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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11화 (111/182)

111화

태정의 앞으로 소환된 것은 소형 미사일이 장착된 발사대였다.

그 모습에 참모장이 의아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그건 미사일이 아닌가.”

“예.”

“자네가 이전에 쓰던 것과 다를 게 있나? 오히려 알의 크기는 더 작은 것 같은데.”

참모장이 본 미사일 형태의 무기는 총 3가지였다.

다연장 로켓포인 천룡.

요격미사일인 아이언 스피어.

그리고 대규모 집속탄인 천무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중 천무를 제외하곤 포신의 크기가 상당히 커 탄두 역시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것에 비해 달랑 하나의 미사일이 장착된 이 발사대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 무기들에 비해 손색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게 보기는 이래도 굉장히 위험한 물건입니다.”

“위험한 물건?”

“예. 아직 사용은 해 보지 않았지만. 수치상으로 따지면 제가 가진 무기 중 최고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아까 봤던 그… 엄청난 폭발을 가진 그것보다 말인가.”

b6-1의 대규모 폭격을 말하는 것이었다.

태정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믿을 수가 없군. 이 미사일 하나에 그런 힘이 실려 있다니. 그래, 뭐 자네가 빈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니. 이제 뭘 하면 되나?”

“이것이 날아가면 그때 배 전체에 베리어를 쳐 주시면 됩니다.”

“충격파에 배가 파괴될 수도 있으니 보호를 하란 뜻이군. 알겠네. 그리하지.”

참모장이 지시를 내리러 자리를 뜨자 태정이 제라드를 불러냈다.

“배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리 계산 좀 해 줘.”

-이곳으로부터 2km 내외는 되어야 될 것입니다.

“너무 먼 거 아냐? 물속에 있는 놈들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저 해안에 있는 놈들은 깡그리 날려야 빠져나갈 수가 있어.”

-감안해서 2km 내외입니다. 만일 이 순항 미사일이 해안에서 폭발을 한다면 주인님은 물론이고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은 아마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 정도라고? 축소된 게 이 정도면 원래 위력은 대체…….”

-이를 만든 과학자들은 이것이 인류의 대재앙이 될 거라며 큰 후회를 했었죠.

“그래? 그럼 조금만 더 멀리 볼까?”

봉인이 되어 화력 제한이 걸려 있다지만 구 인류 최강의 무기인 핵탄두였다.

에너지탄으로 대체 되어 방사능 따위야 없다지만, 화력 자체는 무시할 수가 없는 수준.

그나마도 소형보다 작은 전술용 미니 탄두기에 이 정도였다.

“500미터만 더 보자. 2.5km로 맞춰.”

-좌표 설정 완료되었습니다.

“잘돼야 할 텐데.”

모든 준비를 끝마친 태정이 참모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이쪽 역시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간다… 발사.”

그의 명령과 함께 발사대에 있던 작은 미사일이 허공을 향해 쏘아졌다.

동시에 수십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베리어를 연계했고, 배 전체에 걸쳐 푸르스름한 장벽이 형성됐다.

그 와중에 태정의 옆으로 선 참모장과 간부들.

그중 이한역이 미간을 좁히며 그를 향해 물었다.

“저거 불발 아닌가? 너무 멀리 날아가는데?”

“저게 맞습니다. 충격파가 있을지도 모르니…….”

태정이 막 주의를 주려 할 때였다.

번쩍!

지평선 너머로 작은 섬광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순식간에 태양과도 같은 빛을 발산했고, 뒤이어 천지를 떨어 울리는 굉음과 함께 도시를 삼킬 듯 거대한 버섯구름이 형성됐다.

동시에 시속 1,000km/h에 달하는 초강력 후폭풍이 일대를 집어삼키며 대지 위 모든 것들을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화력이 겸해진 폭풍은 해안을 가득 메운 에노타우루스를 한순간에 날려 버렸다.

하지만 헌터들은 이 놀라운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없었다.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건 버섯구름이 일기 전 섬광이 전부였고, 이어 그들의 눈앞에 다가온 건 강력한 폭풍과 함께 배를 집어삼킬 듯 덮쳐 온 거대한 해일이었다.

해일에 휩싸인 배가 부서질 듯 사방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베리어는 그들을 보호했지만 내부 충격까지 상쇄시킬 수는 없었다.

바로 이때. 이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비로소 인지를 할 수 있었다.

배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으아악!”

때 늦은 비명이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간의 과정이 전부 생략됐으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몸은 위아래로 사정없이 처박히고 있었다.

그만큼 이 모든 건 인간의 인지능력을 무시할 정도로 찰나의 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다들. 뭐라도 붙잡아라!”

뒤늦게 이한역이 소리를 쳐 보지만 이미 여기저기로 굴러다니고 있는 헌터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미리 방어기를 전개하고 있었기에, 크게 다치거나 하는 인원들은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이 흘러가고 주변이 잠잠해지며 고요한 시간이 다가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나같이 다 바닥에 엎어져 고개만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간부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이는 태정이었다.

“저기 괜찮…….”

주변 사람들을 챙기려다 무심코 전방을 바라본 그가 넋을 잃은 듯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폭심지로부터 수천 미터 상공까지 뻗어 있는 거대한 버섯구름을 본 것이다.

“세, 세상에 저게 뭐야?”

“헐.”

“…….”

뒤늦게 그것을 발견한 이들 역시 같은 표정이 되어 그 장엄한 광경을 바라봤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니 들어 보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비주얼 쇼크.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지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폭발은 날씨조차 바꿔 버렸다.

