지석은 간만에 도발적인 눈빛을 보았다.

그 의지가 얼마나 대단해 보였는지, 유지석은 소년에게 꼭 자신을 찾아오라고 명함까지 건넸었다.

미징후 던전 피해 보상으로 얻게 되는 던전 입장권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곁에서 단련이라도 시켜주고 싶었다.

마음이 기특해서.

의지가 가상해서.

“…하지만 찾아오지 않았지.”

“네?”

“아니. 아니네. 그 건은 일단 보류해두도록 하게.”

알 수 없는 협회장의 말에 박 주임은 의문을 감추며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박 주임이 나간 뒤.

유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강남 논현동.

크게는 A 섹터로 분류되는 이곳의 커다란 건물은 플레이어의 노력으로 빚어낸 승리의 산물이었다.

“또 나타났군. …이중 던전.”

이중 던전.

심층 던전이라고도 불리는 그것은 ‘재능’이 있는 사람만을 각성시키는 비밀장소였다.

“그곳에서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거물이 되었다. 한정우. 기억 속의 당돌하고도 멋진 꼬마. 자네는… 어떤 거물이 되어 나올 텐가.”

자신이 겪었던 이중 던전을 떠올린 유지석이 고개를 돌렸다.

G-00.

그곳이 있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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