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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43화 (143/182)

143화

남부 기지의 총책인 왕무영을 처치한 태정은 당당히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들어선 기지 내부의 풍경은 그야말로 참혹 그 자체였다.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체와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푹푹 패인 수십 개의 크레이터.

건물 또한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이놈은 진짜… 거의 핵무기급이구나.”

b6-1의 화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태정이었다.

즐비해 있는 시신들이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명분이 있었다곤 하나, 참상은 참상.

무거운 마음을 안은 채 그는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발견한 한 무더기의 헌터.

그들은 태정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덤벼들었다.

그런 이들을 향해 태정이 이레이저를 쏘아 보냈다.

핑! 피잉! 피-잉!

“으악!”

“악!”

레이저는 정확히 그들의 다리와 팔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대로 엎어져 땅을 기고 있는 사람들.

이미 수뇌가 무너지고 본대가 박살이 난 지금 더 이상의 살생은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몇 번 더 무리와 마주친 태정은 그들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뒤 북벽 앞에 섰다.

“F 구역. 여기구나.”

태정은 한국인 헌터들이 수감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F 구역을 가장 먼저 찾았다.

리나가 마지막으로 이감되기 전 여기서 한국인 헌터들을 보았다고 했으니, 살아 있다면 지금도 이곳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어디든 별 의미야 있겠냐마는, 몇 분이라도 먼저 소식을 전해 주고 싶었다.

휙-!

파팟!

쿵!

그의 블레이드가 순식간에 막힌 입구를 뚫어 냈다.

입구를 뚫자마자 보인 것은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헌터 둘이었다.

“누, 누구?”

“봉신방인가.”

“그, 그렇습니다만…….”

통역기를 타고 나온 말인지도 모른 채 반사적으로 대답을 한 이들.

태정의 이레이저 건이 빛을 뿜어냈다.

핑-! 피핑!

“으악!”

“악! 이 무슨 짓……!”

태정은 쓰러진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감옥으로 보이는 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과 다르게 텅텅 비어 있는 감옥들.

순간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설마, 다 죽은…….’

막 그가 5개의 감옥을 지나 벽 앞에 붙은 마지막 감옥으로 향했다.

그러자 창살을 붙들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안쪽에 있던 사내들 역시 그를 발견하곤 비슷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처음 보는 기계 장비에 얼굴은 헬멧 따위에 의해 가려져 알 수가 없는 상황.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핑!

잠금장치가 부서지며 감옥의 문이 열렸다.

동시에 그의 입으로부터 익숙한 언어가 흘러나왔다.

“위너스 길드원들입니까?”

“아! 한국분이세요?”

여섯 사내가 거의 동시에 일어서며 소리쳤다.

“예.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아아. 흐으윽.”

통역기를 거치지 않은 오리지널 한국 발음이었다.

주저앉은 사내들이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태정의 몸을 부여잡고 꺼이꺼이 울어 댔다.

지난 지옥 같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온 그들은 한동안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태정을 붙들고 있던 사내가 그제야 감정을 추스른 듯 그를 향해 물었다.

“봉신방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정리됐습니다.”

“아아. 흐윽. 이 악마 같은 놈들이 결국은 심판을… 한데, 저희 길드는 아니신 것 같은데 어느 길드의 분이신지…….”

“일단 다른 곳도 손이 필요하니 얘기는 차차…….”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지금 믿기지가 않아서… 알겠습니다.”

감옥을 나서는 길.

입구에서 태정이 조져 놓은 간수 둘이 발견됐다.

아직도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을 기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본 위너스 헌터들의 눈에 분노가 휘몰아쳤다.

“이 개새끼……!”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사내 하나가 간수의 검을 뺏더니, 그대로 가슴팍에 쑤셔 박았다.

푸슉!

“끄어…….”

“뭐가 끄억이냐,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 죽어! 갈가리 찢겨져 죽어! 이 X새끼야!”

푹! 푹! 푹!

울분을 토하며 그의 검이 간수의 몸을 사정없이 휘저었다.

다른 한 놈 역시도 그 화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앞서 걷고 있던 태정은 그런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그들이 겪었을 일을 생각하면 자신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흐윽. 죄송합니다. 이놈들 때문에 저희 동료들이 전부… 크흑. 도저히 그냥은…….”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어디 그 일들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저라도 그리했을 겁니다.”

그렇게 간수 둘을 걸레로 만든 그들은 처음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한동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태정의 말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초토화가 되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어, 엄청나군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입됐기에…….”

“우리나라에서만 온 게 아닌가 봐.”

“완전히 끝장났어…….”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태정이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좀 찝찝하겠지만 일단 쓸 만한 게 있으면 무장을 하고 계십시오. 분명… 이 근처에 장비 창고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군요. 될 수 있으면 피아 식별을 해야 하니, 봉신방의 표식이 없는 장비를 차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을 때, 태정은 구역을 돌며 감옥 문을 전부 오픈 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인원은 고작 500명 남짓이었다.

사냥을 나간 이들을 포함시킨다 해도 천 명 안팎.

대니얼과 리나가 예상한 2~3천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다.

그들의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는지 충분히 알 수가 있는 부분이었다.

마찬가지로 태정은 이들 모두를 무장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잔인한 학살극이 자행됐다.

