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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24화 (124/182)

124화

휘이잉-!

매서운 바람이 칼처럼 휘몰아치는 남극대륙의 상공.

의문의 참상을 목도하고 다시 비행길에 오른 태정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단서를 찾기에 이 남극이란 대륙은 거대해도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찾는다 해도 문제였다.

과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괜히 휘말렸다가 경을 치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조심해야 했다.

저런 일이 자신에게도 닥치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까.

참견은 금물이었다.

‘그래. 지금은 오지랖을 부릴 때가 아니야. 내 코가 석 자인데. 나중에 돌아가면 연락이나 해 주지, 뭐.’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그는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이미 조사를 하고 왔지만, 남극의 대륙은 평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새하얀 산들과 거대한 빙벽.

육지로 이동을 했다면 난감해 보이는 곳들이 꽤나 많이 보이고 있었다.

특히 수직 빙벽 같은 경우는 고도 제한이 있어 그도 돌아가야 했다.

지면으로부터 고도가 측정되기 때문인데, 최대 상승 고도가 150m밖에 되지 않는 그에게 밟을 곳이 없는 빙벽은 말 그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나마 b6-1을 띄워 놔 어지간한 곳은 피해 갈 수 있었다.

처음엔 이것을 타고 가 볼까도 생각을 했던 태정이었다.

속도면에서 훨씬 빠를 테니까.

문제는 미니멀 형태의 무인 소형기라 애초에 탈 자리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주 없진 않았다.

기체 위에 올라타도 타는 건 타는 거니까.

하지만 이 수는 그리 좋은 수가 아니었다.

몸을 기체 위에 고정시킬 수 있다면 모를까.

일체형에 가까운 블라스터만 해도 바람을 잘못 타면 균형이 잡히지 않는데, 그 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기체 위에 올라가 장시간 비행을 한다는 건 많은 심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매분 매초가 긴장의 연속.

휴식이나 잠은 꿈도 꿀 수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 한번 떨어질 때마다 재정비를 해야 하니, 그럴 바엔 조금 느리더라도 속 편하게 블라스터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뭔가 좀 아쉽긴 해. 수중 기체도 있고 지상 기체도 있는데 비행 기체는 없단 말이야. 이것도 나중에 가면 나오려나?”

태정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돌아오는 말은 나중이었고, 그것이 언제인지는 절대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행은 오랫동안 계속됐다.

이미 시간으로 치면 저녁이 한참 늦었지만 백야 현상으로 인해 남극은 아직도 늦은 오후의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꼬르륵.

“또야?”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뱃속에서 밥을 달라 아우성이었다.

아직도 길은 한참 남았기에, 그는 배를 채우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비행을 중단하고 지상으로 내려간 그는 한적한 곳에 기체를 소환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

비행을 하며 간단히 아침을 먹으려 했던 그는 얼굴이 뜯어져 나가는 고통을 경험해야 했다.

그냥 있어도 추운데 맞바람이 더해지니, 그것은 거의 살인 병기와도 같았다.

해서 점심부턴 기체를 이용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인벤토리를 열어 보온 상자를 꺼낸 태정은 박세아가 정성스레 준비해 준 음식을 꺼내 맛있게 먹었다.

“역시, 박세아. 음식 솜씨는 거의 요신이다, 요신. 어떻게 이런 맛이 나냐.”

연신 감탄을 하며 이것저것를 집어먹던 그는 후식으로 커피까지 먹으며 잠깐의 느긋한 휴식을 가졌다.

그렇게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데, 제라드로부터 보고 하나가 들어왔다.

-주인님, 전방에 몬스터입니다.

“몬스터? 거리가 얼마나 돼?”

-약 50미터 거리 바로 앞입니다.

“50미터? 코앞이잖아. 그걸 왜 지금 말해.”

-땅속입니다. 방금 막…….

“어. 보인다. 대가리 올라왔네.”

남은 커피를 원샷 한 태정은 내부를 정리하고 기체를 비활성화 상태로 돌렸다.

동시에 태극 1호로 갈아탄 그가 두더지처럼 대가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새하얀 몬스터를 바라봤다.

아이스 울로프.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 털로 무장된 사족 보행의 괴수였다.

