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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60화 (160/182)

160화

대지로부터 커다란 빛의 틈이 생겨났다.

동시에 솟아오르기 시작한 거대한 무언가.

사내는 그것을 건물로 생각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끝없이 올라오는 정체불명의 구조물.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떠 있던 그가 자리를 비켜 줘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떨어져서 본 구조물의 실체는 실로 경악스러웠다.

“이, 이게 뭐냐?”

사내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떠졌다.

자신이 보고 있는 거대한 것의 실체.

그것은 어떠한 건물이나 구조물 따위가 아니었다.

“로, 로봇? 이게 무슨…….”

사내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만화영화에서나 볼 법한 로봇이 어떻게 이곳에서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그것도 이런 비현실적인 크기는 꿈에서도 생각해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좌우로 있는 초대형종인 드라이어드가 마치 애완동물처럼 보일 정도.

하지만 진짜 놀랄 만한 일은 이후에 벌어졌다.

그 말도 안 되는 로봇의 얼굴에 빛이 들어오더니, 고개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로봇은 어느새 자신의 가슴팍 즈음에 떠 있는 기계 인간을 바라봤다.

바로 태정이었다.

“자신 있냐? 한 마리가 아닌데.”

[말했을 텐데, 이런 놈들은 떼로 와도 내 상대가 안 된다고.]

“그럼 어디 네 능력을 보여 봐라.”

[이런 피라미를 상대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가 약속을 지켰기에 나 또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니.]

“알았으니까, 잡아 봐… 참!”

[또 뭐냐.]

“그 50만짜리 캐논은 웬만하면 쓰지 마라, 나까지 휩쓸릴 수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을.]

체고 80미터의 거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이곳에 처음부터 있던 사내였다.

“우, 움직인다. 미친.”

그의 신형이 쏜살같이 옆으로 비켜났다.

그리고 보이는 한 쌍의 드라이어드.

놈들 역시 초대형종이라 덩치에서는 꿀리지 않는 놈들인데, 카이저의 앞에 서니 조금 큰 강아지 수준에 불과했다.

놈들이 자세를 낮추며 포효했다.

크아아아악!

접근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신호.

그 모습이 마치 구석에 몰린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카이저는 꿋꿋이 한 발을 내딛을 뿐이었다.

그러자 한 놈의 아가리에서 극한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 천장에 구멍을 뚫어 버린 슈퍼 브레스.

“저거. 야! 방…….”

방심하지 말라고 경고를 주려던 태정은 이내 그 입을 쏙 다물 수밖에 없었다.

허리를 숙인 천신병의 손이 번개처럼 날아가 주둥이를 틀어막은 것이다.

끼익-! 끼익! 끽!

놈이 카이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악력이 얼마나 센지, 닭처럼 퍼덕이는 놈의 발광에도 주둥이를 잡은 손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한 놈이 눈치를 살피다 우측 틈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퍽!

꾸엑!?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다른 한 손에 목덜미가 잡혀 버린 드라이어드.

숙였던 카이저의 허리가 일자로 곧게 펴졌다.

그러자 양손에 들린 드라이어드 한 쌍이 미친 듯이 퍼덕거리기 시작했다.

푸드덕! 퍼덕!

끼이익-! 끽? 끼익!

“체급이 깡패인가. 저렇게 보니 아무것도 아니네…….”

구경을 하고 있던 태정이 혀를 내두르며 뱉은 말이었다.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드라이어드가 카이저 앞에서는 순한 양, 아니 일개 닭에 불과했다.

살려고 필사적으로 푸드덕거리는 놈들의 모습을 보라.

저게 어디 한 던전의 보스라 부를 수 있을 만한 비주얼인가.

곧 솥에 삶아질 닭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더 어이없는 일은 이후에 일어났다.

카이저가 놈들을 사정없이 패대기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쾅!

꾸엑!

쾅!

쿠에에엑!

대지가 들썩이며, 떨어 울릴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바닥으로 처박히는 놈들의 신형.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방어력에선 발군인 드라이어드가 쉽사리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놈들을 다시 잡아챈 카이저가 또 한 번 있는 힘껏 바닥을 향해 내리쳤다.

쾅!

끼이익-!

쾅!

쿠에엑!

모든 건 상대적이라 했던가.

실로 잔인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시무시해 보이던 괴물이, 지금은 불쌍한 미물이 되어 있었다.

어디 저게 전투라 할 수 있겠는가.

일방적인 폭력, 아니 학대였다.

하지만 카이저의 잔인함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패대기쳐진 드라이어드의 대가리에 카이저의 오른발이 정확히 내다 꽂혔다.

퍼억! 쾅!

소위 말하는 싸커 킥이었다.

나머지 한 놈 역시 그의 거대한 발리킥(?)을 피할 수가 없었다.

쾅!

이게 정녕 무언가를 쳐서 나올 수 있는 소리란 말인가.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이었다.

그렇게 축 늘어진 놈들을 향해 다가간 그가 다리를 기역 자로 만들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의문은 금세 풀렸다.

쾅! 쾅! 쾅! 쾅!

카이저의 무식한 발이 놈들의 가녀린(?) 몸을 사정없이 밟기 시작했다.

반죽이 되어 가고 있는 레드 5급의 최종 보스 드라이어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내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말이 되냐?”

4급의 보스도 한 방에 보낸 자신의 최종 스킬에도 멀쩡했던 드라이어드였다.

한데, 이리도 무력하게 무너질 줄이야.

아무리 체급이 깡패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상황이었다.

기술이나 스킬 따위를 쓰지도 않고 그저 힘으로 찍어 누르다니.

