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58화 (158/182)

158화

이후에도 태정은 몇 차례나 몬스터 무리의 습격을 받아야 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괴수들.

정말 징글징글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그는 그때마다 돌파하며 꾸역꾸역 전진해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그의 시야에 거대한 절벽이 포착됐다.

협곡의 길을 막아선 정체불명의 기암괴벽.

그곳에 가까워지자 뒤에서 죽어라 마법을 쏘던 놈들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뭐야? 다시 돌아가잖아?”

초입부터 시작해 끈질기게 쫓아오던 수천 마리의 몬스터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그에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그 모습에 한숨 돌린 태정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저기 핵 한 방 떨구면 전부 몰살인데. 하필 제약이 걸려 있어 가지고.”

순항 핵미사일의 최대 단점.

게이트 안에서는 사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가면 풀 수 있다곤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가 봐야 아는 일.

지금으로선 이 제약이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 절벽 어딘가에 동굴이 있을 거라 했지. 제라드.”

-11시 방향, 해발 170m 부근입니다.

“좋아.”

고도를 170미터로 맞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료에 나온 대로라면 이곳이 바로 드라이어드의 비동.

여기서부턴 난이도가 확 올라가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를 해야 했다.

특히 마지막 방에 잠들어 있는 드라이어드의 석실은 900 이하의 헌터들은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박세아가 가지고 온 자료에 의하면 800대 후반의 7개 파티가 들어갔다가 대부분 전멸을 해 나왔을 정도라고 하니, 수가 얼마든 900 밑으로는 의미가 없었다.

그만큼 강력한 놈이 잠들어 있단 뜻이었다.

“그럼 출발하기 전에… 스킬 데이터.”

[인센디어리 디바이스] [소이탄]

봉인된 속도 [550km/h]

로켓탄: 열화 소이탄

최대 고도: [1,500m]

범위: 1Km

파괴력 - 78,500

추가 파괴력 6,000-60,000

1회 최대 발사 수 1발.

쿨타임 12시간.

소비 마나 55,000

[플라즈마 컨트롤] [근접 무기류]

근접 무기류에 대한 플라즈마 에너지 방출.

활성화 시 자동 적용.

방출 거리 [30M]

파괴력 - 무기의 2/1

소비 마나 1천.

“소이탄 이거 로켓이었네. 그럼 기체에 사용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근데 파괴력이, 아니 그보다 이 범위 뭐야?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태정의 물음에 제라드가 무기에 대해 설명했다.

-소이탄은 일정 지역에 고속으로 화염 발화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의 폭탄을 말합니다.

“그건 다른 것도 똑같은 거 아냐?”

-맞습니다. 하지만 소이탄의 경우 그 범위가 매우 넓으며 온도 또한 일반 폭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게다가 한번 인화가 되면 자동 연소가 되기 전엔 진화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말은 끌 수가 없다는 건가.”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특정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휩쓸리면 죽을 때까지 화염은 꺼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현재 오픈된 소이탄의 경우 본래의 백린이나 황린 등이 아닌 열화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걸 진화하려면 더 강력한 화력으로 발화점을 날려 버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주인님이 가지신 무기 중엔 전술핵무기 정도가 유일합니다.

“그 정도라고? 사실상 진화가 불가능 하다는 소린데… 한번 붙으면 꺼지지 않는 불이라. 그럼 무적 아니야? 뒈질 때까지 탄다는 말이잖아.”

-그렇진 않습니다. 실드나 방어력, 주변 환경 요소에 따라 효과는 모두 다르게 적용됩니다.

“그렇기야 하겠지. 근데 7만 8천이면 당장 천룡의 2배 수준인데. 적어도 여기 있는 놈들은 통구이네.”

블레이드에도 토막이 나는 놈들이 천룡을 버틸 리가 없었다.

물론 물리 데미지와 폭발형 데미지를 동급으로 칠 순 없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두 무기의 공격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2배면 말할 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범위가 무려 1km.

족히 수천 마리를 황천으로 인도할 만한 엄청난 무기였다.

“생각보다 훨씬 대박인데? 돌아갈 때 한 방 먹이고 가야겠어. 그건 그렇고 이 플라즈마 컨트롤은 뭐야? 플라즈마 방출이면 플라즈마를 쏠 수 있다는 건가? 레이저처럼?”

-비슷한 원리입니다. 스킬을 활성화시켜 보십시오.

“지금?”

제라드의 말에 태정이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블레이드 손잡이에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엄지 손톱만 한 버튼 하나가 생겨났다.

“이거 누르면 되나?”

-누르신 상태로 힘껏 휘둘러 보십시오.

“힘껏?”

태정은 주변을 훑어보다 적당한 공간이 보이자 그곳을 향해 검을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1.5미터 남짓 되는 반월형의 플라즈마가 검을 통해 방출됐다.

그것은 그대로 벽을 강타했다.

쾅!

한차례 굉음이 일며 동굴 내벽에 반월형 크레이터가 형성됐다.

그 모습에 태정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오. 이거 뭔 무협 만화에서 나오는 그 뭐냐… 검강, 검강이네.”

검에 내기를 실어 쏘아 보내는 초절정 고수들의 절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 기술이 이렇게 재현되니 신기한 태정이었다.

“검강이 실제로 존재하면 이런 모습이겠지. 이거 괜찮은데? 어디 연속으로도 되나…….”

태정은 버튼을 누르고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 봤다.

샤아악-!

쾅! 콰쾅! 쾅!

휘두르는 족족 나가는 반월형의 플라즈마.

왠지 무림 고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다. 좋아. 사거리도 30미터면 훌륭하고.”