태정이 송환해 넘기려 했던 전투 불능의 봉신방 헌터들은 사람들의 분노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국적불문 동료를 잃은 수많은 이들이 원한을 갚겠다며 그들의 목에 칼을 박아 넣었다.

그중 계급이 좀 있다 싶은 놈들은 따로 분류해 살려 뒀다.

이 짓이 어디서부터 오게 됐는지는 알아봐야 하니까.

그렇게 내부가 모두 정리되자, 헌터들이 모여 멀찍이 떨어져 있던 태정을 향해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경황이 없어 아까는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벨기에 팀장 베인입니다.”

“포르투칼 기지의 임시 대장을 맡고 있는 루이스입니다.”

“인천 위너스 길드의 서정민입니다.”

각 나라의 대표가 나와 태정을 향해 다시 한번 고맙단 인사를 전했다.

그러던 중 캐나다의 허스만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여쭤보려고 했었는데, 다른 분들은 다 어디 계신 겁니까? 한 분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예? 그게 무슨…….”

“이곳엔 저 혼자 왔습니다.”

“…….”

태정의 말에 웅성임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혼자 왔다니?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한국식 유머일까?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그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같은 한국인인 서정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가 나서 태정을 향해 다시 물었다.

“저… 혼자 오셨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 혼자 왔습니다. 이곳에 저 의외의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그, 그럼 혼자서 여길…….”

태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좌중이 한순간에 술렁였다.

“마, 말도…….”

“혼자서 이…….”

“이 남부 기지를 단신으로……?”

사람들은 황당한 얼굴을 하며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모든 게 초토화되어 버린 기지.

남아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게다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 시신은 또 어떻고?

이걸 혼자서 했다는 건 그들의 상식선에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입이 근질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도나도 말을 물으려는데, 그중 서정민이 가장 빨랐다.

“혹시, 한산도에서 나오셨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화랑에서?”

“아닙니다. 전 그냥 개인입니다.”

“아…….”

서정민의 입이 자동적으로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 일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이는 국내에 그리 많지 않았다.

랭커 중에서도 최소 100위권 안에는 들어야 될까 말까 할 정도.

그런 인물은 톱 텐에 든 길드 외에, 보유를 하고 있는 곳이 없었다.

여기서도 하위에 랭크 된 길드는 길드장급이 직접 나와야 되는 수준이니, 결국 움직였다면 상위 다섯 개 길드 중 하나란 소린데.

개인이라고 하니 벙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길드도 없는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그런 그들을 향해 태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뭐 중요합니까. 일이 잘 풀렸으니 그걸로 된 거죠.”

그의 말에 아직도 벙쪄 있는 헌터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태정의 말대로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나가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배부터 점거하고 다음을 생각해 보죠.”

“예.”

제라드를 통해 아직 배가 정박해 있음을 보고받은 태정은 사람들을 이끌고 밖을 나섰다.

그러자 입구를 통해 들어서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안가에 남아 있던 예비대였다.

그들은 태정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분노에 활활 타오른 다국적 연합의 헌터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튀어나가 모조리 도륙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병력이 빠진 배를 점거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배에 있는 좋은 장비들로 다시 무장을 재정비한 헌터들은 태정을 필두로 한데 모였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사냥터가 몇 군데입니까.”

“저희끼리 말을 돌려봤는데 총 다섯 곳인 것 같습니다.”

“다섯 곳이라. 여기서 어느 정도 거리입니까.”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일반 걸음으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속 스킬을 사용하면 최대 20분이면 끊을 수 있습니다.”

“길은요?”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몇 번을 죽다 살아온 곳인데요. 한데, 기다리지 않고 직접 가려고 하십니까.”

“일반 걸음으로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통신이 닿는 거리니, 아마 그쪽으로도 연락이 갔을 겁니다. 버티고 오지 않으면 결국은 가야 하니, 그럴 바엔 가서 구해 오는 게 효율적이겠죠.”

“그럼 저희도 가겠습니다.”

“위험… 하지 않겠습니까.”

“전혀요. 저희가 이곳에 잡혀 왔던 건, 왕무영을 비롯한 그의 친위대에게 당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S급 헌터들 때문이었죠. 장비도 되찾았고 나머지는 저희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총 다섯 군데니 현재 병력을 5개로 쪼개, 1개 부대는 주둔을 하고 나머지 넷은 사람들을 구출하는 겁니다.”

“하나가 주둔하고 넷이면 한 곳이 남지 않습니까.”

“그 한 곳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다들 통신 채널 하나로 맞추고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굳이 태정에게 혼자서도 괜찮냐는 말을 묻지 않았다.

단신으로 기지 병력 수천을 쓸어버린 괴물 같은 사내.

그런 의미 없는 말은 시간조차 아까웠다.

제법 자세히 그려진 약도를 받아든 태정이 기지에 남기로 한 서정민을 향해 말했다.

“추살대의 장비를 차고 있는 사람들이 올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외국인이니 쉽게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중국인 여자 한 명도 끼어 있습니다. 적으로 오인해서 전투가 벌어지면 곤란하니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그들도 이곳에 잡혀 있던 사람들입니다.”

“이곳에서 탈출을 한 사람들이라면 저희가 얼굴을 모를 리 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럼- 다들 무사히 이곳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태정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동시에 굉장한 스피드로 쏘아진 그가 금세 점이 되어 사라졌다.

“비행 스킬이 아니라 진짜 비행기 같군. 하늘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속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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