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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65화 (165/182)

165화

“오. 어서들 오게.”

이미 올 것을 알고 서성이던 양태식이 그들을 격하게 반겼다.

“안녕하십니까. 초야에 묻혀 지내다 이제 막 세상으로 걸음을 디딘 무인 한상진이라고 합니다.”

“허허. 반갑네. 초라하지만 제닉스를 이끌고 있는 양태식이라고 하네. 다들 서있지 말고 앉게.”

착석을 하자 양태식이 태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

“전화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태정의 대답에 이번엔 그가 한상진을 보며 물었다.

“어려운 결정 해 주어서 정말 고맙네. 우리 지역대장과 이미 얘기가 끝났다곤 하지만, 혹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을 해 보게.”

“그럼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그래. 말을 해 봐. 내 들어줄 수 있는 일이면 뭐든 다 들어주겠네.”

“형님과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형님… 이라니? 누구 형님을 말하는 건가. 우리 길드에 자네의 형님이 들어와 있나?”

“여기 계시는 유태정 형님을 말하는 겁니다.”

“응?”

영문을 모르겠다는 양태식의 표정에 태정이 대답했다.

“의형제를 맺었습니다.”

“아. 그랬구만, 그랬어. 그거야 별 어려운 일이 아니지. 부대장 정도면 되겠나?”

“부대장까진 필요 없고 따로 직함을 하나 파고 싶습니다.”

“직함을? 어떤……?”

“청룡대주.”

“어?”

순간 양태식이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도 하지 못한 얼굴.

태정이 재빨리 수습했다.

“이 친구 클래스가 무인이지 않습니까. 해서 무협 소설을 많이 읽었답니다. 그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랬구만. 청룡대주라… 어쩐지 강력크해 보이구만. 아. 강력크란 말은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일세. 하하하.”

양태식이 그리 말하자 한상진이 전혀 몰랐다는 듯 장단을 맞췄다.

“그렇습니까? 길드장님은 멋있크해 보이십니다. 하하하.”

“자네도 잘생크해 보이는구만. 하하하.”

둘의 모습을 직관하고 있는 태정은 역시 이것도 꿈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바보들의 행진이라니.

태정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양태식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지역대에 청룡대주의 직함을 하나 파 놓음세. 한데, 왜 하필 청룡인가?”

“무인은 처음 각성 시 4대 신수를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청룡을 선택했지요.”

“아. 그런 것이 또 있었군. 아무튼 고맙네, 우리 길드에 와 주어서.”

“다 여기 계신 주… 아니, 형님 덕분이죠.”

“그래그래. 자, 그럼 면담은 이쯤하고 가입을 하러 가세.”

밖에는 인사참모가 대기하고 있었다.

레벨이 레벨인 만큼 참모급이 직접 에스코트를 하겠단 뜻이었다.

그렇게 입단 홀로 향한 태정은 그들이 나오길 기다리며 휴대폰을 켰다.

그러자 박세아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특? 특급으로 올게 뭐가 있나?”

내용을 오픈하자 전문이 드러났다.

[최다솜 부대장 건으로 금사자에서 연락이 왔음.]

“다솜이? 다솜이가 왜…….”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막 박세아에게 전화를 해 보려던 태정은 가입을 마치고 나온 한상진 등을 보며 도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가입은 끝났습니까?”

“모두 완료되었네. 오늘부로 여기 한상진… 아니, 청룡대주는 제닉스의 정식 길드원이 되었네.”

인사참모의 말에 태정이 한상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축하한다.”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래. 이제 길드원이 되었으니, 기본적으로 알아야 될 것들이 있을 거야. 주거 문제도 해결을 해야 하고. 인사참모님, 제가 지금 지역대에 일이 있어 가 봐야 하는데,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걱정 말고 어서 가 보게.”

“나중에 보자.”

한상진과 헤어져 바로 차를 타고 지역대로 복귀한 태정은 박세아를 불러 자초지종을 전해 들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다솜이한테 직접 연락이 온 게 아니라 어떤 남자가 연락이 왔다는 거지?”

“네. 처음에 금사자 얘기를 꺼내다 만 걸 보면, 그쪽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 어쩐지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어요.”

“너, 저번 금사자 회담 때 회담장에 있었지?”

“네. 수기 때문에 같이 들어갔잖아요.”

“최철호 목소리 기억해?”

“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아니었어요. 훨씬 젊은 목소리였어요. 그리고 퉁명스럽긴 했지만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것이, 그때 본 간부들하고는 분위기가 완전 달랐어요.”

“누구지? 번호는?”

“암호화돼서 없는 번호로 떠요.”

“일단 알았어.”

찜찜한 마음으로 집무실로 들어온 태정은 바로 최다솜에게 전화를 걸어 봤다.

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동 메시지로 넘어가는 전화.

몇 번 더 해 보던 그가 의자를 뒤로 젖혀 기댔다.

금사자에 직접 연락을 해 볼까도 생각을 했지만, 알려 줄 가능성도 없거니와 괜히 약점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다.

벌인 일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정보대에 부탁을 할 수도 없는 일.

금사자의 첩보대가 훨씬 위에 있기 때문에, 단번에 눈치를 챌 확률이 높았다.

‘직접 가 볼까.’

태정은 최다솜의 숙소를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에겐 클로킹과 더불어 희대의 사기 스킬인 초전자 플렉시온이란 육체 소형화 기술이 있었다.