흡족한 미소로 테스트를 마친 그는 검을 갈무리하며 반투명한 스킬 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근데 아까 업그레이드 상점은 왜 안 보이냐 이거.”

그가 얻은 스킬은 총 3개였다.

방금 2개를 봤으니, 남은 건 하나.

업그레이드 상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상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제라드의 음성이 들려왔다.

-상점은 귀속으로 ‘업그레이드 오픈 마켓’이란 시동어를 외치셔야 합니다.

“업그레이드 오픈 마켓?”

태정이 말을 하자마자 스킬 창이 사라지고, 또 다른 창이 떠올랐다.

[재래식 무기 업그레이드 상점]

총기 [+]

중화기 [+]

폭탄 [+]

로켓 미사일 [+]

포인트: 6

창은 심플했다.

본능적으로 터치를 해야 함을 느낀 태정이 두 번째 카테고리에 손을 댔다.

천룡 [normal]+0

천무 [normal]+0

아이언 스피어 [normal]+0

로켓 런처 [normal]+0

“이렇게 뜨는구나. 어디 천룡을 한번 볼까.”

태정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천룡을 터치했다.

[천룡-1] lv.1 [다연장 로켓]

봉인된 속도 [500km/h] -> [530km/h]

구경: 130mm 에너지 로켓탄

사정거리: [3km] -> [3.5km]

살상 범위: 100m -> [120m]

기본 파괴력 28,000-34,000 -> 36,000

소비 마나 1만 -> [9,800]

필요 포인트: 110

5up당 버전 업.

천룡 → 태룡 → 천상비(최종)

업그레이드 포인트: 9

“음. 여기 나온 대로라면 5업당 무기가 바뀌는 건가? 맞아?”

-맞습니다.

“일단 능력치가 제법 오르는 것 같긴 한데. 햐, 근데 그렇게 잡아 족쳤는데 포인트를 9밖에 못 모았냐. 이거 뭐 1업도 안 되잖아?”

-현재 포인트 9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스킬은 미니 발칸이 있습니다.

“그게 다야? 내가 알기로 그거보다 더 낮은 베레토도 있을 거고, ka-2, 화염방사기, 그 외에도 몇 개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업그레이드는 스킬에만 적용이 됩니다. 인벤토리에 들어와 있는 무기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 근데 여기 순항 핵미사일은 없는 것 같은데. 이건 카테고리가 다른가.”

-핵미사일은 따로 업그레이드를 하실 수 없습니다. 그 자체로 이미 완전체입니다.

“음. 일단 이걸 하려면 사냥을 오지게 해야겠구만. 일단 스킵.”

모든 스킬을 확인한 태정은 컴컴한 동굴 속을 바라봤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싸움.

그의 신형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굴은 지금까지 봤던 곳들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동굴.

그렇게 얼마나 들어갔을까?

그의 시야에 처음 보는 괴수의 모습이 포착됐다.

거리가 있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중형급의 몬스터인 듯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괴수의 실체가 드러났다.

“바룬스인가.”

비동을 지키는 소형 골렘.

소형이라 해도 3미터가 넘는 체구를 가진 나름 중형급의 몬스터였다.

자료에 의하면 이놈이 동굴에선 가장 약한 놈.

지체 없이 그가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러자 반월형의 플라즈마가 놈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무식한 스톤 골렘답게 놈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쾅!

한차례 소음과 함께 걸어오던 골렘의 몸통에 초승달 모양의 크레이터가 형성 됐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닌지 계속해서 전진해 오는 골렘.

그런 놈을 향해 그의 블레이드가 수차례 허공을 갈랐다.

샤아악-!

쾅! 콰쾅! 쾅!

[바룬스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6,500만을 획득합니다.]

“그렇게까지 강하진 않네.”

빠르게 놈을 해치운 태정은 계속 전진해 나갔다.

동굴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규모가 상당해 보였다.

들어가면 갈수록 커지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어느덧 좌우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어져 있었다.

꽤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초입에서 봤던 바룬스 외의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좀 이상한데? 분명 엄청 많다고 했었는데.”

박세아가 말하길 비동의 첫 번째 벽이 바로 바룬스 떼라고 했다.

지금쯤이면 수백 마리가 나와도 나왔어야 될 상황.

그가 의문에 젖어 있는데, 시야에 처음 보는 형태의 몬스터가 포착됐다.

흑색 갑옷을 두르고 있는 사람의 형상을 한 몬스터.

신장은 약 4미터 남짓에, 한 손엔 상체를 다 가릴 방패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엔 흑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다.

“블랙 나이트? 벌써?”

태정은 놈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했다.

자료에 나와 있는 드라이어드의 가디언 중 하나.

바로 블랙 나이트였다.

이놈은 비동의 최종 문지기로 가장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준보스급의 몬스터였다.

그런 놈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드라이어드의 석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문제는 들어온 거리상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굴의 길이는 대략 13km.

경계를 하며 천천히 들어왔기에 체감 상, 반의반도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제라드, 우리가 지금 얼마나 들어왔지?”

-2km입니다.

“그럼 아직 발만 내민 건데, 이놈이 왜 여기서 나와? 아직까진 바룬스 영역일 텐데. 잠깐 그러고 보니…….”

블랙 나이트를 살피던 태정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놈의 모습이 사진에서 본 것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찢어져 손상된 갑옷과 얼굴을 가린 투구가 반이나 사라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방패에는 금이 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이 보였다.

“저거, 왜 저렇게 걸레가 됐냐?”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넝마가 된 블랙 나이트가 무서운 속도로 쇄도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