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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26화 (126/182)

126화

우우웅-!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문이 없어 보이진 않았지만, 느낌상 올라가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상단 디스플레이에 B-T 522라는 숫자가 뜨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음. 아까 거기랑 뭐가 다른가?”

걸어 나온 태정이 주변을 살피며 중얼거린 말이었다.

일단 그는 연결된 다리를 통해 건너편 굴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기 전, 상당한 깊이일 것이라 생각했던 굴은 생각보다 금세 막혀 버렸다.

단단히 막혀 있는 강철의 문.

가운데 홈이 있고 좌측에 버튼과 레버 따위가 있는 것을 보면 내부로 향하는 문이 분명했다.

“어디 보자. 이걸 누르면 되려나?”

태정은 굳이 묻지 않고 이것저것 눌러 봤다.

그러자 어느 순간 작은 디스플레이에 전원이 들어오며 웃는 형태의 홀로그램과 함께 웰컴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동시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 측으로 들어가며 내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통로는 led를 도배해 놓은 것처럼 매우 밝았다.

그럼에도 눈이 적응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통로를 걸어 들어가자 로비로 보이는 제법 큰 공간이 나왔다.

식물도 보이고 데스크로 보이는 작은 가구도 보인다.

신기한 듯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돌연 후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동시에 광선 검을 소환한 태정이 펄쩍 뛰며 뒤를 돌아봤다.

놀란 것이 무색하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물건이었다.

아니, 그것은 새하얀 원반 형태의 마치 접시같이 생긴 물체였다.

“뭐냐.”

태정의 말에 둥둥 떠 있던 원반이 한차례 빛을 내더니, 이내 그곳으로부터 익숙한 언어가 흘러나왔다.

-한국인이십니까.

“어? 어. 그런데, 넌 뭐냐.”

-저는 B-T 522 구역의 안내 로봇 에티입니다.

“안내 로봇? 에티?”

-처음 뵙는 분이신데, 이곳엔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나? 난 뭐 그냥… 구경이나 좀 해 볼까 해서. 근데 여기 사람이 있긴 있냐. 나 혼자 아냐?”

-이곳은 총 아홉 명의 엔지니어들이 이용을 하고 있습니다.

에티의 말에 태정이 제라드를 호출했다.

“여기 나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설정이 그리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곳에 인간은 주인님 외,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

제라드에게서 설명을 들은 태정은 다시 에티를 향해 물었다.

“좋아, 에티. 이곳은 뭐 하는 곳이야? 숙소야?”

-그렇습니다. B-T 522는 골드 클래스의 등급으로 총 11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중 9개는 이미 주인이 있으며, 나머지 2개의 방이 공실입니다.

“엔지니어면 기술자일 텐데, 뭘 만드는 사람들이지?”

-저에게 그런 대답을 할 권한까진 없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대답에 태정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너 제라드 2세냐?”

-제라드 2세?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됐다. 방 좀 구경할 수 있지?”

-공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에티의 안내를 따라 내부에 있는 또 다른 통로로 들어간 태정은 입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통짜 벽 형태의 문짝 11개를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첫 번째 벽에 에티가 서자, 문이 좌우로 열리며 그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골드 클래스를 등급으로 쾌적한 환경의…….

“됐고, 넌 가 봐. 조용히 보고 싶으니까.”

-알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부르십시오.

에티가 사라지고 태정은 방 내부를 살펴봤다.

골드 클래스라 하여 뭔가 대단한 객실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구성은 간단했다.

침대 하나에 책상 하나, 거기에 소파와 용도를 알 수 없는 디스플레이 등 거의 현대의 원룸과 다를 것이 없었다.

“별거 없네.”

방을 나와 복도에 선 태정은 통로 입구를 한번 슬쩍 쳐다본 뒤, 다른 객실의 문 앞에 섰다.

엔지니어들이 이용하는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기술자면 무슨 단서가 될 만한 걸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근데 이거 어떻게 여는 거냐.”

문밖을 아무리 살펴봐도 버튼이나 조작할 만한 콘솔이 없었다.

그 흔한 열쇠 구멍도 없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벽과 같이 생긴 문이었다.

결국 그는 로비로 나와 에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도 좀 보고 싶은데, 가능해?”

-나머지 공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건 볼 필요 없을 것 같고. 사람들이 쓰고 있는 방을 좀 보고 싶은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해당 객실은 해당 엔지니어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 사람들 어차피 여기 없어.”

-이곳엔 총 아홉 명의 엔지니어가 이용을 하고 있습니다.

“없다니까?”

-죄송하지만 이곳은 골드 클래스 등급의…….

같은 대답만 반복하는 놈을 보며 한숨을 짓던 태정은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즈왕-!

광선 검을 겨눈 그가 에티를 향해 경고했다.

“나 좀 바쁜 몸이거든. 대충 하자. 그냥 잠깐만 보고 나올게.”

-플라즈마 프로토 타입 구형 광선 검. 확인 완료. 설마 지금 그걸로 저를 파괴하실 생각이십니까.

“잘 아네.”

-민간 구역 내에서의 무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셋 센다. 하나, 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의외로 놈은 쉽게 굴복했다.

아무래도 중요 시설이 아니다 보니 프로그램이 그리 복잡하게 되어 있지는 않은 듯 보였다.

그렇게 해서 오픈된 아홉 개의 문.