둘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들키지 않고 잠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역시도 생각에 그쳐야 했다.

겨우 신원 불명의 연락 한 통으로 움직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다,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 * *

최철호의 개인 별장.

금사자 길드 내 최고의 명당인 11구역에 자리한 이곳은 그의 거대한 별장이 있는 부지였다.

평소 비워져 있던 별장은 현재 철통같은 방비를 자랑했는데, 이유는 이곳에 2공대 부대장이 감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별장 앞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저는 부대장님의 직속 부관입니다.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이곳은 아무도 출입을 시키지 말라는 길드장님의 엄명이 떨어졌다. 이만 돌아가라.”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어떻게 다른 분도 아니고 공대장님께서 이러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다시 한번 말한다. 부대장은 아무 탈 없이 잘 있으니, 돌아가라. 네가 여기서 이러면 이럴수록 다솜이만 더 곤란해질 뿐이야.”

“이…….”

공대장의 협박에 사내가 주먹을 불끈 말아 쥐었다.

생각 같아선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상대는 공대장과 그 이하 정예들.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대체 왜 부대장님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단 말입니까. 8년을 길드를 위해 희생한… 이게 다 그놈 때문이야. 그놈만 아니었어도…….’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그가 몸을 휙 돌려 별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이내 차를 돌려 길드 밖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지역대엔 한상진이 와 있었다.

“여기 이 사람은 앞으로 지역대의…….”

한상진을 소개하던 태정이 차마 말을 못 하겠다는 듯 인사참모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 역시 고개를 저으며 한상진을 바라봤다.

자연스레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앞으로 청룡대를 맡게 될 한상진입니다. 호칭은 청룡대주로 불러 주셨으면 좋겠군요.”

그의 소개에 박수를 치려고 대기하고 있던 지역대 인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청룡대는 뭐고 청룡대주는 또 뭘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였다.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자 민망해진 인사참모가 재빨리 말을 수습했다.

“자네들은 처음 듣겠지만 길드장님 명으로 지역대엔 청룡대라는 단체가 새로 생겼네. 그곳의 책임자니 그의 말을 잘 따라 주게나. 서열은 지역대장의 바로 밑이니 실수하는 일 없도록 하고.”

그 말에 그제야 사람들이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잘 오셨습니다! 대주님!”

“지역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소개가 끝나고 간단한 자리 배정이 있었다.

원래는 부대장실이 그의 자리였지만, 한사코 거절한 그는 비서실을 택했다.

어쩌다 보니 박세아와 나란히 앉게 된 그.

“잘 부탁드리겠소. 난 청룡대주 한상진이오.”

“아. 안녕하세요. 비서실 박세아입니다.”

“지역대엔 미인이 많다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오. 하하하.”

“…….”

그렇게 모든 이들과 인사를 마친 한상진은 태정과 집무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제가 해야 될 일은 무엇입니까.”

“인사참모님께 전해 들은 거 없나?”

“없습니다.”

“청룡대는 왜 만든 건데?”

“그건 제가 청룡대주를 맡고 싶기 때문이죠.”

“그럼 그냥 자유롭게 지내. 어차피 지금 지역대에 딱히 일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너도 성장이 더 중요할 테니.”

“그럴 순 없습니다. 명령을 하달해 주십시오.”

“명령할 거리가 있어야 하지. 집은 봤어? 마음에 드나?”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더군요. 저와는 분위기가 맞지 않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거 하난 좋더군요.”

“뭐?”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온다는 겁니다.”

“각성하기 전에 그런 데서 살아 봤을 거 아냐. 원룸 주택, 뭐… 아파트 기타 등등.”

“물론이죠. 하지만 저는 지금 무인이 아닙니까. 그때의 기억은 잊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네가 지금 몇 살이라고 했지.”

“스물일곱입니다.”

“각성을 한 지는?”

“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렇군. 23년을 일반인으로 살고 4년이면 잊어버린 지 오래가 되는 건가 보군. 뭐 그래. 너도 너만의 세계가 있을 테니까. 아무튼 박세아와 잘 지내봐. 착한 아이니까, 구박하지 말고.”

“존명.”

“그런 말은 좀 안 하면 안 되냐.”

그들이 말도 안 되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박세아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경비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경비대? 거기서 왜?”

“어떤 남자가 대장님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남자? 밖에선 날 찾을 사람이 없는데.”

“나오지 않으면 죽… 아니, 큰일 내겠다고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쫓아 보내라 할까요?”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한상진이 대답했다.

“거기가 어디요. 내 당장 찾아가 요절을 내 버릴 테니.”

“겨, 경비대요.”

“갑시다. 그런 고약한 놈들은 매가 약인 법. 다시는 그 주둥이에서 허튼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막아야겠소.”

갑자기 급발진을 하는 한상진을 태정이 말렸다.

“길드 내 폭력은 금물이야. 일반인이면 어쩌려고.”

“모든 인간은 평등한 법입니다. 잘못을 하면 일반인이든 각성자든 똑같이 벌을 받아야죠.”

한상진이 그리 말하자 프리지아와 천신병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고놈 참 똑 부러지는 놈일세.

[저런 놈의 몸에 들어갔어야 하는 건데.]

‘조용히 해라.’

그들에게 주의를 준 태정이 박세아를 향해 말했다.

“어디 경비대야?”

“북문이요.”

“가 보자.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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