먹구름이 시커멓게 깔려 장대비가 쏟아지는 하늘.

폭심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반경은 그 구름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해안가에 바글바글거리던 에노타우스르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 그런 것이 있었냐는 듯 조용해진 해변.

대신 바다곳곳에 수천에 달하는 놈들의 사체가 걸레가 되어 널려 있었다.

‘이 정도라고?’

태정은 핵미사일의 엄청난 위력에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꼈다.

가장 위력이 약한 미니 탄이었다.

게다가 봉인으로 인해 열 배나 화력이 죽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는 것은 충격과 동시에 또 다른 설렘을 안겨 주고 있었다.

‘이제 겨우 500레벨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태정의 레벨은 전 세계 수준으로 따졌을 때 이제 햇병아리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그 말은 앞으로도 이런 무지막지한 것들을 얻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런 스킬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잘못 쓰게 되면 자신도 휘말릴 수 있다는 것.

쿨타임이 30일로 매우 길다는 것.

그리고 아직까진 던전에서 사용을 할 수가 없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것은 스킬을 하나씩 얻을 때마다 상쇄가 될 것이다.

돌아가면서 쓰면 되는 거니까.

게다가 봉인이 풀려 제한이 없어지는 날에는…….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이한역이 태정을 향해 다가왔다.

“이보게, 지역대장.”

“아. 대장님.”

“저게 대체 뭔가?”

“핵입니다.”

“핵이라니? 그럼 저게 핵폭탄이란 말이야?”

이한역도 핵은 알고 있었다.

비록 구 인류의 빛바랜 무기지만 화력만큼은 이후 어떤 무기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던 무기.

이는 각성자물이 판을 치고 있는 영화나 만화 업계에서도 항상 끝판왕으로 등장하며 위기를 고조시키는 흔한 클리셰였다.

결국 헌터들에 의해 저지가 된다는 설정이 대부분이지만, 오늘 이한역이 본 눈앞의 현실은 영화의 그것과는 달랐다.

저걸 어떻게 일개 헌터들이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하이 레벨이라 불리는 천상계 헌터들은 예외로 둬야 한다.

그들은 일반적인 헌터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저것이 떨어진다면 국내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드는 손에 꼽는다는 것을 말이다.

‘클럽에서 괜히 추천을 한 게 아니야. 이거 완전 괴물보다 더한 괴물이잖아?’

속으로 혀를 내두르던 이한역은 이내 그의 어깨를 두드린 뒤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들 부상자 파악해 보고하고. 캡틴은 어디 있지?”

이한역이 선장을 찾았다.

그러자 참모장 옆에서 보호를 받고 있던 그가 창백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여기 있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군.”

“몇 바퀴 굴렀더니… 그래도 많은 분이 조치를 취해 주셔서 저희는 모두 무사합니다.”

“다행이야. 어서 내려가서 배나 좀 봐 주게. 이 지긋지긋한 곳을 빨리 떠야겠어.”

“알겠습니다. 선원들과 내려가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참. 잠깐만. 거기 서지.”

“예?”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네만. 오늘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함구하는 게 좋을 거야. 외부에 발설 시 재미가 없을 거란 말이네.”

“아. 걱정 마십시오. 몇 배나 되는 요금을 지불하고 찾아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선원들에게도 특별히 지시해 두겠습니다.”

“믿겠네.”

간단한 점검과 함께 배가 출발을 하고 어느덧 태정의 곁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장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비밀 무기였습니까?”

“제 생에 그런 거대한 폭발은 처음 봤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길드도 톱 텐에 들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인마, 톱 텐이 문제냐. 한산도가 내려와야 되는 수준이야. 그리고 우리가 딱 올라가는 거지,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온 시선이 그에게로 쏠려 있었다.

태정은 그런 관심이 딱히 싫지 않았다.

이전까지야 다른 이들에 비해 월등히 강하단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에서야 그는 비로소 체감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진 클래스와 무기는 상식을 파괴할 정도로 굉장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그들을 뒤로 한 태정은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서주아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좀 어떤가요.”

“좋아요.”

“몸은 좀 움직일 수 있어요?”

“아직은 힘이 안 들어가는데. 괜찮아질 거예요.”

“부작용이 있는 줄은 알았는데. 워낙 급해서… 미안해요, 함부로 막 써서.”

“아뇨.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이렇게 살아 있는 게 누구 덕인데요. 방금 간부님들께 물어보니 그 포션도 굉장히 비싼 거라고 하던데. 괜히 저 때문에 그 귀한 걸 다 쓰시고. 꼭 갚을게요.”

“뭘 그런 걸 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공짜였는데요, 뭐.”

“네? 무슨 공짜요?”

“아. 그러니까… 필요한 사람이 주인이라는 뭐 그런 뜻이죠.”

태정은 말을 둘러대며 옆에 곤히 자고 있는 하서연을 바라봤다.

“서연 씨는 괜찮은 것 같아요?”

“네. 발목이 부러진 것 외엔 다른 부상은 없다고 하셨어요.”

“다행이네요. 본부장님 애 많이 타셨을 텐데. 어쩌면 주아 씨 오빠분도.”

클럽의 리더 서진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얘기가 나오자 그녀의 안색이 어딘지 모르게 차가워졌다.

그녀는 이전에도 서진의 얘기가 나왔을 때 언급을 피하는 눈치였다.

무슨 내막이라도 있는 것일까.

‘사이가 좋지 않나?’

궁금함이 일었지만 그는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서로 목숨을 구해 줄 정도로 특별한 관계가 되긴 했지만, 그것에 비해 사이는 그리 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푹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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