라마를 닮은 것이 특징이며 체고 3미터에 주의할 것으론 기습이 있었다.

남극대륙에선 비교적 흔한 몬스터.

태정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배불리 밥도 먹었겠다. 어디 이놈들 레벨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한번 볼까.”

본격적인 사냥에 앞서 몸풀기로는 제격인 놈들이었다.

바로 광선검을 소환한 태정은 부스터에 출력을 넣은 뒤 놈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들어갔다.

레드 존에서 약체로 평가되는 만큼, 탐색은 필요가 없었다.

중심지까진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위 필드인 그라운드 제로까지 다녀온 몸이 아니던가.

게다가 필드는 원래 게이트 던전에 비해 한 단계 끗발이 낮은 것이 사실이었다.

남극임을 감안한다 해도 최근 다녀온 요정의 숲과 고만고만할 것이다.

자신감 있게 들어간 그의 검이 올라온 놈의 대가리를 그대로 양단했다.

서걱-!

[아이스 울라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00만을 획득합니다.]

등장과 동시에 두 쪽이 나며 축 늘어진 아이스 울라프.

레드 존의 몬스터인 게 무색할 정도로 불쌍한 최후였다.

“뭐야? 이렇게 쉽다고? 이거 생각보다 더 별거 아니잖아?”

손에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대가리가 약점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도 쉽게 쪼개질 줄이야.

게다가 은근 경험치도 짭짤했다.

전투력 측정(?)을 끝내고 검을 갈무리하려는데, 인기척과 함께 제라드의 경고가 들려왔다.

-사방에서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제라드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미 태정의 눈은 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눈이 움푹 파이며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아이스 울라프들.

대충 봐도 오십 마리는 되어 보였다.

원을 그리며 둘러쳐진 울라프의 장벽.

완전히 포위가 된 상황이었지만, 그의 표정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얼굴.

“그렇지 않아도 한 마리로는 양에 안 찼는데, 어디 다 덤벼 봐라. 이 몸이 한 수 가르쳐 줄 테니.”

절대자로 빙의한 태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의 전투는 일방적인 대학살이었다.

블라스터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난전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부스터만을 이용해 놈들을 토막 치고 있는 태정의 모습은 장비만 다를 뿐 검사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이것이 다 요정의 숲에서 얻은 근접전에 대한 경험 덕분이었다.

얼마나 많은 요정을 베고 또 벴던가.

물론, 아직도 제약은 있었다.

기동을 부스터로 하기 때문에 세심한 컨트롤이나 돌발 상황엔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속도로 커버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아차 싶으면 그냥 냅다 때려 밟으면 되는 일이니까.

[아이스 울라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00만을 획득합니다.]

[아이스 울라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00만을 획득합니다.]

울라프를 하나둘 베어 넘기던 태정은 어느 순간 보지 못했던 몬스터들이 하늘을 떠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것도 몬스터야?”

서걱-!

울라프 하나를 세로로 쪼갠 태정이 제라드를 향해 물은 말이었다.

-비슷합니다.

“비슷하다니? 그게 무슨 대답이냐.”

서걱-!

또다시 한 마리를 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제라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건 독수리입니다.

“독수리?”

-몬스터와 독수리가 교배를 해서 나온 변종 독수리입니다. 그리 위험한 놈들은 아닙니다.

“별게 다 있네. 그런데 왜 저기서 기웃거려? 기회를 노리겠다, 이건가.”

-아마도 먹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 여기 죽은 놈들? 잠깐 그럼 아까 사람들…….”

몬스터의 사체를 노리는 청소꾼들.

사람의 시체 또한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처리를 해야 될 놈들이었다.

태정은 한 손으로 울라프를 처리하며 다른 한 손엔 mk4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그의 총구에서 섬광이 일었고, 정말 순식간에 독수리 떼가 그대로 전멸했다.

“딱히 인류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동물이 먹게 놔둘 순 없지.”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려 할 때.

바닥으로 독수리의 사체가 떨어지며, 여기저기서 울라프들이 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배 이상 불어 버린 숫자에 어깨를 으쓱하기도 잠시.