저런 전투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일이었다.

몸집은 작아도 방어력만은 발군인 놈이건만.

새삼 놈들을 패고 있는 로봇에 대해 경외심이 드는 사내였다.

그것은 다른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 뭐 다른 의미로 대단하네. 세긴 세다, 저놈.”

그렇게 얼마나 밟아 댔을까.

어느 순간 박, 아니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드라이어드의 머리통이 짜부가 됐다.

[드라이어드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05억을 획득합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드라이어드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05억을 획득합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재래식 업그레이드 포인트 50을 획득합니다.]

[드라이어드의 심장석을 획득합니다.]

알림음과 함께 카이저의 발길질이 멈췄다.

그리고 드러난 처참한 광경.

머리통이 빈대떡처럼 납작해진 두 마리의 드라이어드가 땅에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로드킬을 당한 불쌍한 짐승들을 보는 것 같았다.

태정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야. 네가 센 건 이제 알겠는데. 굳이 이렇게 죽여야 했냐.”

[또 뭐가 문제지?]

“문제는 아닌데. 방금 좀… 불쌍하더라, 얘들.”

[얘들? 하여간 이놈의 인간들 감성은.]

“그냥 해 본 소리다. 내가 모르겠냐. 저놈이 무시무시한 괴물이란 거. 그냥 농담 같은 거지. 근데 너 정도면 한 방에 처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번잡하게 할 필요가 있었냐는 거지. 보니까 가지고 노는 수준도 안 되는 것 같던데.”

[그건 네 잘못이다.]

“내 잘못이라니?”

[네가 무기를 구해 주지 않았으니, 사용할 수 있는 게 당연히 몸밖에 없지.]

“그럼 넌 기본 무기도 없는 건가.”

[없다.]

“그래? 그런 건 어디서 구할 수 있지?”

[그걸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네 일이니까.]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너 임시방편으로 그거라도 해 보는 게 어떻겠냐.”

[그거?]

“태권도 같은 거. 그 덩치에 배우면 충분히 쓸 데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이미 데이터에 다 들어와 있다.]

“오. 그럼 이건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 540도 발차기도 가능하냐?”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그의 정신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답을 듣지 못한 채, 카이저를 회수한 태정은 인벤토리를 확인하려다 이내 건너편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내를 바라봤다.

귀신이라도 본 것인지 넋이 나가 있는 남자.

“저걸 어떡한다?”

급해서 구하긴 했지만 자신의 비밀 병기를 본 인물이었다.

적어도 이것만큼은 쉽게 오픈을 하기 싫었는데, 벌써 보게 된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귀찮게 됐네. 딱 봐도 거대 길드에서 나온 것 같은데.”

혼자서 5급 레드를 뛸 정도면 무조건 톱 텐이었다.

그 말은 자신의 전력이 그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일단 어디서 나온 사람인지 물어봐야겠다.”

태정이 사내를 향해 날아가자 그 역시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렇게 3미터 남짓의 거리를 두고 허공에서 마주한 태정이 말을 물으려는데, 사내가 조금 더 빨랐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 별말씀을. 그런데 어디에서 나온 누구십니까?”

태정이 그렇게 묻자 사내가 갑자기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전 700레벨 무인 한상진이라고 합니다. 소속된 길드는 없습니다.”

“아. 길드가 없…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무인이라 했습니까?”

“예. 클래스가 무인입니다.”

“어쩐지. 좀 이상하다 했습니다. 히든이셨군요.”

무인.

세계에 몇 없다는 히든 클래스였다.

태정이 알기로 공식적으론 한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은인께서도 히든이십니까?”

“뭐 보시는 대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엄청난 괴물, 아니 로봇… 부하입니까?”

“예. 뭐 부하 개념이긴 한데.”

아무 의미 없이 뱉은 태정의 말에 카이저가 대노했다.

[내가 왜 네 부하란 말이냐. 정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도움은 없다. 당장 정정해라, 당장!]

카이저의 말에 태정이 의식으로 대답했다.

‘그냥 한 말 가지고 유난 좀 떨지 마라. 덩치는 아파트만 해서 속은 개집이 따로 없네.’

[뭐, 뭐라고!? 이게 싸울 것도 아닌 걸 기껏 나와 싸워 줬더니.]

‘이따 얘기하자. 지금은 정신력이 간당간당해서 의식으로 말하는 것도 버겁다.’

대충 일단락시킨 태정이 다시 사내를 향해 물었다.

“한데, 길드는 왜 없으십니까?”

“원래는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하다 보니 딱히 없어도 문제가 없는 듯해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길드도 없이 700이라. 게이트가 없어서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밑으로 내려온 지 꽤 됐습니다. 위쪽은 주인들이 다 있어서 방비도 심하고. 여기는 그런 게 없더군요.”

“하긴, 여긴 미수복지니…….”

“혹시 은인께 실례가 안 된다면 근처에 저희 집이 있는데 대접을 해도 되겠습니까? 누추하지만 보관해 놓은 술과 안주가 조금 있습니다.”

“갑자기요?”

“제가 이곳에 내려와 사람을 못 본 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제 은인이시기도 하니, 드릴 건 마땅치 않고 술이라도 한잔…….”

한상진의 제안에 태정은 순간 수락을 할 뻔했다.

서진과 한설아 외, 직접 본 히든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궁금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이를 무턱대고 따라갈 순 없는 일.

고민을 하던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길드 없으시다고 했죠?”

“예. 아직은 뭐…….”

“그럼 저희 집에서 한잔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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