내부로 들어간 태정은 몇 가지 옷과 책상에 놓인 여러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오. 이거 무슨 엔진 같은데? 뭐라고 적혀 있냐. 번역해 봐.”

-이온엔진에 대한 것 같습니다.

“이온엔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하긴 지금 세상의 엔진도 잘 모르는데, 600년 후의 엔진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제라드를 통해 번역된 자료를 토대로 추정했을 때, 이곳의 엔지니어들은 로켓엔진의 전반적인 일을 관리 감독 하는 꽤 높은 직책에 있는 듯 보였다.

물론 이것은 추정이었다.

사실 로켓이란 말도 존재하진 않았지만, 발사체라는 것을 대충 가늠해 때려 맞춘 것이었다.

“일단 여기는 아닌 것 같아, 바실리스크의 ‘바’자도 안 나오는 걸 보면.”

기대감 없이 들어온 것이기에, 그는 쿨하게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제라드, 여기 버튼에 있는 영어하고 문자 전부 번역해 봐. 이거 하나하나 다 돌아다니려면 죽기 전엔 못 나가겠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태정의 주문에 제라드가 좌측 1열부터 우측 하단 252열까지 전부 번역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 중요한 곳으로 추정되는 몇 곳이 그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중앙 제어 통제실]

[종합 무기 관리 시설]

[방위군 통합 군사 창고]

[우주 연합국 관리소]

[기술 개발국]

“일단 의심할 만한 곳은 이 5곳인데. 어디부터 가 볼까.”

명칭만 봐도 5곳 다 중요해 보이는 곳이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그의 검지가 종합 무기 관리 시설을 눌렀다.

아무래도 이쪽이 좀 더 가깝지 않을까.

그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하강을 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띵!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기계음과 함께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사방이 막힌 통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이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제법 등급이 있어 보이는 B-T 522만 해도 난간 하나 없는 뻥 뚫린 빈약한 다리였는데.

이곳은 건너편과 완벽하게 일체가 된 듯 마치 터널을 뚫어 놓은 느낌이었다.

“여긴 진짜 뭔가 있을 거 같다.”

기대감에 부푼 그가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중간쯤이나 갔을까.

삐익-!

[경고! 관리자 외, 출입을 금합니다. 출입을 원하시면 등급 카드를 소지하십시오.]

난데없이 들린 경고음에 걸음을 멈춘 태정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음을 내비쳤다.

“이걸 괜히 설치해 놨을 리가 없지. 카드라는 게 있어야 되는 모양인데. 제라드.”

-예, 주인님.

“보통 이런 곳엔 지키고 있는 경비가 있을 거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근데 여긴 나밖에 없잖아? 그냥 지나가도 되는 거 아냐?”

-그건 제 생각을 물으신 겁니까, 아니면 답을 원하시는 겁니까.

“어차피 답은 권한 운운하며 말 안 해 줄 거잖아. 네 생각이라도 말해 봐.”

-그렇다면 그냥 지나가도 별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근거는?”

-그냥 제 생각입니다.

“하긴 인간보다 똑똑한 네가 어련히 계산했을까.”

제라드의 조언을 얻은 태정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한 번 들려오는 경고음.

[경고! 관리자 외, 출입을 금합니다. 출입을 원하시면 등급 카드를 소지하십시오. 경고! 경고!]

걸으면 걸을수록 다급해지는 경고음.

괜히 태정의 마음도 조급해졌다.

그렇게 다시 절반쯤이나 왔을까.

스르륵!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의 코앞으로 거대한 차단벽이 내려왔다.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진 태정이 순간 욕을 내뱉었다.

“x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잠시.

그가 제라드를 향해 소리쳤다.

“야! 이게 뭐야!?”

그의 물음에 제라드는 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너무 놀라서 이 상황이 어이가 없을 뿐.

까딱하면 벽에 깔려 짜부라질 뻔한 상황이었다.

겨우 진정을 시킨 태정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제라드, 넌 진짜 나쁜 놈이다.”

-왜 그러십니까?

“넌 이게 튀어나올 걸 알고 있었잖아. 근데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제라드에겐 말할 권한이 없을 뿐,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이랍시고 내놓은 것이 전진.

그 말은 곧 그냥 뒈지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제라드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태연히 말을 내뱉었다.

-물론 저는 이곳에 대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드릴 수 없는 바, 따로 제 의견을 물으시기에 거기에 대한 답변을 해 드린 것뿐입니다.

정말이지 황당한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그냥 모른다고 할 것이지. 몇 발짝만 더 갔으면 그대로 깔릴 뻔했네.”

놀란 가슴을 떨쳐 낸 태정은 바로 코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차단벽을 바라봤다.

한눈에 봐도 단단해 보이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콘크리트 벽 재질은 아니었다.

“2600년대의 보안은 상상 초월이구나. 멋도 모르고 왔다간 그냥 반죽이 되는 거네. 그만큼 이곳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한다. 이거 파괴하면 또 돌발 상황 생기는 거 아냐?”

태정의 중얼거림에 제라드가 대답했다.

-이곳을 통해 내실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장애물은 차단벽 하나입니다.

“또 속으라고?”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사실입니다.

지금 제라드의 말은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 확실할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은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방금 전의 일로 그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상태였다.

“영 불안한데.”

말을 중얼거리던 태정은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해 클로킹을 전개했다.

동시에 그의 양손에 스피어 블레이드가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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