그는 계속해서 놈들을 베어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죽여도 죽여도 복구가 되는 지루한 상황이 이어지자, 태정은 슬슬 이곳을 떠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이제 대충 몸도 풀었고 전투력 측정도 마쳤으니, 다시 갈 길을 가야 할 때.

그가 막 블라스터에 시동을 걸려는데, 반가운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이스 울라프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500만을 획득합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블라스터 파츠B 슈퍼 차저가 오픈됩니다.]

[이도류 스피어 블레이드가 오픈됩니다.]

“오. 이거면 됐다.”

새로운 스킬이 오픈되자마자 곧장 하늘로 승천한 태정은 밑에서 바글거리는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저놈들, 독수리 고기에 아주 환장을 하네. 뭐 그 때문에 레벨 업을 하긴 한 거지만. 그건 그렇고 새로운 스킬이 2개라…….”

태정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스킬 창을 확인했다.

[슈퍼 차저] [블라스터 B타입]

출력 상승 150%

지속 시간 [10분]

소비 마나 [2만]

[스피어 블레이드] [이도류]

파괴력 10,000-15,000 (봉인)

길이 손잡이로부터 80cm-1.5m

변형 시 최대 4m

쿨타임 손상 시 30분

지속 시간 반영구적

소비 마나 2만

*변형이 가능한 최초의 광선검.

“음. 뭔가 알 것 같은 스킬들인데. 슈퍼 차저가 혹시 블라스터에 달 수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제트 블라스터 상부에 장착되는 파츠입니다.

“150% 상승이면 얼마나 오른다는 거야?”

-속도를 기준으로 400 이상은 나올 것으로 판단됩니다.

“250에서 400이라… 간만에 나온 것치곤 좀 아쉬운 성능이긴 한데. 그래도 400이면 뭐……”

나름 만족을 한 태정은 두 번째 스킬에 눈을 돌렸다.

“변형이 가능한 최초의 광선검…….”

중얼거리던 태정이 스킬을 소환했다.

그러자 그의 양손으로 2개의 손잡이가 자리했다.

“이도류라서 2개네.”

사용법은 이전에 쓰던 플라즈마 광선검과 다를 것이 없었다.

즈왕!

“오. 영롱하다, 영롱해. 그런데 어째 검의 길이가 좀 짧네.”

-검의 길이는 손잡이 상단에 홈이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조절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반대쪽을 보시면 또 하나의 홈이 있는데, 이것은 검의 형태를 조절하는 패드입니다.

제라드의 설명에 따라 태정이 홈에 손가락을 넣고 밀자 검의 길이가 늘어났다.

그리곤 반대편 홈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플라즈마가 일렁이며 둥근 막대기 같던 검이 순식간에 좌우로 크게 늘어났다.

“우왓. 이거 뭐냐. 검이… 톱이 됐냐.”

-톱이 아니라 도입니다.

“그러니까. 이거 거의 그 옛날에 죄수 목 치던 망나니가 쓰던 칼인데?”

-그게 도입니다.

“그래. 도. 이래서 변형이 된다고 했구나. 햐. 이거 면적 한번 봐라. 보기만 해도 살벌하다, 살벌해.”

플라즈마의 덩어리가 크니,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 정도였다.

“파괴력도 기본 1만에, 토막 치기 딱 좋겠는데?”

-끝이 아닙니다. 한 가지 변형이 더 남았습니다.

“여기서 하나가 더 있어?”

-양 검의 손잡이 바닥 부분을 맞대 보십시오. 그리고 가운데 홈을 한번 밀어 보십시오.

“바닥을?”

태정은 제라드가 시키는 대로 검의 손잡이 바닥 부분을 맞대 봤다.

그러자 자석에 이끌리듯 딱 달라붙어 버린 검.

“오. 이거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거야?”

양쪽에 검이 하나씩 달린 형태의 무기였다.

중얼거리기도 잠시.

태정은 가운데 새로 생긴 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봤다.

그러자 순식간에 손잡이가 늘어나며 4미터가량의 거대한 무기 하나가 탄생했다.

이제는 검이라기보단 창의 형태가 된 무기.

“이게…….”

-스피어 블레이드의 진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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